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iv

여덟 침입자

말카도르의 선택받은 자, 칼리드 하산이 억제실에 발을 들인다. 이럴 시간이 없다고 여기지만, 오르스코드(Orskode)로 된 보안/침입자 경보가 울렸기에 어쩔 수 없다. 그래서 크산투스에게 주어진 임무를 맡겼지만, 무언가 잘못되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 계속 치민다. 물론 진정 크산투스를 전적으로 신뢰하지만, 인장관이 종착점 표식이 붙은 사고 파일을 넘긴 것은 분명 자신이다. 그렇기에 그의 주인의 소망을 거스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느낌이 치민다.

억제실은 옥좌실에서 도보로 30분 거리에 있는, 금과 유리로 빚어진 별관이다. 공식적으로는 자매단의 관리에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쿠스토데스의 관할에 속하는 영역이다. 생텀 구역에만 46개에 이르는 억제실이 있고, 헤게몬 구역에는 9개가 설치되어 있다. 발을 디딘 순간, 하산은 인공적으로 빚어진 공허의 공간에서 발하는 힘이 콧등을 자극하고 귀 아래를 누르는 것을 느낀다.

감시자 자매(Sister Vigilator) 모지 도도마(Mozi Dodoma)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손목을 지팡이처럼 세워진 양손검의 긴 코등이 위에 얹은 채다. 거의 그녀의 키만큼이나 거대한 검이다. 그 옆에는 헤타이론 동행대의 파수대원, 이오스 라자(Ios Raja)가 서 있다.

“침입자가 발생했다고 했습니까?”

“몇 되는 것 같소.”

라자가 대답한다. 비록 도도마가 같은 말을 수어로 전하고 있지만 말이다.

“겁에 질린 귀족 몇 놈이 보안 구역을 뚫은 것인지?”

“외부인이오.”

라자가 다시 도도마의 능숙한 수어에 끼어든다. 도도마가 라자를 응시한다.

“사과드리오, 감시자여.”

외부인들을 영예의 전당 근처에서 체포했습니다. 도도마가 수어를 보낸다. 대검을 쇄골에 기댄 채다. 쿠스토데스가 그들을 확보했지만-

“잠깐만.”

하산이 끼어든다.

“외부인이라고 하신 겁니까?”

그렇습니다, 선택받은 자여.

“용서하십시오, 하지만 지금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절대 불가능한 일 아니었습니까?”

그래서 그대를 소환한 것입니다. 다시 수어가 오간다. 이런 보안 위배 상황에서는 최선임자의 권위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게 나겠군, 하산은 생각한다. 황궁에서, 옥좌실 밖에서, 최선임자의 권위는 지금 그의 손에 있지 않던가.

“보여주십시오.”

하산은 두 사람을 좇는다. 장갑화된 유리로 지어진 연결문이 쉿 소리와 함께 열린다. 번쩍이는 금빛 벽이 수정처럼 빛나는 디아만틴 바닥에 비친다. 내부의 공기는 차갑고, 공허장이 뿜어내는 기운은 더 강해진다.

여덟 침입자입니다. 도도마는 걷는 동안 수어를 보낸다. 저희 판단에 따르면 네 명의 일반인, 두 명의 사이커, 서비터 하나, 아스타르테스 하나입니다.

“하지만 그 기원이 모호하오. 내 판단으로는 잡종이거나 어떤 변형이라 해야 할 것 같소. 어쩌면 비물질적인 변형이 이뤄진 것인지도 모르고.”

“어느 군단입니까?”

라자의 말에 하산이 묻는다.

군단 소속이 아닙니다.

“그건 절대 불가능한 일 아닙니까.”

“최소한 내 추정은 그러하오.”

“이 자들은… 반역자입니까? 첫 파의 첫 돌파구를 낸 존재들인지요? 전진 정찰대원이-”

도도마의 손이 빠르게 움직인다. 우아한 수어가 더 단순한 전투 수어로 바뀐다. 그 손짓이 담고 있는 의미는 간단하다 : ?

내부 구획의 핵심부는 화려한 사이큐리움 프레임을 바탕으로, 공진하지 않는 수정으로 지어진 구역들의 고리다. 하산은 여덟 유리 상자 안의 형상들을 본다. 불투명한 수정 재질 때문에 실루엣이 보일 뿐이다. 하산은 내부 구획의 억제 시스템이 최대치에 이르렀음을 기록한다. 긴 유리 테이블 위에 검사 대상인 물건들이 놓여 있다. 사이버-스컬(Psyber-Skull)들이 그 위를 호버링하며 수염처럼 가느다란 광선을 발해 조사하며 정보를 처리한다.

하산은 탄창과 파워 셀이 제거된 무기들을 본다. 대부분 정규군용의 무장이다. 불가해한 설계의 볼트볼버를 본 그의 시선이 볼트 피스톨로 향한다. 금선으로 새겨진 손잡이, 그리고 측면에 장착된 조준경. 오래된 디자인이다.

“포보스 패턴 같은데.”

하산이 중얼거린다.

“아니, 정확히는 M-67-7 통합 형식의 자동 볼터요. 제국 표준보다 오래된 물건이지.”

낡은 물건입니다. 도도마가 동의를 표한다.

“골동품이나 다름없소.”

라자의 말을 들으며 하산이 볼터를 집어 든다. 너무 무거워서 양손을 다 써야 한다. 군단 표식도, 지정 도장도, 시리얼 번호도 없다.

