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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야설발전형로맨스] 샌즈랑 캠퍼스 커플 하기 - 1

선악의저편(222.106) 2016.05.19 16:21:58
조회 5697 추천 58 댓글 9
														

가스터뼈박 독후감 남겼던 씹뉴비다. 오늘 생각보다 한가해서 오전부터 깨작거리다가 글 하나 올려본다.



계속 떠오르면 장편되는거고 더 이상 안꼴리면 단편되는거고 멘탈 깨지면 막장드라마로 장르변경할 가능성도 있다.


써놓고 보니 1편은 뽕빨없네. 이따 새벽에 이어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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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이나 세미나 발제문을 쓸 때마다 교수에게 퇴짜맞는 신세지만, 어쨌든 샌즈는 유능한 연구원이 될 놈이다. 대충 알아들으라는 듯이 말을 흘리는 경향이 있어도 곱씹어 보면 논리가 갖춰진 이야기만 한다. 도서관 구석에 처박힌 연구실 바닥이 쓰다만 연습장과 가지각색의 펜들, 그리고 약간의 담뱃재로 가득 찰 정도로 정리를 귀찮아하면서도, 글을 쓸 때 비문이 없고 수식 계산에도 빈틈이 없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뭔가 부탁할 일이 있어도 샌즈한테는 기대할 것이 못 된다. 눈을 가로로 찢으면서 대답도 안 할 게 분명하니까. 듣기에는 나이 어린 동생이 있고 관계가 매우 좋다던데 딱히 본 적이 없어서 궁금할 따름이다. 평소에 가끔 만나서 뒷방에서 담배도 태우고 감자칩도 사다주고 그래서 내가 오면 녀석이 꽤나 좋아한다. 지상으로 올라오기 전까지는 무슨 공부를 했는지 모르지만 잡다한 상식을 품고 있는데다가 옛날 얘기를 해도 스르륵 빠져나가는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맛이 있다.


 


학부나 연구실 특성 상 샌즈 마냥 동그란 해골은 거의 없다. 다들 제풀에 지쳐서 골밀도가 낮아지는 바람에 요양을 하다가 정말 여기저기 상하고 비쩍 말라오는 놈들이 태반이다. 살이 붙어있었다면 정말로 등짝이랑 뱃살이 맞닿을 놈들이다. 허구헌날 감자칩만 처먹고 운동이라고는 전혀 안하는 샌즈놈은 나름대로 체구가 있는 편이다. 물론 키는 좀 작은 편이긴 하다. 공학관 뒤에 체육시설들 관리하는 여자가 하나 있는데 샌즈랑 좀 아는 사이인 것 같아서 가보니까 키가 이놈의 두배인데다가 근육도 어마어마했다. 대충 샌즈의 취향을 알 만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런건 아니려나.


 


저놈은 신기하게 인기가 많다. 작년에 수업 조교로 와서 실험 몇 개 시연하고 그자리에서 보고서 쓰는 공개수업 비슷한걸 했더니 옆 강의실에서 수업 듣던 방사선과 학생들이 몰려오고 샌즈가 학부 때 몸담았던 철학과 애들까지 인산인해를 이뤘다. 귀찮았는지 질의응답 시간을 허용하지 않고 정규 강의시간만 꽉 채워서 프레젠테이션을 해놓고 강의실을 휙 나갔다. 복도로 학생들이 나와서 그 뒷모습을 넋이 나간 얼굴로 보는게 참 신기했다.


 


사실 나도 그 수업을 듣긴 했다. 본 전공생도 아니고 결코 쉬운 과목도 아니었으니 명쾌하게 설명하는 샌즈가 멋져 보이지 않을 수 없었다. 같은 연구실 동료라 크게 신경 쓰진 않았는데 저렇게 자기 지식을 풀어내는 것은 처음 보는 거라 충격이 좀 컸다. 복도에 우두커니 서있던 다른 학생들이 이해는 간다. . 요즘에 좀 더 그렇다. 집에서 감자칩을 뜯을 때마다, 담배를 혼자 태울 때마다 샌즈가 생각난다. 어릴 때 손목을 좀 많이 다쳐서 가끔 시려오는데, 그럴 때 손목뼈를 톡톡 두들기는 버릇이 있다. 그 짓도 마찬가지로 샌즈를 생각나게 한다. 많이 보고 싶군.


