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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갤문학] 버터스카치 10 (부제 : 샌즈가 머리 감겨주는 글)

흐븜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03.30 16:11:15
조회 2938 추천 96 댓글 20
														

+ 읽기 전에


아마 나왔는지도 몰랐을 9편의 번외편이 있었어...확인해보렴



1편 당신이 샌즈랑 아침에 일어나는 글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164609
2편 순수하게 샌즈가 바지를 안 입은 글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167071
3편 샌즈한테 문자오는 글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168080
4편 토리엘이 가정방문 하는 글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170822
5편 메사장이 돈지랄 하는 글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171767
6편 알피스가 휴대폰 바꿔주는 글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173849
7편 샌즈가 햄버거에 코 박고 자는 글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186998
8편 프리스크 괴롭히는 글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215709
9편 플라위가 꽃잎을 집어 던지는 글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237342
(9편의 번외 떨어진 아이)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240356



*



집으로 가는 길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뼈다귀는 아무 말이 없다. 피는 멈췄지만 당신의 다리는 여전히 욱신거렸고, 뛸 때는 몰랐지만 천천히 걸어가자니 당신은 꽤나 절뚝거렸다. 뼈다귀는 그런 당신에게 묵묵히 등을 내주었고, 체구가 작은 샌즈에게 업히자 당신의 발이 아주 조금 땅 위에서 떨어질 뿐이었다. 당신의 허벅지 안 쪽에서 샌즈의 골반 뼈가 그대로 느껴졌지만 당신이 얘기하기도 전에 샌즈는 그것을 알고 있었는지, 당신이 아프지 않도록 한 걸음 한 걸음을 조심스럽게 옮겼다. 집은 그렇게 천천히 그리고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었다.

문은 저절로 열렸고. 파피루스는 어디를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


"
파피루스가 지금의 널 보면 아주 슬퍼 할거야
."

샌즈는 당신을 거실 소파 위에 내려놓는다
.

"
내가 이제부터 뭘 할건지 알아
?"

샌즈가 소파 위에 앉은 당신을 빤히 내려다 본다. 당신은 어쩐지 조금 춥다고 느낀다
.

"
일단 네 상처를 치료해야겠지
."

샌즈의 갈비뼈가 가볍게 들썩였지만 당신은 그가 한숨을 쉰 것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다. 근심이 가득한 뼈다귀는 집 안 구석을 한 참 뒤지더니 구급상자를 꺼내온다. 당신이 아니면 쓸 일이 없는 물건이다
.

"
이런, 방수밴드가 없잖아
."

구급상자를 열어 뒤적거리던 샌즈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

토리엘 선생님이 바빠지면서 당신이 뼈다귀 형제와 함께 살게 됐을 때, 처음 인간과 한 집에서 생활해보는 뼈다귀들은 아직 돌봐줘야 할 어린 인간에게 필요한 것들을 마련하기 위해 꽤나 애를 먹었다
.

가장 준비하기 까다로웠던 건 아픈 당신을 간호할 때 필요한 물건들 이었고, 그 일례로 귓속 형 체온계를 당신의 콧구멍에 꽂아 넣고는 당신이 저체온증으로 죽어간다며 파피루스가 눈물을 뿜어낸다든지, 발목을 삐어 온 당신에게 샌즈가 정성스럽게 온 찜질을 해준 덕분에 당신이 한 동안 제대로 걸어 다니지 못한다든지 하는 일이 있었다
.

그 후로 뼈다귀 형제는 각종 의류서적을 탐독해가며 철저하게 준비 한다고 준비했지만, 당신이 다치거나 아플 때마다 늘 필요한 것은 한가지씩 빠져 있었고 그것이 오늘은 방수 밴드의 차례였다
.

아쉬운 대로 물이 닿으면 안 되는 일반 반창고와 붕대를 들고 소독한 상처 위에 덧대는 일에는 꽤나 많은 시간이 걸렸다
.

"
다치지 않은 곳에 흙만 닦아내고 옷 갈아 입고 와
."

샌즈는 새 옷을 건네며 당신을 욕실로 밀어 넣었다. 당신은 샤워기를 틀어 발과 종아리 등을 씻고 상처가 나서 물이 닿으면 안 되는 곳은 수건에 물을 묻혀 닦아냈다. 거울을 보니 당신의 얼굴부터 어깨까지 온통 반창고와 흙먼지로 뒤덮여 있었고 손바닥에는 큰 상처가 나서 세수를 할 수 없었다. 당신은 수건에 물을 묻혀 얼굴을 닦아 내다가 머리를 감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먼지만 대충 털어내기에는 운동장의 흙먼지와 공사장 바닥의 오물이 당신의 머리 기름과 한데 뭉쳐져 있는 광경이 썩 보기 좋지 않았다
.

