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실적은 좋아졌지만 일자리는 늘지 않고, 건설업은 8년째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반쪽 성장’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경제연구원은 8일 ‘최근 경제 동향과 경기 판단’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 경제는 수출 경기가 성장을 뒷받침하지만, 고용 창출 효과가 낮은 IT 위주의 수출 호조는 내수 회복을 크게 견인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수출 실적과 체감 경기 사이의 괴리가 더욱 벌어질 것이란 경고다.
IT 수출의 역설…일자리는 늘지 않는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IT 수출이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지만, 정작 이것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반도체 산업은 자동화 수준이 높아 소수의 고숙련 인력만 필요로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대기업의 실적이 좋아져도, 중산층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는 구조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를 ‘고용 없는 성장’이라고 지적한다. 수출이 늘어도 서민들의 주머니가 두둑해지지 않으니, 소비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의 장바구니는 여전히 가벼웠다.
8년째 불황의 건설업, 내수 회복의 발목
더 큰 문제는 건설업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건설투자가 2018년 이후 약 8년간 불황을 지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도 지난해 기저 효과에 따른 소폭 반등에 그칠 뿐, 실질적으로는 불황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건설업은 내수 파급 효과가 큰 산업이다. 건설 경기가 살아나야 관련 일자리가 늘고, 지역 상권이 활성화된다. 하지만 2017~2018년 부동산 규제 강화 이후 시작된 건설 불황은 8년째 계속되고 있다. 저금리에서 고금리로 전환되면서 수주 물량이 감소했고, 인구 고령화로 주택 수요도 줄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건설업 관련 일자리가 약 100만여 개인데, 이 부문이 살아나지 않으면 내수 회복은 요원하다”고 입을 모은다.
관세·전쟁·금리…대외 리스크도 ‘산적’
설상가상으로 대외 리스크도 산적해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 관세 불확실성 ▲중동 분쟁에 따른 오일 쇼크 발 물가 상승 우려 ▲미국 연준 통화 정책 불확실성 ▲반도체 슈퍼 사이클 지속 여부 ▲건설 투자 장기 침체 등을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특히 최근 미국-이란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것은 원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직격탄이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실질 구매력 약화와 내수 회복 지연으로 연결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한국 경제는 대내외 리스크 요인이 상존해 경제 성장력이 잠재 성장률 수준을 넘어서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수출과 내수의 양극화 등 성장 불균형이 이어져 민간 주체들의 체감 경기는 크게 개선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반도체 수출이라는 ‘나홀로 호황’이 국민 전체의 삶의 질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기형적 성장이 계속될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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