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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핫산] 쿠스노키 메부키는 용자이다 번외편 上

Kaur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12.26 18:5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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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핫산] 쿠스노키 메부키는 용자이다 - 특별 SS 번외편 ~유록화홍(柳綠花紅(푸른 버들은 푸르고, 꽃은 붉다))~



시코쿠를 에워싼 신수의 벽―――

그 벽 위에서 미요시 카린과 쿠스노키 메부키는 마주하고 있었다.

일찍이 용자의 자리를 다툰 두 사람. 카린이 용자가 되기로 결정난 후부터 메부키는 한 번도 그녀를 만나지 않았다. 상당히 오랜만인 재회다.

메부키들의 머리 위에 펼쳐진 겨울 하늘은 차가운 공기가 흐르고 있다. 그러나 벽 밖으로 한 걸음 내딛으면 그곳은 작열의 지옥이 된다.

지옥의 코 앞에서, 한 때 용자 후보 필두인 두 사람은 대치하였다.

"……너와 이런 곳에서 만날줄은 몰랐어. 미요시 씨"

"그러게……나도야"

카린은 침통한 표정을 띠우고 그녀다운 기가 드센 모습은 어디 가고 없었다.





마을이 하얗게 물들어있었다.

"와아아아, 눈이다! 눈이다아아아! 잔뜩 쌓였다~~!"

카가죠 스즈메는 외치며 골드 타워에서 달려나왔다.

"추워~~! 그래도 눈이다――――――!"

지면을 살짝 덮듯이 쌓인 눈. 그 위에 발자국을 내는 걸 즐기듯 스즈메는 들뜨며 달린다. 이상하게 하이텐션이다.

아주 옛날, 아직 시코쿠 이외의 땅이 남아있던 시대에는 겨울이 되면 평야에서도 매일 흰 눈이 쌓이는 지방도 있었다 한다. 그렇지만 이 나라에 시코쿠 밖에 남아 있지 않은 현재, 산 이외에서 눈이 쌓이는 일은 좀처럼 없다.

"어머어머, 눈 정도로 그렇게 들뜨다니. 마치 강아지 같네요. 스즈메(참새)면서 강아지라니"

그렇게 말한 건 미로쿠 유미코.

그녀는 오늘도 골드 타워 밖에 하얀 의자와 테이블을 옮겨와서는 홍차를 마시고 잇었다.

"미로쿠 씨……춥지 않아?"

"제 고귀한 티 타임은 추위 따위가 막을 수 없답니다"

몇 년만에 평야에서 눈이 쌓인 것에서 알 수 있듯, 올해의 겨울은 상당히 춥다. 그런 와중, 유미코는 일부러 밖에 나와 티 타임을 즐기고 있다. "무슨 수행이나 벌게임이야?" 라고 스즈메는 딴죽 걸고 싶었다.

"스즈메 씨도 애들처럼 놀지 말고, 저처럼 우아하게 눈이 쌓인 경치를 즐길 수―――앗 차가!"

말하는 도중에 유미코의 어깨에 스즈메가 던진 눈덩이가 맞았다.

"홍차 같은 거보다 눈덩이는 어때? 미로쿠 씨"

"스~즈~메~씨~?"

긴 눈썹을 치켜세우며 유미코도 발치의 눈을 주워서 공 모양으로 뭉치기 시작한다.

금새 두 사람의 눈싸움이 시작됐다.

"스즈메, 뭐 하는 거야, 오늘 훈련 시작한다! 미로쿠 씨도!"

타워에서 나온 쿠스노키 메부키가 엄한 말투로 말한다. 메부키의 옆에는 오늘도 무표정한 야마부시 시즈쿠가 함께 있다.

"에~~, 훈련 싫어어, 메부~! 벌써 12월 26일 이라구! 크리스마스 지나버렸단 말야! 겨울방학 시기잖아~~!"

"우린 방인이란 소임을 지고 있어. 그리고 회사 같은 곳은 섣달에도 일하는 데도 있잖아"

"방인의 블랙 기업화 반대~~~!"