당신은 욕실 밖으로 빼꼼 고개를 내밀고 구급상자를 정리하고 있는 뼈다귀를 바라보았다
.

"
다했으면 얼른 이리로 오라고. 할 이야기가 있으니까
."

당신은 샌즈에게 이리로 오라고 손짓한다
.

"
? 뭐야 설마 시간을 벌려는 거야
?"

당신이 제자리에 서서 기다리자 샌즈가 다가온다
.

"
혼내려는 게 아니야, 꼬맹아. 그리고 넌 내가 혼내봤자 전혀 무서워하지도 않잖아
?"

당신은 샌즈를 빤히 바라본다
.

"...
머리를 감겨달라는 표정이군 그래.
?"



*



당신의 머리에서 새하얀 뼈다귀가 새하얀 거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뼈다귀의 손 끝이 두피를 긁는 느낌이 이상하면서도 좋다
.

"
솔직히 너 지금 시간을 되돌리고 싶지 않아
?"

당신은 샌즈의 질문에 답을 할 수 없었다. 당신은 샌즈와 만약 아주 끔찍한 일이 일어난다면 시간을 되돌려도 좋다고 협의 했다. 하물며 몇 일 전도 아닌 불과 몇 시간 전의 일이었다. 당신은 상처는 금방 낫는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키드는
...

"
알아. 네가 그런 생각을 할 까봐 물어 본거야 꼬맹아
."

뼈다귀가 당신의 머리를 손으로 빗어가며 거품을 빼낸다
.

"
나도 키드와 네가 다친 건 싫지만, 시간을 되돌리면 이 모든 일을 기억하고 있는 건 꼬맹이 너 뿐이야
.".

샌즈는 세면대에 머리를 수그리고 있는 당신에게서 손을 떼 탈탈 털며 말한다
.

"
물론 눈치라도 채겠지. 하지만 그 땐 이렇게 머리를 감겨주지도 않을 거라고
?"

앞을 볼 수는 없었지만 샤워기를 집어 드는 소리가 들렸고 곧 따뜻한 물줄기가 당신의 머리를 타고 흐른다
.

"...
상처를 치료해 주지도 못해. 꼬맹아
."

샌즈가 손으로 당신의 머리카락을 흔들어가며 헹궈낸다
.

"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면, 내가 그 녀석들을 지옥에 떨어뜨리고 나서 되돌려. 상관없잖아
?"

물소리가 멈춘다
.

"
그게 아니면 힘들게 붙인 반창고를 리셋하지 말아줘
."

샌즈는 당신 머리의 물기를 짜냈고 당신을 똑바로 일으켜 세운 뒤 당신의 머리에 수건을 올려놓았다
.

"
꼬맹이 혼자만의 일로 덮어두지 말라는 말이야
."

당신의 어깨에 손을 얹고 눈을 맞춘 채 말하는 뼈다귀에게서 향긋한 샴푸 냄새가 난다. 아니면 당신의 냄새일 수도 있다
.

"
내가 계속 널 걱정할 수 있게 해달라고
."

당신의 머리에서부터 물방울이 흘러나와 눈 안으로 들어갔고, 따끔함을 느낀 당신은 눈을 꾹 감았다. 물방울이 눈 밖으로 밀려나길 기다리는 동안 당신의 뺨에 무언가 닿았다고 느꼈지만 다시 눈을 떴을 때, 뼈다귀의 까만 우주만 당신을 가만히 담아내고 있을 뿐이다
.

샌즈와 당신은 욕실 밖으로 나왔다. 거실에는 파피루스가 돌아와 있었고 케챱과 감자, 스파게티 면 등이 가득 담긴 장바구니를 품에 안고 있다
.

"
! 사오라 그런 거 다 사왔어! 녜헤
?!"

당신과 샌즈의 모습을 확인한 파피루스가 화들짝 놀랜다
.

"
뭐야 둘이 설마 지금 나 빼고 같이 씻은 거야
?"

파피루스가 바닥에 장바구니를 내려 놓으며 묻는다. 당신은 아니라고


"
응 맞아."

