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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AU Epilotale] Longing

다이유-EK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02.02 20:3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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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이 부서지면서 작은 먼지들이 꽃잎처럼 흩날리며 빛난다. 차디찬 어둠이 그 주변을 옥죄듯 감싸맨 어둑한 공간. 상처입은 나무처럼 곳곳에 흠이 나있는 대리석 기둥들의 가운데로 화사한 노랑빛 꽃밭이 놓여져있었다. 주변으로까지 닿는 빛의 경계선을 흐릿하게 만드는 그 찬란함은 제법 눈부시었다. 


그 중에 하나, 생기잃은 시든 꽃 한송이가 힘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다시 꼿꼿이 몸을 일으킨다. 그 주변으로 빛의 일렁임이 찰나에 발했다. 그 위로 뻗어있는 뽀송한 털로 뒤덮인, 네개의 아주 약간 도톰한 손가락이 얌전하게 꿈틀이고 있었다. 연두색의 위로 노란색의 넓다란 금들이 무늬로 그려진 스웨터, 발등 위까지 다다른 검은 바지. 세갈래로 나뉘어진 발가락의 하얀털로 뒤덮인 발. 그 주인의 얼굴은 곱상한 남자아이의 이목구비, 그리고 우습겠지만 염소의 얼굴이 섞여있는 모습이었다. 그러나ㅡ비록ㅡ 그 비현실적인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그 하얀 털로도 가릴 수 없는 사랑스러움과 앳됨이 배어져있었다.


소년은 뿌듯한 웃음을 머금으며 꽃들을 내려다본다. 그저 꽃들을 돌본다라는 것은 어떤 이에 있어서는 아무 것도 아니겠지만, 그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일이었으리라. 그에게 이 꽃송이들은 의미있는 것이었으니까.


" 벌써 저녁이네. "


상냥함이 묻어나오는 가녀린 목소리가 작게 울린다. 소년은 반쯤감은 눈으로 꽃밭을 내려다보며, 우수에 젖은 표정을 짓는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여기로 쏟아져내리는 빛줄기도 꺼질 것이다. 소년이 꽃을 온화한 표정으로 돌보면서 손 끝으로 조심스레 쓰다듬었을 때였다.


~~~


" ...오, 이런! "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작은 소음에, 소년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린다. 그리고 주변을 황급하게 둘러보고는, 꽃밭을 피해 조심스러운ㅡ하지만 제법 기민한ㅡ 움직임으로 기둥 뒤쪽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이윽고 잠시 뒤로, 살짝 고개를 내밀어 눈치를 살피는 소년이었다.?멀리서부터 들려오던 소음은 점차 가까워졌다. 딱딱한 바닥과 신발의 굽이 여러 번 맞부딪치면서 새어나오는 작고 앙증맞은 소음. 이윽고 그것이 멈출 때엔, 꽃밭의 앞으로 한 인영이 발걸음을 멈추고 있었을 때였다.


하얀 털이 목 근처로 둘러있는 파란 후드털자켓. 짙은 자줏빛의, 두개의 넓다른 금이 그어져있는 푸른 스웨터, 검은색 반바지와 무릎 위까지 올라온 새카만 니삭스, 그리고 무릎 아래까지 닿는 검은 부츠. 제법 얄팍한 두 팔다리. 그리고 어깨까지 닿는 갈색의 머리칼과 갸녀린 얼굴선. 그 뺨 위로는 더 이상 지저분한 밴드가 붙여져있지 않아있었다. 소녀, 프리스크는 두 손에 쥐고있는 그릇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큼지막한 버터스카치 시나몬 파이 한 조각이 올려져있는 그릇이었다.




" 안녕, 아스리엘. "




어린 소녀가 입을 연다. 소년, 아스리엘은 기둥 뒤에서 그 모습을 사슴같은, 물이 고여 찰랑이는 것처럼 빛나는 눈으로 바라본다.


" 나야, 너의 진정한 친구. 프리스크. "


소녀, 프리스크는 작게 미소를 지어보인다. 그러나 왠지모르게 작지만 길었던 두 눈에는 슬픔이 묻어나있었다.


