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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갤문학] 프리스크 패러블 - 7 - (폐허 끝)

유동문학(221.141) 2016.04.19 18:4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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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335193

2화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336187

3화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339784

4화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340461

5화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342997

6화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344019

8화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347599

  

 

 집 안으로 들어가니 생각보다 넓고 깔끔했다. 왼쪽으로 이어지는 마루바닥을 쭉 가보니, 주방에 버터스카치 시나몬 파이가 있었다. 버터스카치 파이와 시나몬 파이를 만든 게 아니라 두 개를 합친 것이었다. 파이의 크기가 굉장히 커서, 만약 너 혼자 먹으면 3일은 먹고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눈에서 빛을 내며 파이를 바라보니, 뒤에서 따라온 토리엘이 다가왔다. 토리엘은 너에게 파이를 주기 위해 칼을 꺼내 작은 조각으로 잘랐다. 토리엘은 파이가 아직 뜨거우니 조심해서 먹으라고 말해주었다. 그녀는 접시에 담긴 파이와 함께 포크를 건네주었다. 너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파이를 입으로 불어가며 식혔고, 포크로 찍어 작은 조각을 먹었다. 달콤하면서 묘하게 알싸한 향이 입안에 가득 퍼졌고, 엄청나게 맛있었다.

 너는 맛을 평가할 시간도 가지지 못 하고 바로 파이를 다시 입 안에 넣었다. 말이 필요 없는 굉장한 맛이었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괴물 세계에 있다니 신기했고, 이걸 가져가서 엄마랑 아빠한테 주고 싶었다. 너의 엄마, 아빠는 너에게 맛있는 음식을 주지 못 하듯이, 맛있는 음식을 먹지 못 했다.

 

 "좋아하는 것 같아서 다행이구나, 아가야."

 "살면서 이렇게 맛있는 건 처음 먹어봐요, 아줌마!"

 

 너는 예의없게 보이지 않으려 노력하면서도 순식간에 파이를 먹어치웠다. 포만감이 젖은 너는 의자에 축 늘어져서 앉았다. 메고 있던 가방의 손잡이가 너의 뒤통수에 걸려 불편했지만,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사실, 지금까지 지나온 길을 오면서의 긴장이 풀린 것이었다. 즐겁운 모험을 하듯이 왔지만, 모험은 역시 모험이었다.

 

 "많이 배고팠나보구나. 피곤한 것 같은데, 방에서 한숨 자지 않으련? 너를 위한 방도 있단다."

 

 토리엘의 친절에 너는 조금 놀랐다. 처음 보는 인간 아이를 보호해주고, 맛있는 음식을 주는 것도 모자라서 잠자리까지 준다는 것은 사실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너는 이정도로 도움을 받았는데, 방을 하나 차지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너는 정중하게 사양하고자 했다.

 

 "괜찮아요, 아줌마. 여기서 자고 가는 건 예의가 아니에요. 혹시 바깥으로 나가려면 어디로 가야하는지 아세요? 집으로 돌아가야해요."

 "바깥이라니? 오, 아가야. 이제는 여기가 네 집이란다."

 "네?"

 

 너는 토리엘이 한 말을 잘못 들었나 싶어서 토리엘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에서는 한치의 농담이나 거짓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까부터 느끼고는 있었지만 무언가 이상했다. 너를 아가야 라며 마치 자신의 아이처럼 부르고 있었고, 지나치게 호의를 베풀었으며, 마치 엄마처럼 따뜻하게 너를 맞아주었다. 문제는 토리엘은 너의 엄마가 아니었고, 그저 구덩이에 떨어진 뒤에 얼마 지나지 않아 처음 만난 착한 괴물이었을 뿐이다.

 너는 굴려본 적이 없는 머리를 쓰기 시작했다. 혹시, 이 괴물이 나를 가둬서 어떻게 하려는 심산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취향이 지나치게 독특한 괴물이라면 모를까, 굳이 그런 짓은 하지 않을 것 같았다. 아니면 정말로 너를 소중히 여겨서 그러는 것일까. 짐작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전 밖으로 나가야 해요. 엄마랑 아빠가 절 찾을 거예요."

 "바깥은 위험하단다 얘야. 밖으로 나가면……, 위험하다는 말밖에 해줄 수가 없구나."

