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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까레니나는 누가 썼나

운영자 2010.06.21 18:47:39
조회 2366 추천 0 댓글 4

8월 1일 (금) 흐리고 비

중복과 말복 사이이니 진짜 무더위는 이제 시작인가?

오래된 얘기 하나가 생각난다.

어느 날 소련공산당 니키타 흐르시쵸프 서기장이 소련 국방과학연구소를 방문하였다. 신무기개발의 최일선을 담당하고 있는 젊은 과학자들을 격려하기 위해서였다. 서기장은 소련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 과학자들의 인문학적 소양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서기장 자신이 모스크바 스탈린공대를 졸업한 이과출신인데다 평소 자연과학도들도 인문사회과학에 대해 일정한 교양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지론 때문이었다.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한 젊은 과학자에게 서기장이 질문했다.

“연구원동무는 <안나 까레니나>를 누가 썼는지 알고 있지?”

똘스또이에 대해 몇 가지 물어보기 위해 이렇게 말을 꺼낸 것이다.

갑작스런 질문에 당황한 젊은 과학자는 난처한 얼굴로 서기장 얼굴을 쳐다볼 뿐 입을 열지 못했다. 한참 후 그가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만 저는 알지 못합니다. 서기장 동무”

당황하기로는 서기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재차 물었다.

“<안나 까레니나>를 누가 썼는지 정말 모른단 말인가?”

이미 서기장의 목소리엔 힘이 들어가 있었다.

젊은 과학자가 답을 하는데 아까보다 더 긴 시간이 흘렀다.

골똘히 생각하던 끝에 그가 다시 말했다.

“정말 모릅니다. 그러나 저는 결코 쓰지 않았습니다. 정말입니다.”

흐르시쵸프 서기장은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크렘린으로 돌아오자마자 국가보안위원회(KGB) 책임자를 호출하여 질책했다.

“<안나 까레니나>를 누가 썼냐고 물었는데 자기가 안썼다고 대답하다니 이게 말이 되나? 도대체 KGB가 어떻게 활동하길래 이런 답변이 다 나오나?”

비록 정치적으로 성공하진 못했지만 스탈린의 우상숭배를 날카롭게 비판해온 서기장은 스탈린식 공포정치의 도구가 되어온 KGB에 대해서도 깊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던 터였다.

며칠 후 KGB 책임자가 밝은 표정으로 흐르시쵸프 앞에 섰다.

“서기장동무, 지난번 말씀하신 이후 국방과학연구소의 KGB 책임자가 그 젊은 과학자를 만났습니다. 두 사람은 장시간 진지한 대화를 나누었고 그 젊은 과학자는 자신이 <안나 까레니나>를 썼다는 것을 자백하였습니다."

미소 냉전시절 서방측에서 소련을 폄하하기 위해 이데올로기공세 차원에서 만들어낸 <유머>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가 재미있게 들리는 것은 바로 KGB가 담당한 실제 역할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1996년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때 모스크바 시민들은 재선이 불가능했던 옐친이 다시 당선된 것은 스탈린의 도움이라고 입을 모았다. 6년간의 실정으로 낙선이 확실시 되던 옐친을 구하기 위해 모스크바의 TV채널은 스탈린시대의 공포정치와 KGB의 활약을 다룬 드라마를 선거기간 내내 틀어댔다는 것이다.    

이 무더운 여름 우리나라의 KGB는 무엇을 하고 있나?

미국과의 쇠고기협상국면에서, 일본의 예고된 독도 도발상황에서 또 금강산피격사건을 포함한 대북문제 처리과정에서 국가정보원이 제 역할을 했다는 증거를 찾기 어렵다. 이 기간 동안 국민들이 바라는 국가정보기관 본연의 임무에 몰입하기보다 촛불의 배후나 뒤지고 촛불대응전략이나 만들어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았나 하는 의혹이 나오는 것도 이유가 있는 것이다.

본연의 임무를 소홀히 하면서 엉뚱하게 국내정치사찰에 훨씬 더 많은 비중을 두어온 국정원을 개혁해야 한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노무현대통령도 2002년 대선후보 시절 국정원을 해외정보처로 전환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지만 대통령이 되자 스스로 이 공약을 철회하였다. 오히려 2005년 7월 김승규원장을 임명하는 자리에서 국정원이 “지방 토착비리 정보에 좀 나설 필요가 있다”는 식으로 국정원법에도 위배되는 국내정치사찰을 독려하기까지 하였다.

지난 1월 이명박인수위는 국정원의 불법적인 국내 정치사찰을 막기 위해 제도적인 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 아래 필요할 경우 국정원법 개정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일부 보도에선 논란이 돼온 대북정책 관련 업무를 떼어내 외교부나 통일부에 이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취임 6개월이 얼마 남지 않은 이명박정부의 그간의 행태로 볼 때 국정원개혁은 이미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정확히 말하자면 물을 건넌 것이 아니라 시대를 건너  5공의 안기부나 3공의 중앙정보부로 이미 전환했을 지도 모른다. 양지에서 일하는 경찰과 검찰이 이미 시대를 건너간 것처럼.

국정원이 <남산시절>이나 <남영동시대>로 돌아간다면 이제 해외정보는 누가 맡아야 하나? 어느 나라 소속부처인지 정체성이 애매한 외교통상부에 맡길 수 없다면 남은 것은 <국민>뿐인가? 외국대학 도서관에서 근무하는 교민들이나 아고리안을 비롯한 네티즌들이 <해외>를 담당해야 하나? 우리의 국정원이 아고리안을 비롯한 국민들 뒷조사를 하는 동안 아고리안과 우리 국민들은 미국 CIA 홈페이지 뒤지고 미국지명위원회(BGN)와 스페인 해도청 동향 살피고 내셔널 지오그라피나 아틀라스 지도의 명칭변경을 감시해야 하나?

중복은 놓쳤지만 말복엔 아무래도 잘 먹어야 할 것 같다. 4년 6개월을 버티고 싸우고 국가기관이 해야 할 일까지 대행하려면 체력보강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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