" 잘지냈니? ...아직도 꽃밭을 돌보고 있는 거니? "


프리스크는 나지막히 읊조리듯, 꽃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아스리엘의 두 눈은 약간씩 흔들리고 있었다. 무거운 정적이 공기를 짓누르는 것과도 같이 느껴진다. 갑갑한 가슴과 숨 대신으로 뱉어져나오는 한숨. 체념한듯, 소녀는 짙은 한숨을 한 번, 내쉬고나서야 입을 다시 뗄 수 있었다.


" 요즘 있었던 일을 얘기해줄까? "


내던진 질문에, 되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그럼에도, 프리스크는 입을 여는 것을 그만두지 않았다.


" 엄마가 결국엔 아빠... 아스고어 대왕님이랑은 절대 재결합할 수 없을 거라고 얘기했어. 키드랑 어떻게든 둘이서 화해시킬려고 해봤지만, 세상에는 노력을 해도 이뤄내기 힘든 일이 있단 것을 알면서도 막상 부딪쳐보니 아쉬웠어. "


토리엘 드리무어... 한때 여왕이였지만 자신의 남편이었던 남자에게 실망을 품고 떠나와 이 폐허의 집에서 프리스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여성. 그녀는 아스리엘의 친엄마이자 핏줄 하나 이어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프리스크의 엄마이기도 했다. 그녀는 결국 프리스크와 키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스고어와 재결합할 생각은 결코 없는 것으로 보여졌다. 


" 그래도 한가지 희망적인 부분이 있다면, 둘이 학교를 같이 운영하다보니 조금씩 마음을 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거랄까. 그 부분이 위안이 되고있어. 하지만... 재결합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인가봐. 항상 인자하게 웃으면서 꽃을 손보시는 그 뒷모습은 뭐랄까... 우울해보여. 그래서 요즘엔 엄마 몰래 단 둘이서 있을때만, 아빠라고 몇번 대왕님을 불러보면서 같이 시간을 보내기도 해. 그때 만큼은, 다른 때보다 행복해보이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


애써 웃음을 보이지만, 그럼에도 두 눈에 맺혀있는 슬픔을 지워낼 수 없는 프리스크였다. 아스리엘의 일렁이는 두 눈동자에는 깊은 슬픔과 기쁨... 그리고 후회가 담겨져 있었다.


당장이라도 가고 싶지만, 갈 수 없다. 그것이 자신의 운명이니까.


아스리엘은 꾹꾹 참고 참았다. 온몸으로 전율이 흐르는 것과도 같이, 팔다리가 부들거렸다.


" ...파피루스가 최근에 인간들의 요리하는 방법을 보면서 스파게티를 만들기 시작했어. 전에는 삼키기가 힘들었지만, 요즘에는 그래도 많이 나아졌는지 적어도 삼킬 수는 있게 됬어. 언다인이 많이 아쉬워하는 것 같았지만, 그녀도 자기때문에 파피루스의 요리가 안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최근들어서야 많이 익숙해진 것 같아. 근데 요새 인터넷으로 스웨덴식 요리법이라는 영상을 보면서 부엌을 엉망으로 만들기 시작했어. 근데 이상하게 음식은 먹을만해서 놀랐다니까. 과정은 네가 직접 봐야할텐데, 얼마나 난장판인지 모르겠다니까. "


소녀는 미소를 그리며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이극고 다시 숨을 가다듬고 말을 잇는다.


" 알피스는 여전히 연구소에 틀어박혀서 인간계에서 유행하고 있는 애니메이션을 보고있어. 그래도 언다인의 권유에 마지못해서 밖으로 나오기 시작하긴 했어. 아직까지는... 현재 진행 중이지만. 샌즈는 여전히 뼈에 관한 농담을 즐기고 있고. 그럴때마다 파피루스랑 언다인이 화를 내고 있지만. 뭐, 그는 최근에 자신의 패션센스를 나한테 적용시키기 시작했어. 나름 맘에 드는 것 같아. "


프리스크는 오른다리를 슬쩍들어올리고, 왼쪽 발가락 끝으로 힘을주어 한바퀴 빙글 돌아본다. 제법 두툼한 푸른 후드자켓이 펄럭였다. 


