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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플/통합본] 기적(奇跡)앱에서 작성

cub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05.14 13:02:59
조회 953 추천 12 댓글 4






*지금까지 연재되었던 상플 통합본입니다.추가되거나 수정된 내용 있으니 주의하고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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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우기(雨期)였다. 태욱의 장례가 끝난 직후 혜란을 대신해 하늘은 비를 퍼붓기 시작했고 혜란의 마음에는 끝도 모를 우기(雨期)가 시작되었다. 누군가는 말했다. 시련과 고통은 사람이 감내 할 수 있을 만큼만 주어진다고, 어떻게든 살아가다 보면 극복하지 못할 시련과 고통은 없다고, 그러니 어떤 시련과 고통에도 좌절하지 말고 살아가라고 말이다. 혜란은 지금까지 이 말들을 인생의 좌표로 삼았다. 그래서 끝까지 버티고 버텼다. 어릴 적 명우가 저를 대신해 사람을 죽였을 때도, 처음 기자가 되기 위해 발버둥 쳤을 때도, 다른 스펙 좋은 선, 후배들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 홀로 고군분투 했을 때도, 뉴스나인의 앵커가 되기 위해 매몰차게 아이를 지우고 그로 인해 태욱에게 경멸을 받았을 때도, 그나마 남아있던 가족이자 애증의 존재였던 엄마의 장례를 치를 때도, 재영의 온갖 협박과 압박을 견뎌야 했을 때도 혜란은 꿋꿋이 버틸 수 있었다. 수도 없이 찾아오는 인생의 시련에는 늘 돌파구가 하나쯤은 있었으니까 이 악물고 버텼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고혜란.그러다 죽겠어.뭐 좀 먹어, 제발."



태욱을 잃었다. 처음부터 사랑이었지만 놓치고 나서야 사랑이라 깨달은, 지나보니 삶의 이유였던 태욱을 잃었다. 사고 소식을 전해 들은 후, 병원 응급실 한켠에서 하얀 천 밖으로 빠져나온 태욱의 싸늘해진 손을 잡는 순간부터 혜란은 자신이 품고있던 모든게 무너져 내렸다. 태욱의 장례는 끝이 났지만 장례를 치르는 내내 아무것도 먹지 않고 멍하니 태욱의 영정만 바라보던 혜란이 걱정되어 집으로 찾아 간 송이는 생각처럼 온기라곤 없는 집 안과 소파에 쪼그리고 앉아 멍하니 창 밖만 바라보는 혜란을 보고 경악했다. 짙은 한숨을 내쉬며 오랜 시간 곡기가 없어 뵈는 혜란 곁에 앉아 말을 건넨 송이는 혹시나 하여 사온 죽을 들이밀며 억지로라도 먹이려 했지만 계속해서 완강히 거부하는 혜란 때문에 그마저도 포기해야 했다.



"야, 고혜란.네가 이런다고 뭐가 달라져?죽은 태욱 씨가 돌아오기라도 해?정신차려.당신 고혜란이잖아.이러고 죽어가면 안되는 사람이잖아."



결국 안타까운 마음에 울음을 머금고 속상함을 퍼붓는 송이를 헛헛한 눈동자로 바라보는 혜란의 얼굴이 부쩍 야위었다. 그만큼 혜란은 처절하게 무너졌다. 그리고 곁에서 지켜보는 송이의 마음 역시 무너졌다. 거의 폐인이 되어버린 혜란을 보고 있자니 먼저 가버린 태욱을 원망하는 마음이 들어 또 다시 짙은 한숨을 내쉰 송이는 어떻게든 혜란을 살려야 할 것 같아 다시 죽을 내밀었지만 여전히 먹기를 거부하는 혜란으로 인해 좌절했다. 혜란은 이대로 삶이 끝났으면 싶었다. 태욱이 없는 현실은 미치도록 견디기 힘들었다. 집 안 곳곳에 드리워진 그의 흔적을 발견할 때마다 혜란은 더욱 견디기 버거웠다. 그러나 하늘은 무심하게도 혜란을 쉽게 받아주지 않았다. 원치않는 삶을 강요하듯 몇 번이나 다시 살려놓았다. 곡기가 없어 쓰러져도, 깨나고 싶지 않은 잠에 빠져도 늘 누군가에 의해 깨어났다. 그야말로 억지로 견디는 삶, 그리고 태욱에게 주었던 상처와 고통의 댓가였다. 그녀가 할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었다. 주어지는 고통에 몸부림 치며, 소리 없는 비명을 온 몸으로 내지르며 숨만 쉴 뿐이었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갔다. 한 달, 두 달, 빠르게 또는 느리게 지치지 않고 흘렀다. 여느 때처럼 소파에 앉아 멍하니 비 내리는 창 밖을 바라보는데 혜란은 문득 가슴이 견딜 수 없게 답답해졌다. 명치 부근을 짓누르는 무거운 느낌에 한숨 쉬며 가슴을 쳐봤지만 좀처럼 풀어지지 않는 답답함에 밖으로 뛰쳐나간 혜란은 머리 위로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목을 조르는, 영문 모를 답답함이 사라지길 바랬다. 모순적이었다. 삶을 포기하겠다며 곡기를 끊었는데 목을 조르는 답답함은 견디지 못하다니, 순간 혜란은 자신을 향해 조소를 지었다. 그러던 그 때, 답답함이 조금은 씻겨져 겨우 숨이 트였을 때, 흠뻑 젖은 혜란의 머리 위로 붉은 우산 하나가 씌워졌다.



