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유명한 순무빵

1대전때 독일이 먹을게 없어서 전선에 보급한 루타바가를 이용해 만든 빵이다

이걸 이제 당근버전으로 만들어보려고했다

레시피가 있을리는 없으니 그냥 전부 감으로 시작

우선 당근

어차피 으깰거니 대충 썰어줬다

그리고 칼로 찔렀을 때 딸려올라오지 않을정도로 푹 삶았다

많은 당근

매셔가 있으면 좋겠지만, 그런거 없으므로 열심히 밀대로 으깨줬다

그리고 채에 받쳐서 주걱으로 눌러주면서 물을 좀 덜어줬다

이때 물을 완전히 뺄 걸 그랬다, 뭔가 당근즙이 아까워서 남겼단말이지

그리고 강력분을 적당한 점도가 될 때 까지 부어준다, 대충 당근 양의 절반 못되게 부은듯

에이신이라면 선 채로 기절할 야매계량이지만 애초에 제빵에 완벽한 계량이 있겠나

난 짬도 안찬게 문제라면 문제지만...

사실 루타바가 빵같은 빵을 원한다면 고운 밀가루-혹자가 말하기를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봤다면 '이걸로 빵을 만드는건 범죄야'라고 말할 것이다"-가 아니라 밀 기울 잔뜩 들어간 밀가루를 써야겠지만

반대로 이 현대사회에서는 그런게 이상하게 더 비싸단말이지

그리고 드라이이스트도 적당량, 1Tbsp 정도 넣은 듯

그리고 잘 반죽한 다음 랩에 씌워서 1차발효

이 때 반죽 점도 보고 좀 걱정함, 그래도 발효시키면 글루텐 활성화되겠지? 싶었다

날도 추워졌으니 전기요로 덮어서 발효

부풀기는 미친듯이 부풀고 반죽 상태는 개선되지 않았다

빵이 빵터지게 생겼다

핫핫핫하

펀치

일단 가스부터 빼주고

덧밀가루를 뿌려가며 모양나오고 글루텐이 잘 형성될 때까지 열심히 치댔다

반죽기가 있으면 참 좋겠지만, 없으니 몸으로 때웠다

그리고 반죽 표면을 한쪽으로 당겨주어서 매끈하게 만들어준다

으음

이미 원 목적에서 그냥 당근 잔뜩 들어간 빵 만들기로 바뀐 시점에서 더 무언가 할 수는 없었다

그냥 평범하게 당근이 절반 들어간 빵만들기를 계속한다

2차 발효가 끝난 모습

구우면서 터지지말라고 위에 칼집도 넣어주고

210도로 예열된 오븐에 넣어서 30분정도 구워줬다

색은 제법 그럴싸하다

바닥을 두드려봤을 때 빈 소리가 나면 익은거다 하는데

역시 난 그냥 이쑤시개로 찔러서

묻어나오는게 없는걸 확인하지 않으면 성미가 안풀림

망에 올려서 완전히 식혀줬다

대망의 커팅식

빵 겉면부터 당근의 노란색이 진하다

자르기 시작, 큰 기공도 없이 밀도 높고 그렇게 쫀득하지도 않지만

뭐 그럭저럭 먹을만한 빵이 나왔다

생각해보면 절반이 당근이니 제대로 된 글루텐 형성을 기대하는게 잘못 아닐까?

안쪽은 제법 진한주황색이다

맛은 생으로 먹었을 때 당근향은 그렇게 나진 않고, 흰 빵과는 다른 묘한 단맛이 나는정도

토스트

마가린 발라서 먹었다

나머지 빵은 앉은 자리에서 한 번에 다는 못먹으니, 당분간 식사는 빵으로 할 듯

결국 원래 목표로 했던 못먹을 빵 대신 그럭저럭 먹을 새로운 빵이 나왔으니 아무튼 성공으로 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