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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갤문학] 샌즈 혼자 남은 집에 프리스크가 찾아온 이야기 2.

딕슨(59.8) 2016.05.11 21:42:11
조회 7003 추천 88 댓글 20
														

 

 

 

 

 

 

 

시작은 호칭부터였다.



'꼬맹아', 'kid' 로 곧잘 자신을 다정히 칭하던 애칭은 어느 순간 딱딱한 '프리스크'로 바뀌어 있었다.


그건 자신이 레스토랑에서 샌즈에게 고백한 이후 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 쭉 이어져왔고

단 한 번도 이름아닌 애칭으로 불러주는 일은 다시 없었다.

하지만 그건 정말 과거에 샌즈가 그녀를 칭했듯이 아직 '꼬맹이'였을때의 일이었다.

벌써 8년 전 일이었으니까.

샌즈는 그걸 한낱 철없는 꼬맹이의 헤프닝 정도로 넘길 아량도 없었던 걸까.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 것. 그게 시간의 불확실성이 지닌 매력' 이라고..


프리스크는 그 때도 지금도, 샌즈가 왜 고백을 거절하면서 그런 말을 자신에게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괜한 희망만 주고, 종이날개를 자신에게 달아주고서 마치 노력만 하면 날 수 있다고 북돋아주는 것처럼,


그 후 샌즈는 이상할 정도로 토리엘에게 자주 찾아왔었다.

그리고 처음보는 얼굴로 자신에게 둘이 할 얘기가 있으니 나가있으라고 했었다.


얼마 후 프리스크는 결계를 부쉈고 괴물들은 자유의 몸이 되어 지상으로 올라오게 되었으며

그렇게 되기가 무섭게 샌즈는 토리엘에게 청혼해왔다.


그렇게 둘은 결혼했고 자신의 마음도, 그나마 친구였던

그들의 관계까지 모든것이 끝나버렸다.

 

 

프리스크는 아직도 토리엘에게 청혼하며 옆에 서있던 자신을 보던 샌즈의 표정이 잊혀지질 않았다.


그건 분명 너무 끔찍해서 견딜 수 없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자신을 철저히 외면했다.

그 후로도 묘하게 차갑게 대하는 샌즈를 견딜 수 없어 기숙학교로 도망치듯 이 집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토리엘의 혹시 샌즈와 싸웠냐는 질문에 프리스크는 정말로 대답할 말이 없었다.

싸우고 말고 할 것도 그들 사이엔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결국 모든것은 프리스크가 샌즈에게 고백한 시점부터 시작된 셈이다.


프리스크는 시간을 돌릴수만 있다면 벌써 예전에 시도해서 모든걸 제자리로 돌렸을것이다.

 

 

하지만 이젠...


절망적인 기분으로 두 손에 얼굴을 묻고 울고있는 프리스크의 귀에 차가운게 와 닿았다.

프리스크는 눈물젖은 얼굴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눈이 내리고 있었다.

 

 

 

 

 

 

 

어둠이 내리고 저녁이 될 때까지


샌즈는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맥주를 기울이며 티비만 보고 있었고,

프리스크는 스노우딘의 집 구조로 본다면 파피루스 방에 해당하는 서재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밥 때가 다 되었지만 차마 샌즈를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이렇게 대치하고 있을수만도 없는 일이었다.

프리스크는 결국 책을 덮고 일어나 거실로 내려왔다.


".. 샌즈. 식사시간이야."


맥주캔을 든 채 고개를 돌리는 샌즈의 눈빛이 흐렸다.

그리고 어기적거리며 일어나 조금 비틀대며 프리스크를 지나쳐 주방의 식탁의자에 풀썩 주저앉았다.


프리스크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주방으로 걸어들어가 아침으로 만들어두었던

햄 샌드위치를 두 개 꺼내 전자렌지에 돌렸다.

샌드위치가 돌아가며 노란 불빛안에서 해동되는 모습을 말없이 들여다보던 프리스크가 잠시 후 입을 열었다.


"아까.. 뭔지 몰라도 미안해. 집안을 마구 헤집고 다닐 생각은 없었어."