샌즈는 다음엔 파피루스도 함께 씻자고 제안한 뒤 욕조에 오리인형을 가득 띄우겠다는 파피루스를 뒤로 한 채 당신과 2층에 침실로 올라갔다. 당신이 샌즈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었는지 당신이 무얼 느꼈는지 일일이 말 할 필요는 없었다. 샌즈는 '할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당신이 침실로 갈 때면 늘 문을 열고 먼저 들어가 당신을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던 샌즈는 오늘만큼은 굳게 닫힌 당신의 방 문 앞에서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문고리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
뼈다귀는 이미 들어서 알고 있는 사실들을 머릿속으로 다시 한 번 정리하는 것 같다. 잠시 그렇게 있던 샌즈가 몸을 돌려 당신을 바라본다
.

"
. 내가 말했지. 넌 괴물이 아니라고
."

뼈다귀의 말과는 다르게, 역시 당신을 혼내려는 것 같다
.

"
하지만 그게 널 괴물이라고 부르는 녀석들 때문에 네가 괴물이 되어도 좋다는 걸 의미하진 않아
."

당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야. 샌즈는 더 이상 얘기하지 않겠다며 문고리를 잡고 방문을 열어 젖혔다. 그런 샌즈의 뒤에서 당신이 입을 열었다
.

"
반을 옮기고 싶어
."

문 바로 앞에 떨어져 있던 자신의 양말을 주워 올리던 샌즈가 멈칫한다. 방 안의 풍경은 이미 무엇이 누구의 것인지 모르게 온갖 옷가지들로 어지럽혀져 있었다. 체구가 비슷한 샌즈의 세탁물들이 당신의 방에 도착할 때마다 그 누구도 치우지 않은 탓이었고, 샌즈는 옷가지가 몇 개 없어져도 지장이 없을 만큼 옷을 자주 갈아입지도 않았다
.

"
그래, 꼬맹아. 지내는 게 벅차다면 어쩔 수 없지. 토리엘 아줌마의 말대로
..."

샌즈는 고개를 돌렸고 당신과 눈이 마주친다
.

"
그 표정은... 인간들의 반으로 옮기겠단 표정이네
."

당신은 처음부터 당신과 언다인이 친구는 아니었다고 말한다. 파피루스 덕분에 그녀와 친구가 될 수 있었다. 한 가운데서 가만히 버티고 서 있어봤자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당신은 샌즈에게 당신이 인간과 괴물 사이의 파피루스가 되어주겠다고 말한다.

끝내주는 내 동생만큼은 아니어도, 할 수 있겠어? 그보다 네가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돼.”

 

휴대폰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고, 당신은 그것이 당신의 벨소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오늘은 이상하리만치 괴물대사인 당신의 휴대폰에서 당신을 찾는 전화가 단 한 번도 울리지 않았다. 당신은 빛이 새어 나오고 있는 샌즈의 바지 주머니를 응시했지만 샌즈는 도통 전화를 받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샌즈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전화를 끈 뒤 당신에게 말한다.

 

제대로 된 시간을 살게 되어서 좋다고. 하지만 네가 이 세상을 전부 책임질 필요는 없어. 엔딩을 보고 나서 넌 평범한 꼬마일 뿐이야.”


당신은 엔딩 같은 건 본 적이 없다며, 진짜 행복엔 엔딩이 없다고 말한다.

"
시간이 되돌아가지 않는 세상에서도 좋은 일은 언젠가 끝나게 되어 있어. 꼬맹아
."

"
샌즈는 아직 이 곳을 살아가는 방법을 몰라. 시간이 되돌아 가지 않아도 어려운 일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은 늘 있어
.”

샌즈는 당신에게 그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물었고 당신은 대답한다
.

"
그게 희망이라는 거래
."

당신은 샌즈를 지나쳐 스스로 방문을 밀고 방 안으로 들어갔고, 뼈다귀가 손에는 양말을 든 채 당신을 얼빠진 표정으로 바라보는 동안 뒤 한 번 돌아보지 않고 문을 닫았다
.

당신은 침대에 쓰러지듯 몸을 묻는다. 당신은 피곤을 느낀다. 협탁 위의 거울이 당신을 주시한다. 당신은 거울을 보며 샌즈에게는 조금 더 친절하게 대해줄 것을 부탁한다고 이야기한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고, 당신은 잔소리는 그만 할 테니 어디 한 번 솔직하게 얘기해보라고 말한다.

"
힘들어
."

당신은 버틴다
.

"
증오해
."

당신은 용서한다
.

"
무서워
."

당신은 다독인다
.

"..."

당신은 괜찮다
.

"
미안해
."

떨어진 아이는 떨어지고 싶지 않아 한다. 협탁 위에 거울이 미소 짓는다. 당신은 고마워 하며 오늘은 조금 일찍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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