신세기 300년이 끝나가려 하고 있었다.

메부키들 방인 부대는 지금도 골드 타워에 머물러 언젠가 일어날지도 모를 출동에 대비하여 단련을 계속하고 있다.

『쿠니츠쿠리』를 행하기 위한 임무는 끝났지만, 방인 부대는 해산한 게 아녔다. 여전히 시코쿠는 위기적 상황에 있으며, 또한 돌발적인 임무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아야가 봉화제의 산제물을 면한 후, 세계의 상황은 눈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한다. 방인들에게 주어지는 정보는 적지만 어느 정도의 상황은 메부키도 추측할 수 있다.

코쿠도 아야를 포함한 여섯 명의 무녀를 대신하여, 용자 토고 미모리가 하늘의 신에게 바쳐졌다.

그 후, 다른 용자 5명이 미모리를 결계 밖의 업화로부터 구출했다. 산제물은 없어지고, 상황은 처음으로 돌아갔다.

대사는 향후의 대책으로 크게 바쁘다고 한다.

그러나, 메부키는 용자들의 행동을 칭찬하고 싶은 기분이였다.

(역시 미요시 씨들이네……내가 못 한 걸 해내버리네)

희생 없는 길을 만드는 자야말로 용자―――메부키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당대 용자들은 미모리를 구출하고 희생 없는 길을 개척했다. 그 결과, 상황이 처음으로 돌아가더라도, 그렇다면 또 새로운 길을 모색하여 발버둥치면 될 뿐이다.

"중학교라면 겨울 방학이니까, 절대로 훈련 같은 거 안해! 난 굳건히 결심했어!"

타워 밖에서 때를 부리는 스즈메를 어떻게 할까하고 메부키는 생각한다. ①억지로 끌고 간다. ②훈련하지 않으면 이젠 지켜주지 않는다고 협박한다. ③귤로 낚는다.

이걸 어떻게 할까. 가장 효과가 있어 보이는 건 ②지만―――

"메부키 씨, 여러분~!"

타워에서 흥분한 듯한 아야가 달음박질로 나왔다. 좋은 일이라도 있었는지 뺨을 상기하며 목소리도 들떠있다.

"굉장한 소식이 있다해요! 모두 전망대로 모여주세요!"



메부키들이 타워의 전망대로 오자, 다른 방인들도 이미 모여있었다. 전망대에는 남성 신관이 있다.

일찍이 선대 용자의 감시역이였단 예의 여성 신관의 모습은 없다. 방인들에게 할 연락이나 지시 따위는 예전에는 그녀가 했었지만 요즘은 그 모습을 거의 못 보게 됐다. 대신 다른 신관이 타워에 드나들며 연락을 하고 있다.

전망대의 방인들이 신관에게 향하는 눈에는 모두들 경계와 반항심이 깃들어 있었다. 아야가 봉화제의 산제물로서 지명된 사건 이후, 방인들에겐 대사와 신관에 대한 불신감이 뿌리잡았다. 이번에도 또 무슨 부조리한 통달을 하러 온 건 아닌가하고 어느 소녀이든 그렇게 생각하고 잇다.

"오늘은 여러분께 보고가 있습니다. 현재, 대사 내부에서 방인이란 소임을 폐지하도록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무슨 소리죠? 저희는 해산이란 겁니까"

경계심에 찬 메부키의 물음에 신관은 태연히 답한다.

"아뇨, 이 부대는 그대로 남습니다. 단, 여러분은『방인』이 아닌, 정식으로『용자』로서 불리게 될테죠"

"―――!"

신관의 말에 방인 소녀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조금 더 후의 얘기이지만, 여러분의 취급도 용자로서 상응한 것이 되고, 쓰는 전의의 성능도 대폭으로 향상될 예정입니다. 이미 여러분의 가족분께도 통달됐습니다. 가족 분들도 자랑스럽다고 기뻐했다더군요"

용자란 대임은 세계를 지키는 가장 명예스러운 입장이다. 용자를 배출한 집안이 되면 앞으로는 명가로서 대접받고, 대사에서 특별한 원조를 받을 수 있다. 용자라는 대임은 위험도 있지만, 위험도가 높은 것은 방인도 마찬가지. 즉, 방인에서 용자로 승격한다는 건 마이너스 면이 없다. 가족도 기뻐하는게 당연하다.

