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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언더거탑 - 이것이 국방이다 (사격 下)

정의망치거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02.28 00:4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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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 : 이 글은 현실 군대와 관련이 있을수도 없을수도 있습니다.



사격장의 사로에는 좌측부터 차곡차곡 병사들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고참부터 사격한다는 지침에 따라 샌즈 병장을 제외한 윗 선임부터 앞의 입사호에 들어가 사격 자세를 잡고 총기를 고정시켰다.
부사수가 된 후임병들은 사수의 뒤에 앉아 중대장의 사격 명령과 사격 발사수 보고를 할 준비를 마쳤다.
또한 파피루스 소위는 정 가운데 사로를 중심으로 좌측 사로에 위치하여 병사들을 감독하고, 레드 하사는 우측에 위치하였다.
곧 늦게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귀신처럼 어느새 도착한 행보관과 샌즈 병장이  부사수들에게 각각 10발씩 삽탄 된 탄알집을 
개인당 2개씩 분배하여 나눠주고, 탄피를 결합할 탄피 클립과,  때가 타 꼬질꼬질하거나 쌔삥인 이어플러그를 분배했다.
"참, 행보관은 알 수 없는 분이라니까. 아까까지 안 보였는데 언제 온 거지?"
"그러게 말입니다."
레드 하사와 파피루스 소위는 행보관의 불가사의한 업무 처리 능력에 감탄하며 중얼거렸다.
다만 그들은 행보관도 사람인지라 안 들리는 곳에서 욕설을 되알지게 내뱉는 것까진 알지 못했다.
"아오..씨발, 힘들어 죽겠네 진짜! 내 짬에 이런것까지 해야 되냐?걍 짬중사 한 새끼 잡아다 시키면 안 돼? 안 그러냐 샌즈야?"
"예, 그런 것 같슴다.."
샌즈 병장은 땀을 뻘뻘 흘리며 행보관의 기분을 맞춰주고 있었다.
행보관은 자리를 잡고는 쉴새없이 중얼거리며 사격 성적을 기록할 표와 탄피 클립 등의 잡동사니를 꺼냈다.
샌즈 병장은 오늘 한 번도 귀여운 척을 하지 않는 테미 상사의 기분이 거의 미국 대공황 시절의 경제 그래프 급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어우 씨발... 진짜 오늘 걸리면 '뼈'도 못 추리겠네..'
지휘탑에서 실사격 준비가 모두 완료된 것을 확인한 토리엘 대위는 확성기를 사용하여 사격 절차를 명령하기 시작했다.
탄알집 인계 - 탄피받이 결합 등의 사격 절차가 천천히, 또박또박하게 전달된다.
토리엘 대위는 혹시라도 절차 상에 문제는 없는지, 안전 문제는 없는지 꼼꼼하게 체크하기 원했기 때문에, 명령 간 간격은 제법 길었다.
냅스타 이병 같은 S급도 천천히 따라갈 수 있을 정도의 속도였다.
제법 긴 절차가 끝나고, 명령은 어느새 '조정간 단발'에 이르렀다.
"좋아, 다 완료되었으면 준비된 사수로부터 사격 개시."
명령을 마친 토리엘 대위는 표적을 세웠다. 250m의, 잘 보이지도 않는 조그마한 표적이 일어나는 것이 보였다.
곧 소총의 파공음이 사격장을 가르고 표적을 노리며 날아가기 시작했다.
탕-
몇 명의 표적은 넘어가고, 몇 명의 표적은 그대로 꼿꼿이 서 있었다.
"그렇지."
언다인 상병은 가볍게 표적을 명중시키고는 중얼거렸다.
다음은, 100m의 가장 가까운 표적이었다.
탕-
모든 타겟이 훌쩍 넘어갔다.
다음은 가장 가까운, 100m의 표적.
탕-
반 이상의 표적이 자빠지지만 몇은 그냥 서 있는다.
"멀가중멀가중멀중가중인가.."
언다인 상병은 중얼거리고는, 다시 사격에 집중했다.
탕탕 하는 소리가 사격장을 가득 메운다.
