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이근형도 WY컴퍼니의 공동대표인데, 어째 장원영에게 하는 짓은 마치 그녀의 비서와도 같아 보인다. 회전문도 잡아주고, 로비홀 문도 잘 열어 잘 잡아준다. 그리고 WY컴퍼니 회의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도 아주 예의 있게 잘 잡아줬다.
전현무 : 근형이 공동대표 맞아? 너무 원영 씨한테 깍듯한데?
김희철 : 아까 말한대로 근형이는 바지사장이고, 장원영 씨가 진짜 이 기획사 대표라는 거지…
장원영은 알쏭달쏭한 표정을 지으며 김희철에게 눈빛을 보낸다.
이근형 : 대표님, 어서 오시죠. 오전 9시 10분까지 회의실로 집합입니다.
사방이 투명 통유리로 설치돼 있는, 세련된 디자인의 WY컴퍼니 회의실. 근형이 예의 바르게 문을 열어주면 장원영이 파일을 챙겨서 회의실로 쓰윽 들어온다.
김숙 : 그럼 원영 씨는… 근형 씨와 공동대표인데 호칭은 어떻게 돼요?
장원영 : 아 선배님, 그냥 서로 장 대표님 - 이 대표님 이렇게 불러용.
김숙 : 씁… 근데 왠지 모르게 누가 위이고 누가 아래인지 딱 보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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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 9분경, WY컴퍼니의 총 직원 명수인 9명이 회의실엘 입장했다. 즉 WY컴퍼니는 장원영, 이근형 대표 두 명과 9명의 직원들, 그리고 1층에서 근무하는 경비 아저씨를 더해 총 12명이 상주 중인 것이다.
김병현 : 아아… 생각보다 기획사의 직원 분들이 얼마 없으시네요.
장원영 : 저희가 S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산하 레이블이라서요… ㅎㅎ
장원영 : 자, 우리 WY 가족 여러분~ 오래간만에 회의 하는 거죵?
이근형 : (중앙석에 앉은 장원영 바로 오른쪽 좌석에 앉아) 제가 알아본 결과 지난 2029년 9월 이후로 약 2개월 만의 회의입니다.
김숙 : 이근형 비서 아주 능률이 좋네…
장원영 : 이 대표님 그렇군용… 자, 아무튼 우리 까까도 까먹으면성 자유롭게 토의를 해봅시당~
연예기획사다 보니 수직적인 상하관계보다는, 회의 때 과자를 뜯어 먹으며 커피 한 잔 하며 편하게 할 수 있는 회의를 원한 장원영이었다. 그래서 회의실 테이블 중앙에는 각종 과자들이 자리 잡고 있다.
전현무 : 저런 프리하고 개방적인 회의실 모습은 좋네요.
장원영 : 제일 먼저… 제가 제일 아끼고 신경 써서 케어해주는 우리 회사 아티스트 이현서 양에 대해 논의해봐용.
김희철 : 어? 이현서?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장원영 : 넹, 아이브의 막내 이서 양이요. ㅎㅎ 최근 본명 이현서로 바꾸고 본격적으로 연기배우가 됐어용…
김숙, 전현무 : 아하…
직원 1 : 이현서 씨가 최근 CF 건들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주로 믹스커피 브랜드, 여성의류 브랜드 쪽에서 왔고요. 전부 무리 없이 컨펌이 된 상태입니다.
장원영 : 그럼 현서 씨는 작품 같은 건 안 들어왔나용?
직원 1 : 음… 최근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이름은 안 알려짐) 의 주조연 급으로 캐스팅 돼서 직접 배급사엘 가서 오디션을 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근형 : 오디션까지 봤군요. 결과가 잘 나왔으면 좋겠어요.
전현무 : 자, 여기까지는 뭐, 여느 연예기획사에서 흔히 나올 수 있는 토의내용인데… 저희 ‘사당귀’ 제작진이 조금 VCR을 빠르게 돌려봤다고 합니다. 잠시 VCR을 빠르게 돌려보겠습니다~
(WY컴퍼니 아티스트 토의 내용 중 민감한 부분도 있고, 지루한 부분도 있어서 VCR을 빨리 감기 했다)
장원영 : 좋아용. 그럼 우리 회사의 스포테인먼트 쪽도 알아볼까용?
김숙 : 엥? 스포테인먼트?
장원영 :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의 합성어이고용. 저희 WY는 국내의 프로야구 선수들 매니지먼트도 해주고 있어용. 저희 직원 분들 중에 에이전트 자격증이 있는 분들이 계십니당.
김병현 : 어어? 저기 장원영 씨, 우리나라 KBO 리그 선수들 매니지먼트 해준다고요?
장원영 : 넹, 선배님.
김병현 : 저 그럼 저 소속사가 만료돼서 지금 FA거든요? 저 좀 어떻게 해주시면…
김희철 : (갑 버튼을 누르며) 에이, 병현이 형! 왜 예능에서 기획사 취직을 알아봐!?
전현무 : (갑 버튼을 누르며) 그러게. 물론 어쩜 WY의 회사방침과 딱 떨어졌지만 대놓고 예능에서…
김병현 : 아니 저도 좋은 여건에서 방송해야죠…;;;
장원영 : 선배니임~ 제가 진짜 진지하게 한 번 알아볼게용.
