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막 한번 더 돌리고 생각 정리해서 옴.

결론부터 말하자면, 도쿄가 저모양 저꼴 난 이유 중에 호다카 비중이 꽤 큼. 생각보다 더.

뻘글일수도 있지만 한번 읽어줘.

호다카는 최초에 섬에서 벗어날 때에, 구름 사이로 비치는 한줄기 '빛'에 이끌려 도쿄로 오게 됨.

그런데, 우리의 비싸개 용신이 저어기 요요기 회관 위 작은 신사에다 한줄기 '빛'을 내려서, 히나를 이끌어 하레온나가 되게 함.

즉, 여기서 '빛'이란 건 용신의 권능의 일종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음.

그렇다면 결국 호다카를 도쿄로 오게 만든 것은 비싸개 용신이라고 할 수 있음.

그에 걸맞게, 호다카는 이상하게 비를 좋아하는 모습을 보이게 됨.

분명히 구름 사이 비치는 '빛'을 보러 섬을 탈출했건만, 정작 도쿄로 가는 배 위에선 '세차게 내리는 비'를 보고 아이같이 좋아함.

이는 본질적으로 호다카가 차라리 용신과 가까운 모습을 보인다는 것.

그럼 히나를 살펴보자. 히나는 작중 점쟁이 할머니의 설명에서도 그렇고, '여우'에 해당함. 비를 멈추게 하는 역할.

솔직히 히나 생긴것부터가 여우 닮았기도 함. 정면샷 볼때마다 눈매 같은게 여우상을 노리고 디자인 된 것이 느껴짐.

여튼 그래서 히나는 요요기 회관 위 신사에서 무녀로서의 능력을 각성하는데, 여기서부터가 중요함.

히나는 호다카를 만나기 전까지 그다지 능력을 잘 쓰지를 않았음.

능력을 많이 쓰게 되고, 몸이 약해진 것은 호다카를 만난 이후임.

이는 히나의 대사를 통해서도 증명이 되는데, 히나는 '호다카가 자신의 삶의 의미를 되찾아주었다'라고 함.

이 대사 약간 이상하지 않나? 해당 대사를 하며 떠올리는 장면은 호다카가 히나를 금발 양아치로부터 구해주는 장면임.

그리고 그 바로 다음에 히나가 능력을 쓰게 되고, 100프로 하레온나로서 일을 하는 장면이 지나가게 됨.

즉, 그게 우연이든 어찌되었든 간에, 호다카가 히나로 하여금 능력을 적극적으로 쓰게 했다는 것이고,

결국 히나가 하늘과 연결이 더욱 심해지게 된것은 궁극적으로는 호다카 때문이란 것임.

히나는 그것을 두려워하면서도, 순응하는 모습을 보임. 히나는 작중 대부분의 경우 철저하게 수동적임.

시간이 지나 히나가 하늘로 올라갈 때가 되어, 히나는 온 몸이 물과 같이 변하게 됨.

용 모자를 쓰고 있는 호다카는, 이제 히나를 찾으러 온갖 고생을 하며 신사를 찾아가 토리이를 통과하게 됨.

여기서 상식적으로, 용신이 정신머리가 있으면 지한테 바쳐진 무녀를 되찾으러 오는 놈을 들여보낼 일이 있나?

다시 얘기하지만, 토리이를 비추고 있던 '빛'은 용신의 권능으로, 호다카를 하늘로 들여보낼지 말지는 용신 마음대로임.

즉, 용신은 의도적으로 호다카를 저기 먼 섬으로부터 굳이 불러와서, 또 굳이 자신의 영역으로 불러들임.

여기서 약간의 뇌피셜로, 나는 히나가 무녀의 대를 잇는 비스무리한 것처럼 호다카도 마찬가지로 용신의 대를 잇는 일종의 후예라 생각함.

그렇게 본다면, 클라이맥스 장면에 다음과 같은 설명이 가능하게 됨.

히나는 토리이를 통과할때 물고기가 몸을 둘러싸고 있음.

호다카는 토리이를 통과할때 용의 형상을 한 무언가가 삼켜서 둘러싸고 있음.

호다카는 용 안에서 물고기로 된 거센 '세례'를 받으며, 용신과 비스무리한 무언가로 변하게 됨.

일종의 계승 작업이 진행중인 것임.

계승 작업은, 용신의 후예가 '물을 삼키는 것'으로 이루어지게 됨.

점쟁이 할머니가 설명하길, '용신' 과의 사람은 물을 존나게 마신다고 했을거임.

여기서 '물'이란, 최종적으로 하늘과 연결되어 물이 된 히나를 가리킴.

그런데 이어지는 스카이다이빙 시퀀스를 보자.

호다카는 히나를 붙잡고, 여기서 정확한 대사는 기억이 안나는데,

히나는 더이상 하레온나가 아니고, 히나를 구하겠다는 내용의 대사를 치고,

그 대사 직후 바로 번개가 치며 세상이 격변하게 됨. 즉, 히나를 원래대로 되돌린건 히나의 기도가 아니라 호다카의 의지임.

생각해보자. 하레온나가 그냥 '이런일 싫어요 다음생엔 도쿄의 이케멘으로 되게 해주세요' 이런 기도를 해서 끝날 일이었으면,

진작에 날씨를 치료하는 무녀가 사실은 인간제물이고 어쩌고 할 일도 없었음.

맑을대로 맑게 한다음 하늘에 연결돼서 위로 올라가면 이런데 싫어요 기도해서 다시 내려오고,

바로 다음대의 무녀가 새로 등록해서 날씨 다루다가 다시 존나게 기도해서 내려오면 되는 일임.

근데 그러지 못했다는건, 하늘 위로 올라간 시점에서 하레온나는 이미 기도에 대하여 특별한 능력이 없다는 것임.

이때 호다카가 등판해서, 원래는 기존의 용신이든 새롭게 용신이 된 호다카든 '물'을 마시고 일이 끝나야 하는데,

호다카가 아예 하레온나고 뭐고 난 지상을 택하겠다 선언하면서 일이 꼬이게 됨.

용신의 후예가 계승 작업을 거부하겠다는 선언을 하게 됨으로써, 권능이 붕 떠버리게 된거임.

비를 그렇게나 좋아했고, '빛'에 이끌려 도쿄까지 온 호다카는, 마지막에 비를 택하기보다 사람을 택하게 된 것.

작중 히나에 의해 갠 하늘을 바라보며,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더욱 사랑을 느끼게 된' 것임. 이건 작중 노래 나올때의 대사.

그래서 통제할 용신이 부재하는 하늘은 미쳐 날뛰게 되고, 도쿄엔 계속하여 비가 쏟아지게 됨.

비가 계속 쏟아질 수 밖에 없는 이유도, 이런 '용신의 부재'로 설명이 됨.

정해진 무녀를 이끌어 하레온나가 되게 하는 것은 용신의 권능인 '빛'인데,

기존의 용신은 호다카에게 권능을 넘겨줬는데 호커놈은 권능 냅다 버리고 지상으로 돌아옴.

더 이상 '빛'을 통제할 존재가 없고, 따라서 새로운 하레온나도 등장할 수 없게 됨.

용신이 있어야 하레온나가 있고, 하레온나와 이어짐을 통해 용신이 될 수 있는데, 그런 순환의 고리를 호커놈이 끊어버린것임.

호다카가 세상을 바꿔놓았다는건 거짓이 아님. 단순히 히나를 구했다는 차원에서의 선택이 아님.

정말로 호다카가 선택을 했기에 세상이 그 모양이 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