몇십번쯤 탕탕 소리가 들리고 타겟이 몇 번 고꾸라지고 난 후 전 사로의 사격이 완료되자
병사들이 입사호에서 가볍게 걸어 나왔다.
그들은 엎드려쏴를 위해 구비된 모래주머니에 총기를 잘 고정시켰다.
이때 잘 고정시키지 않으면 어깨에 총을 견착하기가 불편했고, 이는 곧 사격 성적으로 직결되었기에 신경써야 했다.
다시 준비가 된 사로부터 사격이 실시되고, 타겟은 누웠다 일어났다 중노동을 시작한다.
슬슬 화약 냄새가 코에 가볍게 감돌 무렵, 사격이 종료된다.
"언다인 상병님 또 만발입니까.. 대단하십니다."
부사수이던 프리스크 일병이 말했다.
뒤에서 몇 발이 사격되었는지 세고, 탄피를 수거하는 역할을 맡은 부사수들은 분주하게 사수에게 탄피를 받아 클립에 결합했다.
옆에서는 아스리엘 일병이 메타톤 상병의 탄피를 받아주고 있었다.
사격장에서는 황금보다 더 귀한 가치가 있는 탄피였기에 다들 한 발이라도 안 흘렸나 유난을 떨었다.
나름 새삥의 이어플러그를 받은 언다인 상병이 이어플러그를 빼서 프리스크 일병에게 넘긴다.
"이 정도는 해야 니들한테 안 부끄럽지. 안 그러냐?"
언다인 상병은 타인에게 엄격한 편인 자신이 이렇게 못 한다면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는 말을 돌려 말하고 있었다.
그렇다. 언다인 상병은 자신부터 FM, 각을 실천하고 타인에게도 그 각을 요구하는 엄격한 사람.
충분히 소대의 분위기를 잡는 역할을 맡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다.
"어쨌든, 나한테 안 부끄럽게 잘 쏴라."
"예, 알겠습니다."
프리스크 일병도 사격이라면 남부럽지 않게 잘 했기에 당당하게 예라고 대답했다.
그 작은 눈에서 어떻게 그런 명중률이 나오냐며 다른 병사들이 줄칼눈이라고 부른 적도 있었기에.
아스리엘 일병이 조금 걱정이었지만, 그래도 평균은 쳤기에 크게 마음에 두지는 않았다.
죽을 상을 하고 탄피를 수거해 간 샌즈 병장이 다시 탄알집을 분배하고, 사격장은 다시 총성으로 덮힌다.
노리쇠가 후퇴 전진을 반복하고, 타겟은 드러눕고.. 탕탕 소리가 귓가를 징징 맴돌 정도가 되면 사격이 끝난다.
그렇게 부사수들까지 사격을 마치고 빈 총기를 든 채 사격장을 퇴장한다.
아스리엘 일병은 16발, 프리스크 일병은 18발을 쏘았다.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이자 늘 이목의 집중을 받는, 슈퍼 '스타' 냅스타 이병이 레드 하사와 언다인 상병을 대동하고 사격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야, 탄피 클립에 다 있냐?"
"예, 보급관님. 제가 세번씩 확인했슴다."
계속 진지한 상황이라 귀여운 척을 하지 못한 테미 상사의 스트레스 지수는 계속 차오르고 있었다.
귀여운 척은 생각보다 테미 상사의 스트레스 해소에 큰 축을 담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점점 얼굴에 그림자가 지는 보급관의 얼굴을 볼 때마다 샌즈 병장의 등에는 땀이 축축하게 차올랐다.
"이거 하나라도 없어졌다가는, 아주 씨벌 그냥 콱!"
입에서 나는 콱! 소리에 맞춰 발을 쾅 구르는 테미 상사의 모습은 흡사 사채 빚을 받으러 온 용역 깡패와도 같았다.
'아오..진짜 군인 안했으면 깡패 했을 양반이라니까..'
샌즈 병장은 차마 입 밖에도 내지 못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것보다 시발, 언다인이 또 만발이더라. 쟨 왜 직업군인 안하는지 모르겠다니까. 
