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번역]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3: xvi 부상하다

말카도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4.20 15:11:01
조회 727 추천 35 댓글 4
														





3: xvi

부상하다



거의 몇 달 동안 사용된 바 없는 화물용 엘리베이터가 생텀 아래 수 킬로미터 깊이의 저장용 벙커에서 생텀까지 올라가는 데는 20분 가까이 걸린다. 한때 엘리베이터가 오르는 층마다 은하계를 정복하기 위해 생산됐던 빛나는 전쟁 기계들과 군수품들이 늘어섰었다. 지금은 적막감이 광도는 광활하고 쓸쓸한 공간일 뿐이다. 공성전의 수요를 감당하며, 황궁의 지하 창고와 예비품 저장고는 텅 비빈 채다. 전쟁 때문에 지하 창고들이 텅 비었고, 테라에 거하는 모든 인류를 수용할 만한 광활하고 어두운 락크리트 구획이 남았을 뿐이다.


수용할 생각이 있었다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았을 것을.


엘리베이터는 마침내 도착한다. 덜컹대는 소리와 함께, 무기의 방에 연결된 발전소와 인접한 분산소에 이른다. 한때 무기를 운반하던 버려진 화물 차량과 외골격 수송기를 제외하면, 방 안은 텅 비어 있다. 전쟁에 바치던 그 도구들의 노력은 이제 끝났고, 흡사 오크 야수를 연상시키는 형체가 버티고 서 있을 뿐이다.


호박색 경고등이 잠시 깜빡인다. 삼단으로 빚어진 엘리베이터의 해치가 윙윙대며 열린다. 코로누스 반중력 장갑차가 바닥으로 움직인다. 조용히 먼지의 소용돌이가 인다. 다른 때 같았으면 이 장갑차의 도착을 감지한 보안 센서가 경보를 발령하고, 파수대원들이 조사에 나섰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도 오지 않는다. 존은 그 이유를 확신하지 못한다. 알파 리전 군단병이 자동화된 보안 시스템에서 자신들을 감추기 위해 악성 코드를 뿌린 것인지, 아니면 더 이상 감시자들이 없기 때문인지. 둘 중 무엇이 더 불안한 일인지도 확신할 수 없다.


군단병은 장갑차를 정차한 뒤 동력을 끈다.


“이걸 버리는 겁니까?”


도젠트 크랭크가 묻는다. 그는 처음 본 순간부터 중장갑과 중무장을 갖춘 장갑차가 마음에 들기 시작했던 모양이다.


“하부 생텀의 주 통로는 이 정도 크기 차량을 수용할 너비가 될 텐데요.”


이번엔 악타이다. 존은 그녀를 바라본다.


“글쎄요, 우리가 예고 없이 도착해서 문을 두들기는 것을 그분이 썩 마음에 들어 할 것 같진 않네요. 장갑차까지 끌고 간다면 더더욱.”


존과 페크가 먼저 하차한다. 존은 자기 잡화 가방을 어깨에 두른 채다. 인근 발전소에서 울리는 초저주파 고동을 느끼면서, 생명의 흔적을 찾아 장갑차에서 멀어진다. 순환 프로세서가 멈추거나 절전 상태에 들어갔는지, 공기가 탁한 죽음의 느낌이다.


“생텀이군.”

“분산소 번호 6-9-6지.”


페크가 답한다.


“옥좌실까지 도보로 약 90분 거리다.”


존은 텅 빈 곳 위에 드리운 먼지를 바라본다. 얼굴과 늑골은 여전히 아프다. 입과 턱 위에는 딱지와 멍이 앉아 있다.


“제가 생각한 황궁과는 다르네요.”

“여긴 정비 구역일세, 존. 다용도 공간이란 소리지. 생텀의 영역에 본격적으로 들어서는 곳들은 제법 웅장하네. 아마 실망하지 않을 걸세. 더 정확히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겠지.”

“비꼬는 거였습니다, 페크.”

“아.”

“그럼 당신은 봤습니까? 그러니까 그, 뭐냐… 공식 공간들을?”

“엿본 셈이지. 일부만큼이지만.”

“빌어먹을 히드라 같으니, 뭐든지 다 들여다보는군요? 아닙니까?”

“우리가 빚어진 목적을 다하는 걸세.”

“경의를 표해 드리죠, 페크.”


존은 잡화 가방을 내려놓고 가방 안의 내용물을 뒤진다. 모든 것이 그대로 들어 있는지 확인한다.


“당신이 하겠다고 공언한 대로 정확히 해냈네요. 우릴 기어이 생텀으로 들여보냈어요. 은하계의 절반이 그렇게 하려고 시도하다가 실패하고 있는 판인데 말입니다. 심지어 그 강대하고 재능 넘치는 프라이마크들조차 실패하고 있는데. 멍청한 루퍼칼은 알파 리전에게 돈을 냈어야 했어요. 에르다가 그래서 당신을 우리에게 보낸 거군요.”

“그런 것 같군.”

“어쨌든.”


존은 멍든 늑골 위를 문지르며 움찔거리면서 일어났다.


