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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산] 핫산) 「침묵의 일요일」을 넘어서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5.03 06:34:27
조회 16536 추천 113 댓글 38
														

https://note.com/tairada_den/n/nf5df5b32fab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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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일요일」을 넘어서

타이라다덴

2021/04/17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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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의 백일재 법회 때문에 본가에 갔을 때의 일이다.


 한 시간쯤 지나자 차례는 끝나고, 가족들이 싸준 도시락을 먹은 뒤 잠시 기다리던 오전 3시경, 나는 거실의 TV를 켰다. 채널을 돌려 원하는 프로에 맞춘다.


 눈에 들어온 것은 선명할 정도로 하얀 말. 소다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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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나는 다분히 게임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에 빠져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게임이 발매되기 이전, 애니메이션 제1기가 방영되고 있었을 무렵부터 빠져 있었다는 것이 올바를까.


 1기 방영 시에는 게임이 발매되는 건 맞는지 조금 의심스럽긴 해도, 만약 무사히 발매되면 반드시 과금해 줘야지, 라고 결심했을 정도로 이 『우마무스메』라고 하는 컨텐츠에 빠져 있었다.


 그것은 왜인가. 이유를 말하려면 나에게 있어서 경마가 1998년 11월에 한 번 끝났다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마무스메』 애니메이션 제1기, 주역인 스페셜위크와 라이벌들이 활약하고 있던 1998년, 그 11월. 나는 마권을 움켜쥐고 윈즈(장외마권 판매장)에 있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 큰 승부에 도전하는 것을 응원하기 위해서였다.


 당시의 나에게는, 어째서인지 전혀 모르지만 「나쁜 선배」나 「나쁜 친구」가 꽤 있어서, 그들에게 「나쁜 놀이」를 여러 가지 배웠었는데, 그 중 하나에 경마가 있었다. 나는 이내 그 매력에 빠져버렸다.


 수많은 「나쁜 놀이」 속에서 왜 경마에만 빠져들었을까. 지금 생각했을 때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경마라고 하는 것에는 수많은 「드라마」가, 「에피소드」가 있다. 드라마는 3대 시조부터 맥을 이어오는 혈연드라마이며, 조련사, 기수, 마주, 팬, 아나운서부터 암표상 예상점까지 경마에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의 드라마이며, 물론 경주마들 자신의 드라마이기도 하다.


 수십 년의 역사를 가진 그것들은 나의 오타쿠적 호기심을 자극하고도 남았다. 나는 관련 서적을 읽고 찾아, 과거 명 레이스의 영상을 마구 보았다(물론, 당시에는 동영상 사이트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근처 렌탈 비디오점을 순회해서 손에 넣곤 했다).


 이 열정에 가까운 감정, 『우마무스메』를 통해 경마 자체에 흥미를 갖고, 말들에 대해 알려고 했던 사람들이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단순한데, 처음으로 내 돈을 내고 (용돈 정도이긴 했지만) 산 마권이 당첨됐기 때문이다. 고마워 써니 브라이언. 너를 평생 잊지 않을게. 나는 지금도 네 발이 무사했다면 3관마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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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써니 브라이언이라는 이름을 꺼낸 걸로 알아차린 분들도 있겠지만, 나는 경주마 중에서도 이른바 「도주마」를 좋아했다.


 출발할 때부터 과감하게 앞장서 그 포지션 그대로 골까지 달린다. 이길 때도 화려하고 질 때도 화려하다. 경마 초보자에게도 그 매력을 알기 쉬운 말들이다(덕분에 「나쁜 선배」들에게는 상당히 놀림을 받았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경마의 역사 속에는 여러 「도주마」가 존재했지만, 1998년 당시 내가 응원한 것은 그 중 2마리. 세이운 스카이와…… 사일런스 스즈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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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 다 우마무스메에 나와 있기 때문에, 아는 분도 많을 것이다.


 1998년 11월이란, 즉 사일런스 스즈카가 가을의 G1 레이스 『천황상』에 도전했을 때의 일이다.