어지간한 찌끄래기보다 쟤가 총 더 잘 쏘고 임무 수행도 더 잘 하는데 저런 인재를 걍 내보내야 되다니..
이러니까 이 군대가 요모양 요꼴인거야..답답하다 시발.."
행보관은 이마에 계급장 주름을 잡으며 한숨을 쉬었다.
한숨을 쉬면서도 삽탄기에 클립을 끼우고 탄알집에 탄약을 밀어넣는 손짓은 그야말로 프로 그 자체였다.
일하는 비중은 당연히 샌즈 병장이 더 높았지만, 속도는 행보관 상사 테미가 더 빨랐다.
"다 삽탄했냐? 아마 이게 교탄 받은거 마지막일건데. 넉넉하게 받아왔으니까.. 다 못 쏘면 따발이로 갈겨버려야지 뭐."
"예, 이제 탄알집 주고 오는 탄피만 잘 확인해서 클립에 끼워놓으면 될 같슴다."
"그래, 어휴 시발.. 이제 좀 한숨 돌리겠네."
테미 상사는 마지막 탄알집을 내려놓고 이제 좀 살겠다는 듯 이리저리 몸을 뒤틀며 뚜득뚜득 소리를 냈다.
그의 몸 구석구석에 붙은 잔 근육이 느껴진다.
"ㅇ아우..힘드러...,떼미, 쉬고시퍼...!!쑤이발..!! 쌘주, 혹쉬 돰배 있뉘.."
"사격장 간다길래 안 챙겼슴다..."
"아우..쒸벌..드럽게 사리내 정뫄리지.. 눈취것 좀 쳉겨오지 그랫써!"
그렇게 말하면서도 테미 상사는 토리엘 대위가 그런 짓까지 봐주지는 않는 것을 알았기에 
반쯤 체념한 상태로 의자에 앉아 퍼져 있었다.
샌즈 병장은 문득 오늘의 메인 이벤트가 가까워졌음을 깨달았다.
"아, 그러고보니까 슬슬 냅스타 사격할 때 됐슴다."
"어우, 씨발 그새끼 이름 꺼내지도 마라. 아, 갑자기 불안해지네."
"에휴, 맞추는건 됐으니까 탄피나 안 없어졌으면 좋겠슴다."
'거 시발 하나라도 흘리면 오늘 하루종일 쉬지도 못하고 사격장에서 찾아라 드래곤볼 해야 되는데..'
샌즈 병장은 이미 한 번 경험이 있었기에 등줄기에 불안함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아..씨발 촉이 안 좋은데.."
행보관은 의자에 앉아 퍼진 채 중얼거렸다.
샌즈 병장은 옆에서 혹시라도 없어진 탄피가 있는지 다시 한번 실셈을 거치고 있었다.
초조함이 뭉쳐진 무거운 공기가 내려앉았다.




"이, 이병, 냅, 냅, 냅, 냅스타!"
"그래, 떨지 말고. 탄알집 받고, 탄알집 인계. 라고 크게 복창해."
"탄, 탄알집 인계!"
행보관의 걱정대로 사격장에선 일련의 씨름이 벌어지고 있었다.
부사수와 간부의 집중 마크를 받으면서도 냅스타 이병의 몸은 진동을 멈추지 않았다.
등에서는 땀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렸고 총구는 부들거리는 것이 눈에도 보일 정도로 크게 진동했다.
"이래서야 오늘 안에 사격은 할까..?"
레드 하사가 한숨을 쉬었다.
언다인 상병은 입사호에서 각을 잡지 못하고 있는 냅스타 이병을 직접 지도하고 있었다.
짜증을 낼 법도 하지만 언다인 상병은 침착한 상태였다.
'그래, 못 할수도 있다고 생각하자.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는 거지.'
내면적 해탈 상태에 이르른 언다인 상병은 화 낼 기운도 분노도 모이지 않았던 것이다.
가여운 냅스타 이병은 자신의 손에 총기가 쥐어져 있다는 사실에 너무도 긴장하여 탄알집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다행히 떨어지기 전 언다인 상병이 탄알집을 받아냈다.
