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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갤문학] 이슬비가 이세하와 함께 행사장을 가는 이야기 -1-

Chloral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10.21 03:13:44
조회 1607 추천 20 댓글 5

검은양 팀의 리더 이슬비는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말하기에 앞서 ‘어떤 식으로 말해야 하는가’를 고민하지 않는 타입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슬비는 남에게 부탁하기보다는 스스로 상황을 풀어나가는 데에 더 매력을 느끼는 성격이었고, 거기에 더해 그녀가 무언가를 요구, 혹은 요청할 때에는 대개 합당한 이유가 있거나 그녀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경우가 대부분이었기에 그녀는 지금까지 이런 고민을 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을 하더라도 큰 문제를 겪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슬비는 자신이 지금까지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유연한 화술을 갈고닦지 않은 것을 크게 후회하고 있었다. 클로저라는 직업이 상명하복을 원칙으로 하는 군대식 체계를 기본으로 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카데미에서 이러한 상황을 원만하게 풀어나갈 화술을 교육하지 않는 것은 교육 과정에 큰 구멍이 뚫린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하는 쓸데없는 걱정이 그녀의 머릿속을 스쳤다. 그녀는 눈앞에서 휴대용 게임기를 두들기고 있는 이세하를 바라보며 다시한번 고민에 빠져들었다.


이세하는 눈앞에서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푸른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까다로운 리더가 지금까지 자신의 취미생활을 방해해온 것이 도대체 몇 번인지, 그는 가늠도 할 수 없었다. 물론 공적인 시간에도 잠시만 짬이 나면 기어코 게임기의 전원을 켜고야 마는 자신에게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작전을 촬영한 동영상에서 게임을 하는 시간을 편집하고 나니 분량이 너무 안 나와서 방송물로 만들 수가 없더라는 박심현 요원의 말은 그로서도 다소 충격적인 이야기였고, 이세하는 그 뒤로는 작전 중에 게임을 하는 시간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휴식 시간이며, 자신이 그 시간을 활용해 검은양 팀에게 배정된 방에서 무엇을 하던지 그것은 자신의 자유가 아닌가. 몬스터를 잡는데 집중하느라 게임기를 고정하는 손가락이 다소 느슨해진 틈을 타 기어코 손 안을 빠져나가 이슬비를 향해 날아가는 휴대용 게임 콘솔의 모습을 또 보고싶지 않았던 이세하는 콘솔을 잡는 손가락에 좀 더 힘을 주었다. 하지만 이번에 그를 방해한 것은 다른 방법의 공격이었다.


“이세하.”


“잠깐, 5분만.”


어쩌면 저렇게 타이밍이 안 맞을 수가 있을까. 이세하는 그녀에게 들키지 않게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슬비에게는 염동력 이외에도 그가 하는 일을 방해하는 모종의 능력이 있기라도 한 것인지, 그녀가 이세하의 행동을 지적하거나 그를 부르는 때는 대체로 손을 놓을 수 없는 중요한 순간이었다. 그녀의 말에 대답하다가 집중이 흐트러져 얼마 안 남은 목표를 놓친 것이 몇 번이던가. 용돈을 털어 새로 구매한 DLC의 클리어가 눈앞이건만 저 분홍빛 머리의 소녀는 어째서 자신을 가만히 놓아두지 않는 것인가. 이세하의 머리 속에서 불만이 무럭무럭 자라났다.


3분가량 뒤, 이슬비를 오래 기다리게 해봐야 좋을 것이 없다는 생각에 이세하는 서둘러 스테이지를 마무리하고 게임을 세이브했다. 콘솔이 종료되는 것을 확인한 이세하는 고개를 들어 맞은편에 앉아있는 이슬비에게 시선을 향했다. 이슬비는 자신이 들어왔을 때 본 모습 그대로 팔짱을 끼고 고개를 숙인 채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왜 불러?”


“아?”


이슬비가 몸을 움찔하며 다급히 팔짱을 풀며 이세하를 바라보았다. 이세하가 지금까지 보지못한 반응이였다. 평상시같았으면 그가 대답하자마자 발표 수업에서 볼 법한 사무적인 말투로 기다렸다는 듯이 요구사항을 이야기할 그녀였다. 그 태도에서 무언가 위화감을 느낀 이세하는 아직도 당황에서 벗어나지 못한듯한 그녀의 모습에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이마에 손을 짚었다.


“열이라도 있나?”


이세하의 실수였다. 검은양 팀에 들어오기 전까지 인간 관계라봐야 동성 친구인 한석봉 뿐이었고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그 외의 것들은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책에서 본 것이 대부분이었기에, 이세하는 자신이 얼마나 큰 지뢰를 밟은 것인지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런 이세하도 눈앞에서 이슬비의 거칠어지는 숨소리와 점점 빨갛게 물드는 얼굴을 보고나니 자신이 뭔가 큰일이 날 짓을 했다는 것은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저 강대한 알파퀸의 아들이자, 본인 역시도 촉망받는 클로저인 그도 엎지른 물을 다시 그릇에 담을 수는 없다는 진리를 바꿀 수는 없었다. 이세하는 자신의 정수리를 목표로 두꺼운 영어사전이 날아들고 있다는 현실을 겸허히 받아들였다.






이슬비는 씩씩거리는 호흡을 가라앉히려 애를 썼고, 지금까지의 몇 번의 시도와 마찬가지로 실패했다. 이세하의 무신경한 행동거지는 지금까지 질리도록 보아왔다고 생각했던 그녀에게도 방금 전의 행동은 예상 밖이었다. 눈앞에서 꽤나 아프다는 듯이 머리를 문지르고 있는 이세하를 보자 미안한 마음이 고개를 슬쩍 들었으나, 결국 그녀의 머리 속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그에 대한 분노였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부터 저 남자에게 무언가를 부탁해야만 하는 상황이며, 이 사안에 있어서 그녀는 철저하게 을의 입장이었다. 이슬비는 애써 평정을 가장하며 이세하를 불렀다.


“이제 정신 차렸어?”


“그래.”


꽤나 아픈듯한 제스쳐를 취하더니만 타격은 크지 않은 모양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그도 험악한 상황을 몇 번 겪은 클로저 나부랭이니 그럴 만도 했다. 평소처럼을 머리 속에서 되뇌이며 이슬비는 이세하에게 늘 그래왔듯이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이슬비가 간과한 것이 있다면, 그녀 자신도 지금 정상이 아닌 상태라는 것이었다.


“코믹월드, 라고 알고있지?”


결국 이슬비는, 앞으로 몇 년간은 후회할 실수로 이야기를 시작하고야 말았다.

-

난 제목을 짓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제목은 단도직입적으로. 나머지는 자고 일어나서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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