 

 토리엘은 난감하단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너는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정말로 재밌는 놀거리를 찾았다고 해서, 집으로 평생 못 돌아가는 상황을 원하는 것은 아니었다. 너는 괴물들이 봉인된 이 산을 나가는 것은 무리일지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동시에 포기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들어오는 것은 되지만 나가는 것은 불가능한 결계를 뚫고 나가야 한다면, 나가야만 했다.

 그러려면 어쨌든, 이 폐허에서 나가야한다고 생각했다. 너가 떨어진 구멍에서 암벽등반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도, 저는 여기에서 나가는 길을 찾고 싶어요."

 "……, 아가야. 잠깐 기다려라. 할 일이 생각났단다."

 

 토리엘은 너의 말을 듣다 말고 자리에서 일어나 지하실이 있는 방향으로 빠르게 걸어갔다. 너는 토리엘이 할 일을 마치기 전까진 일단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하여 자리에 앉아 기다렸다.

 

 "설마 진짜로 못 나가게 하려고 하시는 걸까……."

 

 빨리 토리엘을 따라가.

 

 "에?"

 

 너는 또 얼빠진 소리를 냈다. 목소리가 다짜고짜 토리엘을 따라가라고 한 뒤에 자기 할 말만 하고 있었으므로, 너는 일단 목소리가 시키는 대로 토리엘을 빨리 따라가기로 했다. 지하실로 걸어들어가니, 아까 모험을 해왔던 폐허와 비슷한 곳이 나왔다. 다만 좀 더 어둡고 칙칙했다. 토리엘이 내는 듯한 둔탁한 발걸음 소리가 그 복도에 울려 퍼졌다.

 꽤 긴 그 길을 걸어가니, 복도의 끝에 토리엘이 서 있었다. 토리엘 앞에는 문이 굳게 닫힌 커다란 문이 있었는데, 딱 봐도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 문이었다. 너는 토리엘이 그 문을 잠그려고 왔다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알아챘다. 너는 토리엘의 바로 뒤까지 다가가서 섰다.

 

 "아줌마……."

 "여기 들어오는 인간들을 보고 또 보아왔단다. 아가야."

 

 토리엘은 뒤를 돌아서 너에게 말했다. 결의에 차있으면서도 매우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너는 그런 토리엘의 표정에 살짝 압도되었다. 슬픔보다도 굳은 결의가 토리엘에게서 느껴졌다.

 

 "들어오고, 나가려다, 죽어."

 "……."

 

 너는 토리엘이 하는 말을 자세히 이해할 순 없었지만, 지금까지 이곳에 온 인간은 너 자신만이 있는 것이 아니며, 그들은 모두 나가려다 죽었다는 얘기를 하는 것 같았다. 도대체 누구에게 죽은 걸까? 여기는 괴물 세계니까 인간이 죽을 이유는 사실 무궁무진하다. 너 같은 아이는 너무 천진난만하여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인간과 괴물은 옛날에 적대를 했고, 괴물 중에서도 인간을 싫어하는 자가 있을 것이다.

 

 "아가야, 너가 폐허를 떠나면, 그 자, 아스고어에게 죽을 거야."

 "그래도……."

 "……."

 "그래도 전 나가야 해요!"

 

 너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그렇게 말한 것이 아니었다. 어리고 겁많은 여자아이였지만, 사리분간을 못 하는 아이는 아니었다. 이곳에서 토리엘의 보살핌을 받으면 불행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물론, 행복하지도 않을 것이다. 너가 원래 살던 집보다 큰 이 공간은, 시간이 지날수록 작아질 것이고 너는 아마 불행함을 느끼기 시작할 것이다. 바깥 세상에서 친구도 없고, 즐거운 놀이거리도 없다는 것이 곧 너가 이곳에서 눌러 살고 싶어지는 이유가 되진 않았다. 너는 엄마랑 아빠를 다시 만나야 했다.

 엄마와 아빠가 너에게 아무 관심 없다고 해도, 너는 아마 이곳에서 나가고 싶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사실 너는 너가 있어야 할 곳을 정확히 알고 있으니까.

 

 "다른 인간과 똑같구나. 그러면 증명해보렴……."

 "네?"

 "너가 살아남을 수 있을 만큼 강하다는 걸 증명해보렴!"