물론 방인들에게 있어서도 명예이며 기쁜 일이다. 방인들은 모두, 전직 용자 후보이지만, 메부키처럼 자신이 용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는 거의 없다. 그런 그녀들에게 있어서 이번 용자 승격은 꿈만같은 얘기였다.

처음은 신관의 말을 경계하던 소녀들도, 눈이 반짝이기 시작한다.

"신관님, 그거, 정말이야!?"

스즈메는 흥분하여 들뜬 소리를 냈다.

"정말입니다. 만약 믿겨지지 않으시다면 가족분께 확인을 해주시길"

이렇게나 말한다는 건 진실일거다.

방인 소녀들은 기뻐하며 들뜨기 시작한다. "해냈다!" " 굉장해 굉장해!"  "우리들, 용자님이 될 수 있어!"―――

"……이걸로 미로쿠 가문은 용자를 배출한 집으로서, 이름이 올라가. 다행이야……"

유미코는 감미하듯이 읊조린다.

"와아! 해냇어, 메부! 우리들, 용자가 된데! 이거 굉장한 일―――어라? 메부, 별로 기쁘지 않아?"

메부키의 표정이 딱딱한 걸 알아챈 스즈메가 의이하해는 표정을 짓는다.

메부키는 신관의 말을 그대로 솔직하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용자의 힘의 원천은 신수이다. 신수의 힘이 다해가는 지금, 용자를 32명이나 추가할 수 있는 건가?

방인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방인의 대사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 불가능한 걸 그냥 과시할 뿐이란 가능성도 있다.

시즈쿠가 메부키의 옷소매를 잡아당긴다.

"……뭔가, 걱정이야?"

메부키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물어온다.

시즈쿠의 물음에 메부키는 조금 침묵한 후, 쓴웃음지으며 고개를 가로짓는다.

"……아니. 우리가 용자로서 대접받는 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

지금의 메부키는 대사로부터 받는 용자란 지위에 흥미가 없다. 하지만, 부대에 용자란 지위가 내려지면, 대사는 앞으로 그녀들의 목숨을 경시하여 쓰고 버리려 하지는 않을거다. 그리고 전의의 성능이 향상되면 죽음의 위험은 적어진다. 메부키가 지향하는『희생 제로』를 위해서는 그 편이 확실히 좋다.

용자로의 승격이란 얘기를 듣고 흥분한 소녀들 중에서 메부키는 소리 높여 말했다.

"모두, 들어줘!"

방인들의 주목이 메부키에게 모인다.

"용자로의 승격은 명예스러운 일이야. 하지만 아직 정식으로 용자가 됐다고 정해진게 아니고, 용자가 된 후에도 지금까지처럼 위험한 건 마찬가지야. 긴장 풀지 말고, 자신을 제대로 단련하길 게으르지 않도록! 용자가 되든 안되든, 우리 부대에서 희생자는 내지 않아! 절대로!"

여전히 엄격한 대장의 말씀에 소녀들은 마음을 다잡고 "응!" 이라 대답한다.



"오랜만―――이네요"

메부키가 여성 신관을 만난 건 방인들에게 용자 승격이 보고된 다음 날이였다. 새벽 트레이닝을 마친 후, 한 번 들러본 전망대에 그녀의 모습이 있었다.

전망대의 창가에서 대교 쪽을 바라보던 그녀는 메부키의 목소리에 뒤돌아본다.

