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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소설)그리고 모든 증오가 시작되는 곳(140)-믿음이 중요하거늘

에이2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4.26 17:14:50
조회 2573 추천 42 댓글 28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projectmx&no=10229047&search_head=40&page=1(1~100, 외전)



[시리즈] 그리고 모든 증오가 시작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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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여러분들한테 말도 안 해주고 떠났다고요? 왜?"


거의 울기 직전으로 얼굴이 파들거리는 히마리에게, 시로코는 너무나 태연한 표정으로 대답한다.


"응,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야 했거든. 만약 너희들이 우리를 세뇌한다면, 우리는 선생님의 위치를 너희들에게 다 불어버릴 거 아냐? 그런 건 막아야 하니까."


"철두철미하네요.. 정말 눈물이 다 나올 정도로.."


성스러운 창을 두 번이나 소환했는 데도 선생의 머리카락 한 톨도 보지 못했다. 초천재병약미소녀해커의 이미지를 완전히 포기했는데도 불구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가져올 수 없었다.


"으으... 왜 이런 시련이 이 가련하고 병약한 미소녀에게 닥치는 거지? 신도 너무하시지..."


"아무튼 너희들 말이 전부 사실이라면.. 우리는 삽 한 번 밑바닥까지 제대로 파버린건데..."


그리고 시로코는 고개를 돌려 쌍둥이를 쳐다보았고, 모모이는 곧바로 변명하듯 목소리를 높였다.


"아, 아니! 죽이겠다고 했다니까?! 아비도스로 간다고 말까지 했어! 그런 소릴 듣고 가만히 있으면 그게 더 이상하지!"


미도리 역시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자기 언니의 말을 거들었다.


"일단 결과 자체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지만.. 진짜 그 상황에서는 심장이 멎어버릴 거 같았다고요..."


일을 꼬이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이 모래주머니가 되어 소녀들의 머리를 짓눌렀다. 그 무거움에 차마 고개를 들어올리지 못하는 쌍둥이들의 모습은 시로코에게 있어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응, 너희들의 잘잘못을 따지려고 하는 건 아니었어. 그냥 상황이 꼬여버린 게 안타깝긴 하지만 뭐 어쩌겠어. 이미 벌어진 건 벌어진 거고, 뒷수습을 잘 해봐야지."


"아으... 우리가 대체 뭔 짓을 한 거야.."


"됐어. 우리들 중에 너희들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사람 없으니까."


제 아무리 잘못된 결과가 나왔다고 해도, 지금 이를 따지며 누가 문제냐를 따지는 것만큼 의미없는 행위는 없다. 다 너희들 잘못이라고 쌍둥이에게 따진다고 그 무엇도 나아지지 않는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쌍둥이의 대응도 틀린 건 아니지 않은가.


'내가 저 애들의 입장에 있었어도 결과는 비슷하게 나왔겠지.'


그렇기에 시로코는 소녀들을 이해하며 또 받아들였다.


"과거는 잊고, 이제 다시 처음부터 해 봐야지. 마침 너희들 부장도 여기에 있으니까 모여서 다시 선생님 부를 방법이나 생각해보자고."


시로코가 그렇게 소녀들의 머리 위에 놓여져 있던 모래주머니를 치워주자, 쌍둥이는 그제서야 다시 고개를 들어올릴 수 있었다.


"그래야...겠죠. 그래, 더이상 미안하다고 해봐야 달라지는 것도 없고, 벌어진 일에 대해서도 수습을 해야 하니."


"응, 알겠어. 근데 잠깐만, 유즈가 여기에 있다고?"


"응, 내가 불렀었거든. 지금은 너희들이 와서 잠시 다른 곳에 숨겼었는데 노노미가 부르러 갔어. 이제 곧 올 거야."


시로코가 그리 말하자, 쌍둥이는 얼굴에 화색이 돌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다! 밖에서 위험하게 노숙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했었는데!"


"걱정을 덜어서 다행이네."


그리고 이 모습을 계속해서 지켜봤던 세리카는 새삼 시로코가 다시 보였다. 아비도스 5인 중에서 제일 사차원인데다가 행동을 가장 예측할 수 없었던 소녀였다. 어떻게 보면 제일 철이 없어보이기까지 했던 그녀였는데, 지금의 모습은 마치 든든한 맏언니와도 같았다.


'되게 믿음직스러워졌네, 시로코 선배.'


"음, 말씀 중에 끼어들어서 죄송하지만, 제가 이야기해도 될까요?"


그리고 이때 노아가 손을 들면서 입을 열었고, 아야네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씀해주세요."


