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위(魏), 진(晉)이 비록 도가 무너진 때였으나 도리어 백성으로부터 빼앗은 바가 (수확물의) 7, 8할에 이르지는 않아, 관우(官牛,관에서 준 소)로 농사지을 때는 관(官)에서는 6할을, 백성들은 4할을 차지하였으며, 사우(私牛,개인이 소유한 소)로 관전(官田)에서 농사지을 때는 관(官)과 더불어 서로 반반씩 나누었으니 백성들이 편안해하고 사람들이 모두 기뻐하였습니다.ㅡ진서 모용황재기

적국 국경 근처에 수도가 존재하고 거기다 대규모 군단 박아넣는 분단 국가가 국가 예산의 10%도 국방비에 사용 안하는 게 가능한 현대와 다르게

전근대 국가에서는

군인 1명의 1년 치 운용비 = 농민 40명의 1년 치 세금

수준의 재정 소모가 예정되어 있음

물론 무조건 성립하는 등식이 아니라 러프한 수준이고 상황에 따라 등락이 크지만 아무튼 엄청나게 재정이 소모된다는 거

진서 모용황재기에 나온 수확물의 7~8할을 뺏는다는 이야기

그리고 일본 전국시대의 7공3민 이야기는 그런 과도한 수취가 혼란/분열기의 평균적인 사례임을 알 수 있지

이러한 과도한 수취의 경우 어느정도까지는 용인될 수 있으나 기후 변화나 아니면 타 세력 제압을 위한 무리한 원정을 시도할 경우 농민들도 반감이 폭발하여 대규모 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지 (황건적, 황소의 난)

여기서 조조는 수전조령과 같은 인두세 중심 → 토지세 중심 전환, 민둔 운영을 통한 수취율 고정화로 호족들의 토지겸병을 최소화함

민둔에서 5할 걷는데 똑같이 5할 걷으면 세금 내야 하니 수익률에서 민둔보다 밀리고

그렇다고 토지세 내기 싫어서 농민한테 전가하면 농민들은 당연히 더 적게 뺏기는 민둔으로 소작농이 몰리니 노동력에 손실이 옴

중앙 조정도 극단적인 수취로는 가지 않으니 민란 가능성도 줄어들고 안정적인 체제가 이어지지

물납제를 통한 물가 안정화 등의 경제 개혁 등은 너무 길어지니 넘어감

이러한 정책을 실현시키려면 군주 개인의 군사적 업적과 역량으로 권위를 마련해야 하는데 이걸 가능하게 한 조조의 역량도 높게 평가해야지

개인의 군재가 우수하더라도 통일의 지분이 호왈 10만이나 되는 병력을 지원한 호족들에게 존재한다면 이러한 개혁들이 가능했을까?

끽해봐야 황제 개인의 권력 보전을 위해 통일군주의 권위로 외척 등의 정권잡기 시도하는 대 호족들만 정치적으로 숙청하는 선에서 끝났겠지

이전 시대의 폐단과 본인이 비난했던 전임자의 흔적들은 그대로 남겨둔 채 말이야

물론 군사적 역량도 부족해서 이민족 토벌을 통한 개척도 못하고 의미 없는 전시체제의 지속, 화폐/귀금속 통제를 통한 재정 충당으로 물가 불안정과 민생 파탄의 가능성을 항상 지니고 있는 썩어버린 고대 국가의 잔재보다는 낫겠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