 사일런스 스즈카라는 말은 1998년 들어 갑자기 강해졌으며(그 전까지만 해도 솔직히 일류에는 못 미쳤다고 생각한다), 특히 천황상 전의 레이스와 또 그 전의 레이스에서의 승리가 압도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었으므로, 나를 포함한 팬 누구나 사일런스 스즈카의 승리를 의심하지 않았다.


 너무 과장한 거 아니냐고 생각한다면 「사일런스 스즈카 금호상」 또는 「사일런스 스즈카 매일왕관」이라고 동영상을 검색해 보면 된다. 이런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기대하지 말라고 하면 그게 더 말도 안되는 일이다.


 당시의 분위기는, 이기는 건 당연하고 후속마를 몇 마신(1마신에 약 2.4m 라고 한다) 따돌리고 이길까, 얼마나 세게 시계를 강타할까(랩 타임) 쪽으로, 모두의 흥미가 향하고 있었다…… 그렇게 단언할 수 있는 정도였다.


 나는 사일런스 스즈카의 단승마권(돈을 벌지 않는, 100% 응원마권이다)을 움켜쥐면서, 그가 선두에서 골까지 앞질러 가는 모습을 몽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내 눈앞에서 일어났다. 윈즈의 대형 모니터 너머이긴 했지만.


 『우마무스메』 애니메이션(1기)을 보거나 『우마무스메』로 관심이 생겨 사일런스 스즈카에 대해 알아본 적이 있는 분이라면 이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분명 알 것이다. 모른다면 「사일런스 스즈카 천황상」이나 「침묵의 일요일」 등으로 검색해 주시면 된다.



https://youtu.be/QT4MSb_TWdw



 사일런스 스즈카는 레이스 도중 왼쪽 앞다리가 골절되었다. 제대로 걷지 못할 정도의 골절이다. 그리고 그들 경주마에게 있어서 「걷지 못한다」 「달릴 수 없다」는 「살아갈 수 없다」와 같은 뜻이다(「예후 불량」, 이라고도 한다).


 그 결과, 사일런스 스즈카는 안락사 조치를 받게 되었다.


 아직도 생생하다. 스타트한 순간, 엄청난 기세로 선두에 서서 그대로 후속 말들을 점점 따돌려가는 사일런스 스즈카의 웅장한 모습. 그것을 보고 끓어오르는 경마장의, 윈즈의 관객들. 그리고 그 열광과 흥분이…… 차갑게 가라앉았던, 그 순간의 일을.


 그때부터 나는, 경마를 보는 것을, 즐기는 것을, 아예 할 수 없게 됐다.


 따라서 이후 티엠 오페라 오, 딥 임팩트 등 쟁쟁한 명마들의 활약상도 잘 모른다. 다이와 스칼렛이나 보드카, 골드십은 이름조차 몰랐다. 정말로 경마에 대해 관련되는 것을 일체 거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십 몇 년이 지났을 무렵, 나는 우연히, 정말 우연히 『우마무스메』라는 콘텐츠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첫 인상은 솔직히 황당 반, 불안 반, 그런 정도였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는 해도, 그 무렵의 말들의 이름이 쭉 늘어서 있으면, 역시 흥미가 끓어올라 버린다.


 우마무스메들의 이름을 둘러본다. 아, 주역은 스페셜 위크구나. 세이운 스카이의 더비 제패를 막은 그 마지막 스퍼트는 대단했지. 분하지만 정말 강한 말이었어. 주연에 어울릴지도. 오, 세이운 스카이도 있잖아! 맞다, 너의 국화상만큼은 열심히 봤었지.


 보자…… 사일런스 스즈카가 있잖아. 실화냐.


