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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편 뽕빨없음. 뼈박 차돌박 다 없음. 흙손이라 뽕빨없으면 핵노잼각이라는 걸 이해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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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 사이로 휘돌아나오는 햇살이 이마를 때린다. 미친 아침이다. 왜 이리 눈부신지 알 수가 없다. 물론 아프다는 이유로 일주일 째 연구소도 안나가고 있지만 오늘은 평소보다 더 늦게 일어난 것 같다. 시계를 보니 오후 두시다. 아침이 아니라 오후다. 어제도 하루종일 누워서 멍때리기만 했고 자정이 되기 전에 정신을 잃은 것 같은데 이렇게 뻗었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다음 달 연구회 발제 준비도 슬슬 해야하는데 읽어 놓은 책도 없고 그동안 쌓아둔 연구보고서를 써먹었다간 교수한테 사골 끓인다고 욕먹을 게 뻔하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차라다. 정말 들키기 싫은 장면을 보이고 말았으니 어떻게 해야 할 지 감이 안잡힌다.
그래도 차라가 현명하긴 하다. 당장 나체가 되어 섞여 있는 해골과 애인을 보자마자 입을 꾹 다물더니 다음에 올게 해놓고 나가버렸다. 다시 되새겨보니 그 상황에서 뭔가 말을 했다면 둘 다 어지러운 소리만 들어놨을 것 같다. 차라는 그다지 온화한 성격도 아니고, 어렸을 때부터 공수도, 검도 등의 무술부터 시작해서 취미가 수영인지라 여자치고는 무력이 괜찮은 편이다. 도서관에서 자기 전공 교재를 훔친 남자를 잡았을 때 내가 뜯어말리지 않았으면 관 하나 짜야 했을지도. 어쨌든 그 이후로 아무런 연락이 없는 걸 보니 서로 생각할 시간을 좀 주는 것 같다. 휴우. 그나마 다행이지.
샌즈가 조금 난감해하는 것 같아서 일단은 괜찮을 거라고 말은 해뒀다. 사실 그 녀석 난감한 표정 짓는 것도 서비스일지 모른다. 인간 커플 가운데 끼인 신세가 되었는데 그걸 은근히 즐기는 것 같기도 하다. 옷을 입고 나가면서도 그 비릿한 미소를 끝까지 유지하고 있었으니. 어떻게든 차라를 잘 보듬어주라고 했다. 참나. 말이야 좋지, 이 상황을 어떻게 빠져나가야 할 지.
보통 이런 경우엔 역지사지를 생각한다. 차라의 방에 들어갔는데, 왠 해골 밑에 깔려서 정액 범벅이 되어있는 차라를 본다면? 확실히 기분이 나쁠 거다. 나같으면 도저히 못 참았을 것 같은데 차라는 웬일로 그냥 나갔는지 모르겠다. 아. 생각해보니 워낙 충격이라 나도 아무 말 못했겠군. 어쨌든. 차라와는 이제 플라토닉에 가까운 관계이기도 하고 데이트를 해도 느긋하게 산책을 하거나 저녁만 먹고 각자 집으로 갈 정도로 사이가 미지근하다. 그렇다고해서 차라가 싫지는 않다. 어쨌거나 학부 때부터 친하게 지냈던 선후배 사이인데다가 쑥맥이었던 나에게 고백까지 해 준 사람이다. 자기도 자취하는 건 똑같은데 어째 집 정리는 내 몫까지 다 해주는지라 고맙지 않을 수 없다.
어....잠깐. 차라가 샌즈 밑에 깔려 있는 걸 상상해 보니 이번엔 상황이 좀 다르다. 혹은 샌즈 위에 있거나. 그 상황이라면 나도 거기에 끼어서.....아니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아무래도 중증이다. 미쳤나봐. 어찌 됐든 성애적인 문제는 골치가 아프다. 아무리 내가 차라만을 사랑한다고 해도-샌즈가 좋긴 하지만 여전히 차라에 대한 연심이 사그라든건 아니다-성애적인 관점에서 보면 물음표를 띄울 수 밖에 없다. 이 문제는 좀 더 생각을 해 봐야 할 것 같다. 옷을 입고 산책이라고 좀 해야지.