“고마워요. 진심입니다. 당신 없었으면, 절대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예요.”


존은 전우애에 가까운 애정 어린 손짓으로 알파 리전 군단병의 흉갑을 가볍게 두드린다. 그리고 그의 손이 멀어지며, 무언가가 흉갑 위에 남는다.


“그대로 움직이지 마요, 잉고. 근육 한 조각도 꿈틀거리지 말란 소립니다.”

“뭘 한 거지, 존?”


존이 급하게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다 댄다.


“내가 당신이라면 말도 꺼내지 않을 겁니다. 진지해요. 설정이 끝난 터라 동작에 아주 예민하거든요.”


페크는 흡사 동상처럼 얼어붙는다. 버려진 외골격 수송기처럼 굳은 채다. 그의 갑주의 운영 체제는 존이 한 짓을 이미 알아차린 모양이다. 흉갑에 흡착된 근접 지뢰에 작고 붉은 룬이 깜빡거린다.


“내 수완이 항상 좋았다고 했죠, 그 수완 좀 부려 봤습니다.”


존은 움직이지 않는 거인에게 말한다.


“당신이 말한 대로, 이 게임에서 빠지게 해 주죠.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저건 터질 겁니다. 그러니까 제발 움직이지 말아요. 당신이 죽는 건 원하지 않으니까. 그냥 거기 꼼짝 말고 있어요. 완전히 굳어 있으라고요. 당신네들이 그럴 수 있는 거 잘 압니다.”


허리를 굽힌 존은 집어 든 가방에 다시 손을 뻗는다. 다른 이들이 장갑차에서 나오고 있다.


“저 장갑차 보관함에서 찾은 물건입니다. 볼트볼버와 같은 곳에 있더군요. 아마 당신네가 남겨 둔 무장함 중 하나겠죠. 그러니까 이제 가만히 있어요. 나머지 난장판은 내가 처리하죠.”


존이 장갑차를 향해 걸어간다. 다른 이들 모두가 하차한 채다. 오랜 동반자였던 올, 그리고 리투와 악타이까지. 마법사는 호기심을 담아 눈먼 머리를 갸웃대며 존에게 향한다.


“대체 무슨 일이죠?”


그녀가 묻는다.


“알파리우스가 뭐 하는 건가요? 대체 왜-”


존은 그녀에게 다가간다. 가방을 떨어뜨린 순간, 왼손에 쥐어진 사이킥 댐퍼가 드러난다. 손목 튕김 한 번에 포드의 뚜껑이 열린다. 존은 이를 악물고 대비한다. 악타이는 대비가 없으리라. 그리고 어차피 대비한다 해도, 고통스러울 것이다.


악타이는 순간 비명을 지르며 한쪽 무릎을 꿇은 채 머리를 쥐어뜯는다. 존은 부드러운 푸른 빛을 최대한도로 내뿜고 있는 댐퍼를 악타이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내려놓은 뒤 한 발짝 물러선다. 그의 오른손에 쥐어진 볼트볼버가 악타이의 머리를 직접 겨눈다.


가만히 있으쇼.”


존이 말한다.






존 그라마티쿠스의 마지막 도박.

