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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10.14 02:3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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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맑고 흐르는 구름이 좋았던 시간, 오후 6시경. 하늘을 올려다 봤는데 설레는 파란색을 잔뜩 머금고 있던 구름.

두서 없이 너무 많은 말을 늘어놓다 보니 벌써 목요일이 지나갔군요. 이 편지는 딱 내일 자정쯤에 읽어줬으면 좋겠네요.

보내드렸던 곡은 그 일본인 유튜버가 자신이 좋아하는 조각들을 임의적으로 엮어 즉흥적으로 연주해놓은 스케치 였어요. 어쩐지 자주 듣게 되는 곡.

가장 최근에 읽었던 김상혁 시인의 글을 보내드릴게요.


나는 이야기 속에서 사랑한다. 좋았다고 말하거나 좋은 것에 관해 말하거나. 나는 이야기 속에서 시작한다. 어제 꿈이 그랬다. 오늘 예감이 이랬다. 머릿속에서 우리에게 허다한 행운이 따랐다. 쏟아지는 이야기의 기쁨이 여름의 나무를 높였다. 겨울의 새를 낮추었다. 겨우 언덕을 오른 우리에게 하늘이 좁아지고 있었다. 겨우 숲으로 도망치는 것으로 한 이야기가 끝나갈 때, 참을 수 있다고 말하거나 참을 수 있는 것에 관해 말하거나. 다시 이야기 속에서 시작한다. 꿈이 예감을 이끌었다. 웃음이 숲을 흔들었다. 납작해진 언덕에서 돌아오는 동안 우리는 허다한 행복을 겪었다. 모두 한 번에 쏟아진 시간이었다. 잎사귀가 공중을 덮었다. 새가 울타리 안쪽을 걸었다. 이야기 속에서 이야기의 기쁨이 넘치고 있었다.

허다한 이야기를 읽듯이 저의 편지를 읽어줘요. 저는 예감이라는 단어를 정말 좋아해요.   님도 좋아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허다한 마음을 글로 썼지만 그대에게 못 전한 말들은 여백으로 남겨두고 갑니다.


Aw: 편지해요

 체리우체국이 문을 닫으려나 봐요. 비로그인 방식으로 바뀌면 우리의 편지는 어디에 남을까요? 내일쯤 편지했던 내용들을 첫편지부터 노트북으로 옮겨둬야겠어요. 그리고 메일해줘요. 내일 들어와서 꼭 봐야해요. 내일이에요. 꼭. E-mail : anecdote1019@gmail.com

내일   님이 들어오지 않으면 우리의 인연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당신과 나의 인연의 유효기간이 여기서 끝나는 걸까요? 준비는 되었나요? 불안한 예감은 줄곧 들어맞는다고 하지만, 지금은 아무런 예감이 들지 않아요. 그래서 더 불안해요. 단절 예감. 어쩌면.

우리의 끝맺음이 이렇게 단발성 광고글과 음란글 문제로 막을 내리는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서는 안돼요. 우리의 문제는 우리에 의해서여야만 해요. 체리우체국의 유예기간이 하루 남았어요. 체리우체국을 통해서나마 함께 보낼 날이 하룻밤 남았다는 얘기에요.

이사온 집의 방에서 창밖으로 보이는 달이 너무도 밝아요. 서울이 보이는 방향으로 기도를 하고 잘게요. 우리는 어떻게 될까요. 난 아직 그쪽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요.


Aw: 금요일 편지

체리우체국에 이어 이렇게 편지 보낼 수 있다니, 그 날의 기도는 완벽했어요.


그쪽이 그동안 제게 쓴 낱말 하나하나가 저에게는 너무 소중했고, 모든 흔적들을 그쪽과 함께 두고 올 수 없었어요. 우리 인연이 이어져온 시간이 편지로 낱낱이 남아있고, 편지로도 남길 수 없는 곳에 남아 있다는걸 알지만.

  님, 나는 당신을 위해 무엇이든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그것이 편지가 되면 기꺼이 편지를 쓸게요. 



