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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갤문학] 몰살 샌즈 - 7

*차돌박이(119.194) 2016.02.18 00:32:43
조회 9130 추천 78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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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즈가 사라졌다.

그 사실은 모두의 가슴에 너무나 큰 허전함을 남게 했다. 그릴비에 모여서 왁자지껄 떠드는 괴물들도, 컵을 닦으며 테이블을 보고있는 바텐더도, 폐허의 문에서 노크 소리와 함께 들려올 농담을 기다리던 청자도, 그리고 허전한 집에서 홀로 형을 기다리는 동생도.


 "……샌즈."


파피루스는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형을 기다리며 테이블 위에 올려둔 샌즈의 애완용 돌에 물을 주었다. 문득 돌아봤을 때 벽에 놓여있는 양말이 눈에 들어왔다. 결국 샌즈는 양말을 치우지 않았다. 어쩌면, 앞으로 계속 저 양말은 그 자리에 놓여있을 지도 모른다. 저걸 치워야 할 사람이 사라져 버렸으니까.

파피루스는 애완용 돌을 한번 쓰다듬곤 집 밖으로 나왔다. 피부가 없어서 추위를 느끼지 않는 해골이지만 어쩐지 오늘따라 스노우딘의 바람이 차게만 느껴졌다. 이제 수취인이 자리를 비워버린 가득 쌓여있는 우체통을 보자, 파피루스는 다시한 번 한숨이 나왔다.


 "녜헤헤, 아니지! 희망을 잃으면 안돼! 샌즈같은 멍청이는 나같은 멋진 사나이가 돌봐주지 않으면 어쩌겠어."


파피루스는 마음을 다시잡곤 본능에 따라서 걷기 시작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 걸음은 그릴비로 향했다. 


파피루스는 그릴비를 정말 싫어했다. 


항상 샌즈가 그 곳에 있었으니까.



파피루스는 그릴비의 바로 앞 자리, 본인은 모르지만 샌즈가 자주 앉던 자리에 앉아서 그릴비에게 아무거나 추천 음료를 부탁했다. 컵을 닦고있던 그릴비는 무뚝뚝하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컵을 카운터 안쪽에 올려놓고 뒷쪽 문으로 나갔다. 바깥에 꺼내놓은 메뉴중엔 파피루스에게 내놓을 것이 없었던 것 같다.


메뉴가 나올때 까지 파피루스는 잠깐 카운터에 팔을 올리고 엎어졌다. 다른 괴물들은 모두 파피루스를 응원해주고 아직까지 샌즈 수색은 계속되고 있었다. 그 사실이 파피루스의 의지를 복돋아 줬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파피루스의 희망마저 점점 꺼져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동생으로서 결코 포기하진 못했다. 그리고, 모두를 속인 이상 더더욱 포기할 수 없었다.


파피루스는 샌즈가 인간을 죽였다는 사실을 모두에게 숨기고 '순찰중 이상한 것을 발견해 그를 쫓다가 사라졌다'는 말을 모두에게 전했다. 처음 며칠간은 스노우딘의 상인들과 워터폴의 언다인과 유령인 냅스타블룩, 지금은 작은 상점을 운영하고 있는 은퇴영웅 거슨, 근처에서 지내고 있던 괴물들과 저 멀리 핫랜드의 주민들과 로얄 가드들, 심지어 왕인 아스고어 본인까지 나서 없어진 샌즈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수색은 일주일 정도 계속 되었지만 결국 샌즈는 커녕 그를 찾을 실마리조차 하나도 찾지 못했다.

괴물들 사이에서 이 일은 큰 화제가 되었다. 샌즈가 전 왕실 연구원─'가스터' 라고 불린 자─의 망령에 의해 사라졌다는 괴담과 그가 모종의 방법을 통해 결계를 뚫고 인간 세계로 나가 지금 결계를 부술 방법을 찾고 있을 거라는 이상한 소문, 평소에도 '뭐든지 알고 있던' 샌즈가 이 일상에 너무도 질린 나머지 자사─


 "녜, 헤, 헤. 지금, 뭐라고, 한 거지?"

 "지, 진정해! 파피루스!! 장난! 장난이야!"


반쯤 취한 상태로 그릴비의 테이블에 엎어져 샌즈에 대한 헛소문을 늘어놓던 괴물들 사이로 오른눈이 주홍빛으로 타오르는 파피루스가 다소 과격하게 끼어들었다. 재밌다는 듯 웃으며 얘기하던 괴물들과 그릴비 전체의 분위기가 단숨에 얼어붙었다.


 "……미안."


파피루스는 짧은 사과 한마디를 던지고 터벅터벅 걸어 그릴비를 나갔다. 






