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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정전갤에는 이거

익하루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3.04.20 18:58:16
조회 571 추천 18 댓글 6


강주정호 짤랐던 부분? 깡주정호3333333












 병원 밖으로 나온 정호는 답답함에 긴 숨만 내려쉬었다. 어째 갈 곳 없는 처량한 기분이 되고 말았다.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임에도 기분이 더 안 좋은 건 분명 아까 만난 녀석때문이리라. 이강주. 그녀의 이름을 되뇌이던 그는 가슴 한켠에 아릿한 느낌이 드는 걸 부정할 수 없었다. 강주에 대해 다른 감정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었다. 그저, 강주를 통해 떠올리고 만 풍경들이 있어서였다. 지겹고 지루하기만 했던 풍경. 그건 학교였다. 수업을 끝마치는 종소리만 울리면 떠들썩하게 복도로 나와 떠들던 아이들. 왁자지껄한 목소리들은 제가 주로 향하던 옥상에까지 울려퍼졌더랬다. 뭐 그리 즐거울까. 감옥이라느니 수용소라느니, 아이들은 학교에 별별 호칭을 다 붙였음에도 그 안에서 마냥 힘겨워 하지는 않았다. 우습다고 생각했다. 친구와의 우정, 선생님과 학생 간의 존중하는 관계. 정호에게 있어 그런 건 모두 허상이었으니까. 2학년 1반의 일원이었지만 출석만 하고 수업은 듣지 않았다. 무리 지어 다니는 이들이 존재했지만 몇달 전까지만 해도 그네들을 친구라 생각한 적은 없었다. 정호는 그들 속에 있었으나 그들과 함께 한 게 아니었다. 언제나, 커다란 공동체 바깥에 머물 따름이었다. 그 때도, 지금도.


 “……그대로네.”


 이강주가 그랬지. 그대로라고. 그 말이 맞았다. 그들과 동떨어진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았다. 바뀐 건 없었다. ─나쁘게는… 안 살게요. 제가 착하게 살 수는 없을 거라 생각했다. 강세찬 선생님에게 마지막으로 했던 한 마디는 그들이 지금껏 베풀었던 모든 호의에 대한 최선이었다. 하지만 나쁘게 살지 않는다 해서 무엇이 달라지던가. 소년은 여전히 가난했고, 무력했다. 학교를 나온다 한들 변하는 건 없었다.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 말고는.
 이번에 내야할 병원비가 얼마더라. 정호는 자꾸만 젖어드는 감상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억지로 현실을 붙들었다. 지금 일하는 곳에서 가불해달라 하면 과연 가불을 해주려나. 이제는 ‘어떻게든 되겠지’와 같이 안일한 생각으로 지낼 수 없었다. 더 이상 학생이 아닌, 학교라는 울타리 바깥으로 나온 정호에게 닥친 건 가혹한 현실 자체였으니까. 갑갑한 기분에 그는 습관적으로 품을 뒤지며 담배를 찾아들었다. 그 때였다.


 “야, 오정호! 니가 교복 벗었다고 열여덟살이 아닌 줄 알어?”


 막 담배 끄트머리에 불을 붙이려던 찰나 누군가 훈계와 함께 담배를 낚아챘다. 그리고 갑작스런 등장에 정호는 멍한 얼굴로 눈만 깜빡였다.

 “너… 니가 왜 여깄어.”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게 못된 것만 배워가지구. 이건 압수다.”
 “이강주, 니가 왜 여깄냐고!”


 분명 자기 할 말 다하고 쌩하니 가버린 여자애가, 다시 나타나서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건넨다. 그것도 제 담배를 손에 들고서는. 정호가 목소리를 높이자 이번에는 강주 쪽에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깜빡거렸다. 정호는 속이 끓는 느낌에 입술을 잘근 씹었다. 지난 시간동안 그녀와 이렇듯 마주 본 일은 한 번도 없었는데, 오늘따라 왜 이리 자주 마주칠까. 별로 좋은 징조는 아닌 것 같았다. 더군다나 강주가 입을 열고 한 말은, 정호의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었다.


 “내 이름 아네?”
 “뭐?”
 “아니, 내 이름 안 잊어버리고 똑바로 기억하는구나 해서.”
 “무슨 헛소리야. 대체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 너 진짜 나 스토킹 했냐?”
 “스토킹은 무슨? 그냥 따라온 거거든. 아님 말 안해줬을 거잖아.”


 그걸 스토킹이라 하는 거거든. 정호는 기가 찬 눈으로 강주를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같은 반이었던만큼, 그녀가 꽤 넓은 오지랖의 소유자라는 건 익히 알고 있었다. 서로 부딪친 일은 없다 할 정도였지만 그렇다해서 눈에 들어오지 않는 건 아니니까. 그렇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그것도 두 번 볼 일 없을 거라 여겨도 무방할 자신한테. 정호는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헝클이고는 손목에 찬 시계를 흘긋 봤다. 여자애가 돌아다니기에는 좀 늦은 시간이었다.

 “근데 병원엔 왜 온 거야? 너 어디 아파?”
 “내가 아니라…… 아, 진짜. 집 안 가냐? 가라, 좀.”


