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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갤문학]무의식의 저편에서

나타가나타났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01.25 19:51:12
조회 865 추천 22 댓글 8

"빌어먹을...! 이 나타 님이 그 빌어먹을 붕대 자식에게...!"

칼바크 턱스에 의해, 본래의 의식을 빼앗기고, 강제로 제 3위상력을 각성한 나타. 그는 현재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었다. 정신은 똑바로 차리고 있지만, 몸은 타인의 의지에 의해서 조종을 당하고 있으며, 칼바크의 세뇌를 통한 새로운 인격이 부상해 있는 상태다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해야 하는거지?!"

하지만, 빼앗긴 몸을 되찾을 뾰족한 수단이 없다. 칼바크와 그를 구하러 온 검은양 팀이 나누는 대화를 듣는다. 이대로 가다간, 자신의 육신이 제 3위상력을 견디지 못 하고 붕괴해 버릴 수 있다고 한다. 나타는, 과거 한 번이지만, 제 3위상력을 각성했던 때를 떠올렸다


죽어가는 숙적. 전사로서, 최후의 승부. 깔끔하고 장렬했던 그 날의 기억은, 아마 죽어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단순히 서로의 목숨을 노리는 것만이 아닌, 평범하게 미뤄두었던 결판을 끝내는 승부였다. 서로에 대한 적의나, 악의나 살의 없이 순수하게 투쟁심만을 위해 싸웠던 때는, 18년 동안의 인생에서, 그와의 싸움이 처음이었다


"그 기억을...욕 보이지 말라고...!"

무의식 안에서, 나타는 어떻게든 자신의 힘으로 칼바크의 세뇌를 이기고자 하였다. 그런 그의 앞에 또 하나의 자신이 나타났다


[가만히 있어라, 또 하나의 나. 지금은 네 차례가 아니다]


"내 차례가 아니라고? 지금 차례가 문제야!? 이건 내 몸이야! 그 빌어먹을 검은붕대 자식의 인형이 아니라고!"


[그게 문제인가? 지금 이대로 있으면, 편해질 수 있는데?]


"......뭐? 너 지금 뭐라고 했어?"

못 들을 걸 들었다는 표정으로 또 하나의 자신을 쏘아보는 나타. 또 하나의 나타는 착잡한 얼굴로 말했다


[솔직히 인정하자고. 나는 너야. 너 자신을 속이려 들지마. 이젠 지쳤잖아. 매일매일 싸우는 것도, 아픈 것도, 하루하루가 지옥같잖아. 내일 아침에 눈을 뜨고 일어날 수 있을지, 매일밤 걱정하면서 살아가잖아]


"......"

줄어든 수명은, 회복할 수 없다. 인간임을 포기하고 칼바크 턱스처럼 차원종이라도 되지 않는 한 절대로 무리일 것이다


"그래서...죽어보자는 거냐? 이대로, 죽어보자고?"

[어쩌면...죽지 않을지도 몰라...육신이 붕괴하면, 제 3위상력으로 그걸 조작해 새로운 존재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지도 몰라. 칼바크 턱스. 그 자도 말했잖아. 모든 인류를, 우리처럼 만들겠다고. 그 시작점인 우리를, 그가 죽일 것 같아? 알아듣기 힘든 말을 하기는 해도, 거짓말을 쉽게 하는 성격이 아니라는 건, 우리도 잘 알고 있잖아?]


나타는 쿠크리를 들어올렸다. 더 이상의 대화는 무의미했다


"닥쳐. 네가 정말로 나라면...여기서 내 손에 죽고, 그 자리에서 비켜라"


[.....후우, 어쩔 수 없네. 역시 '나'는 말로 해선 안 듣는 녀석이니깐]


서로 무기를 들어올리는 나타와 '나타'. 어쩌면, 이것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싸움을, 둘만의 싸움을, 지금 이 자리에서 시작한다


*


캉! 쿠크리끼리 교차하며 불똥이 튄다. 서로를 지나치는 두 사람. 나타는 '나타'의 다리를 향해, 로우킥을 휘둘렀다. '나타'는 다리만 살짝 들어올리며 그 공격을 피하고, 나타의 배에 발끝을 꽂아넣었다


"큭...!?"

[말했지? 너는 나라고. 하지만, 정확히 따지자면 나는 무의식. 너는 본래의 인격. 같은 인격이라고 해도, 나는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어]


나타는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여태까지, 독심술을 사용하는 적과 싸워본 적은 없었다. 특히나, 그게 자기자신이라면 더더욱


"그러면...생각을 읽어도 피할 수 없게 만들면 그만이야!"

몇 번이고 가속하며, 쿠크리를 휘두르는 나타. '나타'는 태연하게, 그와 같은 속도로 움직이며 공방을 나눴다


[단순하게 생각하지마. 나는 너야. 힘, 민첩함 그 모든 면에서 너와 동등해. 겉으로보면, 미친개처럼 날뛰는 것 같아도, 너는 항상 머리를 굴리며 싸우는 타입이야. 이 줄 달린 쿠크리만 보아도 알 수 있지. 이건 섬세한 조작과 판단력이 없으면 꽤나 다루기 힘든 무기야. 네가 정말로 그냥 막 쿠크리를 휘두를 뿐이라면, 차라리 이보다 더 제대로 된 검을 들어올렸겠지]


"...?!"

