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 9 8 7 8
이번에 새로 개정된 우편번호? 아니면 무슨 암호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옛날 삐삐번호?
셋 다 아니다.
놀랍지만 이것은 대망의 수능 성적 발표일에 공개된 내 수능 성적이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일까? 3년 동안 집에 오자마자 컴퓨터를 켜고는 하루종일 인터넷을 했으니...
아무리 그래도 공부는 내 길이 아니라고 깨닫고 '외세를 배척하는 흥선대원군의 기분'을 느끼며 3년 동안 공부를 배척했다지만 그래도 최소 인서울은 할 줄 알았는데...
하지만... 하지만 이 성적으로도 갈 대학은 있겠지?
정말로 이 성적으로 갈 대학이 있을까?
당,당연하지! 전부 9등급 맞은 쓰레기들도 돈만 있으면 대학에 들어가는 세상인데... 나 정도면 그래도 인서울은 하겠지?
그래 맞아, 뭘 불안해 하는거야? 정말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잖아? 학교도 끝났으니 평소처럼 일베에 들어가서 뻘글이나 써야지!
이상하게도 다리가 다른사람과 키배를 뜰때마냥 후들거려서 앞으로 걸어가기가 힘들었지만,
아까 점심을 잘 안먹은 탓이라 생각하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 수능도 끝났으니까. 난 급할게 없어. 천천히 가도 괜찮아.
심장이 왜이렇게 쿵쾅거리지? 벌써 이 나이에 부정맥이 오나?
설마 내가 그깟 대학때문에 이러는건 아니겠고... 절대 걱정할건 없는데...
대체 왜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다리가 계속해서 후들거린다. 대체 왜 이럴까? 설마 인서울 예정인 내가 그깟 대학 진학을 걱정해서 몸이 이러는건 아닐테고...
일단 가로수에 손을 짚고 크게 심호흡을 했다.
침착하자... 성적이 그렇게 나와도 걱정할 건 없어...
...아니 잠깐만,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난 수능성적에 대해 걱정한 적이 없다고!
그 때, 벌벌 떠는 내 모습이 뒤에서도 알아챌 정도였는지 여고생 무리가 나를 보고 깔깔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깔깔깔! 저기좀 봐! 정말 병신같다! 병신같은 오타쿠!'
저 여자들이 무슨 소리를 지껄였을지 상상이 간다. 틀림없이 저런 소리를 하며 내 욕을 하고 있을게 분명했다. 설령 아니더라도 내가 그렇다면 그런거야.
"지랄하네 여자년들... 다 죽여버려야해..."
물론 저 여고생들과 시비가 붙으면 싸워서 이길 자신은 없기에 작게 내리깔듯 말했다.
그 직후 내 모습을 보며 깔깔거리며 즐겼을 여자들을 '다 들렸다' 라고 말하듯 째진 눈초리로 힐끔 쳐다봐주고는, 나는 택시를 불러 집에 갔다.
물론 절대 내 다리가 대학성적때문에 후들거려서 그런게 아니다. 단지 저 여자들이랑 같은 길을 걷는다는게 기분 나빠서였다.
-
진정되지 않는 몸을 겨우 이끌고 힘겹게 집 문앞에 도착했다.
저 안에는 엄마가 분명 날 기다리고 있겠지? 엄마한테 뭐라고 말하지? 이번 수능은 망쳐서 대학에 못...
아니? 잠깐만, 대학에 못 간다니? 난 인서울 예약이라고? 엄마한테 부끄러울게 뭐가 있어?
그래 맞아! 당당하게 개선장군처럼 들어가는거야!
나는 하늘에 한점 부끄럼 없이 당당하게 수능을 봤다. 꿇릴건 없다. 엄마에게 당당하게 내 성적을 공개하는거야. 자, 집에 들어간다!
그리고 집 문을 열자마자 쏜살같이 방으로 뛰어들어가서 컴퓨터를 켰다.