 피곤한 상대였다. 저를 무서워하는가 하면 또 그런 것만도 아니고, 욱한 감정에 포기했구나 생각했는데 갑자기 다시 나타나기나 하고. 심지어 제 말을 무시한 채 자기가 하고싶은 말부터 쏟아낸다. 나쁘게는 안 살겠다 약속까지 했는데 여자애한테 함부로 할 수도 없고. 거기다 강주는 제가 끊어버린 여러 인물과 여전히 관계된 상태였다. 그네들의 제자로, 2학년 1반의 학생으로. 자칫 잘못하다가는 지금까지의 노력이 모두 헛수고로 돌아갈 수도 있었다.
 정호가 심란한 감정을 고스란히 내비친 표정으로 짜증스레 말하자 강주는 부루퉁한 얼굴을 해보였다. ─여기까지 왔는데 쫌만 얘기해줄 수 있는 거 아니야? 그에 정호는 일순 갈등했다. 약속이고 나발이고 그냥 확 뒤엎고 말아?


 “야. 내가 그냥 받아주니까 만만해? 말했지. 여자라해서 봐주는 거 없다고.”
 “…알았어, 가면 되잖아. 걱정해줘도 뭐라 그러냐?”
 “하, 까지마. 무슨 걱정을 해? 니가 내 걱정을 왜 하는데?”


 날 선 음성에 강주는 어둔 밤하늘을 한 번 쳐다보고는 머리를 한 번 쓸어넘겼다.
 
 “으─ 정말, 같은 반이었잖아. 같은 반 친구!”
 “웃기는 소리 좀 작작해라. 이강주, 니가 하는 건 걱정이 아니고 호기심이겠지. 같은 반 친구? 언제부터 우리가 같은 반 친구였냐?”


 그래, 호기심이리라. 같은 반에서 그 작은 사회를 평정했다고 해도 좋을만한 일진 녀석이 어느 순간 사라져버린 것에 대한. 사정을 알 법한 이들조차 연락을 하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를 때 우연히 만난 녀석이 학교는 때려치고 알바나 하면서 병원을 들락거리는 상황에 대한. 정호는 서늘한 시선으로 강주를 응시했다. 예상대로 그녀는 말문이 막힌 듯 입을 다물어 버렸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그런 그녀의 얼굴에 서린 감정이, 서운함같아 보이는 이유는.
 묵묵히 서 있다가 아까처럼 홱 돌아서 가버릴 것 같았던 강주는 한 번의 심호흡을 한 뒤 담담한 목소리로 긍정을 말했다.

 “좋아. 맞아. 반 친구까진 아니더래도…… 친구의 친구정돈 되잖아. 너 이지훈 친구 아냐? 고남순 친구 아니냐구.”
 “…….”
 “뭘 그렇게 예민하게 받아들이는데. 난 네 걱정하면 안 돼?”


 이번에는 정호 쪽에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걱정하면 안 되냐고? 그야 누굴 걱정하든 저쪽의 마음이니 제가 간섭할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걱정을 한다니. 그 누구도 아닌 ‘이강주’가 자신을 걱정한다니. 저와의 접점이라고는 고작 같은 반이었다는, 딸랑 그거 하나였다. 그런데도 걱정이 되는 건가? 걱정을 할 수 있나?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완벽한 타인이 베푸는 걱정이란 이토록 이질감이 드는 것이었나.

 “…네 걱정 받을만큼 한심한 처지 아니야, 나.”
 “오정호,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
 “못 알아들어? 그런 싸구려 동정 필요없다고. 꺼져.”
 “야, 오정호!”


 같이 있기가 싫었다. 불편함을 참을 수가 없었다. 정호는 결국 강주를 등지고 병원 안쪽으로 발을 돌렸다. 그녀는 제게 있어 과거의 산물에 불과했다. 과거는 물론이요 앞으로도 엮일 일이 없는 인연이었다. 보고 있노라면 자꾸 옛날이 생각 나서, 제 곁에 있어주겠노라 약속한 친구들이 떠오르고 같이 조금씩만 노력해보자던 선생님들의 모습이 되살아나서 괴로운 인연. 어차피 그 시간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데. 지금 그가 처한 현실이 얼마나 비참하고 외로운지를 상기시키기밖에 하지 않는 사람같은 건 필요없었다. 혼자서 제대로 서보고자, 누구의 힘도 도움도 빌리지 않고 스스로 일어나고자 독하게 결심했다. 그게 고작 두어달만에 흔들릴 수는 없지 않은가.
 설사 자신을 친구라 이르는 말이, 걱정한다는 목소리가 진심처럼 들릴지라도. 정호는 주먹을 그러쥐며 꿋꿋히 앞을 향해 걸어갔다. 지훈과 이경이 저를 붙잡았던 날, 남순과 흥수가 무뚝뚝하게나마 제 걱정을 했을 날, 그리고 정인재 선생님과 강세찬 선생님이 집까지 찾아와 손을 붙들었을 날. 그 날들과 똑같은 알싸한 느낌이 가슴을 스치고 지나갔지만 정호는 그 때와 마찬가지로 그것을 외면해버릴 수밖에 없었다.

 소년은, 그러한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알지 못했다.














속아픈 새기...
를 뒤로 하고 독tor후 보러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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