"……이 시간은 아직 아무도 일어나지 않을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죠, 당신은 해가 뜨기 전부터 자주 트레이닝을 했었죠"

"저 뿐만이 아녜요. 미로쿠 씨도 저와 같은 메뉴를 하고 있고, 달리도 자주적으로 아침 훈련을 시작한 사람도 있어요"

"당신의 영향이 착실히 퍼지는 듯 하군요. 당신을 이 부대의 대장으로 한 건, 역시 틀리지 않았네요"

여전히 담담한 말토이기에 칭찬하는 건지 비꼬는 건지 모르겠다.

"요즘은 타워에 모습이 보이지 않던데, 우리의 감독역에서 빠졌나요?"

"그렇죠. 여러모로, 해야만 할 일이 늘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없는 편이 방인들의 정신 위생상에도 좋을테죠. 방인들 중에는 절 싫어하는 사람은 적지 않으니"

아야를 봉화제의 희생으로 한다고 통달한 그녀에게 많은 방인이 지금도 반발심을 품고 있다.

"당신은 대사의 결정을 전했을 뿐이잖아요"

"그래도, 실제로 전달한 자가 원망받는 법입니다. 전해진 자로서는 가장 가까이 있는 가증스러운 대상이니까요"

"…………"

생각해보면 메부키도 옛날에 용자 쟁탈에 패배한 걸 들었을 때, 이 여성 신관을 미워했다. 그 결정도, 그녀의 독단이 아녔는데.

여성 신관은 자조하지도 후회하지도 않고 담담히 이야기한다.

"그리고, 왜 너는 결정에 저항하지 않은거냐, 라고 화내기도 하겠죠. 사실상, 저는 코쿠도 씨를 산제물로 바친다는 안에, 전혀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소수를 희생하여 다수를 구한다는 게 올바르다고 말했었죠"

"네"

"그건 정말로, 당신 자신의 생각인가요?"

"무슨 의미인가요, 쿠스노키 씨"

"대사가 그런 신념을 갖고 있다는 건 맞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당신 자신은―――대사로서가 아니라 당신 개인은, 정말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나요?"

"……"

"당신은 언제나 감정을 보이지 않도록 했죠. 개인적인 감정이나 생각을 지웠어요. 그렇기에 소수를 희생해서 다수를 구해야한다는 생각도, 그저 대사의 의지를 입에 담았을 뿐이지 당신 개인의 생각은 다를지도 몰라"

일찍이 선대 용자의 감시역이며, 학교 담임 교사였다는 그녀.

선대 용자 중 한 명은, 인류를 지키기 위한 희생이 되어 목숨을 잃었다.

그 죽음에 대해서도, 역시 그녀는 다수를 구하기 위한 올바른 희생이였다고 생각하는 걸까.

"다른 생각 따위 없습니다. 대사의 의지가 제 의지입니다. 신관은 대사의 일부―――손발이 뇌와 다른 의지를 가지지 않듯, 신관도 대사와 같은 의지 밖에 가지지 않습니다"

그렇게 말한 여성 신관은 메부키의 옆을 지나 전망대의 출입구로 향한다.

엘리베이터의 도착을 기다리는 동안에 그녀는 말했다.

"제가 이 타워에 오는 일은 더는 없을 겁니다"

"그런가요"

"이 천경전(千景殿)이 완성되기 까지는 여기 있을거라 생각했지만요"

"천경전?"

"대사내에서는 이 타워는 그렇게 불립니다. 전망대에서 널리 풍경을 일망할 수 있잖아요? 천의 경치를 볼 수 있기에 천경전이라고 우에사토 가가 직접 명명했다네요. 지금도 아직 타워는 개장중이지만 언젠가 완성되면 정식으로 천경전이라 개명될겁니다"

우에사토는 명가 중의 명가이며, 노기와 나란히 대사의 투 톱 중 하나라고 들었다. 우에사토 가가 그렇게 정했다면, 반드시 그 이름이 될거다.

그리고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여, 여성  신관은 전망대를 떠났다.



후에 메부키가 다른 신관에게서 들은 바에 의하면, 골드 타워의 개장은 방인용 거주 시설과 훈련 시설을 만드는 것만이 아니라 한다. 예전의 대교와 마찬가지로 시코쿠의 영적 국방 장치 중 하나가 될 예정이며, 하늘에서 닥쳐오는 적을 향해 타워 자체가 사출되어 요격한다고 한다.

