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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갤문학]끌려다닌 인생

글썰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01.25 04:31:26
조회 5679 추천 70 댓글 42





푸른 하늘이 남색으로 물들어갈때 쯤. 

다른 이들은 질겁을 할 차디찬바람을 기분좋다는 듯 만긱하며 자신의 날붙이를 한뼘만큼의 크기만큼 남겨둬 무언가를 깎는 소년이 있었다.

"쳇...마음에 안드는데."

그는 익숙하다는 듯, 자신이 꽤 오랜 시간을 들여 열심히 깎은 새조각을 자신의 왼쪽 어깨너머로 휙 던져버린다.

"......응?"

조각이 땅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자신이 던진쪽 어깨너머로 시선을 돌린다.

다소곳하게 서있는 소녀의 두 손에는 나타가 매정하게 던져버린 새조각이 얌전히놓여져있었다.

"뭐야. 차원종, 너였냐?"

레비아는 몸을 베베꼬으며 그러나 눈빛만은 확실히 나타의 정면을 바라보며 자신의 의문을 던진다.

"아직도...자유를 갈망하기 때문에 새를 조각하시는 건가요 나타님?"

"......아니야. 그저 취미다."

유니온 연구소의 죽어버린 동료가 하던 조각이라는 행위를 이어받은 나타.

그의 자유에 대한 열망의 형태가 바로 그가 조금전까지 조각하던 새의 형상으로 꿈을 만들어간다.

그러나 아무리 완벽한 새가 완성되어도 그의 마음은 공허할뿐이었다.

"언젠가...언젠가 꼭 우리는 자유를 얻을수 있을거에요 나타님! 같이...같이 힘내요!"

"입닥쳐 차원종! 난 누구와의 협력도 필요하지않아! 그딴건 나 혼자서라도 해내보일수있어!"

그 소년 다운 대답이었다. 그리고 그녀 역시 찬바람따윈 전혀 신경쓰지 않은채로 그녀다운 대답을 보낸다.

"그...그렇다면 협력이 아니라 부려먹어주세요! 나타님이 자유의 몸이 될때까지 저! 힘낼테니까요!"

"헷! 너같은 차원종이 도움이나 될거 같아? 그냥 얌전히 뒤쳐지지않게나 따라오라고 알아서 덤으로 너의 개목걸이까지 부숴버릴테니까 말이지!"

"네...네! 나타님!!"

그녀는 나타에게 호통을 듣지 않을까 조마조마하고 있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다른사람은 어떻게 느낄지 모르겠으나 나타만의 살가운 대답이라는걸 확신한 레비아는

그날 처음으로 미소를 활짝 지으며 대답한다.

나타의 레비아를 보며 터져나오는 피식거리는 코웃음소리가 밤하늘속에 묻혀 희미해져갔다.

.

.

.


'글쎄...지금까지의 나는 무엇을 위한 삶이었을까.'

그는 어느새부턴가 잠들기 전 그런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차원종을 썰어버린다느니 남들을 버러지라고 불러대며 자신의 감정을 쓸데없이 고양시켰다.

서로 죽고 죽이며 살아남은 그의 삶의 흔적이 그런형태로 나타나고 있는걸까?

아니면 그가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호의에 반발심이 생기는 것일까?

그러나 그렇게 항상 마음의 벽을 쌓을것 같던 그 자신도...

어느새 평소 이름만 들어도 치가떨리던 검은양 팀들에게 마음이 열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사람을 호의로 대하는것에 익숙치않다.

자신은 그렇게 살아왔다.

아니...그렇게 살아올수밖에 없었다.

목적의식도 없이 그저 자신의 목숨을 지키려는 본능에만 충실하던 그에게는 적응되지 않는 감정이었다.


타인의 자신에 대한 호의.


그리고 그는 점점 비례하여 커지고 있는 또 다른 감정을 느낄수있었다.


자유에 대한 갈망.


자신의 목에 달려있는 초커를 풀고싶다.

이것이 최근 거의 작동할일이 없었다는 사실 따위는 그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의 목에 자신이 명명한 속칭 개목걸이가 있는 이상, 자신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그는 감당해내지 못할 무게의 눈꺼풀을 내리깔며 그렇게 확신하고 있다.


.

.

.


"후우..."

땀투성이로 거점에 복귀한 나타는 시원한 물한통을 남김없이 비워버린다.

심각한 얼굴을 한 트레이너는 자신의 부대원에게 구두소리를 숨기지 않고 다가가 넌지시 말을 건넨다.

"나타. 최근 지나치게 임무에 열중하는것 같군. 너는 휴식이 필요하다. 자신의 몸을 혹사하지 말도록."