 

 

 

"Heh."

 

 

 

그렇게 웃더니 다시 맥주를 기울이는 샌즈의 볼이 조금 붉었다.


곧 김이 피어오르는 샌드위치를 꺼내 샌즈와 자신의 접시에 놓고나서 프리스크는 의자에 앉게 되었다.

 

 


"냉장고 과일박스."


조금 잠긴 목소리가 프리스크에 귀에 울렸다.


"뭐라고, 샌즈?"


샌즈는 말없이 냉장고를 가리켰고 프리스크는 의아한 얼굴이 되어

머뭇거리며 냉장고를 열고 과일박스 서랍을 당겼다.


프리스크의 눈이 커졌다.


"... 마요네즈."


프리스크가 아침부터 찾았던 마요네즈가 그 안에 있었다.


"좋아하잖아?"


말하며 맥주를 기울이는 샌즈에 프리스크는 어떻게 알았어? 하고 물었으나 대답은 없었다.


프리스크는 잠시 의아한 표정이 되었다가 곧 기숙학교로 토리엘이 찾아올때 꼭 자신에게 줄

마요네즈를 하나씩 챙겨오던 것을 기억해냈다.


그걸 샌즈도 본 모양이었다.


"...고마워."


프리스크의 인사에도 샌즈는 말없이 빈 맥주캔을 놓고 이번엔 샌드위치를 들어 한 입 베어물었다.

제대로 이로 끊지않은 양상추가 통채로 빠져나와 그의 턱 밑에서 달랑였고 프리스크는 휴지를 뽑아 그에게 내밀었다.


"냅 둬, 프리스크."


그렇게 말하며 양상추는 식탁으로 떨어졌고 샌즈는 전혀 신경쓰는 기색없이 식사를 계속했다.


그런 샌즈를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쉰 프리스크는 이번엔 그가 식탁밑에 있던 새 맥주캔을 집어들어 따는것을 보고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그만 마셔, 샌즈. 이미 조금 취했잖아."


"냅 둬."

 

 

순간 프리스크는 욱하는것을 느꼈다.


"그렇게 냅두라면서 아무상관하지 말라는듯 얘기하지 좀 마. 냅두라고 해도 샌즈는 나한테 ...그러니까....."

우물거리며 프리스크를 쳐다보는 해골의 흐리멍텅한 시선이 느껴진다.

 


프리스크는 계속 적당한 말을 찾지 못하고 말을 더듬었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이 오래도록 피해왔던 그 호칭을 꺼내들 수 밖에 없었다.

 

 

 

"샌즈는 나한테.. 아빠같은 거잖아."

 

 


샌즈의 우물거리던 입이 멈췄다.

 

 

"...아빠?"


"..응."

 

 

 

.....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Heh."


해골은 웃었다.

 

 

 

 

 

 


"생각보다 훨씬 역겹네."

 

 

 

 

 

프리스크는 헛숨을 들이켰다.

손끝이 차가워지고 몸은 얼어붙고 말았다.

 

괜찮아.

괜찮아.


프리스크는 마음속으로 최면을 걸듯 자신에게 중얼댔다.

고개숙여 무릎위에 모아쥔 손만 내려다보며 마음속으로 필사적으로 외쳤다.


멈춰.

 


생각을 멈춰.

 


멈추지 않으면.. 모든게 끝날거야.


프리스크는 뭔가 차오르는 느낌에 눈을 깜빡이지 않기 위해 무릎위에 모아쥔 두 손에 힘을 주었다.

멈춰. 멈춰 제발.


의자 끌리는 소리가 났다.

제발.


눈에서 차오르던 무언가가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끝내 낙하하고.

 


고개가 돌아갔다.

 

 

 

어느 새 자리에서 일어난 그의 손에 얼굴이 잡힌 채 강한 알콜향이 느껴지는 해골의 입이 그녀의 여린 입술을 잠식했다.


프리스크는 지금 자신에게 일어난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파르라니 떨리는 속눈썹은 이미 눈물에 젖은 채 불안정하게 깜빡이고 있었다.