" 어때? 어울리는 것 같아? "


' ...어울려, 프리스크. '


하지만 그 생각을, 입밖으로 내는 일이란 없었다. 그저 애간장 탄듯 손 끝으로 힘을 주며 팔의 떨림을 억지로 참아볼 뿐이었다. 가까스로, 크게 내쉴뻔한 숨을 간신히 희미하게 내뱉을 수 있었던 아스리엘이었다. 싱그러운 웃음을 머금고 이런저런 포즈를 취해본 프리스크. 얼마 안 있어, 그 얼굴의 위로는 미소가 조금씩, 천천히 지워지기 시작했다.


" ...최근, 대사관이 되면서 힘든 일이 생겼어. "


모든 일이 끝난 이후... 아스고어 드리무어 대왕의 공식적인 청에 의해 괴물들을 대표하여 인간들과의 징검다리를 잇는 중대한 역할을 겸하게 된 프리스크였다. 그녀는 이제 괴물들의 대사관이자 메타톤 못지않은 슈퍼스타격인 존재였다. 그러나 그 찬란한 빛 뒤에는 항상 그림자가 따르는 법이었다.


" 요즈음 따라 몇 사람들이, 내가 괴물들의 대사관이라는 것이 곱게 보이지 않는 모양인가봐. 인간의 탈을 쓴 괴물, 속이 시커먼 인간이라면서 나를 비난하더라구. 그럴때마다 언다인과 파피루스가 참지 못하고 나서지만, 어떻게든 난 그 둘을 말리려고 하고 있어. 샌즈는... 가끔 내가 그러한 처지에 당할때마다 곤란한 표정을 짓더라구. 이따금 나를 비난한 사람들 몇명이 말못할 몰골이 됬는데, 무슨 일이 생겼는지 모르겠어. 하지만 분명한건... 그건 나를 위해주는 변호나 위로가 아니라 그저 또다른 괴롭힘에 불과하다는 거야... "


' ...프리스크... '


" 모든 괴물들도, 사람들도... 생명을 가진 이상 자비를 받을 자격이 있어. 그러니까... 나를 비난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악하다는 의미는 아닐거야. 난 그렇게 믿고있으니까... 그래서 난 그들을 용서하고 싶어... 하지만 그들이 주는 상처는... 어떻게든 잊으려 노력해도 그게 참 힘든 것 같아. "


' ...프리...스크... '


넌 너무 순진해.


넌 너무 바보같아.


왜?


왜 너는 항상...


...그렇게 잘해주는거야?




ㅡ그러나, 그 생각이 입밖으로 나오는 일은 결코 없었다. 프리스크에게 있어서는 무거운 침묵만이 답대신으로 되돌아올 뿐이었다. 프리스크의 눈망울의 검은 호수로, 물기가 차오르며 위태롭게 휘청였다.


" 아스리엘... "


그녀의 목소리는, 무언가에 묶여진 채로 억지로 끌려나온 것처럼 힘겹게 빠져나왔다. 전보다 갸녀리고, 떨림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목소리였다. 아스리엘의 두 손이, 그의 입가를 감쌌다.


" 이렇게 힘들때마다, 난 언제나 의지를 갖고서 견뎌내려 하고 있어. 내 옆엔 친구들이 있어. 가족들이 있어. 하지만... 가족들도 친구들도 있지만, 부족한게 하나 있어. "


한 박자 늦게, 무거운 숨과 한껏 목소리를 쥐어짜내보는 프리스크였다.