"그러니까, 지금 정리하자면 선생님은 호위하는 학생들 몇 명을 데리고 아비도스를 떠나셨고, 여러분들은 선생님이 어디 계신지 모른다는 게 기본 골자죠?"


"네.. 그렇죠."


"그렇다면 지금 선생님을 호위하고 있는 학생분들께 위치를 물어보는 건 가능할까요? 아니면 아비도스로 다시 돌아오게 연락을 취한다든가.."


합당한 의견, 하지만 아야네는 노아의 말에 고개를 한 번 가로젓고는 대답했다.


"아무래도 그건 힘들 거 같아요. 선생님의 위치가 들켰다고 여겨서 피난을 간 건데 이제 와서 은신처 위치를 물어보거나 아비도스로 돌아오라는 말을 한다면 높은 확률로 저희들을 수상하게 여길 겁니다."


"그런가요.."


이쪽에서 선생을 다시 아비도스로 불러들이려 할 때 선생 쪽의 반응은 무엇일까.


1. "그랬구나? 우리가 괜히 호들갑 떨었네! 금방 돌아갈게." 2. "아비도스가 세뇌당했으니 트리니티 쪽에 연락해!"


1번 쪽의 반응을 보이는 게 희망적이고 이상적이지만, 현실은 2번 선택지를 가리킬 수밖에 없다. 꾀꼬리까지 울렸기에 더욱 그러했다. 선생이 소년만화에 나오는 열혈바보 주인공이 아닌 이상 1번에 손을 대진 않을 것이다. 모모이하고 미도리가 히마리와 노아를 믿을 수 없었던 것처럼, 선생 역시도 그러할 가능성이 높았다.


"무턱대고 연락을 했다간, 여러분들과 선생님은 더욱 더 멀어질 수밖에 없을 거에요."


"생각해보니 그렇겠네요. 확실한 믿음을 줄 수 있는 '결정적인 무언가'를 선생님 쪽에 제시하지 못한다면, 신뢰를 받기엔 무리가 있겠죠."


경솔한 접근은 곧 패망. 같은 실수를 두 번씩이나 반복할 수는 없으니 더욱 신중해져야만 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이제 저희들을 믿으시는 건가요? 물론 믿어달라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노아의 질문에, 시로코가 답해준다.


"아무래도 정황이나 이런 게 들어맞기도 하고, 저기 휠체어 타고 있는 쪽은 방주의 멤버였기도 했잖아. 어느 정도 안면식은 있으니까."


"그게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죠?"


"찍은 게 결정적이긴 했지."


그리고 그 순간, 히마리는 다시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나의, 나의 초천재병약미소녀해커는 이런 게 아니야. 수려하고 세련된 논리와 화법으로 설득을 마쳤어야 했다고. 괴현상에 휘말린 상태에서도 이성적으로 판단하며 사태를 해결해나가는.. 그런 믿음직한 선배가 됐어야 했는데...."


그러나 그녀의 이상은 실현되지 못했다. 현실은 잔혹했다.


"근데 왜.. 말로 하면 안 믿는 건데... 왜 이딴 천박한 짓이나 해야 내 말을 들어주는 건데..! 왜!!"


"진정해. 우린 그 행위에 경의를 표하고 있으니까. 제일 미심쩍어했던 호시노 선배도 그 행동을 보고 너를 이제 믿는데."


"싫어!! 그런 경의 필요 없다고요!! 쓰레기통에 갖다 버랄 거야!"


히마리는 오늘 아침에 그랬던 것처럼 또 절규하며 절망을 표출하고 있었다. 노아는 히마리의 그 모습이 감당하기 어려워 고개를 돌리며 외면했다. 어린아이처럼 땡깡을 피우는 히마리의 모습은 계속 봐도 적응이 안 되는 것이었다.


"응, 진정해. 만약에 선배가 계속 말로 설득하려 했다면 총알 세례를 갈겼을 지도 몰라. 우리를 현혹한다 생각했을 테니까. 하지만 그런 행동은 믿을 수 있지."


"나는 초천재병약미소녀해커...란 말이야...!"


"응, 이젠 초막장패륜욕쟁이소녀지만, 우리의 신뢰를 얻었잖아? 그걸로 만족해줘."


"그딴 별명 붙이지 마!!!!"


늑대 소녀가 새로이 정립해준 정체성을 맹렬히 거부하는 히마리. 시로코는 그저 기운 좀 내라고 한 농담이었지만 그녀는 바로 패닉 상태에 놓여지게 되었다. 세리카는 이런 감정적인 히마리에 대한 당황스러운 마음을 떨칠 수가 없었다.