오랫동안 잠을 잤더니 확실히 감기는 좀 떨어진 것 같다. 날씨가 더워졌지만 그래도 긴 팔 하나 정도는 입고 나가야지 싶다. 이 상태로 학교에 가기는 좀 그렇고. 다행히 주변에는 상점도 많고 술집도 많고 지하세계 괴물들이 올라온 날을 기념한 전시관도 몇 개 있다. 당연히 그 주변에는 공원을 설치해 놔서 천천히 걷기 좋을 것 같다. 아직은 병자니까 커피는 자제하고 맨입에 담배를 물었다. 텁텁하기 짝이 없다. 나에게 딱 맞는 담배 맛이 아닐 수 없다. 햇살을 머금은 가로수 이파리가 어깨를 마구 친다. 살짝 내려앉았을 뿐인데도 뭔가 얻어맞은 느낌인게 역시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받았던 햇살의 충격이 크다. 눈을 치켜 뜨고 가로수가 날 때린 것 마냥 위를 쳐다본다. 세상에. 가로수 잎이 바람에 희롱당하면서 서로 섞여드는게 어째 샌즈랑 나같다. 하아.....진짜 이 정도면 미친 거다. 근데 어쩔 수 없다. 이파리 몇 개는 동그란 것이 샌즈 머리랑 모양새가 똑같다. 그 밑으로 이어지는 줄기하며 나뭇가지는 샌즈 척추뼈다. 위에 겹쳐진 다른 이파리는 가늘고 긴 것이 나랑 똑같다. 바람이 거세게 부니까 격하게 두 이파리가 부딪혀 소리를 낸다. 한 번 더 바람이 부니까 윗 이파리가 떨어지고 그 위에 나뭇가지가 샌즈를....아니 밑에 깔렸던 이파리를 툭 쳐버린다. 땅으로 힘없이 떨어지는 이파리를 들고 멍하니 쳐다보기 시작했다.
사춘기 여자애 마냥 떨어지는 나뭇잎을 보고 이 지랄이다. 그래, 어차피 햇살도 지랄같은데 내 마음이야 좀 어지러우면 어때. 나뭇잎 줄기를 보고 있자니 이번엔 차라가 떠오른다. 아무래도 나뭇잎 줄기의 끝을 보면 꼭 차라의 사타구니 같잖아. 아니 씨발. 상상을 해도 하필! 아. 그래도 차라한테 미안한 감정이 있긴 한가 보다. 다행이야. 역시 난 에로스의 노예인 모양이다. 그럼 그렇지. 아무리 내가 책상물림에 허구한날 연구실에만 박혀서 담배나 태우는 입장이지만 나름대로 건장한 20대 남성이다. 이 정도면 해골이든 인간이든 어딘가에 성적 리비도를 마구 발산할 만한 에너지가 있다. 충분히 정상이라구.
남성의 리비도는 뻔하다. 한 번 쓰면. 그걸로 끝이다. 내가 여자가 아니라서 반대는 모르겠다. 해골? 글쎄, 샌즈는 어떨까 항상 궁금하지만 알 수가 없다. 괴물들이 지상으로 올라오면서 인간과의 비교의학적, 생리학적 연구가 어느 정도 진행되긴 했지만 아직 통설조차 나오지 않을 정도로 복잡한 모양이다. 우리 지도교수가 그런 것에는 또 관심이 없어서 뭔가 줏어들은 것도 없다. 샌즈 말에 의하면 인간의 관점에서 지하세계의 성욕을 연구하는 건 마치 코르크 마개를 이빨로 뜯어내는 것이나 다름없단다. 한 마디로 이빨만 상하고 와인은 못 먹을 거란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괴물들과 인간의 에로스적 관계가 가능하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하긴, 현대 과학이 만능은 아니니까.
만일 해골의 성적 리비도가 인간 남성이나 여성의 그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면, 과학적 방법을 우선시하기 전에 더러운 정신분석학을 먼저 들이밀어야 할 지도 모른다. 결국에 인간은 성적 욕구와 차별화를 매개로 문명의 배터리가 되어 살아가는 나약한 동물에 불과한 것을. 당장 몇 년 동안 몸과 마음을 나누었던 인간 대신에 충동적인 성욕을 참지 못해 해골과 정을 쌓아버린 나 같은 존재도 있는데 뭘. 성애라는 것은 인생에서 그만큼 큰 부분이다. 차라도 그렇게 생각할 것 같다. 한창 젊은 시기에 자신이 원하는 성애를 한껏 주고 받지 못하면 그 리비도는 어디로 발산될 지 알 수가 없다. 히스테리, 집착, 정신분열증, 혹은 무차별적인 공격성 등등. 뭐 현대 사회는 개나소나 그렇게 미쳐버리지 않도록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깔아놓긴 했다. 병원에서 신경치료를 하든지, 이것저것 힐링할 공간을 만들어서 '건전하게' 리비도를 환원시키는 방법 등. 하지만 그런 것들은 죄다 사기다. 성적 리비도가 있으면 그걸 성적인 소구점에 풀어넣어야지 다른 것으로 변환시킨다는 건 자연스럽지 못하다. 변환의 매개체가 인간 내부에 있다면 그 매개체에 손상이 갈 것이고, 외부에 있다면 누군가가 리비도의 배출구가 될 것이다. 문명의 입장에서는 리비도가 보존될 지 모르지만 개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자신의 욕망을 허투루 분산시키는 것이나 다름없다.