 "………헤. 이거 정말 골때리는데."


샌즈는 후드를 깊게 눌러쓰고 처음 보는 곳에 와 있었다. 온통 까만 세상. 빛이 들어오지도 않는 듯이 세상은 까만색으로 칠해져 있었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샌즈 자신의 몸만은 뚜렷하게 보였다. 마치 신이 장난이라도 치고 있는 것 같았다.

샌즈는 또다시 '지름길'을 찾아서 가려고 했지만, 이 세계는 어디로 가든 까만 공간밖에 보이지 않았다. 인간을 죽이는 것을 방아쇠로 자신의 정신이 무너져 내려 또다시 꿈속에 갇혀있는 것인가 생각을 해 보았지만, 이것은 꿈이 아니라는 것을 샌즈는 알고 있었다.

처음 보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샌즈는 이곳이 어딘지 알고 있었다.


 "………."


갑자기 샌즈의 시선 너머에서부터 검은 세상에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황혼에서 내려쬐는 듯 한 불빛에 잠깐 시선이 찡그려졌지만, 그 너머에서 걸어오는 인간의 모습을 보고 샌즈는 자세를 다잡았다.


 "인간을 죽이는 느낌은 어땠어 샌즈?"


익숙한 목소리였다.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수십, 수백만 번은 더 들었던 목소리. 꿈 속에서 마저 들었던 목소리. 어린 인간의 목소리. 샌즈가 죽였던 '꼬맹이'의 목소리.


 "썩 나쁘지 않던 걸, 꼬맹아?"


화려한 창 사이로 내리쬐는 빛. 기둥의 그림자가 늘어서 있는 복도. 이곳은 '마지막 통로'였다. 샌즈는 빛이 반사되는 칼을 치켜들며 걸어오는 꼬맹이를 상대로 명백한 적의를 내뿜고 있었다. 이제 샌즈는 더이상 망설일 것이 없었다. 당장이라도 손을 뻗어 저 인간을 잘게 부숴버리고 이 모든 것을 끝내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으론 끝나지 않는다. 샌즈는 저 인간의 내면이 어떤지 알고 말았으니까. 그 모든 것이 어떻게 흘러가는 것인지 깨닫고 말았으니까. 그리고, 이 뒤에 어떻게 될 것인지도.

샌즈는 점점 감정이 사라져 가는 것을 느꼈다.


샌즈가 꾸던 '꿈'들은 모두 꿈이 아니었다. 그것은 모두 현실이었다. 다른 타임라인에서 있었던 일들. 파피루스가 죽고, 언다인이 죽고, 메타톤이 죽고, 샌즈마저 죽고, 아스고어가 죽고, 지하의 모든 괴물이 죽어버리고. 하지만 그렇지 않은 쪽 역시 사실이었다. 모두가 친구가 되어, 모든 괴물이 구원받고, 아무의 희생 없이 결계를 부수고 나가, 인간과 공존하는 평화의 시대가 찾아온다.


 "하지만 그걸 부순 게 너지, 응?"


인간은 뒤틀린 웃음을 지었다. 샌즈는 그 모습에 이제 더이상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분노마저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실성한 듯이 그 자리에서 웃기 시작했다.


 "참 웃기는 일이야. 너 같은 꼬맹이에게 이렇게나 장난감처럼 다뤄지고 말이야. 모두 너의 심심풀이였던 거지. 그렇지?"


샌즈는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갔다. 빛의 방향이 바뀌었는지 그림자는 샌즈의 등 쪽에서부터 비쳐 인간 쪽으로 긴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인간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그 손가락을 놀려서 모든 것을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었겠지. 나도, 다른 괴물들도, 이 세상까지도. 하하. 참 얄궂은 일이야."


샌즈는 찔러넣었던 두 손을 꺼내 어깨를 으쓱하며 인간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꽤나 트리키한 몸짓이었지만 그것은 평소의 샌즈같은 느낌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 참 유감인데."


감정이 없어진 목소리와 함께 샌즈의 눈동자가 사라졌다.

인간은 불현듯 여태까지 느끼지 못했던 죄악이 등을 타고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이제 주도권은 나한테 있거든."


다음 순간, 인간은 온몸이 뼈로 관통되어 있었다. 뼈와 살로 이루어져 있던 양다리와 팔 안으로 이물질이 파고들어와 혈관 하나하나를 찢어놓은 듯이 터져 나오는 피가 인간임을 증명하듯 복도 곳곳으로 튀었다. 인간의 처참한 비명소리가 벽에 울려 샌즈가 서 있던 곳에 반사되었다.


 "그렇게 비명 질러도 소용없어."


