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xiii 유일한 논리적 귀결

"선택받은 자여?"

하산은 스스로에게로 다시 집중을 돌린다. 라자가 기다리고 있다.

"어떻게 평가하나?"

라자가 묻는다.

하산은 대학살의 세부 사항에 집착하지 않으려 애쓰며 펼쳐진 전경을 바라본다. 사물들을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이 도시를 잘 안다. 이 도시는 그의 영역이고, 광대할지라도, 지도 없이도 도시의 구석구석 전부를 안내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도시는 제대로 구성되어 있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근본적인 손상과 계획에 따른 변화, 그리고 파괴로 인한 지평의 변화를 제하고서도, 최후의 요새는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다. 식별할 수 있는 경계가 옮겨졌거나 잘못 배치된 것처럼 보인다. 정확한 위치에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선택받은 자여?"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부탁합니다."

불안정한 목소리로 하산이 답한다. 다시 전경을 살피던 하산은 다음 순간 한 지점을 짚는다.

"안식처입니다."

하산이 말한다.

"인장관의 탑 말인가?"

라자가 묻는다.

하산은 고개를 끄덕인다. 거의 보이지 않을 지경의 낡은 탑이 저기 있다. 그가 기대한 곳과는 조금 다른 위치로 보이지만, 분명 저기 서 있다. 그가 지금 있는 곳에서는 지독히 먼 곳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제 주인의 개인 도서관이자 데이터의 집적소였지요. 아주 방대합니다. 개인적인 수집품들은 전부 저 탑 안에 보관하셨지요. 크산투스라면 저기로 갔을 겁니다."

"확실한가?"

라자가 묻는다.

"아니면 그냥 추측인가?"

하산은 동행대원을 바라본다.

"선택받은 자들에게는 말입니다."

하산의 말이 이어진다.

"저곳이 가장 선호되는 곳이었습니다. 저희는 저희 주인이신 섭정을 뵙기 위해 자주 저 곳으로 향했습니다. 계획을 짜고, 사적으로 국정을 논의하는 곳이었지요…"

그의 말이 멈춘다. 너무도 많은 기억들이 갑작스럽게 떠오른 탓이리라.

"그곳은 안전한 곳이었습니다."

하산이 말한다.

"안전한 곳은 없다."

라자가 대꾸한다.

"물론 그렇습니다."

하산이 답한다.

"하지만 크산투스라면 거기 갔을 겁니다. 다른 어떤 데이터 시설보다도 가깝고, 자원도 상당히 쌓여 있는 곳이니까요. 저희가 아는 상황을 고려할 때, 그곳이 유일한 논리적 귀결입니다. 크산투스는 포를 거기 데려갔을 겁니다."

본능에 따른 판단입니까? 이레가 수어를 보낸다.

"본능 그 이상이지요. 저라면 그렇게 했을 겁니다. 아니, 선택받은 자라면 누구나 그렇게 했을 겁니다."

도보로 갈 수는 없습니다. 리디가 수어를 보낸다.

라자는 현창으로 돌아선 채 선택지를 고려한다. 하산은 동행대원의 머릿속에 맴도는 수많은 해결책이 보이는 듯 싶다. 철저했던 피의 시합 속에서 얻어낸 경로와 변수들이다. 직접적인 접근, 지하로 내려가 깊은 곳의 행진로를 따라가는 방법, 간선로를 따라 우회로를 찾는 방법까지-

라자가 갑자기 하산을 현창에서 끌어낸다. 무엇에도 굴하지 않는 레기오 쿠스토데스의 전사가 불안 속에 뒷걸음질을 치는 모습을 보다니, 하산의 삶에서 가장 두려운 순간이나 다름없다. 그 전사가 공포에 질린 채라니.

하산은 다음 순간 탑이 흔들리는 것을 느낀다. 지진의 느릿한 박동이 느껴진다. 다음 순간, 하산은 그것이 발자국 소리에 불과할 수 있음을 느낀다. 세 번째 거인의 발자국이 내딛어진 순간, 현창의 장갑 유리가 쩍 갈라진다.

라자는 하산을 지휘실 출구로 이끈다. 자매단원들이 그 발치에 바짝 붙는다. 그들이 해치를 통과한 순간, 하산은 뒤를 돌아본다. 순간적으로 창문 너머로 지나치는 그림자가 보인다. 9층 높이에 달하는 어떤 거대한 괴물이 탑 바깥을 터벅터벅 지나가고 있다. 임페라토르급으로 보이는 전쟁 기계다. 하산은 현창을 들여다보는 놈의 눈을 본다. 하산은 어린아이의 장난감 집 창문을 어른이 허리를 굽혀 들여다보는 순간 인형이 느끼는 기분을 느낀다.

놈은 타이탄이 아니다.

다음 순간, 모두가 복도를 따라 도망친다. 아스타르테스들도 함께다.

그들의 뒤로, 석조 구조물이 무너지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