추천 비추천

35

고정닉 1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64 설문 비난 여론에도 뻔뻔하게 잘 살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6/03 - -
317388 공지 웰컴 에오지 4.0 입문회 안내 [6] 오거아저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5.28 1018 22
275853 공지 8판) 갤러리 이용 가이드 [17] 코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0.05 7169 8
273434 공지 신문고 [4] ㅇㅇ(106.101) 23.09.23 5913 1
212300 공지 블랙라이브러리 [1] 사서(218.147) 23.01.11 33277 51
245066 공지 블붕이 필독서) 당신이 한번쯤 생각해봤고 자주 나오는 질문. [69] 메카보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5.12 14115 132
211431 공지 대문 보관소 [9] 팝콘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1.06 11549 19
218127 공지 햄봉산 번역 모음글 모음 [2] 팝콘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2.14 12704 14
1 공지 블랙 라이브러리가 뭔가요? [3] 플레이모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8.21 25076 56
318934 일반 근첩들이 좋아하는 챕터 뭐있음? ㅇㅇ(118.235) 09:27 1 0
318933 비디오 카니펙스?를 주먹으로 줘팸 해버리네 ㅋㅋㅋ [8] SongYat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40 122 1
318932 일반 아스타르테스가 유독 마음에드는이유가 [1] ㅇㅇ(118.220) 08:36 51 0
318931 모형/ 칠하고 있는 블가 보고가셈 [6] Ranesta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34 54 1
318930 일반 생각해보면 GW은 나치 우웁씹 하기엔 업보가 씨다 [6] 스피릿스톤(118.235) 08:18 116 0
318929 일반 조이토이가 워해머판권 산게 신의한수인듯... [2] 스피릿스톤(121.133) 08:18 69 3
318928 일반 스마가 어떤느낌인지 보고싶으면 아스타르테스가 가장 이상적인듯? [2] 스피릿스톤(58.76) 08:05 57 1
318927 공식 스페이스마린2 공식 트레일러 [2] Ranesta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41 145 1
318926 외부발 혐오주의)슬라네시 뿅 충만한 작가 발견함 [3] 스피릿스톤(175.201) 07:29 317 10
318925 일반 아바돈을 보면 강유가 생각남 [1] 대도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49 101 0
318924 일반 스마2 9월 9일 출시 ㅇㅇ(219.254) 06:24 55 0
318923 모형/ 그나 코덱스가 워햄 공홈에서 사라짐 [3] ZenonGrayhawk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45 176 0
318922 일반 워마스터가 돌고 도는 방식이었다면 어땠을까? a아아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9 46 0
318921 일반 나이30먹고 피규어사기가 쪽팔린다 [2] ㅇㅇ(118.220) 04:46 114 0
318920 모형/ 내 기술의 정점 ㄹㅇㄹㅇ. [3] ㅇㅇㅇ(211.251) 04:40 111 1
318919 일반 던칸 형아 블레기 칠해주셨다!!!!!!!!!!!!!!! [3] Ranesta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7 94 3
318917 일반 아바돈을 깔 때는 역공받지 않도록 조심해야함 [3] 스피릿스톤(203.226) 03:35 101 0
318916 일반 원본-오마쥬-오마쥬의 오마쥬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4 116 0
318915 일반 닼타 미니어쳐 땡기네 naksimus(121.124) 02:22 49 0
318914 일반 왜 비슷한 헬멧인데 HabsBurge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20 128 0
318913 일반 "당신이 프라이마크요?" [11] C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46 868 24
318912 모형/ 오-도 [2] 좀비소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23 99 4
318911 질문/ 마린들 이건 뭐라고 부름? [6] 스피릿스톤(218.146) 00:54 302 0
318910 일반 우리나라에서 파는 좆병신같은 사기영양제들이 진짜면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50 143 1
318909 질문/ 문득 든 생각인데 [1] 스피릿스톤(119.199) 00:50 45 0
318908 일반 조이토이 다음꺼 중에 블엔 있는듯? [14] 워드베어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42 209 0
318907 질문/ 익스티미누스인가 익스터미스트림인가 행성정화 그거 뭐냐 [4] ㅇㅇ(211.243) 00:35 120 0
318906 일반 행성총독이 절대 편한 위치가 아닌이유 [1] 스피릿스톤(110.70) 00:24 155 1
318905 일반 젠취 컬러로 푸른색말고 청록색은 에바인가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14 130 1
318904 일반 소설로 보는 스페이스마린 스피드 설정 [15] BlackTemplar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10 646 13
318902 일반 비인기군단은 왜 안끌릴까?? [2] ㅇㅇ(118.220) 06.07 110 0
318901 일반 갑옷 배색 너무 쌈마이 한거 같은데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7 146 2
318900 일반 근데 반사르 stc 별거 아닌거 같음 [1] ㅇㅇ(114.199) 06.07 123 0
318899 일반 행성총독들 반란일으킬 이유가 없지않나 [14] ㅇㅇ(110.10) 06.07 283 2
318898 외부발 평화와 화합 [2] 스피릿스톤(61.84) 06.07 151 5
318897 일반 조이토이 프라이마크중에서 딱 하나 고르자면 [15] 스피릿스톤(121.133) 06.07 191 2
318896 질문/ 아바돈 심리 상태가 이거냐? [4] 스피릿스톤(211.108) 06.07 238 0
318895 일반 좋아하던 선임(여자) 카오스에 타락해 온다면 [4] 스피릿스톤(39.127) 06.07 309 0
318894 일반 조이토이에서 황제도 출시했으면 좋겠다... [5] 스피릿스톤(121.133) 06.07 205 0
318893 비디오 스망2 멀티 마린 커스텀 가능함? [5] 스피릿스톤(119.70) 06.07 93 0
318892 모형/ 컴퍼니 히어로즈가 진짜 혜자킷임 [5] 장래희망드넛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7 222 2
318891 질문/ 현상금 사냥꾼 브루너 blood 삼부작 번역본 본 사람있냐 [1] 스피릿스톤(222.98) 06.07 82 0
318890 일반 옴니시아에 대해서 [2] 대롱아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7 91 1
318889 일반 유동닉 변경은 [4] DAWI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7 131 0
318887 일반 로갈돈은 인위트 출신이잖아 [7] 코르파에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7 573 14
318886 일반 단티오크 헬멧 볼때마다 얘가 생각남 [5] G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7 540 11
318885 일반 워프에 진짜 옴니시아도 있을까? [13] Minute-me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7 200 0
318884 일반 사린 미니어쳐화 됐는데 의자였으면 좋겠다 [1] ㅇㅇ(58.233) 06.07 99 0
318883 질문/ 소드브레스런 같은 혜자 킷 더 있습니까!?!? [8] 스피릿스톤(125.179) 06.07 105 0
318882 일반 기계교가 반사르 가문 STC 입수하면 진짜 좆되긴 하겠다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7 290 1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