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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전역(39.7) 2021.03.16 22:00:38
조회 170 추천 3 댓글 5

화애

뚜벅뚜벅 걷는 사람. 걸음 안에 갇힌 사람. 다리 위에서 앞으로, 뒤로도 갈 수 없어서 멈춰 보는 사람. 손을 잡은 저들은 무슨 사이일까. 작은 꽃을 들고 있구나, 가방 안엔 어떤 심정을 들고 다니며. 저녁은 무엇을 먹을까, 항상 생각하지. 생각하지 않고서는 할 수 있는 것 하나 없어서. 책상 위에 착상한 빈 페트병, 창에 마주놓인 반토막난 화병, 내려앉은 물침대와 불 꺼진 방. 가스는 끄고 나왔던가? 손에 들린 영수증에 방 안 모습이 그려지고, 저건 누구의 방일까. 돌아갈 곳 없는 사람이 다리 위에만 여럿. 열린 창으로 녀름이 들어온다. 테이프로 이어붙인 엷은 이어짐. 나는 다리를 건널 때마다 무너지는 상상을 한다. 어푸어푸 헤엄치는 엇푸른 사람, 어긋난 다리와 교각 아래 얼음 속에 갇힌 사람과 사람이 서로 숨을 참고, 손에 핀 작은 수화로 이야기하지,
느릿하고 더딘, 여린 몸짓.

녀름내가 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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