 

 토리엘은 양 손에 마법의 불덩이를 만들어내고 너를 바라보았다.

 

 

 토리엘이 길을 막아섰다!



   *



 "왜, 왜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거에요? 전 누구와도 싸우고 싶지 않아요!"


 너는 토리엘에게 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토리엘은 들을 생각이 없다. 토리엘은 그대로 두 손에 있는 화염구를 너에게 던졌다. 화염이 기묘한 모양으로 쏟아져내려왔다. 너는 미처 그 화염을 피하지 못 했고, 화염은 오른팔의 일부를 스쳐갔다. 너는 난생 처음 느껴보는 작렬하는 화염의 고통으로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


 토리엘은 죄책감으로 표정을 찡그렸다. 토리엘? 당신이 표정을 찡그린다니요. 이 아이는 굉장히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데요.

 너는 화염의 고통을 빠르게 잊는다. 저 화염 마법은 정말로 너의 몸을 깡그리 태울만큼 뜨겁지 않다. 너의 영혼을 겨냥한 화염이므로, 너는 화염의 고통을 잊고 영혼을 소중히 간직 해야만 한다. 괴물과의 싸움에서 물리적인 요소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토리엘의 불이 너를 태우려고 해도, 너의 영혼이 더욱 붉게 타오르고 있음을 생각해야한다.


 '무슨 말하는 건지 모르겠어!'


 너는 오른팔의 격통을 더 이상 느끼지 못 한다. 너는 이제 선택해야만 한다. 토리엘을 공격할지, 아니면 그녀에게 자비를 베풀지.


 '내가 어떻게 토리엘 아줌마를 공격한다는 거야? 당연히 자비를 베풀……, 내가 아줌마한테 자비를 베풀만한 입장인 거야?'


 너는 목소리가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 했지만, 확실한 것은 목소리의 말대로 정말 생각보다 토리엘의 화염은 뜨겁지 않았다. 목소리가 고통을 못 느낀다고 말해주니, 정말로 넌 다치지 않은 듯이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너는 이런 상황에 혼자 빠졌으면 분명히 다시 죽어버렸을 거라고 생각했다. 불에 타서 죽는 것만큼 끔찍한 일도 없다고 생각했다. 방금까지 너에게 맛있는 파이를 구워준 사람이 너를 불태우려고 하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정말로, 나를 위해준다는 사람이 나를 불태워 죽이려고 할까, 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까지 나가려다 죽어버린 인간들은, 사실 이 괴물한테 불타죽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했다.

 너는 차라리 죽기 전에 시간을 되돌려서 다시 토리엘을 설득하는 게 나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그런 기대를 접어두었다. 토리엘이 그렇게 한다고 해서 설득을 당할 것 같지도 않았고, 그리고 토리엘이 거절한다면 또 다시 화염을 날리며 공격할 거란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너는 상상해보았다. 아까 플라위에게 죽은 것처럼 토리엘에게 불타 죽어버리는 상상을 말이다. 그러고 다시 돌아와서 토리엘을 마주한다면, 무서워서 쳐다보지도 못 할 것 같았다. 너는 이번 한 번에 일을 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너만의 방법으로 토리엘을 설득하는 것은 이것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해야 했다. 


 토리엘은 팔을 한번 휘두르더니 손에서 화염구를 쏟아냈다. 너는 그 화염구들 사이로 달려가면서 그걸 피했다. 직접 닿지만 않는다면, 정말로 뜨겁거나 하진 않았다. 물론 닿으면 불에 타는 것처럼 아프겠지만 말이다.


 '겁 주지 마!'


 너는 속으로 목소리에게 말했다. 기묘하게 움직이는 화염구들 사이로 너는 요리조리 움직이며 모두 피했다. 화염구는 생각보다 느렸다. 만약 이 화염구랑 50m 달리기를 한다면 무조건 너가 이길 거라고 확신할 정도였다. 그것도 압도적으로 이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화염과 함께 너는 또 다시 춤추기 시작했다. 이따금 너의 팔이나 다리, 허리를 화염이 스쳐갔지만, 그 고통을 느끼지 않았다.

 내가 느끼지 못 한다고 말해주었으니까.