" 아스리엘 드리무어... 내 소중한 친구. 다른 이들을 '구할 수' 있었지만, 너라는 소중한 친구 하나를 구하지 못했다라는 사실은 내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어. 완전한 구원이라는 건 없는걸까... 너 하나를 구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텐데...! 그런데도, 그런데도 널... 가족들과 함께할 수 없게 하는걸까하고... 난 항상 생각하고 있어. "


그녀의 두 뺨 위로 가느다란 강물줄기가 흘러내린다. 그것은 두 눈에서 맺혀지면서 흘러나오는 눈물이었다. 이윽고 그것은들 그녀의 턱 아래로 이르러 하나의 길로 이어졌다. 그 턱의 아래로, 눈물이 맺혀나오는 방울이 한방울, 한방울... 아래를 향해 추락하기 시작했다. 숨을 죽이며 입과 코를 두 손으로 가리고 흐느끼는 아스리엘의 두 감긴 눈의 아래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 흐...흐끅...윽... 으윽... 난... 너가 보고싶어... 윽... 나에게 그 못된짓을 한 것은, 너가 아니었었으니까 상관없...윽...어... 그건 너가 아니라 플라위였으니까... 아스리엘 드리무어는, 상냥하고 온화한 친구니까... 그렇게 믿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더 이상 죄책감 가지지마... 부탁이니까... 흐윽... "


' 프...리...스크... "


어떻게든 숨을 죽이려 했지만, 결국엔 눈물에 굴복하고야 만 아스리엘은 그 자리 그대로 푹 엉덩방아를 찧듯 쓰러지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눈물을 쏟아냈다. 그 한편으로 뒤에서, 프리스크 역시 푸른 재킷의 소매로 눈물을 닦아내고 또 닦아내보았지만, 눈물을 억지로 참아낼 수 없었기에 계속 흐느끼고야 말았다.


" ...아스리엘... "


프리스크는 코를 훌쩍이며,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 나와... 네 친구들과... 네 가족들과... 다른 할 일이 있지 않아...? "


" ... "


" ... "




정적. 폐허를 감싸는 차가운 공기. 노란 꽃밭 위를 밝히는 조명은 서서히 흐릿해져간다. 프리스크는 한 동안 훌쩍이면서 말없이 고개를 숙이다, 가슴 위에 손을 얹어 마음을 진정시켜 보았다. 이윽고 푹 숙이고 있던 고개를 다시 들어올려보았다.


" ...파이가 다 식었겠네. 미안해. 지난번에 혹시나해서 가져다줬는데, 그릇이 비어있어서 너무나도 놀랐어. ...물론, 가져다준지 12번째만에 생겨난 일이었지만... 있잖아, 내가 너와 처음 싸우게 됬을때처럼 말야. 이따금 엄마가 너무 과식하는 거 아니냐고 걱정하고 있어. 나는 그럴때마다 말을 흐리곤 해. "


눈물기가 남아있는 얼굴의 위로, 애써 미소를 그려보는 프리스크였다.


" ...그럼 잘 자, 아스리엘. 나중에 또 보자. 다음에 엄마가 달팽이 파이를 구워줄때 한 조각 가져다줄게. 버터스카치 시나몬 파이랑 같이 굽는 날이 있다면, 두 조각 모두 네거야. "


프리스크는 뒤돌아서, 발걸음을 내딛었다. 하지만 얼마 가지않아, 다시 한번 고개를 돌린 그녀였지만... 변한 것은 없었다. 작은 한숨과 함께, 슬픔에 빠진 표정으로 길을 다시 향하는 프리스크였다.


' ...잘 자, 프리스크... '


털의 위로 눈물범벅이 된 아스리엘은, 훌쩍이며 이 마음 속의 인사가 전해지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이제서야 몸을 일으켜 꽃밭의 뒤로 몸을 드러낸 아스리엘이었다. 고개를 내려다본다. 꽃밭의 앞으로, 흰 그릇 위에 놓여져있는 버터스카치 시나몬 파이 한 조각이 보였다. 아스리엘은 천천히 그것을 향해 걸어가, 그릇을 두 손으로 공손히 들어올렸다. 그리고 파이를 집어 조심스럽게 한 입 베어물었다.


입 속에서 파이를 천천히 씹는 동안,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 ...바보 프리스크... "




아스리엘의 몸이 떨린다.




" ...파이에... 눈물이 다 묻었잖아...! "


그의 두 눈으로, 아까 전 보다 더욱 뜨겁고 굵은 눈물줄기가 뺨 위를 타고 흘러내렸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프리스크의 눈물 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것까지 입술 위로 조금씩 흘러내리고 있었다.


하얗고 뽀송한 털이 흠뻑 젖을 만큼 멈추지 않고 흘러내리는 눈물은, 프리스크의 눈물이 묻어있는 식은 파이와 함께 뒤섞인다. 눈물의 짭쪼름한 맛과 버터스카치 시나몬 파이의 달콤한 맛이 입 안에서 감돌았다.




저녁 밤 하늘, 창백한 달이 한 소년의 등을 향해 눈물을 흘러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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