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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갤문학) 샌즈프리 2모바일에서 작성

언다잉(1.226) 2016.02.13 14:10:31
조회 5002 추천 49 댓글 11
														

파피루스의 전기 미로 퍼즐이 있던 자리에 섰다.
그때 파피루스가 꼬맹이에게 알아서 답을 가르쳐 줬던 건 지금 생각해도 너무 웃기다. 너무 쉽게 풀어버렸다며 안타까워하던 그 모습. 꼬맹이는 그저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였었지.
늘 밝아 보이는 파피루스지만, 꼬맹이를 만나기 전에는 분명 침체기가 있었다. 그렇게나 잡고 싶어하는 인간이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으니 자기 꿈도 멀어보였겠지.
그러던 그때 마침,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꼬맹이가 걔 앞에 나타났으니 얼마나 기뻤을까. 물론 넌 너의 존재가 그렇게 기쁨을 주는지 몰랐을 것이다. 그 뒤 일련의 사건들을 거치면서는 알았을까.
파피루스는 왕실 근위병은 되지 못했지만, 이제는 그런 거 상관 없이 행복해 보인다. 너한테 맛볼 영광을 주겠다면서 네 얼굴을 파랗게 만들지만, 그래도 늘 거절하지 않고 먹어줘서 고마워. 그 녀석 안 그래 보여도 네 표정을 유심히 보면서 열심히 연구하고 있어. 아마 반 년, 아니 세 달 뒤에는 먹을 만해질 거야.
그때까지는 네가 여기, 우리 곁에 있어야 하는데.


"언다인!"
파피루스가 향한 곳은 한 번 불탔다가 극적으로 재건된 언다인의 집이었다.
"아, 안녕 파피루스!"
언다인 대신 알피스가 문을 열었다.
"느아아아아아! 당장 일어나지 못해!"
알피스의 뒤로 창을 든 언다인과 피아노 위에 누운 메타톤이 보였다.
"오늘도 참 활기 넘치지?"
알피스는 그렇게 말하곤 메타톤을 말리러 갔다.
"안녕, 자기! 마침 딱 재밌을 때 왔네요."
그 말을 하며 메타톤은 피아노 위에서 빙그르르 턴을 돌았다. 피아노 위만 아니었으면 언다인이 벌써 그를 내려오게 만들었을 터였다. 늘 그렇듯이 활기 넘치는 그의 친구들을 보고 웃음이 나오려 했지만.......
"에휴."
파피루스는 한숨을 쉬며 자리에 앉았다. 평소와는 다른 그의 모습이었다.
"왜 그래, 파피루스?"
메타톤조차 피아노에서 내려왔고, 셋은 그의 곁에 앉았다.
"형이 이상해."
"어, 그건 알아."
언다인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알피스는 웃음이 터질 뻔했지만 꾹 참았다.
"아냐, 오늘은 정말 뭔가가 이상했다구! 그 좋아하는 그릴비도 마다하고 산책하러 갔어."
"그, 그릴비도 안 가고?"
"흠, 별로 이상한 건 아닌 거 같은데요? 자기가 너무 걱정하는 건 아닌가요?"
파피루스는 양손으로 깍지를 낀 채 한껏 무게를 잡았다.
"그게 다가 아니야."
모두가 숨을 죽이고 그의 말에 집중했다.
"아침부터 단 한마디도 말장난을 안 했어!"
"세에상에!"
"그럴 수가!"
"어, 그건 좀 심각하네."
샌즈에게서 농담은 그야말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었다. 농담을 하지 않는 그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여왕님 농담에 그냥 \'헤헤\'하고 웃기만 했다니까! 거기다 웃는 것도 어딘지 부자연스러웠다고! 이건 뭔가 큰일이 생긴 게 분명해......."
파피루스는 눈에 눈물이 들어갔을 때와 비슷한 표정을 지었다.
"왜, 왜 그런지는 물어봤어?"
"응, 그런데 \'아니.\'라고밖에 안 했어."
메타톤은 로봇 헛기침을 하고는 말했다.
"할 말이 너무 많을 때는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둘러대버리는 경우가 있지요."
언다인은 문득 식탁 한 쪽에 놓인 상자를 봤다. 파피루스가 가져온 것이었다. 그리고 아까부터 예민한 물고기의 후각을 자극하는 이 냄새는.......
"...... 파피루스 너."
"응?"
"오늘 스파게티 만들었지?"
"아니, 그걸 어떻게?!"
"네가 가져왔잖아!"
파피루스는 \'아, 맞다!\'하면서 상자를 열어보였다.
"오늘은 특별히 일주일 내내 고민하면서 만든 특제 소스로 만들었어!"
특제 소스라는 이름에 걸맞는 기묘한 향에 모두들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양이 좀 많네."
"응, 아까 인간네 집에 가서 이 맛을 첫 번째로, 아니 샌즈 형이 첫번째였지, 두 번째로 시식하게 해주려고 했는데 없지 뭐야."
"없다고?"
"응. 아침 일찍 나간 모양이야. 폰도 안 가져가고."
"설마 우리 자기가 가출이라도 한 건가요?"
"아냐! 잠시 다녀오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써놨던데."
프리스크의 갑작스런 부재에 모두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아, 그러고 보니 형이 갑자기 조용해진 게 그때부터야. 인간이 폰도 두고 갔다고 하니까 그 뒤부터 말을 통 안 했어."
"프리스크가 걱정돼서 그러겠지. 난 또, 네가 만든 스파게티 때문인 줄 알았네."
언다인은 킥킥거리고 웃으며 차를 한 잔 더 따랐다.
"그치만 인간은 어딜 가도 잘 지냈잖아? 그래서 난 별로 걱정하지 말라고 했는데."
"음, 그래도 아직 어린 아이고......."
메타톤은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했다.
"허전한가보죠. 우리 자기가 그렇게 안 보인 건 처음이니까요. 원래 옆에 없을 때 소중하다는 걸 알게 되니까."
"나, 난 옆에 없어도 잘 알겠던데......."
알피스는 그렇게 말하며 언다인을 바라봤다. 언다인은 쑥쓰러운 듯 헛기침을 했다.
"새, 샌즈가 느끼는 거 난 뭔지 알 것도 같아. 나도 언다인이 없을 때는 더 보고 싶고, 허전하고, 그리고...... 아, 그래서 이렇게 언다인 사진을 보면서 기운을 내."
"그런 건 언제 찍은 거야......."
알피스의 손에는 훈련하는 언다인이 찍힌 사진이 들려있었다. 파피루스는 사진과 알콩달콩한 둘의 모습을 빤히 바라봤다.
"...... 있어."
"응? 뭐가 있다는 거죠, 자기?"
"형한테도 사진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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