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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팬대] 현

ㅇㅇ(1.218) 2017.08.28 00:02:51
조회 989 추천 10 댓글 6
														

 이런,  그 행색을 보니 집에 있는 모든 요마서를 다 쓸어담아 오신 모양입니다. 한 두개 정보면 충분한데 굳이 그렇게 챙겨오신걸 보니 어지간히 긴장하신 모양이군요. 뭐, 아무리 목숨보다 귀중한 가치를 가진 책일지언정 내 목숨과는 바꿀 수 없는 법이니 말입니다. 괜한 꼼수를 쓰지 않은 것은 옳은 선택입니다. 저는 그 무녀와는 달리 눈 가리고 아웅거리는 뻔뻔함을 귀엽게 넘어가줄 의리도 의무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앞으로 벌일 촌극에는 하나의 책만 필요하답니다. 나머지는 다시 가져가셔도 무방합니다. 다행이군요, 당신에게는.


 제 종자가 준비를 마칠 때까지 잠시 이야기나 하도록 할까요. 당신은 제가 어디로부터 당신을 위험에서 구하려 하는지 짐작하십니까. 아마 그 너구리 두령에게 협박받으신 일을 떠올리실 텐데, 제가 여기에 온 이유는 그것과는 별개의 일입니다. 요괴에게 재산과 가족, 심지어는 제 목숨까지 빼앗기는 비극마저도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흔하디 흔한 일화로 치부되곤 하는데, 겨우 두루마리 하나 강탈당하는 걸 막으려 저와 같은 거물이 등장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당신의 목숨을 진정으로 위협한 것은 편지 한 장이었습니다. 지금 제 손에 들려있는 이 편지인데, 가장 중요한 부분을 발췌해 보자면 다음과 같군요. '이 자는 요괴를 경망스럽게 대할 뿐 만 아니라 마을사람에게 필요한 사상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불손한 태도를 지녔으므로 빠른 시일 내에 제거가 요망됨…' 아,  이 필체가 익숙하십니까. 그럼 꽤 충격이시겠군요. 사실 요괴와 가까운 인간이란 당신의 이상과는 달리 이 정도 위치에 불과합니다. 요괴를 위해 다른 인간을 감시하고 고발하며, 그 결과로 떡고물이나 좀 얻어먹고 그에 대해 죄채감을 느끼면서도 마음에 안들었던 대상이 생기면 요괴에게 알려 분풀이나 하는 그런 족속에 불과하지요. 그런데 이 경우는 편지에 쓰인 당신의 민폐가 실제보다 좀 과장된 것 같긴 합니다. 그가 어지간히 당신을 미워했던 것 같군요. 뭐, 그러한 감정의 파문이 어디서 일기 시작했는지 짐작하는 것은 현 상황에서 그리 중요하지는 않습니다만. 

 

 이 편지는 본래라면 이 사회에서 불순한 이물을 제거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제 동료에게 전해질 예정이었습니다. 만일 그렇게 되었다면 당신은 사위스러운 괴담의 희생자로 몇십년 동안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꼴이 되거나 자아를 뺏긴채 그의 종자가 되어 멍청한 센스의 턱받이를 쓰고 춤추는 어릿광대로 전락하거나 했겠지요. 어느쪽이든 보는 이에게 끔찍한 기분과 심하게는 경련성 발작과 심장마비를 일으키는 비참한 말로라 할 수 있겠는데, 당신이 그 운명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그 편지를 전달하는 전서구가 당신의 은인이 되는 이와 친밀했다는 점 하나 때문이었습니다. 전서구의 편지를 받아든 그는 저에게 당신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하고 제게 이 계획에 동참할것을 요구했습니다. 네? 저와 그가 당신의 구원에 협력한 까닭 말씀이십니까. 흠… 이런 상황에서는 빈말이라도 당신이 마음에 들었다고 해야 당신의 기분이 좀 풀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굳이 제가 그런 거짓말을 할 필요는 없기에 솔직히 말하자면 저의 경우, 그가 제 업무상 실수를 동료들에게 떠벌리겠다고 을러댄 까닭이었습니다. 지난 분기에 예상치 못하게 결계에 생긴 구멍을 땜질하다 문제가 생겨 그에게 책잡힌 적이 있었는데, 협력의 대가로 그것을 잊어주겠다는 조건이었지요. 그게 제가 이 한겨울에 뜬눈으로 당신같은 치와 생고생을 하는 이유입니다. 제가 당신과 마주하는 경위는 이 정도의 하찮은 이유이지만 당신의 은인이 되는 이의 경우, 왜 당신을 도왔느냐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선 꽤 오래전에 있었던 사연들을 복기해야 합니다. 머리를 달뜨게하던 허망하고 어설픈 이상과, 물 속의 달을 건져내려는 욕망이 잉태했던 비극, 그리고 그것들을 흉터처럼 품고 평생을 비틀거렸던 어떤 삶에 대해 설명해야 합니다. 