“어떤 군단이 이런 무기를 사용했습니까?”

조심스럽게 볼터를 내려놓으며 하산이 묻는다.

도도마는 다시 수어를 그린다. ?

“그리고 이… 아스타르테스는… 인장이 없단 말이고요?”

“전혀.”

라자가 답한다.

“갑주 형식도 고풍 그 자체요. 흉갑에 LE 2라는 표시만 쓰여 있더군.”

그리고 이것도 들고 있었습니다. 도도마가 수어를 전한다.

총 옆에는 지저분한 가방 몇 개가 놓여 있다. 사이버 스컬이 소형 메카덴드라이트와 신근 탐침으로 조심스럽게 하나씩 포장을 풀어 내린다. 하산은 그 짐 속에서 카드의 덱을 알아본다. 수작업으로 만든 낡고 닳아있는 카드다. 하산은 위에 있는 카드부터 한 장씩 뒤집어 일렬로 늘어놓는다. 플라스카드 위에 간단하게 새겨진 타로카드다. 불화를 가리키는 어릿광대, 눈, 위대한 대적, 부서진 세상, 미로의 길, 역방향으로 놓인 옥좌, 잔해, 달, 순교자, 괴물, 벼락의 탑, 그리고 황제까지. 모두 주 아르카나에 속한 카드다. 하산은 마지막 카드를 뒤집는다. 어둠의 왕.

“형편없는 판본이군.”

라자가 논평한다.

“뭐 별것은 아니군요.”

하산이 대꾸한다. 하산은 이 타로를 안다. 공식적으로는 저속한 미신 취급을 하며 눈살을 찌푸려야 하는 대상이지만, 하산은 제국 곳곳에서 다양한 변형의 아르카나에 따른 타로가 널리 쓰임을 안다. 또한 인장관이 때때로 개인적인 시간에 타로를 보면서 그 결과에 큰 신뢰를 보냈음 역시 알고 있다. 더불어, 인장관이 활용한 타로를 디자인한 것은 바로 그분으로 추정된다는 것 역시 알고 있다. 하지만 하산은 황제 폐하께서 무엇 때문에 스스로를 낮춰 그런 난해한 관습에 관심을 기울이셨는지를 상상할 수도 없다. 하산은 이 조잡한 카드가 말카도르의 액화 수정 웨이퍼로 된 카드의 디자인과 유사하다는 것에 충격을 받는다. 타로는 어디에나 있지만, 그 형태는 매우 다양하다. 어쩌면 인장관의 개인 덱에서 복제된 것일지도 모를 카드들이다.

그가 마지막으로 뒤집은 카드 때문에, 하산은 불안해진다. 지금 저 상징이 담고 있는 최근의 우려에 대해 잘 알고 있기에.

하산은 유리 위에 놓인 다음 물건을 살핀다. 원시적인 돌칼이다.

“이 빌어먹을 건 대체 뭡니까?”

하산이 붇는다.

“나도 모르겠소. 하지만 신경이 쓰이는군.”

라자가 답한다.

“침입자들이 체포에 저항했습니까?”

하산은 도도마와 동행대원을 바라보며 묻는다.

“아니오. 비록 숨어 있고, 발각되지 않으려 애를 썼지만, 저항하지는 않았소.”

“왜 여기 있는지에 관해서는 설명했습니까? 변명이나, 정당화를 했다거나? 그들이… 뭐랄까, 요구 같은 게 있었습니까?”

딱 하나 있었습니다. 도도마가 수어로 답한다. 그리고 그게 그가 말한 전부입니다. 권위 있는 사람과의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확실합니까?”

그들의 지휘자가 반복해 요청하더군요. 비록 침착하고 대립을 피하려는 자세였지만, 이것만큼은 격렬히 요구해 왔습니다.

“지휘자라고요? 지휘자도 있었단 말입니까?”

하산이 묻고, 도도마는 그를 수정 감옥 중 하나로 이끈다.

여깁니다. 그녀가 수어를 보낸다.

하산은 벽면의 금색 다이얼을 조정하고, 곧 수정의 색이 옅어진다. 한 남자가 그를 응시하고 있다. 나이 든 남자다.

아니, 이건 나이 든 게 아니다. 닳았다고 해야겠군. 하산은 그렇게 판단한다. 지저분한 옷은 색이 바랜 채다. 전직 군인으로 보이는 평범한 남자다. 피부는 야외에서 햇빛에 오래 노출된 것인지 지저분하게 풍화된 채다. 하산은 그런 기억이 언제인지도 모를 지경이다. 그저 제국 정규군을 확대하고 방어벽을 지키기 위해 끌려온 수십억의 징집병 중 하나에 불과한 존재로 보일 뿐이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기이한 힘과 의도, 그리고 두려울 지경의 엄숙함이 새겨져 있다.

남자의 입이 움직인다. 하산이 다른 다이얼을 돌려 볼륨을 높인다.

“반복하오.”

남자가 말한다.

“나는 올라니우스 페르손이오.”

감옥에 설치된 복스 스피커가 그의 목소리를 전해 온다.

“권위 있는 사람과의 면담을 요청했다고 들었습니다만?”

“그건 내가 한 말과 전혀 다르오.”

하산의 물음에 남자가 답한다.

“아, 제가 듣기로는-”

“나는 당신들의 지도자에게 데려다 달라고 청했소.”

남자가 말한다.

“그분을 만나게 해 주시오.”

늦었다. 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