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인도의 판정패로 말하는 것과 무슨 큰 차이가 있나 저도 생각은 합니다만.

파키스탄은 하와자 아시프 국방장관이 인도와의 전면전을 현재 파키스탄으로선 감당할 수 없다고 했을 만큼 인도와 파키스탄간 전력 차이는 분명하다는게 이번 분쟁 전까지의 여론이었습니다. 따라서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먼저 발을 빼는건 파키스탄일거라 다들 생각했고 잠무 카슈미르와 스리나가르에 대한 인도정부의 장악력은 지난 20년간 꾸준히 증가해서 결국 2019년엔 스리나가르의 특별 자치구 지위가 박탈되고 연방주로 편입되었지 않습니까. 스리나가르의 관광수입 상당 부분이 파키스탄이 지원하는 반인도전선과 파키스탄측 민병대로 흘러갔다는걸 생각하면 파키스탄이 이곳에 대한 인도의 영향력 확대에 대해 얼마나 위기감을 느끼고 파키스탄에 호의적이었던 이 지역에 대한 테러를 감행해서 인도도 싫고 파키스탄도 싫다는 상황 조성에 결국 불씨를 당겼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늘 하던대로 모디와 BJP는 댐을 막아서 마치 파키스탄 전체의 인더스강 수자원에 대한 접근을 차단해 우위에 선 것처럼 여론전을 펼쳤지만 바글리하르 댐 하나 막는다고 파키스탄의 인더스강 수원 자체에 대한 접근이 어떻게 차단되겠습니까. 이게 먹히지 않으니 안그래도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린 모디와 연정 상태의 BJP가 군사작전에 돌입했던 것이고, 늘 하던대로 다양한 여론전을 통해 파키스탄에 대한 압도적인 승리 보도를 통해 국내 여론과 지지율을 반전시키려던 모디와 BJP는 엠바고를 통해 군사작전 정보 통제에 성공한 파키스탄과는 달리 이게 군사작전이 맞나 싶을 정도로 정보통제에 실패했고, 압도적일거라는 모두의 예상과는 달리 파키스탄군이 선전하면서 자신들의 여론전에 스스로가 멱살을 잡혀버리는 찐빠를 내버렸다고 생각합니다. 가짜뉴스와 폭주하는 국뽕 여론 때문에 이제 모디와 BJP는 사태가 불리해지면 슬그머니 문제를 '지워버리던' 기존의 여론전을 사용할 수 없게 되어 발을 뺄 수 없는 상황에 몰렸습니다. 친 파키스탄 세력도 박살났겠지만 잠무 카슈미르와 스리나가르에 대해 가질 수 없다면 부숴버리겠다는 파키스탄 극우 매파의 전략도 지금은 제대로 먹힌걸로 보입니다.

인도와의 관계에 매우 온건했던 이전 파키스탄 정부와는 달리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정부는 구성원 거의 전부가 매파이고, 이건 경제 규모와는 관계 없이 인도와의 분쟁 지속능력에선 군사정부인 파키스탄이 압도적인 정치적 우위에 있습니다. 반대로 모디와 BJP는 인-파 국경 중간선에서 파키스탄군을 적당히 줘패다가 의기양양하게 돌아올 계획이 물거품이 되면서 정치, 군사적으로 모두 수세에 몰린 상황이니까요. 자르다니는 정치, 군사적으로 기대 이상의 목적을 달성한 현재 인도와 휴전이 되어도 남는장사고, 이상태로 계속 간헐적 분쟁을 유지하면서 모디 싸다구를 날려 결국 다음 대선에서 드디어 모디를 실각시키고 BJP를 야당으로 몰아내도 좋은 상황입니다. 인도는 그 반대죠.

장기적으로 경제에 어떤 악영향이 있을 것인가를 가지고 현재 분쟁의 승패를 나누긴 어렵습니다. 빤스 레슬링에 뛰어든 당자사자들조차 지금 당장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