김숙 : 원영 씨가 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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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리그, 야구 광팬인 이근형 공동대표의 귀가 딱 틔어지는 순간이다.
직원 2 : 음… 이제 2029년 한국시리즈 (두산 베어스 대 KIA 타이거즈) 가 치러지는데요. 이 한국시리즈가 끝나고 시상식 등이 다 마쳐지면 이제 스토브리그가 열립니다.
즉, 우리 회사 소속 선수들 중 FA 대어로 불리는 문동주 선수 (한화 이글스) 가 고졸 FA 조건을 얻기 때문에 분명히 동주 선수를 노리는 팀이 많을 겁니다. 단, 고졸 FA가 됐다고 메이저리그를 알아보기보다는, 동주 선수 본인은 수도권 인기 팀으로 가고 싶어 합니다.
한화 이글스 투수 문동주 선수
전현무 : 저기, 근형이가 한화 이글스 팬 아니야?
장원영 : 넹… 오빠가 한화를 매우 사랑하시죵…
전현무 : 그럼 뭐 문동주 선수 소속사 대표로서 팀 잔류 이런 것도 막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나요?
장원영 : 그건 힘들죵… 저희는 그저 에이전트-중개인 정도이지 문동주 선수의 모든 걸 컨트롤 하는 위치는 아니라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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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영 : 문동주 선수의 능력, 저도 잘 알고 있어용. 올 2029 시즌에 15승으로 다승왕에 오른 선수 아닌가용?
직원 2 : 대표님께서 정확히 알고 계십니다.
장원영 : 그럼… 문동주 선수가 가고픈 그 수도권 인기 팀은 어디일까용?
전현무 : 저 팀은 내가 잘 알지.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는 서울 팀.
김병현 : 수도권 인기 구단이면 뻔하네요. 저도 현무 형 말씀에 동의합니다.
김숙 : 엥? 저 야알못이예요. 어느 팀인데요? 조금만 힌트를…
전현무 : 스펠링 앞 글자가 ‘L’ 자입니다.
김숙 : 아하… 그 L모팀? 어딘지 알겠다.
김희철 : 제가 숙이 누나보다 더 야알못인데, 어느 팀이예요?
전현무 : (희철에게 귓속말로 알려주며)
김희철 : 아하… 전자제품 회사 팀?
이연복 : 그 팀은 나도 예전에 시구 했었어.
직원 2 : LX XXX입니다.
이근형은 저 말을 듣자마자 뒷목을 잡는다.
장원영 : 거기 팀은 문동주 선수를 강렬히 원하고 있나용?
직원 2 : 확실한 토종 우완 선발감이고, 150km까지 공을 뿌릴 수 있는 파이어볼러, 거기에 매 시즌 10승 이상을 따는 선수. 당연히 ‘그 팀’ 이 굉장히 많이 노리고 있습니다.
장원영 : 대체적으로 FA는 4-5년 계약이잖아용. 문동주 선수가 어떤 옵션을 원하길래…
이근형 : 아, 장 대표님. 제가 감히 끼어들자면… 한화 이글스도 문동주 선수의 L모팀 이적에 대해 넋 놓고 바라보기만 하지는 않을 겁니다. 네, 제가 한화 이글스 팬이라서 대놓고 팬심으로 말씀드리는 겁니다.
직원 2 : 이 대표님, 그 인기 팀은 대놓고 100억 이상을 부르고 있습니다.
이근형 : 과연 한화그룹이 문동주라는 팀 에이스를 그렇게 쉽게 내줄까요?
직원 2 : 한화는 지금 4년째 최하위 10위입니다. 문동주 선수도 무관보다는 유관, 골든글러브 어워즈에서도 더 많은 상을 타고 싶어 합니다. 게다가 그 수도권 인기 팀은 최근 1선발 투수 카바예로 (쿠바) 가 일본 NPB 오릭스 버팔로스로 이적해서 원투펀치 중 한 명을 잃었습니다.
직원 2의 논리적인 대답에 갇혀버린 이근형…
이근형 : 네…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장원영 : 그 쪽에서 100억 이상을 부른다면 우리 WY로서는 진짜… 한우고기 파티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용?
직원 2 : 문동주 선수가 그 L모팀으로 FA 이적하게 되면 저희로서는 에이전트-중개인으로서 완전 대박 친 거죠. 개인적으로 사심 없이, 꼭 문동주 선수가 그 팀에 갔으면 좋겠습니다.
이근형 공동대표는 뒷목을 잡으며
이근형 : 하아… 장 대표님, 조금 쉬었다가 회의 하면 안 될까요? 제가 막 숨을 못 쉬겠네요.
전현무 : (갑 버튼을 누르며) 에이 한 기획사 대표가 무슨 회의 도중에 흰 수건을 던져?! 너무 나약한 대표 아닙니까?
이연복 : (갑 버튼을 누르며) 제가 연예기획사 이런 거 잘 모르지만, 제가 일하는 중식가게에서 대표 셰프가 저렇게 나약하면 기어오를 것 같아요.
장원영은 오빠 이근형의 행동에 어찌할 바를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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