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1.03 화요일
출발전에 얘기했지만 부랴부랴 준비했었거든
인천공항까지도 정신없이 갔던거로 기억나네
돈은 외환은행에 계좌로 1/3정도 비상금으로 넣어놓고
나머지 2/3중에 또 1/3은 배낭에, 힙색에 당장 쓸 것들 넣어놓고 나머지는 벨트 뒤에 지퍼 있는거에 숨겨놨었어
돌아다니다 강도한테 털려도 배낭에 있는거로 버티거나 강도 당해도 벨트는 모르겠지 싶었는데, 나중에 얘기 들어보니까 다 안다더라
어쨌든 짐은 최소로 해서 15L짜리 배낭에 우겨넣고 문제는 카메라를 DSLR 커다란거로 챙겼었어
여행 내내 카메라는 계속 신경쓰이더라고 이거 슥슥 건드리는 놈들 땜에 시비도 많이 붙었고
에미레이트 항공으로 두바이 경유해서 케냐로 가는 거였거든
일단 탑승구로 같이 가는 플랫폼에 흑인들이 서너명 있더라
케냐 달리기 선수들이래 카메라 좋아보인다고 시근덕 대면서 케냐 간다니까 조심하라고 하더라
인천에서 밤에 출발해서 두바이 도착한 시간이 새벽 4시쯤이였나 갈아탈 비행기 위치 확인해놓고 아무대서나 찌그러져서 대충 또 잤지
외국이 느껴지는건 냄새에서 많이 느껴지는거 같어, 공항 창밖으로 모레 투성이에 팜트리에 두바이 전경들이 좀 보였는데
특유의 냄새가 아직도 기억에 남네
에미레이트 항공같은 경우는 두바이를 중심으로 여기저기 이어져있어서, 예를들어 한국에서 영국 간다치면 역시 두바이 경유해서 가는 식이거든
진짜 모든 민족들 다 모여서 별의별 냄새를 풍기더라 ㅋㅋ
비행기 시간 되서 케냐행 비행기 타는데 이제 정말 흑인들밖에 없었어
간혹 백인들, 암만 둘러봐도 동양인은 나 하나야
비행기 옆 자리에 멋진 흑형 하나 앉았는데 요놈도 술 좋아하나봐
나도 그렇고 얘도 그렇고 계속 술 시켜먹구 영화보면서 왔어 ㅋㅋ
대화는 못하니까 간혹 이어폰 꽂는거나 영화같은거 서로 알려주고
그렇게 드뎌 케냐 도착!
아 여기부터 이제 사근사근 걱정되더라 수속을 밟아야되는데 잘못해서 다시 쫓겨나면 어쩌나..
재빨리 움직여서 꽤 앞쪽에 줄 섰었는데 관원의 말을 하나도 못 알아듣겠더라
어쨌든 서류 하나 작성해야되는걸 빼먹었다는거 눈치로 알아듣고 다시 뒤로 백..
서류 딴거 작성해서 다시 뒤로, 다시 뒤로
비행기 타본 형들은 알거야 입국수속할때 줄 꽤 긴거..
그거 세번 와리가리하니까 한시간 넘게 지나고 한 대여섯밖에 안 남는데 진짜 깜깜해지더라
어쨌든 보고 또 봤던 관원 녀석이 결국 한숨쉬면서 대충 도장 찍더니 돈 내놓으래
아 이건 미리 알아놔서 알았지 비자비로구나, 20달러 꺼내서 줬지
살았다 싶어서 공항쪽으로 가는데 흑인 중년아찌가 뒤에서 조심스런 말투로 뭐라 쏼라쏼라 하대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억양이 대충 경고해주는거 같았어.. 땡큐 하고 대체 뭐였을까 하면서 내려갔지
슬슬 배낭을 찾을 때였는데 설마설마 했지
luggage 찾는 곳에서 또 한 한시간 해멨을거야.. 시발 암만 찾아도 배낭이 안 보이네..
서비스센터같은 곳이 보이길래 안되는 영어로 배낭 잃어버렸다고 했지
거기서 내 배낭 색, 들은 짐, 항공편, 여권번호, 주소 같은거 적어놓고 내일 2시 반에 다시 오라더라
의사양반 그게 무슨 소리요 난 오늘 오버나잍 버스로 나이로비를 떠나려고 했는데..
일단 도움이 너무 필요해서 한국인한테 전화해야겠다 싶었어
네이버에 고고아프리카라고 카페 운영하시는분들이 정말 대단하시거든 거기에서 나이로비에 사시는 한국분 연락처를 알아놨었거든
환전소에 가서 전화 쓰고 싶다니까 건너편 책방에 있는 한 녀석을 가리키더라
걔한테 물어보니 자기 핸드폰 쓰래, 비용은 1분에 50실링.. 대충 1달러가 65~75실링이었거든
협상할 기운도 안 나서 그냥 쓰겠다고 했어
하루만에 반가워진 한국인 목소리 들으면서 물어보니까
에미레이트가 매일 2시 반에 들어오는데 간혹 짐이 하루 밀리는 경우가 있으니까 십중팔구는 다음날 다시 찾는데
숙박은 가이드책 론리플래닛에 나와 있는 싼곳에 갈거라니까 도심은 위험하다고 YMCA로 가래
교통은 버스로 간다고하니까 역시 위험하니까 택시로 가래
하루 15달러 잡아놓은 예산에 말도 안되는 짓이었지만 돈 생각할 상황이 아니라서 일단 말 듣기루 했어
통화비로 달러밖에 없다고 2달러 주고 택시 어디서 타냐 물어봤지
근데 요놈이 웃으면서 자기가 택시 운전사래
YMCA까지 1,000실링달래 대충 14~15달러..