 


마침 주말이라 연구실엔 아무도 없으리라 생각했다. 샌즈 덕분에 연구실을 알게 돼서 마음 놓고 공부를 할 수 있는 건 좋은데, 어째 여기 지도교수라는 인간은 코빼기도 비치지 않고 자기 집에서만 연구한다더라. 샌즈랑 말하다 보면 전기공학에 화학, 생물학까지 건드리지 않는 분야가 없다고 하는 데 그게 사람인가 싶기도 하다. 어쨌든 결국 그 양반이 여기 보스니까 일단은 일을 해야 한다. 졸업하려면 언젠가는 만나겠지.


 


주말이라 도서관이 붐비지 않아 좋다. 로비는 지나치게 큰 데다가 인간이랑 해골들이 득시글거리면 여기저기 부딪히는 곳이 많아 지나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하 2층에 내려가야 하는 연구실은 좀 어두운 곳에 있어서 조용하다. 계단 복도까지 불은 켜놨지만 올 때마다 연구실 앞 복도를 걸어가면 약간 섬뜩하다. 그런데 당연히 불이 꺼져 있어야 할 연구실이 환하다. 아니 이 주말 저녁에 누가 왔지.


 


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테이블에 논문을 펼쳐놓고 무언가를 열심히 쓰는 샌즈가 보인다. 하얀 가운을 입고 있길래 실험하다 왔나 싶더니 그냥 자기 후드였다. 또 집중하느라 주변 정리 따윈 제껴놓은 모양이다. 바닥이 역시 엉망이다. 뭘 하는지 궁금해서 일부러 소리를 내면서 다가가는데 미동도 하지 않는다. 조심스럽게 기침이라도 해야 덜 놀라겠지. 엣헴.


 


…..왔냐. 주말에 웬일이야?”


 


원래 이 시간에 근무인데. 얘는 연구원들 근무 시간 따위 관심도 없는 거다. 그러면서 자기 시간은 어떻게 알고 오는지 신기하다. 늦은 시각에 뭘 하냐고 물어보니 책상 위에 엎어진 로봇을 세우고 대답한다.


 


이거 우리 교수가 줬어. 제작 중인 가사 지원 로봇이 있는데 그거 프로토타입이래나. 뭐가 문제인지 신경회로쪽이 말을 안 듣는다고 해서 내가 냉큼 받아왔지. 데려온 김에 가사 지원 같은 이상한 거 말고 사람들이랑 놀아주는 녀석으로 고쳐볼까 생각중이야.”


 


강아지도 아니고 인간형도 아닌게 괴상하게 생긴 로봇이다. 등짝을 보니 메타톤이라는 글씨가 쓰여 있다. 이름이거나 시리즈 넘버겠지. 어쨌든 샌즈가 있으니 기분이 좋아진다. 어찌 됐든 이 어둡고 깊은 곳에 혼자 있는 건 쓸쓸한 일이다. 이렇게 말했더니 샌즈가 비릿하게 웃는다.


 


여기가 무슨 땅 속이냐. 창문도 있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가끔 보이는 걸.”


 


도서관 건물 자체가 탑 식이라 지하 2층이라도 땅 속은 아닌 게 맞긴 하다. , 그래도 어쨌건 건물 밑이니까 말이야. 그래도 냉난방이 안 되는 건 정말 문제가 있다! 작년 여름에는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서 샌즈옆에서 냉기를 좀 받아챙기려고 했다. 그럴 때마다 어깨뼈를 들썩이면서 날 몇 번 안아줬던 것 같다. 생각해보니 오늘도 좀 덥긴 하다. 무슨 실험을 했나?


 


밑에 소각장 있지. 경비가 거기에서 뭘 좀 태우는데 열기가 이쪽으로 올라오는 모양이야. 녹아내린 해골을 보고 싶지 않다면 당장 그만두라고 했더니 박스 몇 개만 더 조지겠다는 거야. 귀찮아서 내려가진 않고 그냥 있었더니 온도가 좀 올라간 모양이네.”