"후읍..."


프리스크의 작은 손이 샌즈의 어깨를 꽉 쥐었다.

 


"샌..."

 

잠시 입이 떨어진 틈을 타 꺼내려던 말은 샌즈가 고개를 틀어 더 깊숙한 키스를 해오는 것으로 완성되지 못하고 끊어졌다.


해골의 손가락 뼈가 이제 가슴께까지 길어진 프리스크의 머리카락 속으로 깊숙히 파고들었다.

 

 

프리스크는 두 눈을 꼬옥 감은 채 그에 저항하듯 밀고 들어오는 그의 혀를 피해 이리 저리 도망다녔지만

곧 집요하게 얽혀들어오는 그의 혀에 금방 흠뻑 적셔지고 적나라하게 비벼졌다.

"후읏..."

 

 

키스가 시작되기 전부터 젖어있던 두 눈망울을 흐린 눈으로 응시하던 샌즈는 마침내 입을 떼고 뜨거운 숨결이 느껴지는 혀로 그녀의 젖은 눈가를 핥아냈다.


그리고 프리스크가 호흡을 채 가다듬기도 전에 다시 키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이윽고 진한 알콜향이 느껴지는 더운 숨을 내뱉으며 샌즈가 프리스크의 입에서 떨어졌다.



가까운 거리에 뜨거운 호흡은 두 사람 사이 엉겨붙었다.

"하... 하아..."


숨을 몰아쉬며 눈물 젖은 얼굴로 의자 등받이를 몇 번이나 헛짚으며 간신히 일어난 프리스크는 불안하게 비틀대며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그리고 미친듯이 쿵쾅대는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한 채 믿을 수 없는 듯 떨리는 손으로 입을 막다가,

곧 자신을 쳐다보는 해골의 형형한 안광을 느끼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프리스크."



잔뜩 쉰 목소리가 해골에게서 흘러나왔다.



그건 너무나도 지친 목소리여서, 다른 곳에서였더라면 프리스크는 그걸 샌즈의 목소리라고는 절대 믿지 못했을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지 않길 빌었는데."


샌즈는 한숨처럼 웃었다. "이봐."


....



"다 끝났군, 그렇지?"



프리스크는 눈물젖은 눈을 들어 외면했던 고개를 천천히 샌즈를 향해 돌렸다.


샌즈는 자신의 의자를 끌어다 그 위에 힘없이 주저앉으며 손을 모으고 두 눈을 내리감았다.


"모든 걸 설명해야 할 때야."



샌즈의 모아 쥔 두 손은 조금 떨리고 있는 것 같았다.



프리스크는 아직도 진정되지 않는 듯 한 손을 가슴에 쥔 채 떨고 있었지만, 동시에 이 모든 상황의 심상치않음을 느끼는듯,

그 표정은 점점 의아함을 띄고 있었다. 샌즈는 그 모습을 보곤 힘없이 웃었다.

" Heh.. 괜찮다면 잠깐 앉아서 쉬는 건 어때? 긴 이야기가 될 테니까."


샌즈는 프리스크 자리의 의자를 가리켰다.

프리스크는 조금 머뭇대다가 이내 결심한듯 자신의 의자를 끌어다 샌즈의 앞에 조심스레 자리잡아 앉았고, 샌즈는 고마운듯 미소지었다.


그리고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

 

 


샌즈는 실험에 성공했다.

 

 

처음 시작은 인간경계를 위한 것이었다.


세이브/로드라는 시간을 희롱하는 무한의 힘을 가진 인간이 자신들의 일상을. 더 나아가서는 영혼을 파괴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샌즈는 일상에서 느낀 설명할 수 없는 시간의 뒤틀림과 그 안에 막대한 변칙성이 있다는 걸 밝혀냈고,

순전히 미약한 증거들과 그의 끊임없는 연구로서 마침내 세이브/로드를 가능케할 별 모양의 원석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한다.