'나타'의 쿠크리가 나타의 왼쪽 어깨에 박힌다. 무의식의 속일 텐데도, 고통이 선명하게 느껴지며, 상처에서 피가 쏟아오른다


[한쪽 팔을 망가뜨렸어. 이걸로 끝이야. 너는, 더 이상 나를 이길 수 없어]


"닥쳐어어어어!!"

나타는 또다시 덤벼들었다. '나타'는 한숨을 내쉬며, 공중으로 점프하며, 나타의 공격을 피하고 쿠크리를 휘둘러 나타의 오른쪽 다리에 내려찍었다


"끄아아아아악!!"

[한쪽 팔도 사용 못 해. 한쪽 다리도 마찬가지고. 이제 너는 일어서는 것도 힘들 뿐더러, 제대로 싸우기도 힘들──?!]


쇄액ㅡ바람을 가르며 날아드는 쿠크리. '나타'는 일순간 당황했지만, 바로 생각을 읽고 옆으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피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거구나?]


"네가 정말로 나라면...포기하지 않는 이유를 알텐데...?"

망가졌었을 왼쪽 어깨로, 억지로라도 칼날을 집어던진 나타. 흉흉한 눈빛으로 '나타'를 노려본다. '나타'가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이해할 수 없어. 납득할 수 없어. 대체 언제까지 그렇게 싸울 생각이지! 그래서 뭐가 달라져?! 그렇게 발버둥을 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냐구! 우린 어차피 시한부 인생이야! 이대로, 언제 죽을지 몰라! 그런데도, 왜 너는 계속 싸우는 거야?! 이대로, 고통없이 편하게 갈 수 있다면, 그게 좋은 거잖아!]


"...울지마...내 얼굴로, 그딴 식으로 울지 말라고..."

'나타'는 어느새인가, 두 눈에서 주륵주륵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답답하고 억울할 것이다. 포기할 줄 모르는, 멍청한 자기자신이 싫겠지


"이해할 수 없다? 납득할 수 없다? 그런 말을 한 시점에서, 너는 내 무의식이 아니야...칼바크. 그 놈이 만들어낸 환상에 불과해. '나'라면, 그 이유를 모를리가 없어!"

[......]


이번에는 나타가 고함을 치듯 외칠 차례였다


"이해할 수 없어? 납득할 수 없어? 웃기지 마. 네가 정말로 '나'라면 그걸 이해하지 못 할 리 없어! 아니, 이건 이해니, 납득이니 그딴 문제가 아니야!"

나타는 자신의 목에 걸려있는 개목걸이를 잡아당겼다. 이제는 작동될 일이 별로 없다고 해도, 이것의 존재 자체가 여전히 나타를 과거에 옭아매고 있었다


"나는 아직 자유를 손에 넣지 못 했어! 이 개목걸이가 있는 한, 나는 자유를 손에 넣은게 아니야!"

[자유가 뭔지 알아?! 자유를 손에 넣으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자유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라! 네가 살아남기 위해서, 네 멋대로 차원종을 죽이고 살아남듯이. 누군가를 죽여야 살 수 있다는 책임이 따른다고!]


"알게 뭐야! 달라지지 않는다는 건, 그 누구보다도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가라앉을 것 같냐?! 죽는 그 순간까지, 발버둥을 칠 거라고! 내가, 이 나타가 살아있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 끝까지...! 끝까지 싸울 거라고!"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달라지는 건 없다. 하지만, 자유를 손에 넣기 위해 발버둥을 친다는 그 과정에 의의가 있다. 계속, 멈추지 않고, 발버둥을 치면 살아있다는 실감을 느낄 수 있으니까


"구체적인 방법 따윈 몰라! 앞으로 어떻게 할 거라는 목적도 없어! 하지만, 그게 없으면 안 되는 거냐!? 수단을 위해, 목적을 선택하는 얼간이도 있듯이 나 같은 놈도 있는거야! 이 몸의 주인은 나다! 그런 내 방식이 싫다면, 네놈이야말로 이 자리에서 죽어!!"

그때, 밖에서 검은양 팀이 무슨 짓을 했는지 나타의 몸 안에서 차원종의 제 1위상력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나타'의 육신도 흩날리며 사라져가기 시작했다.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너는...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


"후회해. 아마 죽는 그 순간까지도 계속 후회하겠지"

그를 지나치면서, 나타는 담백하게 대답했다


"하지만──적어도 지금은 아니야"

[.....그런가]


'나타'가 사라지고 나서, 나타의 눈 앞에 하얀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앞으로 나아가면,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나타는 잠깐 뒤를 돌아보았다. 새까만 어둠 속. 저 안에 계속 파묻혀 있으면, 편할지도 모르지. 이 빛 앞으로 나아가면, 다시 힘들고 괴로운 나날이 시작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난 갈거야"

나타는 그 빛의 저편, 그 너머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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