언다인 상병은 냅스타 이병의 방탄을 가볍게 두드리며 질책했다.
"야, 야! 정신 차려 임마!"
냅스타 이병은 이 상황이 너무나 두려웠다.
'오..이거 한 발만 잘못 쏴도 누구..누구..하나는 죽는..죽는 거야.. 오.. 안돼.. 난 못 해.. 오..'
냅스타 이병의 머릿속에는 이미 오발로 인해 누군가 다치는 영상이 끊임없이 반복재생되고 있었다.
관통, 과한 출혈, 절단 등의 요소가 정신없이 그의 머리에 스쳐갔다.
"냅스타야, 얼른 받아서 결합해라. 다 기다리고 있다."
언다인 상병은 가볍게 냅스타 이병의 어깨를 짚으며 속삭였다.
냅스타 이병은 놀라 끊임없이 반복재생되던 영상의 고리를 끊어냈다.
하지만 두려움은 쉽게 가시지 않았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언다인 상병과 총기를 번갈아가며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오.. 언다인 상병님.. 저.. 저.. 너무 무섭습니다.."
"뭐가 무서운데?"
"제.. 제가 이걸 실수로 잘못 쏘기라도 하면.. 누군가.. 다칠텐데.. 그런 것이 자꾸 떠올라서.. 너무 두렵습니다."
순간 언다인 상병은 개소리하지 말라며 다그치려고 했으나, 잠시 참고 생각해보니 냅스타 이병도 군인이기 전에 평범한 사람이었다.
징병제는 생판 총과는 인연이 없던 사람도 몸만 멀쩡하면 군대라는 감옥에 아무렇게나 쑤셔박는 흉물스러운 제도였고,
이 벌벌 떠는 이등병은 그 희생양일 뿐이었다.
그저 지금의 죄라면 자기 밑으로 들어와서 자신을 힘들게 한다는 것 정도.
'그래.. 이런 녀석도 있을 수 있지.. 이런 상황이 무서운 사람도 분명히 있을 수 있어..'
언다인 상병은 욱하던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그를 이해해 보았다.
자신이 분대장 수첩에 적어가며 관찰한 냅스타 이병은 자존감이 많이 낮고 소극적이었다.
태생이 나쁜 건 아닌데 군대 같은 곳에 쑤셔박아지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유형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런 유형의 경우는 절대 소리지르거나 다그치지 말고 끝까지 믿고 응원해주는 것이 오히려 나았다.
같이 족구를 할 때에도 그렇지 않았는가.
언다인 상병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 지 생각하고 마음을 굳혔다.
"냅스타야, 물론 그럴일은 없겠지만 니가 실수를 하더라도 난 절대 너에게 소리치지 않을 거다."
"예, 예..."
"소리지르지도 않고 너한테 화내지도 않을거다. 사람은 실수할 수도 있는 거니까. 하지만.. 실수할 기회조차 저버리는 건 용납할 수 없다."
"언다인 상병님.."
"내가 뒤에서 단단하게 잡아줄 테니까. 한 번 해보자. 지금 너 혼자 있는 게 아니잖아. 나도 있고, 뒤에 소대장님도 있고..
너무 걱정하지 마. 실수하더라도 네가 고의로 일으킨 것도 아니고 그저 내 실수였다고 말할 테니까."
"......."
"그러니까, 안심하고 한 번 해봐."
냅스타 이병은 다시 한 번 감동했다.
족구를 할 때도 그랬지만 언다인 상병은 정말 존경할 가치가 있는 사람인 것 같았다.
평소에는 무섭지만 진지할 때 보여주는 모습은 굉장히 멋있는 그런 사람..
'이런 사람이 선임이라서 다행이다.'
그런 생각이, 순간 냅스타의 가슴에 감돌았다.
냅스타 이병은 용기를 쥐어짜 떨리는 손을 꽉 쥐고 탄알집을 받아 결합했다.
언다인 상병의 손이 곧 따라와 냅스타 이병이 결합한 탄알집이 잘 끼워졌는지 확인하고는, 안심한 듯 숨을 돌린다.