'뼛 속'까지 과학자 기질을 타고난 샌즈는 이 엄청난 성과에 희열을 느낄 정도로 크게 기뻐했지만,

곧 그 기쁨은 오래가지 못하고 허무한 표정이 되어 고개를 떨어뜨리게 되었다.


거기엔 그 돌의 상태가 아직 불안정하다는 데에도 있었지만, 본질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인간은, 꼬맹이는 우리를 해치지 않는다. 아니, 세이브/로드 기능을 더는 사용하지 않는다.


그게 그 꼬맹이가 나에게 78번째 고백을 하며 내게 한 약속일 거다.


고백이 50번째가 넘어가고부터는 자신이 일일이 세기 어려우니 그 후부터는 kid 네가 세라며 무심하게 등돌렸었지만,

일단 충실하게 속으로 수를 세오긴 했었다.

 

 

샌즈는 작업대 위에 팔을 기대 엎드린 채 아련한 눈으로 별 모양의 돌을 들여다보며 손가락 뼈 끝으로 툭 건드렸다.


...112번째였지? 결국 고백을 받아주고 사귀게 된 것이.

샌즈는 돌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의자위에 올라서서 높이 쌓아올려진 잡동사니 위에 '세이브 포인트'를 올려두며 과거 토리엘에게 교제 허락을 받을 때를 떠올렸다.


샌즈는 프리스크와의 교제를 토리엘에게 겨우 겨우 허락받을 수 있었고,

그건 샌즈 자신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거세고 완고한 반대였다.


샌즈의 설득은 거의 통하지 않던 토리엘은 프리스크의 끈질긴 간청에 결국 눈물을 흘리며 둘의 관계를 허락했으나,

그 때문에 토리엘과 샌즈의 관계는 아직도 어색했다.

 

 

샌즈는 자신이 그렇게 못 미더운 괴물인가를 생각하며 창고에서 나와 집으로 들어가자마자

제발 저 지긋지긋한 양말 더미 좀 치우라는 파피루스의 쏟아지는 잔소리 폭격을 맞고서

곧 자신이 그렇게 못 미더운 뼈다귀임을 겸허히 인정해야 했다.


'뭐 꼬맹이는 아줌마에게 딸 같은 존재니까.'


샌즈는 미리 준비해 둔 쪽지를 양말더미가 잔뜩 쌓여있는 벽 앞에 붙이고는 유유히 자신의 방으로 올라갔다.


곧 '새애애애앤~즈-!!! 제발!! '알았어' 라는 쪽지만 붙이지 말고 좀 치우란 말이야아-!!' 하는 파피루스의 절규가 샌즈의 방까지 울려 퍼졌고

그 소리를 듣고 샌즈는 침대에 누운 채 히죽거렸다.


"Heh. 정말 아름다운 날이야."

 


어쩌면 그 말에 내포된 '아름다운 날'의 의미는, 이제 곧 파피루스가 언다인을 만나러 외출하고

거기다 하룻밤 지새러 가는 시간이 다가오고, 그 시간에 맞추어 꼬맹이가 자신의 집으로 찾아온다는것을 내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조금의 시간이 흐른 뒤, 파피루스가 외출한 샌즈만 남아있는 이 집으로 프리스크가 문을 노크하며 찾아왔다.

 

 

"샌즈."


그의 이름을 부르며 문 앞에서 수줍게 웃고있는 프리스크는 이제 완숙한

숙녀의 모습으로 성장해 있었고 찰랑이는 긴머리를 하고 있었다.

 

 

 

"어서 와, kid."


문을 열어 준 샌즈가 웃으며 말하자, 프리스크는 자신의 가슴께에 와있는 해골에게 허리를 숙여 그 광대뼈에 입맞추었다.

 

 

 

 

 

 

 

 

 

프리스크는 지상으로 나가지 않았다.

 

 

"난 이 곳이 좋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조용히 웃었지만, 그 결정의 대부분은 샌즈때문이라는 것을 샌즈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간혹 지상으로 올라가고 싶다며 프리스크의 옆에서 불만소리를 내는 눈치없이 행동하는 괴물들이 있긴했지만,

사실 속은 그렇게 악하지 않다는 것을 프리스크와 샌즈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럴때면 샌즈는 프리스크의 손길을 조용히 이끌어 다른 곳으로 자리를 피하곤 했다.