 그는 오니었습니다. 인간이 생존이 아닌 스스로의 편의를 위해서 지나가는 돼지의 두개골을 박살낸 즈음 탄생한, 불가해한 폭력과 쾌락의 구현이며 화신이었습니다. 이유도 의문도 바라지 않고 그저 제 몸의 향락만을 추구하는 오니들은 과거도 미래도 없이 현재만을 제 것으로 소유했습니다. 그런 무리에서 그는 꽤 기형적인 존재였습니다. 제가 그를 처음으로 본 것은 화천민들의 부락에서 밤새 벌어진 오니의 축제가 끝나고 찌꺼기처럼 달라붙은 열기가 사위어들기 시작해 오니들이 하나 둘 마을을 떠날 무렵이었습니다. 제가 말을 걸었을때 그는 겁탈당하기 직전의 애인을 구하려다 오니의 주먹 한방에 머리가 날아가버린 시체의 눈을 감긴 뒤, 불타버린 집에서 검은 덩어리로 화해버힌 시체의 품 속에서 나온 간난아이의 깨끗한 얼굴을 쓰다듬고 있었습니다. 가해자가 피해자를 거들떠보는 기묘한 광경에 왜 그러는지 물었습니다. 그는, 그 자신도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어물거렸습니다. 


 "축제가 끝나고 쓰러진 인간들의 눈을 볼 때마다 이때까지 퇴치하려고 덤벼든 병사의 무리나 강함을 과시하기 위해 죽여왔던 자들의 시체를 볼 때와는 다른 무언가가 뱃거죽 속에서 그 범위를 넓혀왔습니다. 간신히 형용하자면, 그것은 거무죽죽하고 끈적거리는 곤죽이 가슴속에서 천천히 쏠리는 감각과 유사할까요. 마을을 불태우고 축제를 즐길때마다 그 양은 점차 커져갔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사내를 불에 던져놓고 미친듯 몸을 휘두르는 모습을 낄낄거리며 관람하고 있을때였습니다. 불을 끄려 흙에 몸을 쳐박고 발버둥치는 그의 모습과 그 주위에서 춤을 추는 오니의 무리들을 번갈아 바라보다 불현듯 심장을 조여오는 끈적거림이 어디서 비롯했는지 느꼈습니다. 그 지점은 흔히 말하는 죄책감이나 연민이라기 보다는 차라리 의문과 더 가까워보였습니다. 우리는 같은 장소에서 비슷하게 팔과 다리를 휘저으며 소리를 질렀지만, 우리가 지르는 것은 환호였고 그들이 지르는 것은 절규와 비명이었습니다. 왜 나의 환호는 당신의 비명을 불러오는 것인가. 약간 불합리하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인간을 죽이고 재화를 빼앗는 것은 역시 즐거웠습니다. 그렇지만, 그래선 안될 것 같다는 생각에 가끔 축제가 끝나고 우리가 죽인 누군가를 보곤 합니다. 그럴때마다, 꼭 이렇게 만나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커져갑니다. 이상한 일이지요."


 그러고는 그는 죽은 아이의 얼굴에 이마를 갖다대었습니다. 그리고 아이의 귀에 작게 속삭였습니다. 무슨말인지는 저에게까지 닿지 않았습니다만, 한가지 확실한 건 그의 얼굴에서 성인이라고 불리우는 인간들에게서나 볼 법한 은밀한 이상이 설핏 비춰졌다는 겁니다. 불합리함을 깨닫는 모든 존재는 더 이상 굴종하기를 거부하려 합니다. 그러나 사회란 것은 반항하는자에 대해여 압도적인 폭력을 발휘할 줄 압니다. 그래서 대부분은 비난과 협박과 회유에 압도되어 절망하고 순응하여 결국 체념합니다. 서서 죽기보다는 무릎꿇고 살아남는것이 더 가치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가끔 자신의 몸을 불태우는 불행에 무감각해 체념한 이들보다 몇 발 더 나아가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왠지 그가 그런 부류의 존재가 될 것임을 직감했습니다.