"언다인 상병님. 저, 잘, 잘은 못 하겠지만.. 해보겠슴다."
반쯤 울먹거리는 냅스타 이병이었지만 눈은 결의에 차 반짝거렸다.
언다인 상병은 자신의 행동이 제대로 먹혀들어갔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후의 절차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다시 표적이 일을 하기 위해 몸을 세웠다.
250m의 먼 표적.
"좋아, 견착 제대로 하고. 동심원 제대로 확인하고.. 훈련소에서 배운 걸 잘 상기해."
냅스타 이병은 총을 각이 살도록 어깨에 딱 고정시키고는 눈을 들이밀고 조준한 후 숨을 참고 표적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탕-!
총알은 표적의 살짝 위로 날아가 흙을 튀겼다.
보통 사람이라면 잘 보지 못했겠지만 시력마저 S급인 언다인 상병은 총알이 대충 어디에 박혔는지 감이 왔다.
"좌상탄 났다. 조준점 조금만 우측 대각선으로 내려."
냅스타 이병은 아주 살짝 조준점을 틀었다.
다시 표적이 올라오고, 총이 불을 뿜는다.
탕-!
표적은 정확히 가운데를 맞아 드러누웠다.
"좋아, 계속 그렇게 해. 호흡 조절하고, 딱 감 왔다 싶으면 쏴. 쫄지 마, 니 뒤에는 내가 있으니까."
언다인 상병의 독려에 힘을 얻은 냅스타 이병은 나름대로 열심히 조준하여 사격하기 시작했다.
여러 번의 총성이 울리고, 마침내 결합되어 영원히 나올 것 같지 않던 탄알집이 총기에서 분리되었다.
냅스타 이병은 놀랍게도 처음 날려버린 총알을 제외하고는 제법 정확하게 표적을 맞춰 전부 넘어뜨렸다.
입사호 사격에서 9발, 엎드려 사격에서 10발을 모조리 꽂아넣은 냅스타 이병은 살짝 나온 눈물을 닦으며 언다인 상병을 바라보았다.
"이야, 제법이잖아? 이것 봐, 넌 충분히 잘 할 수 있다고."
기특하다는 듯 냅스타 이병의 머리를 흐뜨러뜨리며 언다인 상병이 말했다.
뒤에서 레드 하사가 놀란 표정으로 냅스타 이병과 언다인 상병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로에서 냅스타 이병이 퇴장하자 소대원들이 냅스타 주변으로 모였다.
"냅스타, 몇 발 쐈어?"
아스리엘 일병이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
부들부들 떠는 것이나 무서워하는 것이 이등병 때의 자신을 보는 것 같아 정감이 많이 갔기에
아스리엘은 귀찮음도 무릅쓰고 자진해서 냅스타를 많이 챙기고 있었다.
옆에서 메타톤 상병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오, 열네발 정도만 맞췄어도 많이 맞춘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말해봐요."
냅스타 이병은 말을 더듬으며 대답했다.
"열, 열아홉 발 맞췄습니다."
"뭐? 진짜?"
"이런 세상에, 농담이죠? 열아홉 발이라니. 저보다 두 발이나 많잖아요."
"그래, 짜식들아. 나 빼고 죄다 이등병보다 못 쐈다."
언다인 상병이 오바하는 메타톤 상병의 등짝을 한 대 후려치고는 말했다.
"사격은 냅스타 무시하면 안 되겠더라. 재능이 있어. 숨도 안 쉬고 쏘더라니까."
"오...가..감사합니다."
"영점은 오늘 쏜 거로 맞춰놓자. 크리크 돌리는 법은 알지? 모르겠으면 아스리엘이나 프리스크한테 도와달라고 해."
"예, 알, 알겠습니다."



그런대로 훈훈하게 사격이 마무리되고 샌즈 병장은 마지막에 사용된 탄피까지 실셈하여 집어넣고 있었다.
"어우.. 다행이다. 꼭 맞네. 휴.. 탄피로 드래곤볼할 신세는 면했구만."
"뭔 놈의 혼잣말을 그렇게 되알지게 하냐?"