혼잣말이라도 해서 이상하게 불안한 이 기분을 떨쳐내야겠다.
"내,내가,이,이,인서울,예,예약인건,다,당연하,하지만... 싯,시,시,시험,삼아,궁,궁금 하니까,어,어,어느 대학교에,갈,갈수있,있는지,보,보,보,볼까?"
버그라도 걸렸는지 마우스 커서가 덜덜 떨어서 사이트를 클릭하기 힘들었다.
사이트에 접속해서 내 정보를 입력하자 내 수능 성적과 지원 가능한 학교가 나왔다.
당연히 수도권 안이겠지?
음, 어디보자...
이런 대학이 있던가?
이건 처음 들어보는 대학교인데?
세상에 오징어를 건조하는 학과도 있나?
지원 가능한 대학이... 음... 좀 많이... 멀리 있네?
음... 그렇구만... 음...
뭔가가 좀 잘못된거같은데? 전산에 오류가...
...
나는 더 이상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했다.
손등에 뭔가 차가운 액체가 떨어졌다.
눈가를 만져보니 어느새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아... 히윽.. 흑... 흐끅... 흑... 힉..흑..."
나는 모든것을 인정해버리고 마음껏 오열했다.
나는 갈 대학이 없다. 이름 모를 지잡대 빼고는.
기분 나쁜 꿈도 아니다. 이것은 현실이다. 정말로 난 갈 대학이 없다.
내 성적으로 갈 수 있는 대학이 없다. 7 9 8 7 8이란 등급으로 지원 할 수 있는 대학이 없다.
난 재수를 하거나 이름 모를 지잡대에서 4년을 썩은 뒤, 취업이 안돼 자살할지도 모른다.
내게 미래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도망 칠 수도 없다. 이것은 뼈저리게 아픈 현실이다.
이것은 현실이다. 그 사실을 자각할 때마다 심장에 전깃줄이라도 꽂아넣은듯 오싹오싹하게 아파온다.
나는 갈 대학이 없다.
얼마나 지났을까. 내 울음소리가 밖에도 들렸는지 엄마가 내 방으로 달려와서 무슨일인지 안부를 물었다.
난 차마 대답할 수가 없었다. 이 사실을 엄마에게 말할 수 없다. 난 갈 대학이 없다는 사실을 내 입 밖으로 꺼낼 용기가 없다. 엄마의 실망한 얼굴을 보고싶지 않다.
이 상황에서도 난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다.
하지만 언젠가 엄마도 이 사실을 알 수 밖에 없다. 차라리 용기를 내어 지금 말하는게 나을지도 모른다.
"히흑... 힉... 히끅.. 흑... 나 수,수능 망해서... 끄흡... 대,대학교 못,못가..."
말 해버렸다. 엄마에게 참혹한 현실을 말해버렸다. 지금 내 심장을 박살내고 있는 망치를 엄마에게 그대로 옮겨준 느낌이다. 엄마의 얼굴을 볼 면목이 없다.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어느정도 내가 진정하자, 엄마는 조심스레 다른 해결방안을 내놓았다.
바로 재수를 하면 어떻겠냐는 것이다.
재수
그 말을 듣자 내 마음속에 작은 희망의 씨앗이 꿈틀거리며 되살아나는 느낌이었다.
그건 절망으로 가득찬 내 판도라 상자 안의 희망이라는 작은 빛 한줄기였다.
재수를 하면 이 절망적인 상황을 헤쳐나갈수있다.
이 수능 성적을 없던일로 하고 전부 1등급을 맞아서 서울대에 갈지도 모른다.
이렇게 뼈저리게 아픔을 느꼈으니 가능하다.
다른이들은 이런 고통을 느껴보지 못했으니, 내가 더 의욕에 불타서 공부할것이 확실하니까.
오히려 내가 출발선에 더 앞서있는거다!
"재수... 나 재수할래..."