"어... 근데 예전에 만났을 때는 이 정도로 감정적인 사람은 아니었던 거 같은데, 왜 이렇게 됐지?"


"저주에 오래 노출되었을 때의 부작용이 아닐까요..?"


"응, 하지만 그렇다기엔 왼쪽이 너무 멀쩡해."


"나는, 나느으은! 초천재......"


-덜컥.


"여러분~ 우리 왔어요~"


"모모이 짱, 미도리 짱..!"


그리고 그 때 교실 안으로 둘이 들어왔다. 그리고 게임개발부는 헤어진 지 거의 하루 다 되어가는 시간에 다시 상봉을 할 수 있었다.


"유즈! 다행이다! 길바닥을 헤메고 있진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으.. 얘들아...!"


불행 중 다행. 적어도 같은 편끼리 또 찢어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게 되었다.


"얘들아."


그리고 지금까지 말을 하지 않은 채로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호시노가 입을 열었다.


"이제 선생을 다시 아비도스로 돌아오게 해야 하니까, 이야기를 나눠봐야겠어."


"응, 알겠어. 그럼 모두 회의실로."


아비도스에서는 이렇게, 몇 번째일지도 모를 회의를 다시 열었다.


***


그리고 현재 게헨나 외곽 지역의 폐건물. 현재 이곳에서는 소란이 일기 시작했다.


"하아... 선생님? 둘만 있게 해달라고 해서 나갔더니 이오리에게 밟히고 있었다고요? 이게 대체 무슨.."


"아니 뭐..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달까.. 그냥 뭐 불가항력적인 일이었달까.."


"뭐.. 선생님의 행실을 보면 대충 예상이 가는 바네요."


아코는 한숨을 쉬고는 이오리를 쳐다보았다. 이오리는 온 몸이 밧줄에 감겨져 머리만 겨우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오리, 대체 무슨 짓을 한 겁니까. 뭘 어떻게 하면 선생님을 밟고 있는 건데요?"


아코가 어처구니 없다는 듯 이오리를 내려다보자, 이오리는 곧바로 몸을 버둥대면서 항변하였다.


"아니..! 선생님이 먼저 변태짓을 했다니까! 사람 발을..."


-타앙!


하지만 무어라 다 말하기도 전에, 곧바로 이오리의 옆으로 탄환이 스쳐갔다.


"입 닥치시죠. 감히 그 분의 옥체에 그 더러운 발을 들이밀어?"


와카모가 눈에 핏발을 세운 채로 이오리를 노려보았다. 떨려오는 손으로 한 발을 또 장전하고는, 떨리는 목소리를 주체하지 못하며 말했다.


"이제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철저히 교육을 시켜놓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시길..."


"아냐, 그러지 마. 예쁜 얼굴이 다 상하고 있잖아. 화내면 피부도 안 좋아져. 아무 것도 아니니까. 응?"


"아무 것도 아니라고?"


하지만 선생의 말을 곧바로 부정하는 이가 있으니, 바로 이 사건의 최초 목격자 되시겠다.


"저 녀석이 선생에게 죽으라고 말하면서 머리를 짓밟는 걸 내 눈으로 봤는데, 아무 것도 아닐 리가 없지 않은가? 만약 그대로 넘겼다면 선생이 위협에 노출되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니.. 사오리. 해주에는 문제가 없어. 그냥 이건 단순한 해프닝이고."


"그럼 이야기해봐라. 무슨 해프닝이길래 저 녀석의 발이 선생을 짓밟고 있었지?"


"어......"


「옛날 추억을 되새기기 위해 이오리의 다리를 핥다가 실수로 발등키스까지 해버렸거든? 그래서 밟힌 거야. 우린 만날 때마다 항상 이런 분위기거든! 하하하....」


라고 이야기하면 믿을까. 아니 그 전에 이런 짓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선생의 머리에는 버퍼링이 걸려버렸고, 사오리는 이 모습을 보고 곧바로 결론을 지어버렸다.


"그래, 선생이라면 학생이 어떤 행동을 하든 용서해주겠지. 내가 했던 그런 짓도 용서를 해줬으니!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를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 있는 건 아니다!"


"어... 그렇게 깊게 생각해주는 건 고마운데, 그렇게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


하지만 사오리는 선생의 말을 가로막고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물론, 나는 선생이 어떤 행동을 하든 간에 발언권이 없다. 하지만 그래도, 선생이 위험해질 수 있었다!"


"응?"


"저 녀석의 해주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조금 더 철저하게 확인을 했어야 했는데..."