아. 생각을 그만둔다. 이런 논리를 펼쳐봐야 당장의 감성적인 치우침에 울고 웃고 하는 인간들에게는 전혀 소용이 없다. 막상 차라를 만나서 리비도 어쩌구 같은 소릴 하면서 미친놈 취급하면서 당수 한방을 맞을 지도 모른다. 조심해야지. 하는 찰나에 전화가 울린다. 차라다. 응? 지금 집으로 오겠다구? 아....안돼. 아직 준비가 안됐는데. 그래도 일단은 집으로 돌아가야지. 어차피 산책을 하면서 정신적인 배설을 하긴 했다. 이 정도면 할말이 없지는 않을 거다. 얘기하다보면 뭔가 떠오르는게 있겠지. 그나저나 변명의 큰 줄기는 잡아놓고 차라를 맞이해야 할 텐데.
"뭐야? 어디 갔다 와?"
헐. 차라가 먼저 집에 와 있다. 그러고 보니 집안 꼴은 여전히 가관이다. 샌즈를 보내놓고 저녁에 먹은 라면 그릇이랑, 디저트로 깎아 놨던 사과에 통조림 파인애플은 치우지도 않았다. 얘는 오자마자 설거지를 하고 있다. 난 쓰레기다. 개쓰레기다. 최대한 슬프고 우울한 표정을 지으며 뭐라 입을 떼려는 순간 차라의 기운이 바뀐다.
"닥치고 이불에나 들어가 있어."
찍. 뒈져야지. 아직 화가 나있는게 분명하다. 오늘 내 관짝을 보기는 싫다. 순순히 이불속으로 들어가 처분을 기다리는 모양새를 취한다. 설거지를 하는 차라의 뒷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 내가 왜 그랬지 엉엉. 오늘따라 쟤가 너무 이뻐보이는게 산책하면서 상상했던 나뭇잎 샌즈가 미워진다. 스키니한 청바지를 입고 와서 그런지 평소에는 그저 그렇다고 생각했던 다리마저 섹시하다. 미치겠네. 샌즈가 내 안의 무언가를 콱 틀어놓은 모양이다. 생김새는 수도꼭지인데 그 위에 욕구불만이라고 써놓은 포스트잇을 붙여놓은 거다. 거기서 줄줄 새는 건 당연히.....
"너 방금 일어났지? 밥도 안먹고 약도 안먹은 모양인데."
하아. 버틸 수가 없네. 목소리가 생각보다 온화하다. 이거 그냥 헤어지자는 분위기일수도 있는데.....아닌가? 그냥 불쌍한 표정이나 지어야겠다.
"감기는 다 나은거야? 도대체 어쩌자고 그런...."
그래 난 쓰레기야. 면목이 없다. 이걸 어떡하니. 생각보다 차라가 유하게 나와서 눈물이 앞을 가린다. 목을 놓아 울고 싶지만 그것도 꼴불견이다. 당연하지! 불륜......아무튼 양다리 걸친 현장을 털렸는데 어쩌겠어.
"그 해골. 샌즈 맞지? 연구실에서 제일 동그랗고 귀여운 녀석이라고 했잖아. 담배도 같이 태우고 지난 번에 워크샵 갔을 때도 둘이 사진 찍었잖아."
아.....그랬었나? 나도 모르게 평소에 샌즈를 좋게 말한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차라네 분과랑 워크샵 갔던 장소가 가까웠다. 어제 처음 본 사이는 아니긴 하다. 음. 차라가 대충 눈치를 챈 건가. 그게......서로 섹스한건 얼마 안됐어....미친! 그 단어를 입밖에 내다니 씨발 자살해야지 이거! 차라의 깊은 한숨.
