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xxvi 고참병의 일격

나무줄기나 다름없는 사지가 뻗어 테인을 옆으로 후려친다. 허공을 난 테인은 열린 문 중 하나에 부딪혀 경첩을 깨부수며 바닥에 나가떨어진다.

놈이 그들을 향해 다가온다. 등을 굽혔는데도 터널을 아슬아슬하게 지나칠 정도다. 거대한 사슴뿔을 연상시키는 가지 돋은 뿔이 천장을 긁으며 날카로운 소리를 낸다. 창백한 네온처럼 선명한 호박색 빛을 발하는 눈빛이다. 놈은 거대한 나무줄기 같은 사지를 뻗어 바닥을 긁으며 동굴 탐험가마냥 앞으로 나아간다. 손가락만 여덟 개가 달린 손 크기만 해도 다 자란 성인 남성만큼이나 거대하다. 염소처럼 생긴 거대한 주둥이가 숨을 내쉴 때마다 침과 증기로 빚어진 구름이 생길 지경이다. 두툼한 자주색 입술과 끌처럼 생긴 더러운 이빨이 솟은 너머로 다른 이빨들이 줄지어 있고, 그 이빨의 줄 뒤에 또 다른 줄들이 뒤잇는다. 톱니처럼 생긴 물고기의 이빨, 악어의 가시 같은 이빨, 해저 포식자들의 반투명한 이빨까지 수많은 이빨이 뒤따른다. 거의 탑승용 경사로만큼이나 두꺼운 푸른 고깃덩어리 혀가 보인다.

테인은 불생자가 문을 지나치기 반 초 전에 굴러서 문을 벗어난다. 이미 테인에게 부딪히며 손상된 두 문이 금박처럼 구겨지며 틀에서 떨어져 나간다. 장식틀이 창처럼 들이밀어진 뿔에 걸리며 무너져 내린다. 거대한 머리와 어깨가 문틈으로 빠져나온다. 앞으로 뛰쳐나온 팔이 그대로 땅을 긁어낸다. 거대한 손에 달린 더럽고 갈라진 발톱이 빛나는 우슬릿 판을 깊숙이 파고들어 깊고 평행한 홈을 파낸다. 몰웨와 데메니가 뒤로 주춤거리며 물러선다.

하지만 베렌돌은 아니다. 그는 놈의 정면으로 뛰어든다. 그가 대검을 휘두른다. 거의 느릿하고 게을러 보이기까지 한 동작이다. 하지만 그의 검은 순식간에 불생자의 양 팔둑에 길고 야만적인 상처를 남긴다. 솟구친 피가 바닥을 뒤덮고, 지저분한 터럭과 거미 다리에 돋은 것 같은 털들을 사방에 흩어낸다.

불생자가 다시 울부짖는다. 놈은 더듬대며 베렌돌을 잡아채려 든다. 베렌돌은 흐느적대는 거대한 손을 피해 엄지 아래에 깊은 상처를 낸다. 그리고 놈의 이두근에 해당할 부위에 더 깊은 상처를 낸 베렌돌은 그대로 포효하는 놈의 얼굴까지 다가가 뺨과 이마를 난도질한다. 놈이 아트리움에 완전히 몸을 들이기 전에 죽여야만 한다. 놈의 거대한 몸집은 지금 좁은 유지보수 터널에 붙들려 눌린 채다. 만약 놈이 몸을 완전히 빼내면, 높은 아트리움에 우뚝 서게 될 것이다.

베렌돌의 대검이 다시 놈의 주둥이와 이마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쏟아지는 핏속에서 눈이 먼 놈의 거대한 머리가 홱 튀어나온다. 놈의 주둥이가 베렌돌을 물어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