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W AND ARROW에 대해 질문하겠습니다. 요네즈 씨는 원래부터 메달리스트 원작 만화 팬으로, 애니 주제가를 작곡하는 걸 요네즈 씨가 직접 타진했다고 하던데요?

네. 무슨 계기로 만화를 읽었는데 너무 재밌어서. 엄청 재밌는 만화가 시작됐구나 싶었는데 애니화를 한다는 얘기를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됐어요. '하고 싶습니다'라고 직접 말을 한 게 계기였습니다.

메달리스트의 어떤 점에 매력을 느끼셨나요?

메달리스트는 피겨 스케이트를 축으로 코치와 제자의 관계성이 그려지는데, 딱히 감정적인 일을 상기시키는 측면이 없는 장면도 아무튼 울컥하게 만들 거든요. 초등학생이 한결 같은 마음으로, 목표를 향해서 열의를 가지고 노력하는 자세나, 우정을 키워나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뭉클해진다고 할까요? 엄청난 존귀함이 느껴집니다. 

나는 이 만화를 읽을 때 코치의 시선으로 읽습니다. 아마 내가 10대, 20대 시절이었다면 학생 쪽에 공감하면서 읽었을 텐데 말이죠. 이 만화를 읽으면서 내 시점이 변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나는 권력을 가진 쪽이 되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런 사실을 깨닫게 만들어준 만화이기도 합니다. 그런 일도 있어서 나라면 이 작품을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곡을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직감이 있었습니다.

애니 제작진 쪽에서는 어떤 말이 있었나요?

곡을 만들기 전에 의견을 주셨는데 피스사인 같은 경향의 곡을 만들어 주면 좋겠다는 제안이 있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그럼 이 곡은 피스사인에 대한 대답이랄지, 그 연장선상에 있는 노래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애니메이션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의 곡으로 만든 피스사인은 아이들이 아이들인채로 열정을 가지고 나아간다는, 아이들 시선으로 만든 곡이었죠. 대조적으로 이번에는 그 아이들을 받쳐주는 쪽, 밀어내는 쪽의 시점으로 작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타이틀 BOW AND ARROW. 즉 활과 화살입니다. 메달리스트의 스토리를 알고서 곡을 들은 사람은 다들 이게 코치 츠카사와 제자 이노리의 관계성을 상징하고 있다고 알아차리겠죠. 이 활과 화살의 모티브는 바로 떠올린 것인가요?

사실 곡의 제목을 결정한 게 원 코러스를 녹음하고 난 다음이었습니다. 따라서 처음 단계에서는 전혀 없었던 모티브였습니다. '손을 놓아'라는 가사에서 연상한 것인데, 그 근본이 무엇인가 하면 역시 기울어진 권력입니다. 교사와 학생도 괜찮고, 부모와 아이라도 괜찮습니다. 비호하는 쪽과 받는 쪽이라는 관계성을 내 나름대로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고민했죠. 그렇게 손을 놓는다는 게 굉장히 중요한 일 아닐까 싶었습니다.

어째서죠?

부모가 아이한테 강한 의존을 할 것을 강요하는 관계성이 있잖아요? 이건 예가 좀 다를지도 모르지만, 어릴 때부터 모태 신앙을 갖고 자란 분이 어린 시절에 자기가 열의를 가지고 열심히 해서 과제를 클리어 해도 '기도를 했으니까 그렇게 된 거야'라고 하느님 덕분이라는 식으로 회수되는 게 진짜 싫었다고 말했던 걸 들은 기억이 있어요. 그런 게 아니라, 나는 나라는 것이죠.