 뭐? 사일런스 스즈카? 『우마무스메』가 어떤 애니메이션인지는 모르지만, 만약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토리로 간다면 필연적으로 그 사건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예? 그런 강도 높은 전개를 넣는다고? 여자애가 된 말들이 노닥거릴 뿐인 애니메이션 아냐? 그렇지만 작품 소개 글에 「레이스에서의 승리를 목표로 한다」라고 쓰여 있었고…….


 큰일이다, 머리가 터질 것 같다. 그래서 일단 애니메이션부터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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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로 보고 알게 된 것이 있다. 『우마무스메』를 만들고 있는 스태프는 틀림없이 경마 자체를 깊이 사랑한다는 것이다.


 마디마디에서 느껴지는 그 사랑을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다. 다만, 어느 정도 다양한 콘텐츠를 접해 본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이 작품은, 이걸 좋아해서 견딜 수 없는 녀석이 만들고 있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 작품을 만나 본 적이 있지 않을까.


 나는 매주 벌어지는 뜨거운 이야기(스포츠 근성물의 기법으로 그려진 그것은, 분명 시청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고 있었다)를 즐겨왔지만, 동시에 희미한 불안감도 느끼고 있었다.


 극중에서의 사일런스 스즈카가 차근차근 승리를 거듭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1998년처럼. 상차림 준비가 끝나간다, 라는 놈이다.


 그리고 제7화, 드디어 그때가 왔다. 애니메이션에서도, 그날처럼 사일런스 스즈카는 천황상에 출주하고…… 그리고.


 사일런스 스즈카(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애, 지만)는 또다시 다리가 부러져 레이스를 끝까지 달릴 수 없었다. 내 기억 속에 자리잡고 있던 그 장면, 「침묵의 일요일」이 다시 눈앞에서 벌어졌다.


 믿기지 않았다. 솔직히, 무시한다는 선택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당장 이것보다 이전의 화수에서, 이야기를 끓어오르게 만들기 위해 사실과는 다른 전개를 해낸 제작진이다(나는 이 개변은 완전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침묵의 일요일」 같은 비참한 일, 『우마무스메』의 세계선에서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만, 잘 됐네 잘 됐어, 라고 밀어붙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제작진은 그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 사일런스 스즈카의 비극을 정면으로 마주한 것이다.


 그리고 『우마무스메』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끝나지 않은 것이다. 다음 화, 그 다음 화로 주의 깊게 에피소드를 거듭해 갔다. 그리고 마침내 사일런스 스즈카를 복귀 레이스에 출주시켰다. 비극의 명마는 다시 잔디로 돌아온 것이다.


 나는 엉망진창으로 울고 있었다. 분명 요즘 눈물샘이 완전히 느슨해져 버렸다고는 하지만, 그것을 감안해도 꽤 진심이 담긴 눈물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눈물은, 감동이라기보다는 감사의 눈물이었다.


 물론, 복귀한 것은 어디까지나 우마무스메 사일런스 스즈카이지, 「그」 사일런스 스즈카는 아니다. 가공의 존재, 몽상의 사건일 뿐이다.


 그렇다 해도, 다.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그」 사일런스 스즈카와 같은 이름을 가진 여자애가, 「그」 사일런스 스즈카와 같은 날 같은 다리가 부러졌지만, 「그」 사일런스 스즈카와 같은 길을 가지 않고 돌아왔다. 돌아와 주었다. 되돌려 준 것이다. 「고맙다」고 하지 않는다면 뭐라고 해야 하는가? 제작진에게 고맙다. 우마무스메 스즈카에게 고맙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때의 나에게 꿈을 보여줘서 고맙다. 사일런스 스즈카!


 그런 생각을 하면서 『우마무스메』 1기를 다 본 것이었다.



 그래서다. 게임에서는, 그녀들 우마무스메를 자신의 손으로 육성할 수 있는 모양이다. 그 말은 사일런스 스즈카를 내 손으로 키울 수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운명의 천황상을 이길 수 있다, 이 나의 손으로!


 게임이 나오면 반드시 결제하겠습니다, 아니 하게 해 주세요…… 라고 내가 생각해버려도 어쩔 수 없는 것을, 충분히 아셨으리라 믿는다.