-
그 일이 있은지 몇달 뒤,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물론 사진속의 난 웃는 모습이었다. 수능성적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다. 나에겐 재수라는 새로운 길이 열려있으니까!
재수학원? 그런건 필요없다. 나에겐 그런건 쓸데없는 돈낭비일뿐이니까.
집에서 내가 스스로 공부해도 서울대쯤은 가뿐하다. 난 이미 산통을 겪었기 때문에 남들과는 다르다.
"그렇지 아스리엘쨩?"
내 방 벽지에 붙여져 있는 아스리엘 팬아트를 보며 한 말이었다.
그림 속의 아스리엘이 내 말에 화답하듯 방긋 웃는듯 했다. 역시 내 마음을 알아주는건 아스리엘뿐인건가? 아스리엘과 함께라면 서울대쯤은 역시 내 발 아래에 있겠지?
아마 재수로 하버드대도 갈수있을지도?
그런 즐거운 상상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아스리엘 팬아트에 볼을 비비면서 실실 웃었다.
그러다 문득 시계바늘과 눈이 마주쳤다.
3시 15분이라고?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아까 3시에 시작했으니 벌써 15분이나 공부한 셈이다.
오늘은 첫날이니 몸풀기로 여기까지만 하기로 했다. 공부도 휴식이 필요하니까.
"나머지는 내일 해야지!"
이미 켜져있는 컴퓨터 앞 의자에 앉아서 언더테일 갤러리에 들어갔다.
언더테일 갤러리. 그 곳은 마지막으로 남은 내 유일한 안식처다.
이곳에 내가 컨셉을 잡고 뻘글을 쓰면 사람들이 호응해준다.
여기에선 내가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 사람들이 웃어줄때마다 내가 아직 쓸모 있는 존재란 걸 자각할수있다. 이곳 언더테일 갤러리에선 나같은 재수생도 차별 없이 받아준다. 게다가 꼴리는 아스리엘도 매일매일 볼수있다. 그 점이 너무나도 행복했다.
이런 안식처는 영원히 잃고싶지 않다. 재수보다 더 소중한 나의 소망이었다.
그런 생각을 품고 나서 며칠이 지났을까, 어느날 밤에 들어간 언더테일 갤러리는 난장판이었다.
언제는 난장판이 아니었나 싶겠지만 이번은 좀 달랐다.
떡밥의 주체가 그 누구도 아닌, 언갤의 죄수생이라고 불리는 다름아닌 나였다.
아스리엘 그림의 원작자가 나 때문에 모든 그림을 지우고 잠적을 탄다는 듯 했다.
내가 계속해서 써왔던 아스리엘 짤이 문제가 되었던 것이다.
그저 난 아스리엘에 대한 애정을 담아서 쓴것이었는데, 아스리엘이 좋아서 그런것일뿐인데... 순식간에 불펌질이나 하는 도둑놈 취급을 받고 있었다.
순식간에 언갤의 공공의 적이 되어버렸다. 한때나마 친구라고 느꼈던 사람들은 이미 시커먼 속내를 드러내며 한 순간의 쾌락을 위해 나를 씹고 뜯으며 즐기고 있었다.
재수생의 안식처 언더테일 갤러리는 이제 없었다. 이곳은 한 때의 유흥거리로 사람을 마녀사냥하기 바쁜 지옥이 되어있었다. 그 마녀가 나였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지...? 사과문... 사과문부터 올려야 하나? 앞으로 나는 어떻게 되는거지? 나는 어디로 가지? 마음의 여유를 어디서 찾지? 재수생을 받아줄 곳은 또 있을까? 아스리엘을 물고 빠는건 이제 어디서 해야하지?
머릿속이 너무나도 혼란스러웠다. 처음 수능 성적표를 받았을때와 같은 기분이었다. 팔다리는 오들오들 떨리기 시작했고 가슴 속에는 10kg 철구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 그 생각 하나만으로 나는 떨리는 오른손으로 가슴을 움켜쥐며 왼손으로 천천히 타자를 치기 시작했다.
