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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의 현대시 담론모바일에서 작성

ㅇㅇ(116.36) 2023.08.13 09:43:32
조회 322 추천 4 댓글 2

개개의 작품을 통한 간접적인 단편적 주장이기는 했지만, 우리 시단에 시다운 시가 지극히 희소하다는 것과, 날조된 작품이 많다는 것과, 현대성을 표방하는 작품에 특히 사이비성이 많다는 것을 4회의 월평을 통해서 강조했고, 연평에서는 이러한 옳지 않은 경향이 詩論에까지 만연되어 있다는 것을 지적했다. 어떠한 비평이든 비평의 본의가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그것을 독자에게 인식시키는 데 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가 아니고, 그러한 즐거운 일을 할 수 있는 평자가 얼마나 행복한 가를 모르는 바가 아니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불행히도 우리의 시단은 그러한 행복을 누리기에는 너무도 시기상조인 것 같고, 그러한 행복을 누리기 전에, 또한 그러한 행복을 누리기 위해서도 오늘날의 우리의 시평은 惡貨를 구축하는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라도 하지 않으면 아니될 단계에 있다고 믿어왔기 때문에, 菲才를 무릅쓰고 그러한 소신의 일단을 피력해 보려고 애를 써 보았던 것이다.

이렇게 소위 기성시인이란 사람들이 허술하게 책임없는 시론을 쓰고 또 그런 시를 쓰는 신진들의 산파역을 하는 한, 우리 시단의 장래는 암담하다. 나는 미숙한 것을 탓하지 않는다. 또한 환상시도 좋고 추상시도 좋고 환상적 시론도 좋고 技術시론도 좋다. 몇번이고 말하는 것이지만 기술의 우열이나 경향 여하가 문제가 아니라 시인의 양심이 문제다. 시의 기술은 양심을 통한 기술인데 작금의 시나 시론에는 양심은 보이지 않고 기술만이 보인다. 아니 그들은 양심이 없는 기술만을 구사하는 시를 주지적이고 현대적인 시라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詐欺를 세련된 현대성이라고 오해하고 있는 모양이다.……

우리의 현대시가 겪어야 할 가장 큰 난관은 포오즈를 버리고 사상을 취해야 할 일이다. 포오즈는 시 이전이다. 사상도 시 이전이다. 그러나 포오즈는 시에 신념있는 일관성을 주지 않지만 사상은 그것을 준다. 우리의 시가 조석으로 동요하는 원인의 하나가 여기에 있다. 시의 다양성이나 시의 변화나 시의 실험을 나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어디까지나 환영해야 할 일이다. 다만 그러한 실험이 동요나 방황으로 그쳐서는 아니되며 그렇지 않기 위해서는 知性人으로서의 基底에 신념이 살아 있어야 한다. 이러한 누구나 다 아는 소리를 새삼스럽게 되풀이하지 않으면 아니되는 것도 사실은 우리 시단의 너무나도 많은 현대시의 실험이 방황에서 와서 방황에서 그치는 포오즈 같은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시인의 스승은 현실이다. 나는 우리의 현실이 시대에 뒤떨어진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만 그보다도 더 안타깝고 부끄러운 것은 이 뒤떨어진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시인의 태도이다. 오늘날의 우리의 현대시의 양심과 작업은 이 뒤떨어진 현실에 대한 자각의 모체가 되어야 할 것 같다. 우리의 현대시의 밀도는 이 자각의 밀도이고, 이 밀도는 우리의 비애, 우리만의 비애를 가르쳐준다. 이상한 역설같지만 오늘날의 우리의 현대적인 시인의 긍지는 ‘앞섰다’는 것이 아니라 ‘뒤떨어졌다’는 것을 의식하는데 있다. 그가 앞섰다면 이 ‘뒤떨어졌다’는 것을 확고하고 여유있게 의식하는 점에서 ‘앞섰다’. 세계의 詩市場에 출품된 우리의 현대시가 뒤떨어졌다는 낙인을 받을 것을 두려워하기 전에 우리들에게는 우선 우리들의 현실에 정직할 수 있는 果斷과 결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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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世代』, 65. 3>


전문
https://m.blog.naver.com/iocean74/30013424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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