"아냐... 너희들이 생각하는 그런 게 절대 아니니까 진정해. 나는 조금도 위험하지 않았다고?"


"정말인가요?"


그리고 어느 순간 하루나까지 선생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이오리를 노려보면서 말을 했다.


"정말 저 녀석이 선생님에게 아무 짓도 안 했을 것이란 보장이 있나요?"


"얘들아... 진짜 아무 일도 아니라니까."


선생은 멋쩍게 웃으면서 유야무야 넘어가보려 애를 써보지만, 소녀들에게는 도저히 그냥 넘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해주를 마쳤다고 생각한 학생에게 공격을 당하는 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 감히 누가 선생을 짓밟을 생각을 한단 말인가.


"뭔가 잘못된 겁니까? 왜 풀었다가 다시 묶어두는 겁니까?"


"글쎄~ 나도 잘 모르겠네, 아리스 짱. 선생님의 반응을 보면 그렇게 심각한 상황은 아닌 거 같은데~"


장난을 잘 치는 소녀인 무츠키는 상황의 심각성을 파악하는 능력이 남들보다 뛰어났기에, 지금 이 상황이 오해에서 비롯된 거라는 걸 확실히 알고 있었다.


"뭐, 선생님이 알아서 잘 하실 거야. 우리는 뒤에서 얌전히 구경이나 하자고? 크후후."


하지만 지금 선생은 알아서 잘 하지 못하고 있었다. 도저히 아무 일이 아니라는 걸 믿어주지 않는 이 세 소녀들에게 이걸 어떻게 해명을 해야하나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어쩐다....'


"아무튼 얘들아. 난 괜찮으니까, 응?"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와 함께 은은히 웃어보였다. 지금 선생은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자상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 얼굴을 보자, 이오리는 눈을 깜빡거리면서 선생을 얼이 빠진 채로 쳐다보았다.


'저 스윗한 녀석은 대체 누구야..?'


늘 이오리만 보면 씩 웃더니 혀를 날름대는 변태였다. 물론 선한 사람이긴 했지만 선생에게 있어 이오리의 취급은 놀려먹기 좋은 친구였다. 그런데 지금 저 범죄자 3인방에게는 그 누구보다 상냥한 미소를 지어주는 게 아닌가.


'선생님이 저런 표정을 지을 줄도 알아? 아니 잠깐만, 범죄자 녀석들에겐 상냥하면서 나는 막 대하는 게 맞는 거야?'


이오리의 마음 속에서는 갑자기 억울함이 피어올랐다. 저 녀석들에게 보이는 태도 반만이라도 자신에게 보여야 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선생을 노려보게 된 이오리였고..


"하?"


그리고 그게 딱 와카모의 레이더에 걸려버렸다.


"이게 또 눈초리를 불량하게 뜨네?"


그리고 다시 와카모가 얼굴에 악귀가 들린 채로 이오리에게 다가가려 하자, 선생이 곧바로 필사적으로 제지한다.


"아니라니까! 이오리 좀 그만 내버려두면 안 되겠니..!"


"서방님, 하지만 저 녀석이.."


"내가 해명할게! 그럼 너희들도 이해할 수 있을 거야. 솔직하게 말할 게."


"네?"


소녀들이 의문을 가질 틈도 없이, 선생은 이리 말하는 것이었다.


"사실 내가 밟아달라고 했어."


그리고 그 순간, 건물 안에 있던 전원의 얼굴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그리고 선생은 이어 이렇게 말했다.


"그냥 내가 좀 그런 성향이야! 취향이니까 존중해 줄 수 있겠지...?"


사실상의 자백. 선생은 이오리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자신을 내려놓기로 겱정했다. 경멸 어린 시선을 받을 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이것이 최선이라 여겼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변태 취급 받더라도 일단은 오해를 푸는 게 최선이야!'


변태 취급이 아니라 실제로 변태가 맞긴 했지만, 이렇게 진솔하게 말하면 믿어줄 것이라 생각했다.


"선생."


"응?"


하지만 이는 선생의 크나큰 오산이었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아무리 학생을 감싼다고 하더라도 그건 무리가 있지."


"어?"


이미 소녀들의 신뢰는 확고한 것이었기에, 이는 조금의 설득도 되지 않았다.


"서방님, 아무리 저 녀석을 감싸고 돈다고 해도 어느 정도 선이라는 게 있습니다. 변태로 전락까지 해야겠습니까? 부디 그러지 마시죠."


"아, 아냐! 얘들아. 나 발 핥는 것도 좋아하는 그런 사람이라니까?"


당황한 채 양팔을 벌리며 자신의 죄를 자백하는 선생, 하지만 소녀들은 전혀 믿어주지 않았다.