부모의 비호 없이는 살아나갈 수 없다는 대전제가 있지만, 나는 부모인 당신의 부속품이 아니다. 성공은 직접 쟁취한 것이고, 혹은 실패를 하더라도 그건 직접 선택한 것이다. 실정이 어떻던 간에, 아이가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환경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걸 위해서는 비호하는 입장에 있는 사람이 손을 놓을 필요가 있죠. 나는 나고, 당신은 당신. 어린이인 당신은 나한테서 떨어져 자립하게 되는 법이라는. 그런 측면에서 '손을 놓아'라는 단어가 탄생했고, 이걸 통해서 제목을 연상했습니다. 활을 겨냥하고 화살을 당기면 긴장상태가 되죠. 모으고, 모아서 확 손을 놓으면 화살은 한없이 멀리까지 날아갑니다. 그 관계성이 작품과 잘 들어맞을 것 같았어요.

그리고 이 곡은 가사가 라임을 많이 지키고 있습니다. A멜로디부터 '쿠츠와 요고레' '아메' '유메' '수아레'로 E 발음으로 라임을 지키고 있죠. 싸비에서는 '유케 유케 오이츠케나이 소쿠도데'로 역시 E발음으로 라임을 맞췄죠. E가 가진 추진력 같은 것이 곡 전체에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어떤 의도인가요?

중요한 한구절을 떠올리게 만들기 위해서, 그걸 제외한 모든 가사를 E로 맞추자고 생각했습니다. '분명 이 순간을 느끼기 위해서 태어난 거야/킷토 코노 토키오 칸지루 타메니 우마레테 키탄다'랑 '틀림없이 너의 눈부심을 누구나 깨닫게 되겠지/킷토 키미노 마부시사니 다레모가 키즈쿠다로' 이 프레이즈에 포커스를 맞춘다는 의도는 있었습니다. 라임을 집요하게 맞춰서 활을 겨누고 당기는 긴장상태를 만들고, '태어난 거야'로 해방하는 거죠.

방금 말씀하신 두개의 가사는 인상적인 부분인데, 왜 요네즈 씨한테 이 가사가 중요했나요?

여기는 만화로 따지면 양면 페이지 같은 느낌입니다. 양면 페이지에 등장인물인 츠카사의 대사가 두둥!하고 실려 있는 정경이라고 생각해요. '분명 이 순간을 느끼기 위해 태어난 거야'랑 '틀림없이 너의 눈부심을 누구나 깨닫게 되겠지'는 어디까지나 보내주는 입장의 미덕이거든요. 나아가는 존재와 멈춰있는 존재라는 이미지도 있었습니다. 

피스사인은 시점 자체가 고속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이 곡은 시점이 계속 멈춰 있고 바라보는 대상이 고속으로 움직이죠. 그 상대적인 스피드의 차이로 인해서 질주감이 생겨나면 좋겠다. 그런 이미지였습니다.

곡을 들은 느낌은 가벼움이 있는 동시에, 그야말로 메달리스트를 츠카사의 시점으로 읽는 듯한 감각, 다시 말해서 소년소녀를 고무하고 보내주는 입장을 물려받은 의지 같은 게 있구나 싶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가벼워지고 싶다는 지향과 함께 책임감 같은 것도, 어른이 되면 될수록 커지는구나 싶습니다. 코끼리의 걸음처럼 누군가를 밟아버리는 건 아닐까 움찔움찔하게 되는 정신이, 책임감이 늘어나면서 서서히 변했죠. 어떤 의미로 예전에는 스스로 내포하고 있는 가해성에 복종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누군가를 짓밟을 가능성이 있다면, 쓸데없이 돌아다니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인간은 홀로 독립된 생물이자, 집단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이상, 아무도 상처 받지 않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가해성을 극한까지 배제하면, 오히려 누군가를 구할 여지까지 줄어듭니다. 모두가 눈쌀 찌푸리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이 오히려 훨씬 부자연스럽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어요. 주체성을 가지고 살면, 다른 주체와 충돌하는 일도 당연히 있죠. 도덕을 지키는 동시에, 나한테 중요한 부분은 어디까지나 나를 따른다. 뻔뻔하다고 하면 뻔뻔한 일이지만 '저주하고 싶으면 저주하세요'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나는 저주 받을 가치가 있는 인간으로 계속 살랍니다. 지금은 한참 그런 전환점에 놓여 있는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