 


그래도 네 옆에 있으니까 시원해.


 


. 너 지금 담배 냄새가 좀 심해. 덥다면서. 가서 가디건이라도 좀 벗어.”


 


뭔가 벗으라는 말이 왜 이리 묘한 느낌을 주는지 모르겠다. 식은 땀이 이제는 진땀으로 변하는 것 같다. 가뜩이나 이 녀석 보고 흥분했는데 하필 연구실이 덥다니. 너무 당황스럽다. 그래도 덥긴 더우니까 벗어야지. 샌즈 말대로 가디건에서 냄새가 좀 심하게 나긴 하네. ? 근데 왜 직접 벗겨주려고.


 


색깔이 맘에 든다. 나도 어디서 이런 거 구해볼까. 입어봐도 되는거야?”


 


딱 봐도 너한테는 사이즈가 안 맞을 거 같지 않니, 골빈 놈아.


 


원래 골은 비어있어 멍청아.”


 


툭 던져놓고 지멋대로 내 옷을 추적추적 입어본다. 입고 있던 후드가 조금 풍성해도 그럭저럭 가디건을 잘 소화할 자신이 있는 모양이다. 내 키가 인간치고는 그렇게 큰 건 아닌데 가디건 자체가 원래 인간 사이즈라 부담이 좀 되지 싶다. 어떻게든 입고 보니 코트도 아니고 셔츠도 아닌게 신기한 느낌을 준다. 옷 안에 샌즈가 폭 들어간 느낌…….마치 내가 샌즈를 뒤에서 안고 있는 것 같다. ? 이게 무슨 소리야.


 


야 어때 이거? 소매는 좀 남는 거 같은데 느낌은 괜찮지 않니.”


 


예전에 만났던 아이랑 밤을 같이 보내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 많은 사람들이 로망으로 여기는 것을 시도해 본적이 있다. 체구가 내가 더 크니까 내 셔츠를 입혔더니 정말 섹시했던 것이다. 지금 샌즈가 내 옷을 입고 있는 품이 마치 그런 거다. 타인의 의복을 입히는 것도 일종의 지배욕이나 소유욕이라고 학부 강의 때 토론을 한 적이 있는 것 같다. 왜 어린 애들이 인형 가지고 놀 때 옷 갈아입히는 건 기본이니까. …..샌즈를?!


 


짧은 소매를 팔랑거리면서 놀던 샌즈에게 슬쩍 다가가본다. 땀을 뻘뻘 흘리는지라 샌즈가 그걸 눈치채고 목을 슬쩍 닦아주는데 정말 시원했다. 다리에 조금 힘이 풀리면서 샌즈를 안아줬다. 늘 그렇듯이 눈을 가로로 쓱 찢을 줄 알았는데 이번엔 동그랗게 뜬다.


 


우와. 너 왜이리 뜨거워. 아까 귀찮아도 그냥 내려가서 말할 걸 그랬나.”


 


하면서 팔을 흔들어 내 허리를 감아오는데 시원한 얼음을 삼킨 느낌이다. 얘를 안거나 만질 때마다 딱딱하면서도 탄력 있는 뼈 마디의 감촉이 신기했는데 오늘은 더 만지고 싶다. 시간이 좀 지났는데도 내가 풀어주지 않자 샌즈가 고개를 들어 난감하다는 듯이 입꼬리를 치켜올렸다. 뭔가 말하려고 하는 찰나에 녀석의 머리를 붙잡고 입술을 포갰다.


 


응윽…..…!”


 


녀석은 입 속마저 차갑다. 초등학교 때 먹었던 아이스크림 중에 말랑하게 굳은 얼음덩어리에 소다맛 첨가물을 몇 개 박아놔서 빨 때마다 청량감을 주는 게 있었는데 그거랑 느낌이 비슷하다. 열심히 혀를 놀려보니 샌즈도 같이 감아오는데 이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침이 흘러내릴 때까지 계속 하다가 입을 쓸쩍 떼어보니까 샌즈도 조금은 당황한 듯 한데 어쨌든 눈은 웃고 있다.


 


하아…..더 하고 싶은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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