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가지려는 순간 티파니에게는 손가락이 없다는 것을 테츠오가 깨닫는다. 하지만 그 쿠마노코우지가에 실수는 없다.

수백 캐럿은 돼 보이는 큰 다이아몬드가 장식된 반지식 모양의 팔찌가 준비되어있었다.

거기에 비해 테츠오의 반지는 보석 하나 없는 단순한 것이었다.

서로의 반지를 교환하고 맹세하는 말의 상주가 시작된다.

신관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평생 함께할 것을 신에 맹세한다는 것이다.

대강의 의식이 끝나고 티파니는 옷에서 천천히 지폐 뭉치를 꺼냈다.

"팁 데스, 사양 않고 받아도 되는데스"하며 신관에게 내밀었다.

순간 신관의 눈이 쿠왓 하며 빛나는 것이 테츠오에게는 보였다.

하지만 역시 신을 섬기는 몸, 평정을 곧 되찾자 새전 상자를 가리켰다.

금액은 천만은 될 법한 두께였다.

그것을 티파니는 새전함의 격자에 꽉꽉 억지로 주입했다.

하지만 그런 두께가 들어갈 리가 없어, 티파니는 곤도에 들어가게 하라고 했다.

곤도는 콰직 하고 새전 상자를 부순다.

"정말이지 이 신사는 잔돈수집전문 데스? 궁상맞은 신사 데스네"

그렇게 말 하며 티파니는 휙 하고 돈 뭉치를 던졌다.

신관은(신사가 궁상맞아서 미안하구만!)하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리지만 입 밖에는 내놓지 않았다.

얼른 신전 결혼식을 끝내자, 티파니 등은 피로연이 열리는 타카나와프린스 호텔로 향했다.

이미 수천은 되는 하객들이 티파니를 기다리고 있다.

티파니는 예복을 갈아입기 위해 바로 드레스 룸으로 달려갔다.

티파니가 엄청난 메이크업을 받으며 예복을 갈아입고 있으니 아키코가 들어온다.

"예뻐~ 티파니♪ 엄마는 테츠오가 부러워져버려~"

티파니는 아키코를 보자 만면에 웃음으로 화답했다.

"고마운데스 어머님. 티파니를 위해 이런 훌륭한 결혼식을 올려준 데스"

갑자기 티파니는 바닥에 주저앉아 무릎 꿇고 머리를 바닥에 댔다.

"지금까지 고마웠던데스 어머님, 티파니, 행복한데스 앞으로도 계속 티파니의 어머니로 계셔줬으면 하는 데스"

아키코는 티파니의 성장에 눈을 가늘게 뜨면서 그동안의 일을 떠올렸다.

처음 사육되었을 때는 건방져서 자신에게 거스르기만 하던 일.

훈육을 엄하게 하자 삐져서 말도 하지 않았던 일, 마음을 열고나서 좋은 아이가 된 일.

함께 섹스의 공부를 한 일, 채찍을 맞았던 그날의 일.

여러 생각이 뇌리에 스치며, 어느새 아키코는 눈물을 흘렸다.

"엄마는 행복해, 티파니가 이렇게 훌륭하게 자라 주었는걸. 좋아, 앞으로도 쿠마노코우지가의 이름을 더럽히는 짓을 해서는 안돼"

주위 사람들은(실장석이라는 시점에서 그것은 이미 무리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도 발설 하지 않았다.

"어머님 울고 있는 데스? 티파니도 슬퍼져버린 데스"

두 사람은 서로 얼싸안으면서 진짜 어머니와 딸처럼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염려했다.

그러나 그 한 사람과 한 동물 이외에 주변의 분위는 어딘가 미묘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다음의 축사는 전 총리대신 고이즈미 다쿠이치로 님입니다"

사회자가 부르자 연미복을 차려입은 남자가 무표정하게 마이크 앞까지 걸어온다.

마이크 앞의 고이즈미는 눈앞에 모인 참석자를 보면서 천장을 바라보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내가 왜 이런 곳에 있는 걸까?

원인은 현 총리가 복통으로 급히 입원을 해서라는데 대역은 왜 자신인가.

도대체가 그 녀석의 복통따윈 꾀병인게 당연하잖아, 고이즈미는 진심으로 그 현 총리가 밉다고 느꼈다.

생각하면 자신은 총리가 되어서도 많은 일을 겪어 왔다.

첫 당선은 현의회 의원이었다.

모르는 아줌마들,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도 고개를 숙이고 다녔다.

그리고 아버지의 비서를 거쳐서 그 기반을 이어 국회의원으로 승격했다.

그러나 그 뒤로도 순조롭게 진행되진 않았다.

타고난 성격이 화가 되었는지 자신과 친한 의원들마저도 괴짜라고 하는 사람이 많았다.

고이즈미 괴짜 클럽 등으로 불리며 좀처럼 사람도 안 모여, 바보취급을 받았다.

그런 자신이지만 왜인지는 몰라도 우여곡절을 겪고 나서, 총리 자리가 운 좋게도 굴러들어 왔다.

총리가 된 뒤에도 국민의 인기가 좋지 않아 원로 의원들이 고이즈미는 물러나야하지 않나 하는 말을 넌지시 내비치기도 했다.

그런 때 의원 전원에게 고개를 숙이고 다닌 적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