"흥! 꼰대 이 몸이 고작 조무래기 잔당 몇마리 썰어버렸다고 무리했다는거야?"

"더욱 심각한건 너의 몸보다 정신이다. 최근의 너는 지나치게 쫓기는듯하군. 심경의 변화라도 있나?"

"......"

아주 당연하다는듯이 허점을 찔러온다.트레이너는 누구보다도 그를 잘 아는 사람이다.

어느새 나타 자신도 모르는 새에 그 재수없는 꼰대에게 의지하고있었다.

"......"


.

.

.

"끄으으으으윽!!끄윽!!"

작전이 끝나고 자신의 침소에 앉아 혼자가 된 소년은 자신의 목에 있는 구속구를 두 손으로 뜯어내고 있었다.

"젠장 젠장 젠장 젠자아아아앙!!!"

무리다.

그저 간단히 끊어질거 같이 생긴 그 초커는 끊어지지 않는다.

이미 수도 없이 해왔던 헛된 발버둥이라는것도 자신이 잘 안다.

그는 잡아당기는것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자신의 손끝을 세운다. 손끝의 톱날이 날카롭게 날을세워 자신의 목을 향한다.

그 조그만 방안에 벅벅거리는 소리가 어렵지않게 들어찬다.

"제기라아아아아알!!!"

최근들어 초커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그였다.

점점 집착의 증세는 심해져만 갔다.

자신의 쿠크리를 집어든다.

이미 쿠크리로 조심스럽게 바깥쪽에서 잘라내보려고 한 시도는 수도없이 많았다.

이번에는 위에서부터 조심스럽게 잘라내리라.

초커와 목사이의 틈으로 쿠크리를 집어넣어서 끊어보리라.

안쪽은 의외로 허술할수 있으니깐!


물론 그런 짓을한다면 초커가 끊어지기도 전에 자신의 목에서 피가 분수처럼 쏟아질 것이었다.

나타는 덜덜 떨리는 손을 부여잡고 쿠크리로 목에 가져다 대었다.


"나타님 식사시간 인.....나...나타님?!"

레비아가 문을 박차고 날아가 나타의 손을 낚아챈다.

"방해하지마 차원종! 방해하지 말라구!"

"무...무슨 짓이에요 나타님! 같이...같이 자유를 찾자고 했잖아요!"

"이게 내 자유를 향한 마지막 수단이야! 저리 꺼져 차원종! 꺼지라구! 빌어먹을!!!"

레비아의 필사적인 저지에 나타는 의지조차 꺾여버렸다.

그 자해외에는 쓸모없는 아무 쓰잘데기 없는 의지가...


.

.

.

오랜시간이 흘렀다.

나타가 새조각을 수십개는 더 만들어낼 시간이 지났을 무렵.

그리고 특수탐사팀 팀장 최보나와 처리부대 전원이라는 이질적인 조합이 한군데에 모여있었다.

"최보나 팀장. 우리들을 다 부른 이유가 뭐요?"

공식적인 석상에서 트레이너는 어린아이라고 깔보는 일 없이 정중하게 물었다.

그리고 최보나는 의기양양하게 늑대개 멤버들을 한번씩 훑어본다.

특히 파란색 머리의 소년을.

바로 나타를.

"나타! 옛날에 우리가 시작한 그 승부! 내 승리야!"

"뭐...뭐라는거야?이 안경 계집애가 무슨 승부를 말하는......어?"

누가 더 초커를 빨리 해체할수있는가의 승부였다.

그 승부를 기억해내고 이해한 나타는 최보나의 답변을 이해하자마자 표정은 경악으로 일그러져갔다.

그 표정은 승부에 패배했다는 분한 감정따위가 아니었다. 자신에게 이런 날이 올것이라고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그게 정말이오? 최보나...티...팀장."

트레이너 역시 지금의 발언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재확인을 한다.

요염한 분위기를 풍기던 하피 그녀조차도 이 순간만큼은 소녀같이 활짝 핀 미소를 보였다.

그러나 레비아의 미소만은 의미가 달랐다. 그녀의 활짝핀 미소는 나타를 향해있었다.

그가 얼마나 자유를 갈망했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자신의 초커가 풀릴수있다는 사실보다도 나타의 행복을 우선에 두었다.

"나타님! 정말! 정말 잘됐어요!"

그녀의 두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고였다.

최보나는 그들을 바라보며 자신도 울컥하는 감정이 느껴졌다.

그 어느때보다도 과학자로서의 길을 걸었던것에 보람을 느꼈다.

그녀는 새어나오는 눈물에 말을 더듬거리며 당연하다는 듯, 먼저 나타에게 다가간다.

"자...자... 나...나타! 흑...이리 와! 드디어! 너는 자유를 얻는거야!"