그런 장치를 만들 수 있는 건가 하고 메부키는 어안이 벙벙해졌지만, 버텍스를 시코쿠 밖으로 전송하기 위한 기능을 갖고 있던 대교도, 생각해보면 오버 테크놀로지의 산물이다. 신수의 힘과 대사의 기술이 있으면, 천경전 같은 장치를 만드는 것도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는 해도 그 장치가 완성되는 건 아직 반 년 이상 걸린다 한다.

여성 신관이 타워를 떠나고, 12월 30일.

연말이다.

방인들은 5~6명 씩 시기가 겹치지 않도록 하여 귀성했다. 전원이 타워에서 없어지면 돌발적인 유사시에 대책이 늦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12월 말인 지금도 타워 안에는 대부분의 방인이 남아 있었다.

그 날, 아야는 해가 뜨기 전인 시간부터 타워 안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후후~♪ 후흥~♪"

콧노래를 흥엉ㄹ거리며 기분 좋은 듯이 빗자루로 바닥을 쓸고 있다. 아야는 청소가 취미로, 방인들이 훈련을 하고 있을 때처럼 시간이 날 때, 자주 시설 내부를 청소하고 있다. 타워 안이 언제나 청결을 유지하고 있는 건 그녀 덕분이다.

대부분의 방인은 자기 방 처어소까지 아야에게 모두 맡기고 있다. 실제로 그녀의 청소는 아주 능숙하며, 남에게 청소를 맡길 때에 흔한『어디에 뭐가 놓여져 있는지 알 수 없게 된다』 라는 일이 없다. 먼지나 쓰레기는 싸그리 없어지며, 테이블과 의자는 광이 나도록 닦여지고, 이불은 푹신푹신해진다. 아야의 청소는 방인들 사이에서 대인기였다.

메부키도 처음은 아야에게 일을 떠맡기는 것에 대한 사양심과, 만든 프라모델이나 모형을 부수지는 아닐까하는 우려심에서 청소는 직접 했다. 그러나 한 번 아야에게 맡겨보자, 프라모델과 모형은 전혀 만지지 않고, 공장도구와 트레이닝 기구는 쓰기 쉬운 장소에 정리해주기에 지금은 매일 그녀에게 청소를 부탁하고 있다.

아야에게 있어서 청소는 일과다. 그러나 오늘은 평소보다 상당히 이른 시간부터 청소를 시작했다.

아야가 식당을 정리하고 있자 매일 아침 같이 트레이닝을 하는 메부키와 유미코가 모습을 보였다.

"어머, 코쿠도 씨, 청소인가요?"

"구딩 이런 이른 아침부터 할 거 없지 않아?"

"곧 올해도 끝나니까, 오늘이랑 내일은 타워 전체의 대청소를 할까 해서요"

그 말에 메부키는 그제서야 연말이란 실감이 들었다다.

"아아……연말 대청소구나. 그러고보니까 그런 시기구나. 그럼, 나도 도울게"

"아뇨아뇨, 괜찮아요! 평소에 훈련 때문에 다들 힘드시니까, 청소 정도는 제가 할게요"

"그럴 수는 없어. 골드 타워의 시설은 거의 방인이 쓰고 있고, 우리도 청소하는 게 당연해"

"저도 돕도록 하죠! 메부키 씨 보다도 솜씨 좋게, 더욱 깨끗하게 청소해내겠어요. 미로쿠 가문의 청소술을 똑똑히 보여드리죠!"

유미코는 청소에까지 메부키에 대한 대항심을 불태운다.

아야는 사양했지만 결국 메부키와 유미코가 억지로 청소를 돕기 시작했다.

다른 방인들도 점차 일어나서 청소를 돕기 시작한다. 오늘이랑 내일은 훈련은 쉬도록하고 타워의 청소를 하기로 정해졌다.

