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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문학) judge me throughly! 02

ㅇㅇ(117.123) 2016.05.10 00:14:34
조회 959 추천 12 댓글 4
														

주말을 맞이한 텔레비전에서 조금 지난 영화가 흘러나온다. 지하에 떨어진 어린아이에 관한 이야기. 각색과 미화로 덧칠된 프리스크와 다른 괴물들의 이야기였다. 그들이 지상으로 나오게 된 이후 역대 최고급 화제와 함께 상영된 영화는 역대 최고급 흥행 성적을 올렸다. 그래서인지 심심해서 채널을 돌릴 때마다 어디선가 튀어나오는 영화가 되었다.


이쯤 되면 질렸을 만도 한데. 프리스크의 괴물 친구들은 여전히 그 영화가 나오면 채널을 고정하고 팝콘을 가져온다.


“알피스! 저기 봐, 너 나온다!”


“어, 응. 그러네.”


워터폴이 끝났으니 핫랜드가 나올 차례였다. 흥분한 언다인이 팔을 들썩이자 캐러멜을 입힌 팝콘이 여기저기로 튀었다. 프리스크는 제 다리로 떨어진 팝콘 하나를 입안으로 넣었다. 텁텁하고 달콤한 맛. 끈적한 캐러멜이 혀에 닿아 녹아내린다.


화려한 스크린 속에서는 강제적 퀴즈쇼가 진행되고 있다. 파피루스와 언다인이 자신감 넘치게 문제의 답을 외쳤다. 반복만 두 자릿수가 넘게 보고 있는 영화니까 당연한 일이다. 두 볼을 발갛게 물들인 알피스가 그런 둘이 우스운지 웃음을 터트렸다. 따라 웃을까. 조금 고민하다 프리스크는 입가를 당겨 미소를 만들어냈다.


“샌즈! 샌즈 나온다!”


“핫-도그!”


머리 위에 핫도그를 쌓는 장면은 영화 안에서도 유독 컬트적인 인기를 끌었다. 끝도 없이 올라가는 핫도그의 탑. 결국, 몇 발짝 움직이지 못하고 하늘 높은 줄 모르던 바벨탑이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 스크린 안의 인간은 뭐가 그리 웃긴지 밝게 웃었고 옆에서는 약속이라도 한 듯 탄식이 터져 나왔다. 따라서 아쉬운 소리를 내는 순간에도 프리스크의 시선은 그녀도 모르게 스크린 속의 웃음을 좇고 있었다.


도화지에 그린 것 같이 행복한 얼굴이 낯설게만 보인다. 분명 저 안의 까르르 웃어대는 인간도 프리스크 자신일 텐데. 거울 속 그녀의 얼굴은 왜 이리 일그러져 있는지. 떠들썩한 분위기, 활기가 넘치는 친구들, 평화로운 일상. 달라진 것이 없다. 지긋지긋할 정도로 어제와 같은 행복한 나날이다. 무릎 위에 올려진 프리스크의 손이 잘게 떨렸다. 멍한 시선은 여전히 텔레비전을 향해 있는 채로.


그녀에게 벌어진 이상을 가장 먼저 알아차린 사람은 알피스였다. 알피스는 퍼렇게 질려 친구의 이름을 외치려다, 표정을 다잡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프리스크?”


이름이 불리자 프리스크가 고개를 돌렸다. 평소처럼 알피스가 평온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 그제야 떨림이 초저녁 해가 저물듯 천천히 사그라든다.


“네가 말한 약속 시각 말이야. 얼마 안 남은 것 같아서.”


“아, 정말이네. “


몰랐어. 뒤늦게 벽에 걸린 시계를 올려다본 프리스크가 허망하게 말을 흘렸다. 어느새 그 시간이 다가와 있었다. 별로 재밌다고 느끼지는 못했는데. 영화를 보다 보니 그녀도 모르게 시간이 저만치 흘러간 모양이다. 손에 힘을 주어 꽉 주먹을 쥐고 난 뒤 프리스크가 소파에서 일어났다. 언다인과 알피스가 앉은 쪽으로 소파의 무게중심이 쏠렸다.


친구들의 시선이 스크린 안의 인간이 아닌 그녀에게로 몰려들었다.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던 가방을 챙겨 매고 프리스크는 친구들을 돌아보았다. 텔레비전을 앞에 두고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동화에서 나올법한 그림을 닮았다.


이제 프리스크, 그녀는 저 안에서 빠져나와 해가 지는 거리로 걸어 들어가야 한다. 누군가 제 목을 움켜쥐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숨이 막혀 온다.


“그럼. 나 이만 가 볼게.”


“…. 다음에 보자!”


즐거운 척 표정을 꾸며내고 말하기는 언제나 어렵다. 억지로 입가의 근육을 끌어올려 지어낸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고 문고리를 잡았다. 이 문을 지나고 나면 그녀를 기다리고 있을 연옥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는다. 불안하게 흔들리는 숨을 멈추고 손에 힘을 주었다.


갑작스레 들려온 소리가 아니었다면. 프리스크는 문을 열어 초저녁의 초췌한 햇살을 온몸으로 받아냈을 것이다.


“프리스크!”


반사적으로 돌아본 뒤편에 파피루스가 서 있었다. 왜 그러냐는 간단한 물음조차 사라지고 아득하게 그와 마주하고 있으려니 파피루스가 먼저 입을 열었다.


“잘 가. 다음에, 다음에 또 놀자.”


친절한 인사말에는 걸맞은 대답을 해주어야 한다. 프리스크는 오래 전 지하에서 그랬던 것처럼 웃어주기 위하여 노력했다. 어젯밤 거울을 보면서 연습한 대로. 그 와중에 손은 착실하게 문을 열었다.


“안녕, 파피.”


소음과 함께 문이 닫히고 난 자리에는 싸늘한 정적만이 감돌았다.




ㅇㅂ 자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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