 하지만 너의 영혼은 분명히 화염과 가까이할 때마다, 타격을 입고 있었다. 붉은 영혼이 힘이 빠지기 전에 너는 무언가 해야만 했다. 하지만, 너는 그저 화염구를 피하기만 했다.


 '아니, 나는 계속 무언가를 하고 있는 거야. 난 토리엘 아줌마를 다치게 할 생각이 없으니까, 다치지 않게 하고 있는 걸.'

 

 토리엘은 너와 거리를 두며 계속 바라보았다. 화염 공격을 멈추지 않았지만, 토리엘은 당황스러운 눈치였다.


 "뭐 하는 거니? 싸우거나 도망치란 말야!"


 토리엘은 싸우지도 못 하고 도망칠 수도 없는 너에게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토리엘은 심호흡을 하더니 다시 춤추는 화염구를 만들어냈고, 그것들이 너를 향해 미끄러지듯 쏟아졌다. 너는 이제는 익숙하다는 듯, 그 화염구를 피했다. 넌 무언가를 피하는 것에 꽤 능숙해보였다. 토리엘이 뭔가 더 말하고 있었지만 너는 그렇게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너는 그저 미소를 지으며 토리엘을 바라보았다.

 자기를 보호해준답시고 이 집에 살게 하려고 했던 괴물을, 5분 전까지만 해도 파이를 대접했으면서 이제는 너를 파이로 만들려고 하는 괴물을 너는 웃음으로 반기고 있었다.


 '맞아. 토리엘 아줌마는 5분 전까지만 해도, 나한테 맛있는 파이를 줬잖아. 그래서 그런 거야.'


 넌 단단히 미쳤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마. 제발 올라가!"


 토리엘의 공격은 점점 더 약해지기 시작했다. 화염구가 점점 줄어들었고, 토리엘은 점점 팔을 휘두를 의지가 부족해지는 듯 했다. 너는 그저 미소로 토리엘을 바라보며 그 공격을 피하고 있을 뿐이었다. 토리엘은 마지막으로 힘없이 팔을 휘둘렀고 화염구는 더 이상 너를 노리지 않았다. 토리엘에게서 나오는 화염은 프리스크를 피해서 다른 곳으로 퍼져나갔다. 너는 가만히 토리엘을 바라보며 말했다.


 "전 나가야만 해요."

 "제발……, 위로 올라가주렴."


 ……


 "여기서 잘 보살펴주겠다고 약속할 게."


 ……


 "가진 건 많이 없지만……."


 ……


 "행복하게 지낼 수 있어."


 ……


 "어째서 힘든 길을 택하는 거니?"


 ……


 "부탁이니 제발 위로 올라가주렴."


 ……


 "……."


 ……


 "한심하네, 고작 한 아이도 구하지 못 하다니."


 ……


 "아니요! 토리엘 아줌마가 절 구해줬어요."


 갑자기 너는 입을 열었다.


 "토리엘 아줌마께서 이곳에서 떨어진 저를 데려다 주셨고, 핸드폰도 줬고, 괴물들과 같이 지내는 법도 알려줬어요. 집에서는 엄청나게 맛있는 파이도 구워줬잖아요. 지하실에 폐허를 나가는 문이 있다는 것도 지금 알려주셨고요. 저를 막으려고 하는 척하셨지만, 사실 절 도와주려고 이렇게 하신 거잖아요. 만약 토리엘 아줌마가 안 도와줬으면, 전 진짜로 죽었을지도 몰라요. 지하 세계가 위험하다는 것도 알려주셨고요. 어……, 그리고……, 어쨌든 토리엘 아줌마가 절 구하지 못 한 건 아니에요. 정말이에요!"


 너는 횡설수설 떠들며 토리엘에게 말했다. 토리엘의 기분을 풀어주려는 듯 아무거나 마구잡이로 말하는 느낌이 들었다. 혹시 너가 스스로 말을 잘못 한 게 있지나 않은지 해서 긴장했지만, 토리엘은 놀라는 표정을 잠깐 지었을 뿐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 그저 다시 슬프게 웃을 뿐이었다.


 "그래, 아가야. 그렇구나. 고맙다."


 토리엘은 무릎을 꿇으며 너를 꼭 안아주었다.


 "너를 위해서 나의 바람을 접어야겠구나. 미안하지만, 부탁이 있단다. 폐허를 한 번 나가면 다시 돌아오지 말아주렴. 이해해주었으면 좋겠구나."