 

 


프리스크의 샌즈를 향한 첫 고백은 프리스크가 아직 어릴 때로,

고백장소랍시고 그 작은 머리를 굴려 구성이라도 맞춰야겠다고 생각한건지,

멋드러진 고급 레스토랑에 풀코스 요리까지 시켜놓고 글라스에는 와인까지 채워져 있었다.


제 딴엔 어른스럽다고 생각하는 과장된 몸짓으로 잔을 들어올려 와인을 한 모금 마시고는,

곧 찡그린 얼굴이 되어 물잔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샌즈는 웃고싶은 것을 꾹 참으며, 자신의 앞에 놓여있는 와인을 들어 한 모금 머금었다.

 

 

 

"흠, 스위트 한데? 드라이한 맛이 아예 없다고 할 순 없지만 입문용으로는 괜찮아."

 

 

 

샌즈는 히죽 웃으며 덧붙였다. "물론 포도쥬스가 더 어울리는 꼬맹이에겐 해당사항 없는 말이지."


그 말에 얼굴을 붉힌 프리스크의 접시를 가져와 샌즈가 스테이크를 썰어주며 말문을 열었다.


"그래서 kid... 이 삐까번쩍하는 곳으로 날 불러낸 이유가 대체 뭐야? 말해두지만, 난 지금 빈털터리라고?"

 

 

프리스크는 걱정말라는 듯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보였다.


곧 짤랑이는 큰 돈주머니를 확인시켜주는 프리스크를 보며, 샌즈는 속으로 혀를 찼다.

아마 길을 떠나오며 만나는 괴물마다 일일이 자비를 베풀어 얻은 골드.. 혹은 합의금이라고 불러야 할 것들이다.


샌즈는 아이의 몸 곳곳에 생겨있는 크고 작은 상처들을 못 본 체했다.


어차피 인간일 뿐이다. 언제 돌변해 자신들을 공격해올지 알 수 없는....


샌즈는 칼질을 멈추고 썰다 만 스테이크 접시를 프리스크의 앞으로 되밀었다.

 

 

"이 정도면 알아서 먹을 수 있지, 꼬맹아?"


프리스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고맙다고 했다.

Heh, 숨을 내쉬며 웃는 샌즈를 보던 프리스크는 순간 큰 결심을 한 표정으로 몸을 숙여 테이블 밑에 숨겨두었던 커다란 장미 꽃다발을 꺼내들었고,

그 광경을 목격한 샌즈는 소리도 못내고 경악했다.


"샌즈, 좋아해! 나랑 사귀어줘!"


두 눈을 질끈 감고 심판을 기다리듯 부들부들 떨리는 손길로 장미 꽃다발을 샌즈의 앞으로 내민 프리스크를 보며 샌즈는 곧 한숨을 내쉬었다.

프리스크가 그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면, 내려주어야 할 일이었다.


그는 심판자였다.

 

"꼬맹아."


프리스크는 슬그머니 한쪽 눈을 실눈 떠 샌즈를 바라보았고, 그 너무나 아이다운 모습에 샌즈는 피식 웃었다.


"내 대답은 알지?"

프리스크는 모른다고 했다.

"괜한 고집이야, kid."


샌즈는 웃으며 말했지만, 그 말에는 거스를 수 없는 힘이 있었다.

프리스크는 풀죽은 모습으로 힘없이 장미 꽃다발을 떨구었다.


"Heh. 꽤 바빴었겠네. 별 다섯개짜리 식당 예약에 와인에 꽃다발에...."


샌즈는 고급스러움이 흐르는 듯한 화려한 식당 내부를 대충 둘러보다가 어깨를 으쓱였다.


"뭐 개인적으로는, 꼬맹이가 찾아와서 와인을 주문하면 꾸짖어 내보낼 생각은 않고

매출 올릴 생각에 혈안이 된 레스토랑 주인의 얼굴이 보고싶은데 말야."


