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행정력 때문.

행정력이란 무엇인가?
행정업무를 해내는 역량이나 수완으로써,
국가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힘을 뜻한다.

행정업무는 무형의 행정 그 자체를 위해 존재하는게 아니라, 유형의 것을 관리하고 창출해내기 위해 존재한다.


국가가 행정력을 발휘하면 어떻게 되는가?

교육을 할 수 있다. 교육체계가 자리잡히면 아이들은 김메고 밭가는거 일손돕고 소 먹일 꼴 베는게 아니라 학교에서 공부를 하면서 문자를 배워서 글을 읽고 쓸 줄 알고, 산수를 배워서 숫자를 쓰고 읽고 셈을 하고 계산할 줄 알고, 예절을 배우고, 집단생활을 배우고, 역사를 배우고, 국가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인적사항을 관리할 수 있다. "지나가는 김 씨" 가 아니라 주민등록을 통해 "김아무개(43), xx년도 공인회계사 자격증 취득, 전과기록 없음" 으로 인적사항을 기록하고 관리할 수 있다.

토지를 관리할 수 있다. "저잣거리 남쪽 끝 철 대문집", "산넘어 냇가 옆 너른 평지"가 아니라, "ㅇㅇ구 xx로 oo길 0번지 공동주택", "ㅇㅇ군 xx면 oo읍 00리 00-0번지(농경지)"로 주소지와 소유권을 관리할 수 있다.


어디까지나 단편적인 예시들이고 이외에 수백, 수천가지는 더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각각은 서로 연관되어있다.

이러면 국가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세입을 할 수 있다.
국민들에게 세금을 징수하고, 세금을 거둘 수 있다.
이것으로 사회간접자본을 건설하고 헉교와 기관을 설립해 운용할 수 있다.

징병을 할 수 있다.
명령과 훈련을 이해하고 셈을 할 줄 아는 입영대상자들에게 징집영장을 발송하고 이들을 모아 군대를 꾸릴 수 있다.
이것으로 국가를 지키고 전쟁을 대비할 수 있다.

연구를 할 수 있다.
교육받은 이들을 한 데 모아 끊임 없이 연구하며, 연구하고 밝혀낸 내용을 다음세대에게 교육하면서 발전이 이루어진다.
이것으로 기술을 개발해낼 수 있다.

교통망, 연락망을 구축할 수 있다.
지식과 기술을 갖춘 노동력을 모아서 길을 닦고 왕래가 가능하다.
이것으로 물자와 사람, 문서가 오가며 통신과 수송이 가능하다.



이것이 돋보이는 역사적 사례로는 무엇이 있는가?

먼저 이집트의 피라미드다.
피라미드에 쓰일 돌을 캐내고, 운반하고, 다듬고, 쌓아올리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인력이 동원되고, 그들을 관리하고, 먹이고, 재우는데 얼마나 많은 행정력이 필요했을지 상상이 되는가?
피라미드는 단순한 고대 이집트 파라오의 무덤이 아니라 파라오의 강력한 왕권과 고대 이집트의 강력한 국력을 상징하는 상징물이었던 셈이다.


두 번째로 경주 안압지에서 출토된 신라의 목간 기록이다.
강원도 고성에서 경주의 태자가 기거하는 동궁까지 '젓갈'을 '로켓배송' 요청하고 배송받은 기록이 있다.
1300여 년 전에 강원도에서 경상도까지 젓갈이 담긴 항아리를 깨지지 않도록 신속하게 운반하고, 주소지를 관리케한 행정력이 신라가 삼국통일을 이룬 기반이 된 셈이다.


서두가 길었지만, 중일전쟁기 중국이 탱크를 개발하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당대 중국은 중일전쟁 뿐만 아니라 각지의 군벌이 난립하고 교통망과 행정력이 널리 뻗어나가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학교가 있었으나 적으며 정비되어있지 않고
도로가 있었으나 정비되어있지 않고
주소지의 관리는 어지러웠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받지 못한 국민들로 어떻게 기술을 연구하며,
교육받은 지식인이 있다한들 무슨 수로 이들을 모으며,
이들을 모았다 한들 세입조차 어지러운데 어떻게 학교와 기관을 운용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