이제보니 제 유튜브의 열혈 구독자셨군요! 사실 몇개의 영상을 올리면서 그대가 들어줬으면, 하고 올린 영상들이 있었는데 꾸준한 관심 보여주어 고마워요. 하지만 마음대로 해 는 정말, 단지, 음악이 좋아서 업로드 해놓은건데. 아무래도 좋아요! 난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느끼는지 다 알고 싶답니다. 함께 생각하고 느끼고 싶어요.


이번 주는 내내 이사온 집의 청소와 정리를 하고 있어서 정신 없었어요. 그리고 내일부터는 옛집의 보일러와 철골, 장독을 정리하러 내려가요. 

새 집으로 오면서, 주택에서 아파트로 오면서 거의 모든 가전제품을 새 걸로 들여왔지만 제가 태어나서 24년간, 아빠가 50년을 넘게 살아온 옛 집의 짐들의 양이 만만찮아요. 물론 대부분 버리고 왔지만.

새 집으로 와 몇 밤을 자고 일어났지만 아직은 어색하네요. 적당히 푹신한 매트리스의 침대도, 잿빛이 감도는 고급의 소파도, 64인치의 휘어진 올레드 티비도요. 내 것이 아닌것만 같고 한순간에 바뀐 공간이 무상해요. 


올해 여름은 제게 살던 공간도, 편지 보내는 공간도 이사했군요. 하지만 언제나 중요한 것은 변하지 않는 것들 이잖아요. 

편지해요. 좋아합니다.

Aw: 일요일 편지

  님, 안녕.

이제는 편지 쓰는게 전혀 어색하지 않은, 그쪽과 제가 공유하게 된 오랜 마음을 담아 적습니다.

무슨 노래를 그렇게 오래 들으셨는지 궁금해요.

저의 구월은 시큰둥한 것 밖에는 되지 않고 있네요. 9월 아래서 다소 현실적인 것들을 쫓고 있으며, 오해와 진실의 경계를 아슬하게 줄타기 하는듯한 기분.

언제나 우리는 일면만 봐요. 그렇기에 전체적인 조망은 불가능하고, 사실 너머의 진실을 알기도 어렵고요.

이사 온 집에 거의 완벽히 적응했어요. 시간이 나면 아파트를 크게 빙 두르고 있는 산책로를 걸어다녔는데 소담하게 꾸며진 조경 마음에 썩 들어요.



  님, 우리 전화 할래요?

月沈沈夜三更 달은 침침하고 밤은 깊은데
兩人心事兩人知 두 사람 마음은 두 사람만 알리라

바람의 화원 ost 인 월하정인 을 들으며 편지를 쓰고 있어요.

삼경 무렵 남몰래 만나는 두 남녀의 모습을 가는 필선으로 그려놓은 조선시대 신윤복의 풍속화 월하정인.

달빛 침침하고 캄캄한 밤중에 일요일 편지를 드립니다.

편지를 쓰고 전해줄때면 언제나 같은 마음이에요. 남은 일요일 편안하시기를.


Aw: 목요일 편지

그쪽의 편지가 제게 닿을 때 그 느낌을 그쪽은 모르니까 .

몇번을 다시 읽고 천천히 읽은 다음에 편지를 씁니다


언젠가 말한적 있나요. 그쪽은 제게 좋은것만 줘요.

다니엘 시저의 best part를 듣고 또 들으며 이 노래가 그쪽의 귀에 가닿을때 그 느낌을 생각했어요

문자 속에서만 살아있을 그쪽을 생각했어요.

다니엘 시저가 이 노래를 쓰고 만들때의 느낌을 생각했어요.

'no matter how far, if life is a movie, you're the best part oh-'


나는 햇살이 그쪽의 갈색 눈동자를 천천히 물들이는 그 느낌을 모르고,

제 편지가 그쪽에게 가닿을때 그 느낌을 몰라요.

단지 당신과 나는 드물고 우연하게 발생하는 사건인 '편지'를 통해서 기적적으로 교류하고 있다는 사실만을 알고 있어요.

처음 편지를 받았을때 당신을 신뢰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전화해요. 저도 목소리가 좋지 않지만.

아무 말을 하지 않더라도, 또 어떤 말이라도 해줘도 좋고, 해주지 않아도 좋아요. 너에게 맡긴 채로.

빛이 들지 않는 가을 밤, 잘 자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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