 "알았어요. 아줌마."


 너는 살짝 눈물이 나려는 걸 참았다. 토리엘에게 무슨 사연이 있는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행동할리 없다고 생각했다. 토리엘은 이내 너를 풀어주었고 위쪽으로 올라가려고 폐허를 나가는 문 맞은 편의 길로 향해 걸어갔다. 너는 잠깐 생각난 게 있는지. 입을 열었다.


 "토리엘 아줌마!"


 토리엘은 뒤를 돌아보았다. 눈물을 머금은 듯한 눈이었지만, 울고 있지는 않았다. 토리엘은 너의 말을 기다렸다.


 "그 혹시, 버터스카치 시나몬 파이 주실 수 있어요?"


 너는 이 상황에 지금 파이를 달라고 하고 있다.




 *





 너는 가방 속에 포장되어 담긴 버터스카치 시나몬 파이를 생각하며 웃었다. 그래도 이렇게 맛있는 파이를 다시 먹지 못 할 거라 생각하니 좀 아까웠던 것이다. 토리엘도 웃으면서 갖다주었다. 꼭 나중에 다시 먹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너는 굳게 닫힌 문을 열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런데 문을 열고 나서자마자 황금꽃 하나가 피어있었다. 너는 순간 깜짝 놀라서 뒷걸음질을 쳤다. 플라위였다.


 "아무도 죽이지 않았군, 그렇지?"


 플라위가 귀에 거슬리는 목소리를 내며 말했다. 너는 그저 고개를 끄덕거렸다. 플라위와 대화를 나누고 싶진 않았다. 저 괴물의 성격으로 보았을 땐, 너가 싸우지 않는다고 해서 포기하진 않을 것 같았다.


 "똑똑하군. 저어어엉말 똑똑해.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다 살려줬군."


 너는 딱히 그런 적은 없다고 생각했지만 플라위의 말을 들어주었다.


 "이 세계는 죽거나 죽이거나야. 그런데 너는 너만의 규칙으로 살아가려 하고 있군. 포기하지 않는 살인마를 만나면 결국 죽게 될 운명인가? 아니면 너는 공포에 질려서 그 사람을 죽일 거야? 재미 있겠군. 정말 재미 있겠어."


 너는 순간 의미를 알 수 없는 말들 때문에 멍해졌다. 딱히 모두를 살리겠다는 거창한 뜻이 아니라, 그냥 친하게 지내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는데, 저런 평가를 내릴 줄은 몰랐다. 도대체 어떤 인간 어린아이가, 누군가 자신을 때린다고 해서 상대방을 막대기로 패서 죽이겠는지 알 수가 없지만, 괴물들의 정신 세계는 너같은 아이가 상관할 바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흠, 혼잣말이 좀 많은 거 빼고는 좋은 구경거리였어. 앞으로 잘 부탁해."


 플라위는 사악한 웃음소리를 내더니 땅 속으로 들어가서 사라져버렸다. 너는 주변을 둘러보면서 플라위가 진짜로 사라졌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한숨을 내쉬었다.


 "있잖아. 왠지 저 괴물을 보니까 나온 게 후회가 돼."


 너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집으로 가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도와줘서 고마워. 그런데 다시 한 번 물어봐도 될까?"


 목소리는 너의 질문을 기다렸다. 너는 속으로 목소리의 이름이 무엇인지 정말 궁금하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의도적으로 이름을 말하지 않은 것 같았지만, 주변 모든 괴물 이름을 알면서 바로 옆에서 이야기하는 듯한 친구의 이름을 모른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너도 목소리를 부를 때에 이름을 붙여 말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냥 혼잣말을 하는 것보단, 상대방의 이름을 말하면서 혼잣말을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너는 입을 떼어 물어보고자 했다.


 "넌 이름이……"


 차라.


 내 이름은 차라야.


 너는 나의 대답에 만족하고, 플라위가 나타났던 곳을 지나쳐 바깥으로 향하는 문을 열었다. 바깥에서 하얀 빛이 새어들어왔다. 태양빛은 아니었지만, 분명히 밝은 빛이었다.


 "잘 부탁해, 차라."


 너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문을 더욱 활짝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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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 탈출한 금손 프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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