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들 안녕? 최근에 양조에 취미를 붙인 주린이야.
그간 주갤 눈팅하면서 이것저것 주워들은 정보가 많아서 보답하는 의미로 양조기를 썼었는데, 알바가 힛갤을 보내버리는 바람에 --; 식겁하고 글을 지웠어.
내가 일하는 중동은 형들이 알만한 메이저한 곳 보다 조금 더 무서운 곳이라 이곳에서의 양조는 아주아주 심각한 범죄행위야.
그래서 신상털릴까봐 본의아니게 빡센 모자이크를 걸어놨는데.. 힛갤가니까 벌써부터 신상캐려는 ㅄ들이 나타나길래 -_-;;
따라서 념글까진 상관없는데, 알바는 이거 보면 절대 힛갤로 날려버리지 말것.
만약 힛갤 보내면 그 알바는 머대리에 임포텐츠가 되고 체중이 40kg 증가할 것이다.
원래 세번째 양조기로 계획한 내용이 있었는데, 왠지 쫄려서 미리 써놓은 텍스트를 지워버렸어 -_-;;
그대신 조금 더 재미있는 내용으로 바꿔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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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은 알다시피 이슬람의 율법대로 술이 금지되어있어.
한국처럼 술 만땅 취해서 길거리서 주사부리고 그러면 바로 감옥으로 가는 그런 동네니까.
아주 제한적인 장소에서 아주 제한적인 사람만 아주 제한적인 조건 하에서 마실 수 있지.
그래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 중에 하나가 바로 "무알콜 맥주" 야.
Malt Drink 라고도 하고 NA Beer 라고도 하고 뭐 명칭이야 여러가지지만, 여튼 중요한건 이게 맥주 비스끄무리하다는거지.
그래서 이걸 가지고 진짜 맥주를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검색을 해보니까 어쩐지 이미 homebrewtalk에 나같은 놈들이 이미 있더라고.
역시 덕중지덕은 양덕이로다..
그래서 코쟁이 형들의 레시피를 바탕으로 약간의 어레인지를 해서 실험을 해봤어.
일단이곳에서 구할 수 있는 무알콜 맥주가 두종류 있길래 두개 다 골라왔는데..
상표명을 가려놨으니 초록맥주 / 빨강맥주 라고 해보자.

초록맥주의 구성요소는 저렇게 되어있어.
탄산수, 설탕, 몰트, 홉, 천연추출몰트향, 항산화제로 들어간 아스코르빈산.
일단 보존제같은거 눈에 안띄고.. 아스코르빈산은 비타민C 이기 때문에 이거가지고 맥주를 만들어도 문제가 없겠다 싶지?

빨간맥주 얘는 좀더 기대되는 재료를 썼어.
물, 보리몰트, 밀, 홉.
밀맥주 애호가인 나로서는 여기서 확 기대가 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지.
게다가 그냥 원래 상태로 각각 마셔봤을 때 빨간맥주가 초록맥주보다 훨씬 더 맛이 좋았거든.

여기서 내가 생각한 레시피는 이래.
HomeBrewTalk의 어떤 양형이 생각해낸 레시피처럼, 무알콜맥주를 씩스팩 사다가 1리터로 "농축" 시키는거지.
보통의 무알콜 맥주들은 그냥 쓴 탄산수에 불과할 정도로 홉향과 몰트향이 약하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허다하거든.
그래서 무알콜 맥주가 맛이 없다 하는 경우가 많은거고.
따라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축시켜서 설탕을 좀 넣고 발효시킬거야.

어짜피 무알콜 맥주 안에 이미 호핑이 다 되어있기 때문에 매슁이니 호핑이니 이런거 신경 딱 끄고 냅다 끓이기만 하면 돼.
오히려 이점은 더 편하기까지 하지.

여기서 끓일 때도 얼마나 끓여야 한다는 공식조차 없어.
걍 대충 존나게 끓여서 내가 목표로 한 1리터 이하로만 졸어들면 돼.
양이 모자라면 물을 탑업해서 희석해주면 되니까. 간편 ㅇㅈ?


자 이렇게 1L 짜리 무알콜 맥주 농축물이 만들어졌어.
써놓기는 7병이라고 써놨는데 7병이 아니라 한병은 반쯤 맛본 맥주니까 6.5병이겠지.
그리고 설탕을 각각 35g과 30g을 넣어주고, 퍼멘티스 WB-06 이스트 조금 섞어 힘차게 스까스까.
참고로 나중에 이 설탕이 대참사를 일으켜. ㅅㅂ..
여튼 저 상태로 뚜껑 살짝 열고 inmate fermantaion을 하는거야. 아주 쉽지.
아 참고로 저 물통은 스타산 같은 소독제가 있으면 그걸로 소독하고, 마땅한 소독제가 없으면 새 물병 뜯어서 쓰면 된다.
장비가 없을때는 잇몸으로 때우는걸 배우는게 홈브류어의 자세겠지.
그렇게 일주일을 발효시키고, 이틀간 냉장고에 넣어 콜드크래쉬 청징을 했어.