포기했어 이미 6시쯤에 해는 져가고 선택을 할 상황이 아니었거든
나이로비 공항 바로 옆이 국립공원이거든
공항 나오자마자 철조망 뒤로 기린 서너마리가 있더라
나무도 생태도 다 희한하고 하늘에는 콘돌같은거도 날아다니고
열린 택시 창문으로 따뜻건조한 바람 맞으며 카오디오로 레게 음악 들으니까 아 진짜 아프리카로 오긴 왔구나 싶더라
마침 석양이 노랗고 붉게 지고 있어서 아직도 기억에 남네
아프리카라고 차를 연상시키긴 힘든데 교통체증이 엄청나더라
길이 무지하게 막히는데 그 와중에 도로변에는 걷는 놈들이 줄지어있더라
대부분 걸어서 일하러 왔다가 걸어서 돌아가는거래, 대충 하루에 6시간씩 걷는다더라
차들 사이사이에는 10살정도 되는 꼬맹이들이 땅콩이니 수놓은 천 같은것들 팔고있고
이녀석이 땅콩 한 봉지 사더니 나눠 주더라, 땅콩 한 봉지 50실링
내일 다시 공항 돌아갈 생각에 버스 물어보니 무슨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어
어쨌든 위험하다, 찾기 힘들다라는 것이랑 내 택시 이용해라 정도 알아듣겠더라
정말 나이로비는 알아놓은게 전혀 없었거든, 론리 플래닛 암만봐도 버스 타는법을 못 알아먹겠고(영문이었거든)
얼마 안 되는 거리 막혀 2시간 걸려서 YMCA도착하고 보니 왠걸 이거 정말 외곽이야 주변에 가로등 하나 없는 깜깜한 곳에 이 건물 하나 켜져 있더라
그냥 깜깜한 곳인 줄 알았는데 중간중간 흑인이 걸어가고 있더라 안보여 정말
차 없인 나서기 힘들겠다 싶어서 내일 2시에 윌리엄이랑 보기로 했지
얘가 내 수첩에 적어주더라 "To pick luggage @ 1400hrs william" 딱해보였나봐 ㅋㅋㅋ
YMCA가니까 석식포함 1350실링.. 대충 20달러..
진짜 다 포기했어 그래 오늘은 일단 잘 먹고 푹 쉬자뿐이 생각 안 났어
위에도 써있지만 이 친구 이름이 윌리엄이거든
윌리엄한테 낼 보자구 하구 체크인 하구 방 안내받았지
중간중간 주황빛 불빛에 콘크리트 벗겨진 허름한 건물길 사이사이로 어찌 가다보니 내 방이야
로비에 있던 작은 티비하며 소파, 어쨌든 느낌은 전부 완전 새로웠어
내 방에 가보니 침대에 나무로 된 책상 하나, 침대에는 다행히 모기장이 있었구..
배낭이 없어서 모기약도 없었고 말라리아 위험한거는 많이 알고 갔었거든, 약 먹으면 바로 낫지만 방치하면 보름안에 치사율이 상당히 높아
이번에도 남아공 월드컵때 한국인 한명 죽었잖아
일단 샤워하고 밥 먹으러 식당 가니까 대충 9시~10시더라, 나 말고 왠 백인녀석이 혼자 밥 먹구 있더라
치킨? 비프? 이카길래 비프 플리즈 하고 소고기 덥밥같은거 받아들었지
쌀이 정말 구더기같더라 ㅋㅋ 찰기 없고 길죽하고..
생전 처음 먹어보는 음식 진짜 남김없이 허겁지겁 먹었어 맛있더라
나와서 담배 하나 피는데 저쪽에서 아까 식당에 그 백인녀석도 담배피고 있더라
서로 하이, 하이 인사했지
독일 녀석인데 케냐에 친구 한명이 있대, 곧 있을 YMCA에서의 학생모임에 참여한다고 하더라
얘기하다보니 난 대체 뭐하러 온거지 싶더라
한 10시 반정도 잠 안 오는데 대충 꾸역꾸역 누워서 처음보는 방 풍경이나 감상했지
사진 찍은거 있는데 지금 컴퓨터 하나가 맛이 가서 내일 외장케이스로 빼다가 수정해서 올릴게
그때 일기에 써져있는게
"내 가방.. 윌리엄에게 너무 휘둘리고 있다. 가방을 찾고 정신 차리자.. 전화는 50Ksh per Min. Uhuru = Freedom"
이라고 써놨더라 ㅋㅋ
당시 정신 없어서 윌리엄 하자는데로 혼자서 판단 못하고 오케이오케이 했었던게 싫었었거든
그리고 공항에서 나이로비까지 가는 큰 길이 Uhuru way(우후루 웨이) 였는데 우후루가 Freedom이라는 뜻이래
스와힐리어고
어쨌든 진짜 그때 하루만에 다시 돌아가고 싶더라..
정말 한심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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