샌즈는 감정이 없는 목소리로 작게 말했다. 인간은 그제야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샌즈'는 이럴 리가 없었다. 여태까지 없던 반응에 인간은 흥미를 느꼈어야 했지만, 그 흥미가 있어야 할 자리엔 희미한 두려움이 차오르고 있었다.


 "어차피, '하지만 아무도 오지 않을' 거잖아? 아니, '아무도'는 아니지."


인간의 눈앞에 흰 해골이 날아와 자리했다. 인간은 그것이 무엇인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 흰 해골은 지금의 샌즈와 똑같이 공허한 눈을 하고 있었다, 이내 눈동자가 붉게 물들었다.


 "걱정 마. 죽이진 않아."


투콰앙!

섬뜩한 발포음이 울리고, 뒤이어 인간의 비명소리가 다시 한 번 울렸다. 처음보다 훨씬 찢어지는 목소리에 샌즈는 서서히 쾌감마저 느껴지는 듯했다.


 "그래, 네가 이런 기분이었군. 이제 좀 알 것 같아. 확실히 재미있는 반응이야. 그렇지, 벗?"


샌즈는 땅에 떨어진 칼을 주워들어 들어오는 빛에 살짝 반사시켜 보았다. 어느샌가 새빨간 피로 물들어있는 칼날이 창으로 들어오는 빛을 받아 사방으로 주홍색의 빛을 퍼뜨렸다.


 "넌 이걸 휘두르는 걸 꽤나 좋아했지."


샌즈가 손가락뼈로 칼끝을 튕겨보았다. 질척이는 피가 튕겨 나가는 소리와 함께 탱-하는 청아한 소리가 정말 어울리지 않았다.


 "이 칼은 과연 얼마나 많은 괴물의 생명을 앗아갔을까? 아, 아니야 아니야. 이 칼은 주운 지 얼마 안 되는 거잖아? 이 칼에 가장 먼저 죽는 건 나였겠지. 그렇지 않아, 친구?"


샌즈는 칼을 고쳐잡고, 쓰러져 있는 인간을 향해 쓰레기를 던지듯이 가늠 없이 대충 던졌다.

픽. 아무렇게 떨어진 칼의 살아있는 날이 인간의 피부에 깊게 꽂혀 들어갔다. 부드러운 피부로 덮여 있어야 할 인간의 피부는 빨갛게 물들지 않은 곳이 없었다. 블래스터의 충격에 휩쓸려 검게 타버린 곳이 있는가 하면, 뼈가 튀어나와 처참한 몰골로 찢겨있는 피부는 인간의 고통을 더더욱 자극하고 있었다. 하지만 인간은 더는 비명마저 지를 수 없었다.


 "이런. 내가 실수로 블래스터를 목에 조준했나? 아깝군. 네 비명은 좀 더 들을 가치가 있었는데 말이야."


인간은 이미 인간이라 부를 수 있는 형상이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차라리 시체가 되는 편이 좋았을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아무도 '이것'을 살아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테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살아있었다. 어떻게 한 것인지 샌즈의 목소리는 아주 선명하게 들리고 있었다.


 "자, 그럼 이만 인사를 하자구. 오늘은 이쯤에서 끝낼 테니까 말이야."


샌즈가 천천히 다가와, 피부에 깊게 박혀있던 칼을 뽑아냈다. 그와 동시에 피부 속에 맺혀있던 피들이 세차게 뿜어져 올라왔다. 이 작은 몸에 어떻게 이런 많은 피가 들어있던 것인지 의심이 될 정도로.


 "이번엔 칼이 죽이는 대상이 달라졌는걸?"


샌즈는 웃었다. 그 자리에서 미친 듯이 웃으며, 칼날과 인간을 차례로 내려다보았다. 이미 샌즈의 정신은 완전히 부서져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칼날은 인간을 너무도 간단히 베어냈다.


 "하."


화아아악. 샌즈가 조금 전에 느꼈던 것과 똑같이 시선의 끝에서부터 점점 검은 세계가 공간을 칠해가기 시작했다. 인간이 죽었기 때문일까.


 "뭐, 상관없어. 이번엔 이쪽 차례니까."


샌즈가 눈을 깜빡하자, 다시 세계는 어둠에 잠겼다. 하지만 그는 당황하지 않고, 머릿속의 생각을 다시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래. 이젠 내 차례야."


그런 샌즈의 앞에, 하얀색으로 빛나는 글자가 나타났다.


sans Lv1 00:00

마지막 통로

계속하기 리셋


샌즈는 씨익 웃으며 '계속하기'로 손을 뻗었다. 처음부터 이렇게 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는 듯이.





올릴려고 보는데 너무 강도가 센거같아서 낮추느라 좀 허전한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음편이 완결일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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