"그...그치만 꼬...꼰대 먼저 해야하..."

"아니, 나타.너가 최우선의 자격이 있다. 어서 끝내버리도록."

"윽...으흑..."

그가 울고있다.

레비아는 어느새 짓고있던 미소도 나타를 따라 눈물이 가득고여버린 보기 우스꽝스러운 미소로 변해버렸다.

"나...나타님... 우...울지 마시고...흑...어...어서...초커를...흑..."

"시...시끄러 차원종! 후...후딱 끝내고 차례를 넘겨주지! 아...안경 계집애! 어서 끝내줘! 어서!"


최보나는 흐르는 눈물을 닦고 남색으로 된 철제열쇠를 들어올렸다.

"이건 초커의 성분을 분석해 자동으로 잠금장치를 분해하는 장치야! 열쇠같아 보이지만,엄청난 기술이 집약되있어!"


"아...아아아아..."

나타가 그 열쇠를 바라보며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 저것이다.

저것이 자신의 자물쇠처럼 꽉 잠긴 인생을 풀어줄 열쇠이다!

"나타님! 어서 자유를 쟁취하세요!"

"후후후 축하해요 나타. 다 풀고나서 같이 파티라도 벌여볼까요?"


"헤...헹! 이제 더 마음껏 날뛰어주지! 날 막을놈들은 이제 아무도 없다고!"


최보나는 조심스레 앉아있는 나타의 뒤로 다가가 초커의 뒷부분에 열쇠를 붙인다.

삐리리릭거리는 기계음이 방안을 울렸다.

나타의 짧지않은 시간동안 그의 인생자체를 구속하던 그의 초커의 겉부분이 조심스레 풀리고 있었다.

소년은 환하게 웃고있었다.




-----END-----




나타의 초커의 겉부분이 사르르 반쯤 풀리던 그 순간이었다. 

"케에에에엑!!!!!" 
나타의 눈알이 뒤집힌다. 
초커의 겉부분이 벗겨지자 초커속 얇은 끈의 형태가 나타의 목을 짓누른다. 
그 옛날 감시관의 최대출력을 받아낼때보다도 지독한 모양새를 하고있었다. 
나타는 앉아있던 의자에서 쓰러져 물이없이 육지에 올라온 물고기처럼 괴롭게 퍼덕거리고 있었다. 
"크..크어어억...크에에엑!!사...살려..."
 "이...이게 어떻게 된거죠 최보나 팀장님?!" 
하피가 버럭하며 최보나를 노려보며 소리친다. 
"이...이럴리가 없는데! 이...이중보안이라고?! 그런건 생각도 하지 못했어! 그럴리가 없어!" 
"나...나타를 빨리 어떻게 해주시오! 저대로 가다간!"
 트레이너는 보인적 없는 당황한 모습으로 최보나를 다그치고 있었다. 
아들의 발작을 지켜보는 아버지와도 같은 모습이었다. 
 "크...크어어어어억!!!이...이대로는...이대로는!!끄어억!!" 
나타의 시야에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는 동료들의 모습이 점점 흐릿해져간다.
 그가 지금까지 달려온건 이런것을 위해서인가. 
자신이 자유를 얻는 방법은 죽음밖에는 없다는 말인가. 
야속하게 느껴졌다. 결국 자신은 실험체였다. 
쓰이다 버려지는 실험체. 처참하고 비굴하고 추악하게 버텨왔던 자신의 종착지는 결국 이것이었다. 비참한 최후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타의 목의 힘줄이 혐오스러울만치 선명하게 새겨진다. 
나타는 온몸을 바르르 떨며 입에서 피가섞인 붉은색 게거품을 뿜어대었고 눈은 흰자만이 가득했다.
 "나타님!!나타님!!!" 얼굴이 온통 눈물 범벅이 되어버린 레비아가 발작하는 나타의 어깨를 흔들거리며 깨우고 있었다. 
초커의 끈은 야속하게도 이미 나타의 목뼈까지도 부숴버릴 기세로 맹렬하게 조여져갔다.
 나타는 끊어져가는 의식속에서도 자신답게 온몸을 발버둥쳤다. 
그러나 왼손만은 힘을빼 조심스럽게 자신의 어깨위에 올려져있는 레비아의 오른손을 잡는다.
 "나...나타님! 나타니임!!" 
아무런 대처도 해주지 못한채 나타의 이름만을 불러댄다. 
"빌어먹을....." 
그것이 자신의 유언이 될줄은 몰랐다. 
최후의 최후까지 짜내 한마디를 더 덧붙이고 나타의 숨이 끊어진다.
 "빌어...쳐먹...을..." 
 -----END-----




재밌게 봐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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