[이 일에 대한 사과문]
타
자를 하나하나 칠 때마다 점점 머릿속이 새까매진다. 글자가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내 머릿속의 언더테일 갤러리에 대한 즐거운 기억도
하나씩 날아가는 것 같았다. 아스리엘을 생각하며 웃던 지난 날이 생각나자,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르며 볼을 간지럽혔다.
차게 식은 눈물이 키보드를 서서히 적셔감에도 불구하고 나는 계속에서 사과문을 썼다.
아니, 쓸 수 밖에 없었다. 이것이 그나마 지킬 수 있는 마지막 예의일지도 모른다.
사과문을 다 작성하고 갤러리에 올리고, 확실하게 마무리 짓기 위해 핸드폰을 책상에 고정시켰다.
언갤러와 그림 원작자에게 사죄하는 마음을 담아서 큰 절을 올리기 위함이었다.
핸드폰의 카메라 타이머를 작동시키고, 절을 하기 위해 수치스러운 마음을 누르며 무릎을 꿇자, 그 짧은 사이에 뭔가 마음 한 구석에서 불편한 느낌이 고개를 들었다.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내가 그렇게 큰 잘못을 했나?
난 서울대가 예약 된 재수생인데 왜 내가 무릎을 꿇어야 하지?
생각해보니 그렇네? 정말로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절을 마친 내 표정이 잔뜩 일그러졌다. 감히 서울대에 갈 이 몸을 이런 꼴을 보이게 해?
사죄의 의미로 올린 사진은 더 이상 사죄의 의미가 아니었다. 내 마음은 이미 언갤러들에 대한 분노로 잠식되어 있었다.
나는 어금니를 뿌드득 갈며 한마디를 읊조리며 인터넷 창의 x 버튼을 눌렀다.
"재수에 성공해서 반드시 네놈들보다 나은 인생을 살아주마..."
-
오늘은 정말 중요한 날이다.
1년 전의 치욕을 씻을 수 있는 날인 수능 성적 발표일이다.
공부는 충분히 했었다.
10분 정도 공부한 뒤, 50분 동안 언갤에 유동닉으로 나타나서 어그로를 끄는 규칙적인 사이클의 반복이었다.
미래의 서울대생인 나에겐, 이 정도의 공부만으로 충분하다. 왜냐고? 난 재수생이니까!
1년 전의 악몽을 되새기며 성적 발표를 확인한 결과는
'1 1 1 1 1'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였다. 이제 서울대에 원서를 접수 할 일만 남았다.
어쩌면 정말로 하버드 대학도 노려볼 수 있으려나? 역시 이래서 재수를 해야 한다니까.
엄마에게 이 기쁜 소식을 전해주자, 엄마는 감동했는지 눈물을 두 줄기 흘리며 나를 꼬옥 껴안아줬다.
마음같아선 언더테일 갤러리에 이 성적표를 올려서 언갤러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주고 싶지만,
예비 서울대생인 나에게 그런 조잡한 갤러리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말 그대로 이제 나는 노는 물이 다르니까.
재수생이라고 놀리던 놈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면 어떤 반응일까? 생각만 해도 온 몸이 짜릿해...지지가 않았다.
분명히 입이 절로 벌어지고 온 몸에 아드레날린이 분비되어 기쁜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어야 하는데, 뭔가 이상했다.
아마도 너무 강한 자극을 받으면 사람의 몸이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그런 비슷한 얘기로 치부하고 넘기려는 순간,
"일어나"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일어나라고."
어린아이의 그것과 같은 얇은 목소리가 흘러나온 곳은 다름아닌 벽에 붙은 아스리엘 그림이었다.
"어... 어떻게...?"
"일어나"
"뭐...?"
아스리엘 그림은 입 외에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입 만을 달싹이며 일어나라는 말만 반복 할 뿐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꿈이니까 일어나."
"그게 무..."
순간 대마초를 한 모금 빨면 알맞을 정도로 의식이 몽롱해졌다.