 그런데, 그 게임이 아무리 기다려도 나오지 않는다. 사전 등록을 한 지 3년 정도 지났지만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이봐 괜찮은 거냐? 그 와중 간신히 나온 PV에서는 피가 끓어오르는 레이스는커녕, 왠지 훈훈한 마라톤 대회가 실시되고 있어서 모두의 불안을 부추겼다. 어이 니들 괜찮냐? 그러다 보니 이번엔 애니메이션 2기가 먼저 시작되고 말았다. 야야 너네 괜찮은 거 맞냐?


 이 애니 2기 말이지만, 이번에는 토카이 테이오를 주인공으로 삼아서, 실제로는 1기의 조금 전에 해당하는 시대를 다루어 가는 내용이다. 근데 이게 또 장난 아니게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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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카이 테이오라는 말은, 애당초 그가 더듬어 간 생애 자체가 너무나 드라마틱한데, 그것을 또 능숙하게 요리해 극상의 스토리로 만들어 내고 있었다. 각본도 연출도, 1기 이상의 완성도였다고 생각한다. 어느 누가 「그」 트윈 터보의 달리기를 보며 눈물을 흘린다는 것을 상상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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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영기간 중 갑자기 게임이 발매된다는 공지가 나왔다. 솔직히 내심 게임은 더 이상 안 나오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기 때문에 상당히 놀랐다.


 이러나저러나 기다리고 있던 게임의 출시다. 출시 당일 기대 반 불안 반으로 다운받아 게임을 시작했다. 캠페인으로 좋아하는 우마무스메를 획득할 수 있다고 해서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사일런스 스즈카를 선택했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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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키운 (그래, 「내가 키운」이다) 사일런스 스즈카는 천황상에서 훌륭히 승리를 거두었다. 2마신밖에 따돌리지 못한 것은 불만이지만.


 그날과 마찬가지로 출발부터 과감하게 앞장섰고, 그날과 마찬가지로 뒤따르는 그 누구 하나 그림자도 밟지 못하게 했다. 다른 것은, 이번에야말로 끝까지 완주했다는 것뿐이다. 「침묵의 일요일」은 「영광의 일요일」로 바뀌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상대는 스마트폰 속 데이터에 지나지 않을 뿐인데도 어느덧 나는 사일런스 스즈카에게 진심 어린 성원을 보내고 있었다. 스마트폰을 향해 가라, 달려 같은 말을 외치는 아저씨를 누군가 옆에서 봤다면 제정신인지 의심받았을 테지만, 이미 해버린 건 어쩔 수 없다.


 다만, 같은 짓을 했거나 하다 만 사람은 꽤 있지 않을까, 라고 제멋대로 생각하고 있다. 특히 나처럼 「그때의 원통함을 풀어준다」 또는 「그날의 꿈을 이뤄준다」는 동기로 이 게임에 손을 댄 사람들은.



 대만족한 가운데 게임을 일단 멈추고 문득 깨달았다. 「오랜만에 진짜 경마도 보고 싶다」라고 생각하는 자신이 있는 것을. 그토록 기피하던 경마를.


 레이스 예정을 알아본다. 가까운 큰 레이스는……. 벛꽃상. 그 경주마 중에 놀랍게도 진짜 흰 말이 있는 것 같다. 그게 소다시다.


 실제로 사진을 보고 그 아름다움에 놀랐다. 원래 말이라는 생물은 아름다움의 결정체, 아름다움 그 자체인데, 그 중에서도 단연 우수하다고 생각하고 말았다. 그것도 유력 말 중 한 마리인 것 같다. 아름답고 강하다.


 좋아, 응원하자. 대뜸 그렇게 결정했다. 참으로 기막힌 감각이지만, 나는 옛날부터 그랬기 때문에 아무 문제없다. 소다시 좋잖아. 도주마가 아닌 것은 유감이지만.


