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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갤문학) 샌즈프리 6모바일에서 작성

언다잉(1.226) 2016.02.13 20:32:04
조회 4662 추천 57 댓글 12
														

"흑, 흐윽, 흑, 훌쩍."
파피루스는 휴지를 한 통 다 쓸 기세로 훌쩍거렸다. 언다인은 내게 안긴 파피루스의 등을 가만히 쓸었다. 파피루스가 나보다 덩치가 큰 탓에 마치 내가 안긴 것 같은 모양새가 되었다.
"훌쩍, 나는 형이, 그렇게, 훌쩍, 사랑스럽고, 진지하게 말할 줄은, 몰랐어, 흐윽."
"하, 파피루스."
파피루스 네가 내 말을 들은 게 부끄럽기보다는, 이렇게 울며불며 반응하는 게 더 당황스러워.
"형이 인간을, 그렇게, 훌쩍, 사랑한다면, 이 위대한 파피루스 님이, 적극적으로.."
"아니, 괜찮아."
파피루스가 그나마 진정된 것 같아 팔을 풀었다.
"이건 내 일이야. 너희가 도와준다고 될 일은 아니지."
언다인은 파피루스가 쓴 휴지들을 쓰레기통으로 털어넣으며 말했다.
"그럼 너 아까 말한 내용 \'그대로\' 프리스크한테 가서 할 수 있어?"
메아리꽃 대신 프리스크의 눈을 보고?
"...... 글쎄."
솔직히 자신은 없다. 농담도 기억 안 나는 지금 상태로는 아까 말을 그대로 할 수 없겠지.
"아, 너무 안타깝군요! 내가 우리 자기였다면 아까 당신 말빨에 넘어가 버렸을 텐데!"
메타톤은 쓰러지는 시늉을 했다.
"그,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알피스가 조심스레 물었다.
"그냥 기다려야지 뭐. 돌아와야 뭐든 할 거 아냐."
걱정 어린 시선들이 날아와 꽂혔다.
"그런 눈으로 안 봐도 돼. 괜찮아."
이렇게 말해도 아무도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또 다시 산책에 나섰다. 나온 김에 이대로 별 보러 갈 곳이나 찾아볼까. 입구에 가서 널 하염없이 기다릴까.
프리스크. 내가 저번에 어떤 책을 하나 읽었는데,  거기에도 너처럼 어떤 아이가 나와. 금발머리인 아이가 비행기 조종사인 남자 눈앞에 갑자기 나타나. 양 한 마리를 그려달라면서. 네가 양을 그려달라고 한 건 아니었지만, 난 그 대목에서 네가 생각났어. 너도 그렇게 나타났잖아.
그렇게 나타나서는 남자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많은 의미를 남겨둔 채 자기가 온 별로 돌아가버려. 책의 요지는 둘 사이의 대화에 있지, 남겨진 그 남자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지는 않아. 그는 어쩌면 많이 슬퍼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그 애가 남자에게 이별을 준비할 시간을 준 것 같진 않거든. 함께 있던 존재가 사라지는 건 슬픈 일일 텐데. 넌 그 애와 남자보다도 나와 더 오랜 시간을 같이 있었잖아. 무슨 뜻인지 알겠어?
네가 내게 어떤 의미였는지 모른다면 난 설명해 줄 수도 있는데. 그날 기억하지? 결계가 부서진 날. 아주머니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고 했지만, 난 사실 기억해.
끝없는 어둠이 가득한 곳에서, 갇혀있다는 자각조차 못하고 있을 때. 흡수당해 삼켜지고 있다는 것도 모를 때, 그때 네가 나타났어. 퍼즐 이야기를 하고, 뼈에 관한 농담을 하면서 나와 파피루스를 깨웠지. 넌 어떻게든 우리에게 손을 내밀었어. 악수를 했던 그 작은 손으로, 어떻게든 우리를 잡으려고 했어. 그리고 우리를 끌어냈지.
프리스크, 난 그저 네 따뜻한 손을 오래도록 잡고 싶어. 같이 아름다운 석양을 질릴 정도로 보고, 달과 별에 소원을 빌고, 케첩으로 범벅된 햄버거를 먹으며 웃고 싶어. 네가 가져다 준 행복을 너와 함께 누리고 싶어. 네가 없이는 아무것도, 아무런 의미가 없어.
"...... 그래. 여기가 좋겠다."
돌아와서 같이 이 하늘을 바라봐줘.


신호음이 두 번 울리기도 전에 전화가 연결됐다.
"파피루스."
"형! 대체 어디 갔던 거야?"
"응, 잠깐 하늘 보러. 걱정할까봐 전화했어."
"얼른 여왕님네로 와!
인간이 돌아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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