"선생님, 아무리 그래도 그런 거짓말까지 하다니... 선생님은 사람의 발을 미식행위로 즐기는 겁니까?"


"어..... 그렇지?"


"자신을 바닥으로 끌어내리는 짓은 하지 마시죠. 추악함을 연기해도 티가 나는 법입니다."


"어....음..."


그리고 이오리는 이를 보면서 더욱 황당해했다. 선생은 사람을 구멍에 빠진 자신을 보고 히죽거리며 사진을 찍는 사람이었고, 또 자신의 초등학교 앨범을 사서 그걸 간직하는 변태 중의 변태였다. 그런데 저게 뭔가.


'뭔데.... 뭐냐고..?'


이오리는 더욱 얼이 빠진 채 선생을 쳐다보았다. 선생도 학생들이 이럴 줄은 몰랐는지 당황하고 있었다.


"어.. 얘들아. 그러니까.."


"선생,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라. 그럼 내가 지금 여기서 선생을 밟아주면 좋아할 건가?"


"어?"


"난 아무리 생각해도 학생의 발을 핥으며 좋아하는 선생의 이미지가 그려지지 않는다."


그 때, 선생은 자신이 사오리에게 밟히는 상상을 그려보았다. 매도를 받으며 머리가 짓밟히는 자신의 모습.


'나쁘지 않을 지도...?'


라고 생각한 순간, 선생은 바로 고개를 세차게 돌렸다. 사오리에게 그런 상상을 품는 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안 돼, 큰일 났어. 이오리가 옆에 있다보니 사고회로가 이상해졌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와카모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서방님의 취향이 그런 쪽이라도 저는 다 받아줄 수 있지만... 서방님이 그러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제가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부디, 그런 소리는 마시길."


"너희들 너무 나를 믿는 거 아니냐..? 고맙긴 한데...."


자신의 이미지가 손상이 되는 걸 감수하고 밝힌 진실이었지만, 소녀들이 품는 선생에 대한 믿음에는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 특히 사오리나 와카모에게 있어서는 더더욱.


"그럼... 그냥 믿어줄래? 아무 일도 아니었다는 거."


그리고 그 말에 마지못해 사오리는 고개를 끄덕인다.


"알았다. 하지만 자신을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려고 하면서 해명하려 하지 않았으면 좋겠군."


"서방님..."


그리고 이를 보는 두 선도부원은, 완전히 어처구니가 없는 표정으로 저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 변태가 어떻게 저 정도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것인가. 왜 우리가 아는 선생하고 저들이 아는 선생의 차이가 이리도 다른 것인가. 황당함과 당황스러움이 동시에 느껴지는 둘은, 이 상황이 전혀 납득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럼 이제 이오리 다시 풀...."


라고 이야기하려던 그 때, 또 한 명의 소녀가 선생 앞으로 다가왔다.


"아츠코?"


"공주?"


보랏빛의 머릿결을 찰랑이면서 천천히, 또 천천히 걸어가 선생 앞에 선 소녀는 빙긋 웃어보였다.


"선생님, 그런 취향이였구나~ 이해했어."


"어, 어? 음....."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건가 선생은 긴장했다. 웃는 걸 보니 그렇게 심각한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선생이 한 말이 있는 지라, 무슨 말을 들을지 모르는 선생이었다.


'웃는 얼굴로 나가 뒤지라는 말은 안 하겠지..?'


만약 그런 소리를 듣는다면 마음이 버티지 못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 선생. 하지만 아츠코는 그런 말을 하진 않았다. 단지, 자신의 신발을 벗고, 또 양말을 벗어 자신의 맨발을 드러낼 뿐.


"선생님."


"으..응?"


"내 발도 핥아볼래?"


"네?!"


"공주!!!"


실로, 혼란에 혼란을 거듭하는 선생 쪽의 상황이었다.


한편.....


"이제 이해했나? 미메시스란 개념이 어떤 것인지.."


"그러니까.. 미메시스는 복제라는 소리 아니에요..? 똑같은 거를 만드는..."


"아니라니까! 둘이 다른 개념이라고 몇 번을 이야기해야 알아듣겠나!"


"히, 히이이...."


마에스트로는 감옥 안에서, 소녀에게 예술을 가르치고 있었다.


-후기-


https://novelpia.com/novel/230625


"총을 쏴라 노노미!!!"


"너희들은 왜 학교를 지키려 하는 거지?"


"내게 제안이 있어."


이거 얼굴 잘생긴 녀석 아니었다면 그냥 싸대기 마려운데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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