"어?"
정신이 들어보니 눈 앞에는 낯익은 천장이 보였다.
"설마..."
모든 것이 꿈이었다. 정확히는 성적 발표까지만.
핸드폰을 켜 날짜를 확인해보니 확실히 오늘이 발표일이었다.
꿈 때문에 모든 것이 헷갈렸지만, 나는 정신을 차리고 인터넷을 켜 성적을 확인했다.
당연히 꿈처럼 11111이겠지? 당연한 결과임이 틀림없다. 나는 이미 실패를 한번 경험한 재수생이다. 남들과는 다르다. 그럼 그 꿈은 예지몽이겠군?
나는 서울대에 들어갔던 그 꿈 상상을 하고 입을 헤벌쭉 벌리며 성적 발표 사이트에 들어갔다.
"당연히 11111!"
9 9 9 9 9
순간 내 눈을 의심 할 수밖에 없었다.
이... 이 숫자는 뭐지? 이 숫자는 뭐야? 혹시 그 새 1등급과 9등급이 서로 뒤바뀌기라도 한 걸까? 그럼 9등급이 제일 높겠네? 그럼 역시 나는 서울...대...
아니야, 그럴리가 없어. 분명히 뭔가 잘못된거야. 이건 나쁜 꿈일 뿐이겠지?
"그렇지 아스리엘?"
아까 전의 꿈을 생각하며 아스리엘 그림에게 대화를 시도했지만 애석하게도 아스리엘의 그림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아스리엘, 제발 대답좀 해봐."
입을 굳게 다문 아스리엘 그림은 미동도 없었다.
"아스리에에에엘!"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아스리엘 그림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아
니야... 내가 9등급일리 없어... 난 재수생인데... 남들과는 다른데... 공부도 열심히 했는데... 이건 뭔가 잘못됐어...
누군가 분명히 날 시기해서 내 성적을 조작한게 분명해. 분명히 언갤러중 한명이 그랬겠지? 그 새끼를 잡아내서 고소하면 되는거야.
그래 맞아. 내가 서울대에 못 갈리가 없어. 내가 왜 9등급이어야 하지? 대체 왜?
현실부정을 해도 남는건 냉혹한 현실이었다.
9등급... 9등급... 9란 숫자가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돈다. 아마 이대로라면 9등급이라는 단어에 강박증이 생길지도 모른다.
1년 전의 그 느낌이 다시 내 전신을 엄습해온다.
죄책감이 온 몸을 사무친다. 이젠 어쩔 도리가 없다. 1년 더 재수했다간 사람들을 볼 낯이 없어진다는건 나도 잘 알고 있다.
이 세상이 야속하다. 내 자신이 원망스럽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노력했더라면 괜찮았을텐데...
그러나 후회해도 소용없다는 사실이 내 어깨를 무겁게 짓누른다.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말 더는 어쩔 도리가 없다.
내 앞날을 비춰준 희망의 빛은 참혹한 현실 앞에 그렇게 꺼져버렸다. 더는... 더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니, 해야 할 일을 알았다.
나는 가죽으로 된 벨트와 안방에서 화장대 의자를 가져왔다.
방에 걸린 내 어린시절이 담긴 액자를 떼어냈다.
의자를 밟고 올라서서 벨트를 묶어 못에 걸치고 내 목에 감았다.
이 모든것이 일말의 동요도 없이 이루어졌다.
내가 모든 이에게 사죄 할 방법은 이것 뿐이다. 부모님을 뵐 면목이 없다.
이것으로 내 죄책감이 씻겨져 내려갔으면 좋겠다.
나는 발 밑의 의자를 걷어찼다.
글 존나 오랜만에써본다
갈수록 서술이 3인칭처럼 변해가는건 일부러 그렇게 한거임
퇴고도 거의 안했고 반 장난으로 쓴거지만...
너네는 재수 절대하지마라 재수해서 성공한케이스를 본적이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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