 그런 연유로 서두에 이른다. 움직이고 있는 소다시는 상상보다 훨씬 아름다워서 더욱 더 반해 버렸다.


 그러나, 그렇지만…… 나의 눈은 의도치 않게, 그녀의 다리에 가버렸다. 서러브레드의 다리는 달리기에 특화되도록 진화했다, 아니, 진화된 만큼 약하다. 경주마의 몸무게는 대략 400~500kg이니 그 약한 다리 하나로 무려 100kg가 넘는 무게를 지탱하는 셈이다. 언제 부서져도 이상하지 않은, 말 그대로 유리 다리.


 시작 시간이 다가온다. 내가 괜히 긴장하고 있는 것을 알아챈다. 경주마의 사고는 그렇게 자주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고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문제가 아니다. 아로새겨진 트라우마는, 이론 따위 간단하게 뛰어넘어온다.


 출발 시각. 게이트 진입은 원활. 울려퍼지는 팡파레. 그리운 멜로디다. 게이트가 열렸다. 소다시의 출발은 최상. 흰색 말은 정말로 눈에 띈다. 그대로 전방에 위치한다. 1000m 통과. 좋은 위치네. 반응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 마지막 코너 돌았다. 마지막 직선. 소다시가 선두로 치고 올라온다. 가라, 가, 달려, 달려.


 달려, 소다시!



 소다시는 이겼다. 무사히, 그래, 무사히 끝까지 달려 영광을 안았다. 라이벌인 사토노 레이나스의 맹추격을 목 하나 차이로 따돌리고, 보기 좋게 선두에서 골인. 벚꽃의 여왕이다.


 나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그때 머릿속에 떠오른 말은 「아, 시간이 움직이기 시작했구나」였다. 역사에 남을 명마의 죽음으로 얼어붙어 있던 나의 시간은 새로운 역사를 쓰기 시작한 명마에 의해 녹은 것이다.


 동시에 돌아가신 어머니가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너도 계속 과거를 질질 끌지 말고 앞을 향해 살아가렴」이라고.


 변변한 효도도 못한 채 어머니를 여의고 말았다는 것은 사일런스 스즈카와는 또 다른 형태로 나의 시간을 정지시켜 버렸다. 그렇게 할 걸. 이렇게 말할 걸…… 그런 종류의 후회는 끝이 없다.


 하지만 역시 그래서는 안 된다. 죽음에 상처만 받아서는 안 된다. 앞으로도 다양한 죽음을 겪게 될 것이다. 그것들을 받아들이고, 삼키고, 그 위에서 미래를 향해 자신의 인생을 걸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


 오랜만에 본 경마는 나로 하여금 그런 생각을 갖게 한 것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다시 경마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그 계기를 준 소다시에게는 감사하는 마음밖에 없다. 앞으로도 그녀를 응원할 것이다. 부디 무사히 은퇴까지 완주했으면 한다.


 그리고 물론, 소다시의 레이스를 관전하는 계기가 된, 경마의 재미로 다시 돌아오게 해 준 『우마무스메』도 응원해나가고 싶다. 고마워 우마무스메. 군웅할거의 소셜 게임 업계이긴 하지만 살아숨쉬는 콘텐츠가 되길 바랄 뿐이다. 뭐, 지금은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최고조인 것 같지만.


 그래, 『우마무스메』 말인데요.


 알고 계신가요? 데뷔 때부터 부상 없이 3연승으로 2세에 여왕으로 빛남→그 후 부상당해 몇 년이나 침체→이것을 마지막으로 은퇴할 예정이었던 레이스에서 승리, 갑작스럽게 현역 속행→다음에 출주한 G1 「엘리자베스 여왕배」에서 또 한 마리의 도주마와 함께 후속을 20 마신 따돌리는 대도주를 감행, 그대로 2착 입상이라는 더없이 드라마틱한 말이 있습니다.


 티엠 프리큐어라고 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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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Cygames 여러분, 우마무스메화 잘 부탁드립니다.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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