 그로부터 몇십년이 흐르고, 저는 어떤 소문을 들었습니다. 스무 명 가량의 오니들이 하룻밤만에 같은 장소에서 퇴치되었다는 믿기 어려운 소식이 사람들 사이에 나돌았습니다. 아무리 왕조가 몇 번 바뀌고 병사가 든 병장기가 한층 예리해졌다 한들, 힘의 상징인 오니들이 하룻밤만에 살해되는 일은 어불성설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경위를 궁금해한 그 소문의 내용은 사소한 판본상의 차이를 제하고 큰 줄기만 말하자면 대충 다음과 같습니다. 


 추수가 끝나고 축제를 준비하고 있던 어느 마을에 오니 몇 명이 찾아왔습니다. 공포에 떠는 마을 사람들 앞에 나타난 그들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한 명이, 보물을 줄테니 술과 쌀을 풀어 자신들도 축제에 참여 시켜줄 것을 제안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었습니다. 준다는 보물은 차치한들, 만약 듣지 않는다면 그 날로 자신들의 목숨이 날아갈 수도 있었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최초로, 오니와 인간이 함께하는 축제가 열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오니들은 축제가 끝난 뒤, 약속대로 마을 사람들에게 한 수레 가득한 보물을 주고 떠났습니다. 요괴와 인간이 모여 하는 전례없는 연회는 그 후로도 그 마을에서 매년 열렸다고 하는데, 당시 그곳에는 오니와 인간이 불 주위에서 웃으며 춤을 추는 기괴한 광경이 펼쳐졌다고 전해집니다. 그리고 작년, 언제나 같이 보물을 가지고 찾아온 오니들은 항상 그랬듯이 축제를 밤새도록 즐기고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그 축제가 이래까지의 것과 달랐던 점은, 새볔이 되도록 아무도 자지 않았던 마을 사람들과, 오니가 노느라 정신없는 틈을 타 마을로 들어온 수십명의 군관의 모습이었습니다. 아무런 경계없이 골아떨어진 오니들은 변변찮은 저항도 못하고 목을 베였고, 처음 마을사람들에게 말을 건넨 우두머리 오니는 팔이 잘린 채 도망쳤다고 합니다. 무엇이 마을 사람들을 안면몰수하게 만들었는지는 여러 이견이 있습니다. 더 많은 보물을 탐낸 새 촌장이 계획을 세웠다는 설도 있고, 마을 사람들이 받은 보물이 사실 덴노의 성에서 탈취된 것들이라는 것이 밝혀져 즐겁게 보물들을 팔러 떠났던 마을 장정 여럿이 반역죄를 물고 처형되어 원망이 가득할 당시에 불 난 집에 기름 끼얹듯 오니들이 찾아와 변을 자초했다는 좀 더 설득력 있는 이야기도 들려왔습니다만 진상은 분명하지 않습니다. 


 그 이후로 몇몇인가의 오니가 수도의 도성까지 쳐들어가 수백명을 죽이고 그 자신도 수십개의 창을 맞고서 사망자의 수에 더해졌다는 이야기가 돌았습니다. 이때까지 본 적 없는 흉포함을 가졌다고 전해지는 그들은, 그저 이글거리는 분노로 앞에 보이는 모든 인간의 머리를 거칠게 부셔버렸다고 합니다. 저는 그 오니들이 그 참혹한 밤에서의 생존자일것임을 직감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 예전에 마을에서 만났던 그 오니도 포함되어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만약 그가 무리에 포함되어 있었다면, 자신이 바랬던 이상이 눈 앞에서 처참히 붕괴되는 것을 보았을 때의 절망이 어떠했을지가 선연했으므로 저는 차라리 그가 자다가 편안히 죽음을 맞은 오니들 중 하나가 되었기를 바랬습니다. 


 그를 만난 것은 다시 그로부터 몇 십년인가가 지난 후였습니다. 당시 저는 예전같지 않은 요괴의 위상에 위기를 느끼고 같은 불길함을 직감한 여러 존재들과 함께 방책을 논의하고 있었습니다. 그 와중, 그는 갑작스럽게 저희를 찾아왔습니다. 몇백년 만에 만난 그는, 머리 옆으로 길게 솟은 뿔은 잘려있고, 한쪽 소매는 들어갈 팔이 없어 펄럭이는, 퇴락한 요괴의 표상이라 할 말한 지독한 몰골을 하고, 멋쩍게 웃더니 자신도 우리의 계획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반가움보다는 스산함이 앞섰습니다. 대체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묻는 저에게 잠시간의 침묵을 지킨 뒤 그는 입을 열었습니다. 