기분이 썩 좋지 않은 테미가 틱틱거렸다.
샌즈 병장은 마음 속으로 한숨을 쉬며 싸바싸바에 들어갔다.
"오늘 별 일 없이 끝나서 다행이라는 말이었슴다."
"어후.. 그래, 냅스타 그 놈이 사고 안 쳐서 정말 다행이다. 몇 발 꽂았던 간에.."
뚜득뚜득 소리를 내며 목을 꺾은 보급관이 탄피를 마저 챙기고 남은 교탄을 꺼냈다.
교탄이 조금 남아서 마저 쏴버리고 가야 할 것 같았다.
이윽고 정리를 마친 병사들을 확인하고 줄 세운 토리엘 대위가 현황을 확인하기 위해 보급관에게 다가왔다.
"보급관, 탄은 어떻게 됐나요?"
"예, 탄피는 싹 다 정리했고 남은 교탄은 그냥 쏴버리면 될 거 같습니다."
"그래요? 다행이네요. 얼른 처리하고 남은 일과는 이거 업무 좀 처리하다 칼퇴합시다."
"어유, 그게 되야 말이죠."
"걱정하지 마세요. 오늘은 제가 업무를 좀 늘리는 한이 있어도 보급관은 정시에 보내드릴테니까."
"에구, 그러면 제가 또 죄송해가지고.. 허허허.."
중대장의 자리는 딱지치기로 딴 것이 아님을 증명하듯 토리엘 대위는 골이 난 보급관의 심리를 간파하고는
적당히 슬슬 구슬리면서 기분을 풀어주고 있었다.
계급은 분명히 상사가 대위보다는 낮았지만, 짬 차이는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컸기에 둘의 사이는 기본적으로 상호 존중이었다.
테미 상사도 성격이 썩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토리엘 대위의 그런 노력을 알았기에 대부분 이런 경우는 튕기지 않고 받는 편이었다.
"교탄은 몇 발 정도 남았나요?"
"해봐야 백 발 남았나? 얼마 안 됩니다. 걍 따발이 긁으면 금방 쏠 겁니다."
"예, 그러면 그렇게 하고 저는 병력 통제하고 있을 테니까 마무리하고 오세요."
"예, 예. 알겠습니다. 야, 샌즈야! 총 들고왔지?"
기세 좋게 샌즈 병장에게 총을 꺼낼 것을 명령한 보급관은 잔여 탄을 여분의 탄알집에 싹 삽탄했다.
샌즈 병장은 보급관이 자신의 총으로 잔탄 사격을 할 것을 깨닫고 안색이 새파래졌다.
보통 20발 하는 사격도 총이 더러워져서 깨끗하게 닦아줘야 하는데, 100발 이상의 총알을, 그것도 연발로 갈긴다면
자신 총기의 운명은 뻔했다.
샌즈 병장은 자신의 등에 덜렁덜렁 매달린 총기가 원망스러워졌다.
'아..씨발..'
그러거나 말거나 보급관은 콧노래를 부르며 탄알집을 들고 사로로 향했다.
부사수 꼴로 들어간 샌즈 병장은 패잔병같은 몰골을 하고 있었다.
자신의 총기에 가해질 가혹행위가 두려웠고, 뒷감당으로 벅벅 닦아내야 할 자신의 시간이 아까웠다.
보급관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손을 샌즈 병장에게 휙 내밀었다.
"야, 총."
"보급관님, 군인이 총기를 막 양도하면 안되지 않슴까.."
"이게 또 개소리하네, 확 뒤질래?"
"아이고, 보급관님.. 제발...살살.."
샌즈 병장은 울상이 되어 총기를 넘겼다.
테미 상사는 엎드린 채로 탄알집을 결합하고 탄피받이를 꽉 끼우고는 조정간을 쫙, 연발로 돌렸다.
교범에 실릴만한 엎드려쏴의 정자세였다.
곧이어 이어지는 경쾌한 소리.
타타타타타타타-! 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
냅스타 이병이 놀라 프리스크 일병에게 물었다.
