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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글 II앱에서 작성

ㅇㅇ(223.62) 2019.07.27 19:37:34
조회 158 추천 0 댓글 1
														

환생

길가의 잡목림으로 이어진 얇은 길에 들어서, 급경사의 언덕을 내려가고 있으니, 길의 도중에서 조그만 사당이 제사 지내고 있는 광장이 나왔다. 곧바로 곁의 계단을 내려가기 전에, 다시 가늘게 굽어있는 길이 활 모양으로 나 있어서, 밖에서 양쪽으로 갈라진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낡은 목조의 버스정류장에 도달한다.

정류장의 길가에는 한 송이의 백일홍이 심어져있고, 초여름이 된다면, 계절에 내쫓겨지는 것인가 싶게, 다시 불이 붙은 것인가 싶은 듯 잇달아 꽃이 핀다. 마치 그것은 작은 폭탄과 같게도, 여름이 오는 때에 생각하게 된다.

어느 아침, 정류장 안을 엿보니, 나무벤치에 유령이 앉아있었다.
반투명의 몸이 초여름의 햇빛에 반사되어 비치고 있다. 그 순간, 윤곽만은 뚜렷한 유령은 여기의 시선에 눈치 채고, 힐끗 나를 봤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하늘을 바라보았다. 

주저하며 망설인 끝에, 옆에 앉아도 괜찮을까요, 라고 물어보니, 유령은 고개를 끄덕이고, 네, 라고 답했다. 몹시도 막힘없는 목소리를 하고 있었다. 그대로 유령과 두 마디 세 마디 나눠보니, 어째서인지 신기하게도 호흡이 맞는 것을 느꼈다. 그 날은 단지 그것만으로, 나는 도착한 버스에 올랐다.

다음 날에도, 유령은 같은 장소에 앉아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는 것도 망설여져서 인사를 하고 앉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그는 가볍게 인사하고, 살짝 기다리니, 날씨가 좋네요. 하고 말했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이 말을 이어나갔다.

날씨부터 시작해, 백일홍이 잘 피어있는 것, 조금 빠르게 매미가 울기 시작했다는 것, 본격적인 여름이 가까워져 왔다는 것, 할머님이 만드시는 떡*이 달다는 것.(*멥쌀과 찹쌀을 섞어 쪄서 가볍게 친 다음 동그랗게 빚어서 팥소나 콩가루 등을 묻힌 떡. 하기노모치나 보타모치라고도 부름.)

너무나 자연스러운 기분으로 대화를 하고 있었기에, 때때로 그의 투명한 발끝이나 옆모습이 시계에 들어와 간신히, 자신이 유령과 대화하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었다. 정류장의 유령과 대화한다는 것은, 내 일과가 되었다. 

매미가 잇달아 울기 시작하고, 백일홍의 옆에 자양화가 피었다. 늘 그렇듯, 긋은 정류장의 벤치에 앉아있고, 나는 가볍게 인사를 하고 옆에 걸터앉는다. 그 다음날에도, 이어지는 그 다음 날에도 그는 무언가를 기다리듯이, 거기에 앉아있었다. 나는 볼 일이 있어도 없어도, 정류장에 가게 되어서, 다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지만, 그래도 아직 신기하게도 대화하는게 부족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환생을 믿고 있었다. 가라사대, 몸이 썩은 뒤에도 살아있는 것의 영혼은 어딘가 먼 곳을 향한 뒤, 다시 다른 장소에서 생을 얻는다는 것 같다. 유령이 이런 것을 믿는 것도 웃긴다고 웃었지만, 천국에 가장 가까운 그가 말한 것이기에 아마 그러려나보다 생각했다.

어느 아침, 내가 정류장을 엿보니, 그는 변치 않고 그곳에 있고, 나른하게 늘어져서 멍하게 
하늘을 보고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옆에 앉으니, 옛날 일들을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에게는 마음에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는 듯 하고, 가끔 그래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은, 지난 일들을 다시 생각해보는 것이라고 말한다.

벌써 꽤나 예전 일이니까, 분명 죽어버려 있겠지. 그래도 잊으려 해도 잊히지 않고, 이처럼 찾으러 오고 있었다는 것이라고, 쓸쓸하게 웃었다. 계속 환생을 믿고 있다. 그의 말이 선명히 상기되었다. 그러니까, 만일 한눈에도 그녀를 보는 것이 가능하다라면, 나는 벌써 만족했어. 유령은 하늘을 바라본 채로 말했다. 반투명의 옆얼굴의 향한 방향에서, 잘 갠 하늘의 옅은 군청색이 보였다 숨었다 하고 있다. 만족이라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라고 물었다. 거품처럼 사라져버리겠지. 라고 돌아왔다.

그 정도라면, 어째서 매일 여기에 앉아있는 것일까. 환생을 믿고 있다면, 좀 더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 그 사람을 찾는 편이 빠르다. 일부러 여기에 있을 필요가 없다. 내가 그걸 물어보니, 그는 하늘을 본 채로, 입을 꾹 다물었다.

잠시 뒤, 간신히 입을 열었다.
‘그녀가 만일 환생해있다면, 분명 여기에 올 테니까’

어딘가 멀리서 바람이 불고, 불쑥 뺨을 어루만진다. 가슴의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쿵하고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목이 말랐다. 입이 마치 다른 의사를 갖고 있는 것 같이 움직이고, 나도에요. 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무언가 꿈을 보는 듯한 기분인 채로, 나도 줄곧,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라고 말했다.

여름 바람이 머리카락을 흔들었다.
그냥 다문 채로, 그를 보고 있다. 그러고 있는 동안에 태양이 기울고, 난색의 석양이 맞은편에 늘어선 나무들을 물들였다. 마치 백일홍을 물들여내서, 그 색을 누군가가 그대로 착색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느꼈다.

긴 정적의 끝에, 그는 얼굴을 들고, 그런가, 너였던건가, 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쪽을 한 번 본 뒤, 끝부터 윤곽이 무너져, 애매한 아지랑이가 되어 사라졌다. 

그 뒤로, 나는 환생을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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