 "당신이라면 짐작하셨겠지만, 저는 저와 같은 불합리함을 느끼고 있던 동료들과 함께 인간의 마을에 찾아갔습니다. 나름대로 인간들이 한창을 즐겨도 식량이 부족해지지 않을 추숫날에 찾아가고, 동료들에게 절대 인간을 해치지 말 것을 신신당부 하는 등 나름대로 신경을 썼습니다만, 그런 노력들은 하룻밤만에 물거품이 되고 말더군요. 엄습하는 격통에 일어나니 요괴 퇴치로 꽤 유명한 장수가 제 팔을 한 손에 든 채 웃고 있었습니다. 그때 든 것이 분노가 아닌 당혹감이었다는 사실이 제 목숨을 살렸습니다. 앞뒤 모르고 달려들기 보다는 칼을 휘두르는 그 장수를 침착하게 장짓문 밖으로 던져버리고 마을을 떠나는 길을 택했으니 말입니다. 원래 속한 무리밖에 갈 곳이 없었습니다만, 그들은 저를 배신자이자 동지를 사지로 몰아넣은 무뢰한으로 취급하더군요. 뿔 두개는 그때 부러졌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제가 느낀것은 연민과 분노였습니다. 그가 죽은 아이에게 속삭였던, 공존이라는 이상이 이토록 처참히 파괴된 현실이 잔인했습니다. 아무리 그의 이상이 어린아이의 공상과 같이 순진했으며, 약간의 실책이 있었다고 한들, 부활의 여지도 없는 끔찍한 모습으로 만든 인간과 요괴, 그리고 세상이 저주스러워 한탄하듯 말했습니다. 


 "그 일은 과연 누구의 잘못이었을까요."


 그는 아무 말 없이 조용이 웃더니, 시간에 풍화되어 흐릿한 악몽을 상기하는 듯한 얼굴로 읊조렸습니다.


 "저도 그것이 궁금했습니다. 증오와 분노에 절뚝거리다가도 거기에 대한 의문이 인간을 습격하는 것을 막았습니다. 살아남은 제 동료들은 씹어먹어도 시원찮은 인간들이 처음부터 자신의 선의를 배반하고 이용했다는데 분개하여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복수를 위해 죽음으로 가는 길을 떠났습니다만, 저는 과연 인간이 처음부터 우리를 속였다고 단정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봐 왔던, 그리고 저와 같이 있었던 인간들은 대체로 어리석고 곧 휘발된 감정에 휘둘리는 미성숙한 존재였지만, 어떤 순간에는 누구보다 순수하고 순박할 줄 아는 존재였습니다. 그리고 저희와 함께 춤을 추었던 그들은, 제가 보았던 어떤 인간들보다 순수하게 즐거워 보였습니다. 누군가는 이를 강자의 왜곡된 시선이라 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제 판단을 믿었습니다. 그래서 복수를 유보하고 속세를 등졌습니다. 잘려진 뿔 덕에 인간에 가까워 보이는 꼴이 된 덕에 수십년 동안 인간과 생활했습니다. 인간들이 본래 악한 존재이며 마을 사람들이 오랜 기간에 걸쳐 교활하게 저의 눈을 속인 것이었음을 깨닫는다면, 그 즉시 동료들처럼 망설임없는 죽음을 맞이할 생각이었지요."


 "그렇지만 당신은 지금 제 앞에 서 있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그것이 인간의 잘못이 아니었다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제가 오랜 세월동안 부대껴오면서 본 인간이라는 종은 태초부터 선하거나 악한 본질을 가지기보다는 어떤 대상에 따라 비춰지는 모습이 달라지는 존재였습니다. 저는 성인의 고귀함과 짐승의 비천함을 같은 사람에게서 보았습니다. 자식 앞에서는 누구보다도 상냥하고 자애로운 어머니인 여인이 제 첩을 모함하여 끔찍하게 죽이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제 화를 폐속에 억누르지 못해 항상 소리지르는 무뢰한이 겨울날 추위에 떠는 어느 강아지에게 제 옷을 벗어주는 것을 보았습니다. 우리 요괴는 본질이 있습니다. 야마비코는 소리를 지르고, 요죠스메는 노래를 부르며, 오니는 쾌락에 이끌려야 합니다. 그러나 인간은 다릅니다. 그 자신만으로는 정의될 수 없고, 반드시 타인과의 관계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정의됩니다. 저는 그런 인간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그들이 선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저희와 있었을 때 뿐이며, 저희가 떠난 후, 오니의 친우가 아닌 영지의 소작농이며 자식의 부모가 되었을때의 그들은 전혀 다른 존재로 살았을 것입니다. 인간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인간이 선한 존재임을 낭만에 빠져 함부로 전제하고는, 동료들을 죽음으로 떠밀었다. 그 사실들은 깨닫자, 모든게 명확해 지더군요. 이 모든 비극의 책임자가, 무지로 인해 동료를 죽이고 내 탓이 아니라며 도망쳤던 위선자가 바로 눈 앞에 있어왔음이.  