아래 하얗게 가라앉은 이스트 시체들이 보인다는건 발효가 제대로 되었다는 얘기야.
자 이제 이놈을 병입만 하면 돼.
맥주는 다른 술과 달리 탄산이 있기 때문에 탄산화 작업을 해야하는게 상당히 큰 난관이야.
만약 케깅 장비가 있다면 이산화탄소로 강탄을 시켜버리면 될텐데, 나에게 그런 장비가 있을리가 없잖아?
따라서 보통의 홈브루어는 탄산음료를 담았던 내압병등에 발효시킨 맥주를 담고 일정량의 설탕을 넣어 뚜껑 꽉 닫고 발효를 시켜.
그럼 그 일정량의 설탕을 이스트가 먹고 약간의 알콜과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내는데,
그 이산화탄소가 내압병 밖으로 못 빠져나가니까 탄산이 만들어지는거지.

살균소독된 탄산음료병에다 발효가 완료된 맥주를 병입하는 모습이야.
저 사이펀은 혹시나 사용이 가능할까 싶어서 구해봤는데.. 영 안좋더라 -_-;;
맥주병을 더 높은 곳에 들고 사이펀질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작동이 안되더라고.
차라리 어항 물 빼는데 쓰는 사이펀을 구하던지, 아예 실리콘 호스같은걸 하나 구해다 원시적으로 입으로 빨아 사이펀질 하는게 낫겠어.

자 이렇게 각각 1리터의 결과물이 나왔어.
이놈이 탄산을 만들어내면 저 찌그러트려놓은 병이 빵빵하게 부풀겠지.
참고로 저 오른쪽 웰치스 주스통은 예전에 와인을 만들어먹고 남은 공병에다 스타산 소독제를 희석시켜 담아놓은거야.
스타산의 장점은 여러번 쓰면 조금 불투명해지긴 하지만, 여전히 살균능력은 계속 유지한다는 것이지. 가성비 짱.

한 1.5주일 정도 지나 탄산화가 완료된 맥주를 하루정도 냉장고에 칠링하고 마셔봤어.
일단 초록맥주가 처음부터 맛이 없었던 놈이라, 결과물도 이상할거 같아서 일단 얘부터 꺼냈지.
매도 먼저 맞는 놈이 임자라고...

????? 이상하다???? 탄산이 없어???

ㄹㅇ 탄산이 거의 없네???? 이게 뭥미????
맛도 열라 쓰레기야.
알콜이 생기긴 생겼는데, 원래 무알콜맥주 버젼에서의 쓰고 더러운 맛도 같이 농축된 기분?
얘는 한모금 마시고 바로 화장실 가서 뱉어버렸어.

두번째 타자는 빨간 맥주.
구성성분에 보리몰트말고도 밀이 있다고 적혀있어서 날 설레게 한 놈이지.
실제로 무알콜 맥주 상태에서도 꽤 먹을만 했거든.

오??? 얘 좀 보소?? 헤드가??? 풍성한데???

보이지? 탄산화가 제대로 되었다는 증거야.
사실 이정도만 해도 반은 성공이라고 할 수 있어.

크 저 아름다운 헤드의 자태 보소. 공기방울 올라오는거 보이지?
엄.. 근데 맛은.. 먹을만은 한데.. 향은 좋은데.. 도수가 너무 높아. 거의 소맥급?
생각해보니 애초에 이 맥주 자체적으로 함유된 설탕이 있었는데 그걸 농축도 하고, 거기에 설탕을 35g을 때려부었으니 안 독할리가 없지..
굳이 다른 맥주로 비유하자면 옛날에 마셔봤던 발티카 9번 같은 강력한 맛이 느껴졌어.
물론 그래도 "먹을만한" 맥주였기에 한잔 거의 다 비웠는데, 그러니까 취하더라 ㅋㅋㅋㅋ
다음에 또 시도해보게 되면 설탕은 거의 안넣거나 조금만 넣어도 될거 같아.
아니면 제대로 비중계를 구해다가 제빵용 콘시럽같은거 사서 넣어보면서 밸런스를 잡던지 해야할듯.
그렇게 조절하면 분명히 괜찮게 맛있는 맥주가 나올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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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이렇게 세번째 양조기를 마쳤다.
올리지 말까 했는데 의외로 재밌으니 올려달라는 형도 있고 착하게 걱정해주는 형도 있고 해서..
추천해서 념글가는거 까진 상관없는데 절대로 힛갤은 보내지 말자.
알바는 이 글을 절대로 힛갤에 보내지 마라.
힛갤에 보내면 평생 임포텐츠에 체중이 40kg 늘고 머대리가 될 것이다.
여튼 다시 말하지만, 이렇게 극악한 환경에서조차 술 좀 편하게 마셔보려고 발악하는 주린이가 있다는걸 기억해줘.
형들이 맛없다며 버리는 피츠나 필라이트 한모금이 여기에선 아주 귀중한 음료라는 사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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