"스즈메 씨! 왜 방 한구석이 귤로 가득인 상자로 묻혀있는거에요! 이렇게 귤이 있어도 썩힐 뿐이잖아요! 버릴지 사람들에게 나눠줄지 하세요!"

"아아, 내 소중한 귤~~! 우와앙, 메부~! 미로쿠 씨가 내 귤 뺏으려해애! 앵초에 미로쿠 씨야말로 식당 업무용 냉장고를 가다랑어로 채웠으면서!"

"큭……내가 앞으로 나왔다 했더니, 청소라고!? 시즈쿠 녀석~~, 자기가 청소 땡땡이치고 싶을 뿐이잖아!? 이렇게 된 이상, 내 전력으로 순식간에 끝내주마아아!"

"시즈쿠! 빗자루는 힘으로 쓰는 게 아니라 제대로 먼지를 쓰는 거야! 더 퍼지잖아!"

시끌벅쩍하면서도, 청소는 착실히 이뤄졌다.

겨울의 해는 지는 게 빠르다.

완전히 오오타바쵸에 밤의 장막이 내려진 후, 간신히 골드 타워의 대청소가 끝났다.

"여러분, 고마워요! 오늘이랑 내일 이틀 걸릴거라고 생각했지만, 도와주신 덕분에 오늘 하루로 끝났어요"

타워와 훈련 시설 각 곳의 청소가 끝나고, 식당에 모인 방인들에게 아야가 꾸벅하고 머리를 숙였다.

"우우, 청소는 체력 쓰는 구나……"

완전히 축 처진 스즈메는 테이블에 쓰러져있다. 시즈쿠도 의자에 앉은채 꾸벅꾸벅하고 수긍한다. 처음은 시즈쿠의 인격이 나왔지만, 도중에 지친건지 시즈쿠로 교대하고 말았다.

다른 방인들도 마찬가지로 피로의 표정을 띠우고 있었다.

"이 정도로 지치다니, 다들 청소를 하는 게 익숙하지 않다는 증거군요. 저는 팔팔하답니다!"

자랑스럽게 말하는 유미코에게 스즈메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낸다.

"미로쿠 씨~, 청소를 하는게 익숙하다는 서민적인 발언, 아가씨란 설정이랑 모순하지 않아요?"

"……앗!? 아뇨, 저도 청소를 하는 게 익숙한 건 아니지만, 다만 단련 방식이 다르니까 체력이……앗, 설정이 아녜요!"

그나저나 이것 만으로 힘든 대청소를, 아야가 혼자서 하려 했단 것에 메부키는 놀란다. 오늘 내일 이틀 걸릴 거라는 예정이였다는 건, 아야 혼자서도 이틀 있으면 끝낼 수 있다는 거다. 사실상, 아야는 방인들과 비교하여 체력도 없을텐데 누구보다도 솜씨 있게 움직이고, 지금도 그다지 지친 기색은 보이지 않다.

"오늘로 대청소가 끝난 덕에 내일은 시간이 비네요……"

아야는 뭘 할까하고 생각하듯 중얼거린다.

"뭐어, 우리 방인은 평소대로 훈련이지"

"에에에!? 섣달 그믐날까지 훈련이라니 싫다구, 메부~! 아야야, 그 왜, 뭔가 할 일 있지 않아!? 청소가 말고도 다른 거!"

"에, 으음, 글쎄요……그러면 내일은 떡이랑 설음식을 만들어서 본격적으로 새해 맏이 준비를 해요"



다음 날, 메부키 일행은 새해 맏이를 위한 장보기로 이네스로 가기로 했다. 오오타바쵸의 이네스는 마침 골드 타워랑 역과의 중간에 있어서 걸어서 10분 정도의 거리다.

방인들은 요청을 내서 수리되면 외출을 허가받는다. 메부키가 매일 아침 마을 안을 런닝하는 것도, 유미코가 임해 공원에서 차를 마시는 것도, 요청을 내서 수리된거다. 장보기 따위를 위해 외출하는 것도 요청하면 특정 요일과 일시에 한하여 허가받는다. 방인들의 행동을 항상 파악하기 위한 요청 형식으로 해둔걸거다.