 그래서 죽을 수도, 죽일수도 없었습니다. 제가 저지른 과오에 대한 책임을 져야 했으니까 말입니다. 그래서 여기 온 겁니다."


 그렇게 그는 지금 당신이 발 붙이고 있는 세계의 창조자 중 한명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인간에 대한 그의 통찰은 현재 체계를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되었죠. 예를 들면, 식량용 인간과 공포용 인간을 분리하는 것 말입니다. 인간과의 공존을 추구했던 과거와는 상반된 다른 주장을 내어 저를 당황시키기도 했습니다만, 그것은 변질이라기보다는 타협에 가까웠습니다. 결국, 제 팔을 뜯어먹는 존재와의 공존은 요원하며 심지어 그것은 마땅히 가져야 할 경외와 공포를 앗아가 요괴를 죽이기도 한다는 점에서 수면의 달을 건지는 것과 같은 허망한 이야기니 말입니다. 


 기나긴 이야기었군요. 이제 당신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그는 전서구로부터 편지를 받고 저에게로 왔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책략을 말했죠. 당신이 나름대로 요괴에 대해 적합한 관점을 가지고 있는지 시험하고, 만약 시험에 통과한다면 당신을 이 두루마리에 빙의시킨 후에, 무녀가 구하도록 한다. 그리고 무녀를 설득시킨 뒤, 신사연회연합의 일원이 되도록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신을 요괴와 근접한 인간으로 만듦으로서 당신을 제거하려는 위협을 막는 것이죠. 어째서 겨우 당신같은 민폐덩어리에게 이렇게까지ㅡ당신은 아마 모르시겠지만 관리자 입장에서 당신은 주요감시대상입니다.ㅡ하냐는 저의 물음에 그는 


 그저 웃기만 하더군요. 


 그제서야 저는 그가 수백년 전 아이의 뺨을 쓰다듬었을때부터 가져왔던 이상을 아직도 지니고 있었음을 알았습니다. 마치 어린아이가 천진하게 바라는 세계평화라는 소원과 같은 수준의 이상이, 세상이 품은 모순과 한계에 퇴색되고 타협했을지언정 그의가슴속에는직까지도 깊게 자리잡아 당신같이 호기심 많고 요괴를 동경하는 아이와 진짜 요괴가 함께 춤을 추는 그 장면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바래왔다는 사실이 말입니다.



모름지기 모든 종류의 구원과 이상과 꿈은 팔 분의 일 정도의 성공률을 가지기 마련입니다.저는 대부분 그런 종류의 것들이 불완전하게 성취되거나 그조차도 안되는 실패로 남는 것을 숱하게 관찰해 왔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존재가


그의 오래된 이상을 실현하는 첫 걸음이 되기를, 그의 오래된 지지자로서 바래봅니다. 


 준비가 끝났군요. 그럼, 이야기는 여기까지. 




 행운을 빕니다.  



_____
퇴고 그런거 못하고 내서 비문 오타 무지하게 많습니다. 
아이고 기한도 지났네

제목인 현은 賢혹은 玄의 중의적 표현입니다. 두번째 현은 검을 현인데, 이 한자는 실제로 검다는 색깔보다는 어슴푸레하고 아득한 무언가를 뜻한다고 합니다. 
도덕경에서는 이 한자를 유무상생을 함의하는 글자로 표기한다고도 하고요. 이 글에서 '그'가 깨달은 것이 '인간은 대립물에 따라 달리 정의된다는 것'이었으며, 그 깨달음을 바탕으로 환상향의 현자가 되었다...라는 의미를 담아 제목으로 정했습니다. 현을 깨달아 현(자)가 된 셈이지요.
태어나서 처음 완성하는 글이 팬픽이 될 줄을 몰랐습니다. 역시 인생은 알 수가 없어요. 즐거운 경험이었고 3회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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