프리스크는 고개를 도리질치며 그건 아니라고 했다.

 

 

 

"왜냐하면 아빠랑 올거랬거든."

 


"...와, 그거 심한데."

 

 

샌즈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이만 가볼게. 아주머니께 안부 전해줘."


등돌리는 샌즈의 뒷모습에 프리스크는 다급히 자신은 정말 안되는 거냐고 물어왔다.

 

 

"그래."


샌즈의 차가울정도로 단호한 대답에 프리스크는 고개를 떨구었다.

 

 

"...뭐,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갑자기 들려온 샌즈의 목소리에, 프리스크는 고개를 들어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게 시간의 불확실성이 지닌 매력이지."


샌즈는 레스토랑을 나갔고, 프리스크는 샌즈의 뒷모습이 완전히 사라질때까지 오래도록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식당을 나온 샌즈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그래, 시간은 멋진거지. 그래서 더더욱 니가 멋대로 주르는걸 참을 수가 없어.'

 

 

그 날 이후 프리스크의 고백은 계속 돼왔고 샌즈는 그녀가 해오는 고백을 손가락으로 세기 시작하다 나중에는 부족해진지도 오래되어서,

50번째 이후는 kid 네가 세라며 등 돌렸을때 떨구는 고개로 떨어지는 눈물을 보았지만 모르는 체 했었다.

 


프리스크를 곤란하게 만들고 싶다는 고약한 의도가 아예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세이브/로드 기능을 사용하지 않을게."

 

 


78번째인가.


그렇게 생각하며 나온 자리에 프리스크는 대뜸 저런 말을 했다.

 

 

"그게 샌즈가 걱정하는 거잖아?"

 

 

첫 고백 이후 5년이 지난 상태라, 프리스크는 제법 숙녀티가 나기 시작했고 생각하는 것도 어린아이에서 많이 벗어나게 된 것 같았다.

 

 

나름 자기 딴에 많은 걸 생각한 후 도출해낸 결과겠지.

샌즈가 쓴 웃음을 지으며 "꼬맹아"라고 말문을 열자,


"샌즈, 약속할게. 고백을 받아주지 않는다 해도 이 능력을 절대 사용하지 않겠다고."

샌즈는 입을 다물었다.

 


내심 '이 고백을 받아주지 않으면'이라는 전제를 달아 자신을 압박하지 않을까하던

샌즈의 걱정을 단숨에 불식시킨 프리스크는 샌즈를 향해 그저 조용히 웃어보였다.

 

 

"샌즈는 내가 능력을 사용하면 바로 알아챌 수 있을테니까.


약속은 반드시 지킬게. 그래서 대답은?"

 

샌즈는 못 당하겠다고 생각하며, 그러나 한숨을 내뱉으며 미안.하고 말했다.


프리스크는 모아 쥔 두 손을 내려다보며 멋쩍게 웃었다.

혹여 그때처럼 또다시 눈물을 보이려나 싶어 샌즈의 표정이 곤혹스러워졌을때,

갑자기 프리스크는 거센 동작으로 고개를 들어올리며 괜찮아!하고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샌즈는 한 대 맞은 기분을 느꼈다.


"그게 시간의 불확실성이 지닌 매력이지, 그렇지 샌즈?"


그녀는 여태껏 자신이 했던 그 말을 희망삼아 꿋꿋이 버텨온 모양이었다.

애초에 난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었는데.


샌즈의 속내를 알 리 없는 프리스크는 그저 희망에 찬 미소를 지은 채였고,

그녀의 쥐어진 손이 미약하게 떨리는 것을 눈치챈 샌즈는 조금 쓰게 웃었다. 의지인가.

 

 

 

"그래... 그게 시간이 지닌 매력이지."




 

 


그 후 무언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밤 늦게까지 자신을 기다리는 프리스크를 보면 '지름길'을 이용해 집까지 바래다주기도 했고,

고백을 받아주지 않는건 여전했지만 거절의 말을 건네기 전에 생각이 많아진것처럼 보였으며 간혹 그러고 난 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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