"프리스크 일병님, 저, 저게 무슨 소리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아 저거, 남은 탄 연발로 다 쏘는거야. 알피스 상병님이 예전에 말씀하시는데, 이런 남은 탄 같은거 반납 절차 무지 귀찮다고 그랬거든.
그래서 걍 다 써버리는거지."
"여, 연발로 쏘면, 저런 소리가 나는 겁니까?"
"응, 아마 샌 뱀 총일텐데.. 말차 나가기 전에 수입하느라 피똥 좀 싸겠는데."
일은 프리스크 일병의 상황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아이고 신난다! 이 맛에 군인 한다니까 내가!"
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 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
분명 소총이었을 샌즈 병장의 총은 기관총처럼 잔탄을 전방을 향해 사격하고 있었다.
멀리서 흙이 파이고 돌이 튀는 것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50발쯤 쏘고 나니 탄피가 묵직하게 탄피받이에 채워졌다.
얼추 탄알집을 세개쯤 비우자 보급관이 탄피받이를 분리하고 조정간을 돌려 총기를 샌즈 병장에게 넘겼다.
뜨끈뜨끈한 열기가 샌즈 병장의 손에도 전해졌다.
"야, 새끼야. 너 못 쏘면 억울할 것 같아서 두 탄창만 줄게. 전방 보고 쏴갈겨."
보급관은 씩 웃으며 탄알집을 샌즈 병장에게 인계했다.
샌즈 병장은 이판사판이라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 씨발, 어차피 미래의 내가 총기 수입 다 해줄거 아니냐. 눈감고 걍 땡기자.'
보급관이 탄피 결합을 위해 뒤로 물러나자 샌즈 병장은 총기를 전방으로 향하고 보급관처럼 조정간을 연발로 돌렸다.
뭔가 허전하긴 했지만 오늘 받은 스트레스를 다 쏠 생각을 하니 기분이 풀렸다.
'따발이 군생활하면서 얼마나 갈겨보겠냐!'
사격 훈련때는 무조건 단발만 시키니 경험할 기회가 적은 것이다.
샌즈 병장은 마치 람보처럼 군인스러운 표정을 짓고는, 가상의 베트콩.. 아니 적군을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어, 씨발, 잠깐만.'
클립에 탄피를 끼우던 행보관은 문득, 샌즈 병장에게 탄피받이를 넘기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사실을 깨달은 행보관은 욕설을 내뱉으며 샌즈 병장에게 날아갔다.
그리고, 1초가 10초처럼, 10초가 1분처럼, 순간이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조각나 느리게 흘러갔다.
"야~~쒸이부라랄~~아아안~~돼에에에~!~!~!~!"
야속하게도 샌즈 병장의 손가락은 이미 방아쇠를 당기고 있었다.
그리고 튕겨나가는 뜨끈뜨끈한, 금빛의 금덩어리들..
샌즈 병장은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행보관이 소리를 지르는 것과..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깨달았다.
'아, 좆됐네.'
그러거나 말거나 탄피는 날아가고.. 군대의 전설 중 하나인 탄피 드래곤볼이 막 개막하고 있었다.
쩔그렁.. 쩔그렁..
드래곤볼들이 마구 튀어 땅에 닿는 소리가 유난히도 청명하게 주변에 울렸다.
멀리 서 있던 언다인 상병은 무슨 참사가 일어났는지 직감하고 샌즈 병장과 똑같은 생각을 했다.
'좆됐네.'
곧 수십 명 손오공들의 땀과 눈물을 삼키는 대 사투가 막을 열었다.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 드래곤 레이더 없이 드래곤볼 찾기에 맞먹는..
사격장에서 흘린 탄피 찾기가 꽃핀 것이었다.
보급관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고는, 웃는 표정으로 샌즈 병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대가리 박아."
"보급관님, 제가 금방 찾겠.."
"박아."
샌즈 병장은 군말없이 사로에 대가리를 박았다.
병사들은 분주하게 주변을 뒤지며 탄피를 찾기 시작했다.





그 날의 참사는.. 또 다시 하나의 전설로 남아 전해지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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