"하아.....뭐 얼마나 욕구불만이길래 해골을...너 원래 지하세계에는 관심도 없었잖아. 내가 예전에 해골 만났다고 하니까 그때는 기분나빠해 놓구 이게 무슨 짓이야."
내가 언제.....기분이 나빴지. 좀 이질적인 느낌이 들긴 했지만 대놓고 삐쳐서 꽁해있지는 않았다. 그냥 좀 궁금하긴 했다. 그것도 자기 첫 상대를 해골로 정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사실상 인간과의 연애는 내가 처음이니까. 뭐? 잠깐......해골이 첫 상대. 그러면 차라도?
"뭘 그렇게 쳐다 봐. 그 때 그 녀석은 남자친구도 아니었어. 그냥.....좀 즐기는 상대였지. 연애를 했다고 하기에는 서로 나눈 게 별로 없는걸. 솔직히 언더리언(Underian)이랑 관계를 하는 사람은 많아도 지속적인 연애를 계속하는 경우는 많지 않잖아."
그럴리가. 당장 내가....크흠. 난 샌즈랑 연애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런. 또 말해버렸어!
"뭐가 어째? 진짜 미쳤냐 너! 내가 요즘 안 해줬다고 딴 놈이랑 놀아나는게 말이 돼!"
으아.....이게 아닌데 왜 자꾸 말이.....일단 빌어야 겠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그런 뜻이 아니라....난 그래도 차라 네가 더 좋아. 샌즈는....그래 샌즈가 좋긴 한데 생각해보니 연애 대상으로는 좀 아닌 것 같기도 해.
"아닌 것 같기도 해? 미친놈아 당연하지! 해골이랑 뒤섞여 있는 거 봤을 때는 충격이 크긴 했어. 그래도 하룻밤 자면서 생각해보니까 꼭 야동보다가 나한테 들킨 느낌이더라. 세상에. 내가 해골을 질투하게 생겼냐! 하필 질투를 하기도 힘든 대상이랑 섹스하고 자빠졌으니 내가 할 말이 뭐가 있겠냐구!"
고통이다. 이건 고통이다. 차라 말을 들어보니 나도 기가 막힌다. 해골한테 질투하는게 어디 쉬운 일은 아닐 거다. 으으....오후 세 시인데 넘어가는 해가 다시 햇빛을 쏜다. 또 커튼 사이로 햇살이 부서지면서 날 괴롭힌다. 미친 오후다.
"그래서, 이젠 어떻게 할거야? 너 하고 싶은게 뭔데?"
응? 어떻게 하다니.
"대책을 세워야 할 거 아냐! 그냥 지금처럼 나 대신 해골한테 처박을 거냐구!"
아오 미친. 대책이라니. 게다가 해골한테 처박다니. 으어 순식간에 샌즈와의 관계가 질적으로 하락하는 느낌이다. 에봇 산에 떨어지는 것 같다. 거기 깊다던데. 차라는 요새 나한테 크게 관심이 없을 줄 알았더니 그래도 참지는 못하는 모양이다. 그래, 당연하지. 그렇다고 샌즈를 포기하기엔 내 막대기가 요즘 정신이 좀 나갔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다. 차라, 너도 요즘 성욕이 좀 줄었잖아.
"......씨발 내 성욕이 줄어든 거랑 무슨 상관이야. 그래 맞아. 요즘 너한테는 별로 안기고 싶진 않아. 우리....많이 했잖아. 세미나에 시험에 워낙 바쁘고 몸도 힘들어서 어디 몸 섞을 시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데이트하면서 같이 밥먹는 게 편하기도 해서 성욕이 좀 줄었다고 할 수는 있는데...."
차라도 딱히 대책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흐으. 아직까지 이런 상황에 놓인 인간 커플이 많지는 않겠지. 이걸 어디가서 풀지?
"좋아. 넌 샌즈를 원하고 있다 이거지 일단? 그런거지?"
끄덕끄덕. 에라 모르겠다. 이럴 땐 솔직하게 나가는게 상책이다. 어쩌겠어.
"그럼 내일 데려 와. 주말이고 마침 다음주 수업도 휴강이야. 저녁에 셋이서 같이 놀자."
......확실히 미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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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개소리 다 지껄여놔서 미안하다. 다음 편은 그거일수도 아닐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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