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단 공원 역사의 향기를 두루두루 느끼고 싶다면 장충단 공원에 가시라. 공원에 숲은 거의 없지만, 동상과 기념비는 풍부하다. 조선시대 청계천의 수위를 재던 수표교가 이 곳에 있고, 명성황후를 모시다 살해당한 시위대장 홍계훈을 비롯한 장병들 장충비가 이 곳에 있다. 신익희, 박정희, 김대중 등 정치유세로 유명했던 곳이 장충단 공원이며, 불후의 저음가수 배호가 노래불렀던 '안개낀 장충단 공원'의 무대가 바로 이 곳이다. 게다가 사명대사, 유관순, 최현배, 이준 열사 동상, 이한응 기념비, 한국유림독립운동유지장서비 등이 있으니, 동상 구경하는 것도 좋은 역사공부가 될 것이다.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18호인 수표교는 조선 세종 때에 만들어졌는데, 1958년 청계천이 복개되면서 이 곳으로 옮겨졌다. 수표교 오른쪽에는 장충단비가 서있는데, 전서체로 쓰여진 '奬忠壇' 세 글자는 고종의 친필이다. 뒷면의 143자는 민영환의 작품. 문득 옛 생각이 나서 롤러 스케이트를 타고 싶다면 장충단 공원내 인라인 스케이트장을 이용하면 되고, 따뜻한 오후에 노인들이 '게이트볼'을 즐기는 모습을 감상할 수도 있다. 단, 인라인 스케이트장 이용가격이 일반 4천원이기 때문에 궁색 데이트를 즐기고 싶은 이들은 삼가야 할 것이다. 기타 장충단 공원에서 남산쪽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국립극장이 나온다. 이 곳에는 춘강 박승희 기념비, 김용환 동상, 삼일독립운동기념탑 등이 있고, 2층에는 공연자료전시실이 있었다. 지금은 공연장이 리모델링에 들어가서 공사 중인 모습밖에 볼 수가 없다. 이 곳은 1974년 8월 15일 육영수 여사가 문세광이 쏜 총탄에 쓰러진 역사적인 현장이다. 장충단 공원 맞은편에는 신라호텔과 장충체육관이 있다. 1963년 2월 1일에 개관한 장충체육관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세워진 실내경기장이다. 김일, 장영철, 천규덕 등 전설적인 프로레슬러들이 이 곳 특설링에서 시합을 했고, 1966년 첫 권투 세계챔피언 김기수를 낳은 곳이 바로 장충체육관이다. 이 곳은 1972년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들이 모여 간접선거로 8, 9대 대통령을 뽑은 곳으로 '체육관 선거'의 효시가 되었다. 장충리틀야구장은 우리나라 유일의 어린이 전용 '맨땅' 야구장으로 영화 'YMCA야구단'의 마지막 장면을 이 곳에서 촬영했다. 박찬호, 김병현 등이 귀국해 어린이 야구교실을 여는 곳이 이 곳이다. 흑백영화 시절 '우리 빵이나 먹을까'라는 데이트 신청이 기억난다면 태극당을 찾는 것도 신선한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태극식빵, 미 캘포니아산 건포도와 태극농축원산 신선한 우유 가공' '납세로 국력을 키우자, 계산을 정확히 합시다' '세금은 국력, 영수증을 드립니다. 꼭 받아가세요 영수증을' 등 고색창연한 문구들이 지나간 시절을 살려낸다. 1946년 충무로에서 창업해 1973년 장충동에 빌딩을 지어 이사온 태극당은 실내장식, 제품 포장지, 의자, 벽에 걸린 그림 등 모든 것이 고전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단 가격이 저렴하지 않기 때문에 시식대상에서는 제외한다. 족발거리도 마찬가지다. 천재 건축가 김수근의 작품인 자유센터와 경동교회, 타워호텔, 해피홀 등도 건축에 관심있는 이들에게는 좋은 볼거리다. 자유센터는 김종필의 아시아반공연맹 창설 구상에 의해 만들어진 곳으로 한국자유총연맹이 입주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