가기 전에 조그마한 문제가 일어났다. 아야는 평소에 하루 종일 타워에 있고 밖에 나가는 일이 거의 없다. 그리고 타워 안에서는 계속 무녀복으로 생활하고 있다. 그 때문에 옷을 무녀복과 파자마 밖에 갖고 있지 않았다.

역시 무녀복으로 이네스에 쇼핑하러 갈 수는 없다. 눈에 너무 띄고 만다. 만약 소란이 일어나면 대사도 좋게 보지 않을거다.

어쩔 수 없기에 메부키가 자신의 옷을 아야에게 줘서 입히기로 했다.

신장차가 있어서 상당히 헐렁하지만 아야는 기쁜 듯이  그걸 입었다.

"감사해요. 소중히 여길게요, 메부키 선배"

"호들갑이야. 사이즈도 안맞고, 그냥 잠깐인데. 아아, 맞다. 이네스에서 아야의 옷도 같이 사자"

"아뇨, 전 이게 좋아요"

하고, 기분 좋게 말한다.

아야가 마음에 들었다면 그걸로 됐나 싶다.

메부키들은 몇 몇 그룹으로 나뉘어 장을 보기로 했다. 설음식 따위의 식재료를 사러 가는 그룹, 금줄이나 소나무 장식을 사러 가는 그룹, 찹쌀과 떡치기 기계를 사러 가는 그룹, 등등이다.

메부키, 아야, 스즈메, 유미코, 시즈쿠는 식재료 사기 반이 됐다.

이네스는 연말 맞이 빅 세일이 행해지고 있어서 사람으로 넘쳐났다.

"갸~! 인파에 밀릴 것만 같아~! 살려줘 메부~~!"

"아야 쨩은 미아가 되지 않도록 내 손을 잡고 있어"

"네!"

아야가 메부키의 왼손을 쥔다.

"떨어질 것만 같은 사람은 제 손을 잡고 있어도 좋아요"

"나는 메부가 좋아~!"

스즈메가 메부키의 오른손을 잡는다.

시즈쿠도 무언으로 메부키의 옷소매를 쥐었다.

유미코는 조금 침울해한 얼굴이였다.

"뭐, 뭐어 딱히 좋아요. 전 누구에게도 속박되지 않는 숭고한 자유를 만끽할테니까……!"

"잠깐만요, 미로쿠 씨! 이대로는 제가 움직이지 못하니까 미로쿠 씨가 선도해주세요. 이 인파라서 저희의 선두에서 가주시면 상당히 움직이기 쉬워져요"

유미코는 싱긋하고 웃었다.

"그렇게나 말한다면, 좋아요! 부대의 선두에 서는 명예, 이 미로쿠 유미코가 맡도록 하죠"



무사히 쇼핑이 끝나고 타워로 돌아간 후에는 요리를 할 줄 아는 사람은 설음식을 만든다. 못하는 사람은 떡치는 기계로 떡을 지었다. 요리를 못해도 기계의 스위치를 눌러서 완성된 떡을 적당한 크기로 빗는 건 할 수 있다.

그리고 밤은 다같이 토시코시우동을 먹었다.

이윽고 12시가 되가자 이루의 소녀들은 조마조마하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새해 첫 참배를 갈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심야이기에 외출 허가가 나올지 불안하다 한다.

결국, 메부키가 감독역으로서 동행한다는 조건으로 외출허가가 나와 10명 가까이 되는 인수로 우부시나 신사에 갔다.

우부시나 신사는 오오타바쵸의 대표적인 신사이며, 선로를 끼고 골드 타워와 반대측에 있다.

한겨울의 밤 공기는 차갑고, 소녀들이 내뱉는 숨은 하얗다.

도중, 마찬가지로 신사에 참배하러 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메부~~, 손이 차가워~~!"

스즈메가 하아하아하고 손에 숨을 분다.

