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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갤문학] 저녁놀을 보는 프리스크와 차라가...MARCH.,..

양말(183.104) 2016.03.15 01:02:22
조회 2229 추천 16 댓글 7
														






제목짓는 재주 없다. 파는곳 있으면 삼

랏도 유심론 오랜만에 듣다가...








그리고 그린 아득한 향수. 마침내 울음이 끓어 무게없이 흩날리는 찬란한 여명. 지하에 괴인 모든 어둠이 한데 모여 빛이 되어 부서지는 모든 것이 끝나는 종말의 순간의 정가운데에, 아니, 조금 왼쪽에 치우친 자리에 프리스크는 있었다. 


세상 모든 것은 어째서인가, 정중앙에 서 있지 않고 한쪽으로 조금쯤 치우쳐있다고들 한다. 그리고 왜일까, 왼쪽에 제 고개들을 비스듬히 기울인 것이 많다고들 해. 사람이 신의 제일된 자리를 우편이라고 하는 것과는 달리. 

"끝이네." 

왼손으로 악수합시다. 그곳이 심장과 더 가까우니까. 라고 말한 사람이 있었다고들 한다. 프리스크는 왼편에 서 있었다. 낙조가 드리운 얼굴은 퍽 어른다웠다. 

*끝이지.

영 원히 알 수 없을 어른다움이라는 것이다. 아이인채로 떨어져, 아이인 채로 죽었다. 모르겠다. 어른이 된다는 것이 삶이란 자신의 뜻대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눈물 속에서 깨닫는 것이라면 나는 적어도 한때에는 어른이었는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줄무늬 셔츠를 벗지 못한 채 나는 죽음에 이르렀고, 멈추어 섰다. 아이인채로.

"모두 떠들썩하게 웃으면서 뛰어나가버렸어."

그 리고 그것은 프리스크도 마찬가지였다. 사랑은 변하고 약속은 잊혀지고 맹세는 깨쳐지기에 세상은 슬픈 것이라는 누군가의 말을 프리스크는 웃으며 받아들였기에. 그럼에도 몇 번이고 맹세하고 약속하며 사랑하기에. 어른이란 그러한 슬픈 진실을 재 맛이 나는 웃음과 함께 받아들이고 그것에 따라 자신을 변조하는 것이라고들 하니까.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너는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겠지.

*태양이란 걸 처음 보는 괴물들도 있으니까. 바다도. 산도. 강도. 별도.
*모두들, 살아가려는 거겠지.

산다는 것은 변하는 것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잊고, 변해간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까닭에.

*너도 이제, 살아갈 거지?

그것이 얼마나 슬프고 아픈 사실일지라도. 뒤에 남겨두고 가야만 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던 간에. 

"나는..."

황금꽃 위로 떨어지고부터 참으로 오래도록, 혹은 고작 찰나간 동안 감겨있었던 프리스크의 눈이 만개했다. 아직 도달하지 않은 별하늘을 담은 눈. 단 한번도 보지 못했었으나 알고 있었고, 보기를 가없이 고대했던 눈. 

*그러지 마.

모든 인간은 죽어 별이 된단다. 인간의 마음속에 잠들어 있던 그윽한 향수를 일깨우는 휘황한 별빛이 서린 눈동자에 슬픔이 어린다. 나는 웃는다.

*울지 마. 프리스크. ...네가 울면 우주가 무너져.
"거짓말."

살 아 있을 적에는 진심을 말할 수 있는 곳을 얻지 못했다. 햇볕은 가혹했고, 그 아래 작열하던 웃음소리는 더욱 그러했다. 어둠 아래에서 새로이 얻은 가족은 친절했으나 친절만으로 모든 것이 잘 돌아가진 않았었다. 진심을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친구와는 대립 끝에 서로를 죽음에 이르게 했었다. 대체로, 삶이란 이렇다. 

*정말이야.

죽고 나서야 진심을 한없이 뇌일 수 있는 이 모순에 웃는다. 너는 손을 뻗어온다. 닿을 수 없다는 것을 피차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나는 이곳에 있을 거야."

사랑 많은 것들은 이미 시대가 변하기 전에 대부분 스러졌을 것이다. 당연히 그럴 것이다. 프리스크를 보면 이유는 너무나도 명백하다. 사랑이라는 것이 그것들을 살게 두지 않을 테니까. 사랑이 깊기에 슬픔 또한 지극한 이유로.

"내가 너와 함께 있을게."

결국 네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니까, 나는 웃어버린다. 

*바보구나. 집으로 돌아가려고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온 거였잖아.

나는 꽃을 피워낸다. 철도 아니라는데, 주변에는 버터컵 꽃이 정성들여 키워낸 것마냥 만개한다. 내가 아스리엘에게 부탁해 그러안았던 작고작은 노란색 꽃. 내가 스스로 씹어삼켰던 죽음. 너의 무수한 죽음. 

*이 모든 걸 넘어서, 집으로 돌아가려고. 그런데 골 지점까지 앞으로 한걸음인데 멈추다니. 

내가 피워낸 꽃의 무덤을 파묻혀, 태어나자마자 죽어가는 꽃의 향기로운 비명에 적셔진 채 너는 나를 곧게 바라본다. 다갈색 머리카락에 맺힌 꽃잎이 장신구마냥 불빛에 아롱인다. 

"하지만 차라."

이름을 불린다는 것이 이렇게나 울 것 같은 기분으로 사람을 끌어내린다는 것을 진즉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라고 막연히 생각한다. 

"그러면 이젠 너를 부르지 못하잖아.."

바다에 빠져 질식하는 사람은 분명 이러한 냄새를 맡겠지. 물과, 소금과, 눈물의 냄새를. 

"이대로 가버리면, 이젠 누구도 너를 기억해주지 않잖아...어디에도, 남지 않잖아.."

너 는 아스리엘을 생각하고 있겠지. 스스로 자기 자신을 플라위라고 결정지은 내 친구였던 작은 꽃을. 나는 잊어버리는 게 최선이야. 알겠지? 재와 의지와 죽음 아래에서 태어난 꽃을 두고 온 게 가슴아프고, 지하를 함께 뛰어다녔던 나를 죽음이라는 피안 너머에 놓는다는 것이 못내 슬퍼서. 

살아가다 보면 어느날엔가 이런 붉은 석양을 눈물 없이 바라볼 날이 온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노란 꽃을 보며 가슴이 저리지 않을 날이 오리라는 걸 너는 알고 있으니까. 살아간다는 것이 그런 것임이 한탄스러워서.

그래서 다정과 눈물로 칼을 벼려 그것으로 네 가슴을 찔러 죽음에 한없이 가까워질 수 있는 거겠지.  

*네가 기억하고 있잖아.  

나는 한때 인간이 미웠다. 인간이어서 인간이 더욱 증오스러웠다. 내가 나임이 혐오스러웠고, 그로 인해 세상에조차 환멸했던 때가 있었다. 지금도, 환멸한다는 자체는 그리 변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이곳에 분명히 있어. 내 앞에. 내가 살았었다는, 내가 이곳에 있었다는

하지만 나는 너로 인해 사랑을 믿는다. 붉은 빛의, 육안으로 유일하게 확인 가능한 사랑이 네 영혼임을 나는 알고 있어.  

*나의 존재증명
 
알고 있으니 믿지 않을 수 없다. 이적을 체험했던 신자들과도 같은 마음으로 나는 너를 신앙하고 있다.

*그러니 살아줘.

내가 유일하게 만날 수 있었던 신이었던 너를 사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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