"장갑하고 오지"

"이제와서 후회해도……맞다! 이러면 따뜻하지!"

스즈메는 메부키의 코트 주머니에 양손을 집어넣었다.

"스즈메, 걷기 힘들잖아! 하지 마"

"싫지롱~, 이거 따뜻한걸!"

말해도 듣질 않기에 포기하고 메부키는 방치하기로 했다.

"그런데 메부키 선배는 귀성하지 않으셔도 되나요?"

걸으면서 아야가 묻는다.

올해에 메부키는 결국 귀성하지 않기로 했다. 다른 방인들은 순서대로 귀성했지만 메부키는 오오타바쵸의 골드 타워에 머문다.

"대장이니까. 내가 없으면 갑자기 무슨 일이 있을 경우 대응하지 못하잖아"

"그래도 가족 분이 걱정하시지 않나요?"

"이미 익숙해. 정월에 귀성하지 않는 것도 3년 째인걸"

용자 후보생으로서 시설에서 훈련을 받던 때도, 메부키는 귀성하지 않았다. 연말연시도 여전히 훈련을 계속했기 때문이다.

메부키의 가족은 아버지 뿐이지만, 정월에 귀성하지 않는 것에 관하여 아무 것도 말하지 않았다. 아버지도 일벌레인 성격이니까 메부키가 용자가 되기 위해, 대임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 그걸로 됐다고 생각할 터다.

"생각해보니까 첫 참배도 3년만이네. 섣달에 떡이나 설음식을 만들거나, 장식 같은 걸 준비하는 것도"

"싫으셨나요? 이런 떠뜰썩한 새해는"

조금 불안해하며 메부키의 얼굴을 살피며 묻는 아야.

메부키는 주변에 있는 방인들을 둘러본다.

메부키의 코트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걷는 스즈메. 아무 말 없이 무표정하면서도 계속 메부키의 곁에 있는 시즈쿠. 누구보다도 빨리 배전 에서 참배하기 위해 그룹의 선두를 가는 유미코. 즐거운 듯이 친구들과 얘기하면서 걷고 있는 다른 방인들.

메부키는 부드러운 미소를 띠운다.

"아니, 나쁘지 않아. 가끔은, 이런 것도"

그 대답을 듣고 아야는 다행이다라며 안도의 표정을 보인다.

"저기, 메부키 선배. 그러면 올해 정월은 귀성하는게 어떨까요? 나쁘지 않을거에요, 가끔은 그런 것도"

아야의 말에는 보살피는 듯한 상냥함이 있었다.

겨울의 밤바람이 불어지나간다.

신사가 점점 가까워지며 첫 참배의 참개객들은 늘어간다.

메부키는 아무런 답도 하지 않은채 계속 걸었다.

이윽고 길 끝에 신사의 등불 빛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메부키는 드디어 답을 냈다.

"……그렇네, 올해는 돌아가볼까. 파파도 기뻐할지도 모르고"

"……!?"

주변의 소녀들이 일순, 경직했다.

메부키는 의아해한다. 무슨 일 있었던 건가?

"메부……아빠를『파파』라고 불러?"

"……! 아, 아냐.『아버지』라고 불러. 아까는 말이 헛나왔어. 헛나온거야"

"맞네" "그랬군요……" "집에서는, 분명" "파파라고……"

방인들이 작은 목소리로 속닥거리기 시작했다.

메부키는 새빨개져서는 반론했다.

"아, 아니라니까!!"



결국 메부키는 하루만 귀성하기로 하여 몇 달만에 친가로 돌아왔다.

돌아왔다고해서 극적인 일이 있는 건 아니다. 거창한 환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버지와 얘기하는 것도 아니다. 메부키도 아버지도, 말수가 많은 성격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메부키의 방인으로서의 생활은 대사로부터 보고를 받아 아버지도 자세히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단 한마디, 딸에게 이렇게 말했다.

"축하한다, 메부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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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뒤는 내일. 앞으로10쪽. 근데 파파의 파트가 적다 ㅅ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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