"여기서 왜 이러고 있어, 혜란아.감기 걸리잖아."



낮고 다정한 음성. 혜란은 빗소리에 귀가 멀어도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강태욱. 틀림없이 그 였다.



"혜란아."



하지만 혜란은 두려웠다. 그의 음성이 너무도 생생한데 진한 그리움이 만들어낸 환청은 아닐까 하는 의심에 쉽게 돌아보지 못했다. 그저 벌벌 떨며 그리움에 복받힌 울음만 삼켜냈다.



"괜찮니, 혜란아?"



또 한 번 들려오는 다정하고도 익숙한 음성에 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돌아선 혜란은 잠시 머뭇거리다 주먹을 꽉 쥐고서 고개를 들었다. 꿈에서조차 만날 수 없어 그리움과 지난 날에 대한 후회만 쌓이던 얼굴이, 한번만이라도 다시 보고 싶었던 미소를 머금고 서 있었다.



"…강태욱."

"혜란아."

"당신…"

"미안.내가 너무 늦었지?"



반듯한 자세로 우산을 들고 서서 혜란을 바라보는 태욱의 시선은 여전히 다정했다. 떨리는 손을 뻗어 유리알을 만지듯 조심스레 태욱의 얼굴을 감싸 쥔 혜란은 손 끝에 느껴지는 온기가 꿈이 아님을 알려주자 소리없이 눈물을 떨구며 놀라 뒷걸음질 쳤다. 그러다 순간 힘이 풀려 뒤로 넘어질뻔 했지만 타이밍 좋게 허리를 감싸안고 품에 안은 태욱 덕에 넘어지진 않았다. 태욱은 가슴팍 위로 느껴지는 혜란의 거친 숨을 느끼며 그녀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그리고 지그시 눈을 감고서 그녀에게 나지막히 속삭였다.



"미안해.혼자 두고 가려해서.당신 힘들게 해서…정말 미안해."



일정하게 느껴지는 태욱의 심장 박동에 그제서야 정신이 든 혜란은 그의 허리에 얹어진 손에 힘을 주며 우산 위로 쏟아지는 비 보다 많은 양의 눈물을 쏟아냈다. 극적인 재회가 끝나고 집으로 들어 온 태욱은 비에 흠뻑 젖은 혜란을 마른 수건으로 꼼꼼히 닦아주고 새 옷으로 갈아입혀 침대에 눕혔다. 많이 야윈 그녀의 뺨을 안타깝게 쓸어내리던 태욱은 주방으로 가 흰 죽을 쒀 작은 그릇에 담아 침실로 돌아왔다. 혜란을 침대 헤드에 기대어 앉히고 죽 그릇을 들어 수저로 후후 불며 뜨겁지 않게 식혔다. 어느 정도 죽이 식자 조금씩 떠 혜란에게 내민 태욱은 싱긋 웃으며 입을 벌리는 시늉을 했다.



"아- 해.조금이라도 먹자, 혜란아.그러다 쓰러지겠어."



행여 또 다시 태욱이 사라질까 전전긍긍하며 그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인 혜란은 아기 새처럼 죽을 넙죽 받아 먹었다.



"왜 이렇게 야위었어?나 없다고 식사 거르고 그런거야?"

"……"



그가 건넨 다정한 질문들에 다시금 혜란의 눈가가 젖어들어갔다. 금새 뺨을 적시는 눈물이지만 태욱은 당황하지 않고 혜란에게 먹일 죽 그릇을 텅 빈 트레이 위에 잠시 놔둔 뒤 부드러운 손길로 그녀의 하얀 뺨 위로 떨어지는 눈물을 훔쳐냈다. 그리고 이내 따스한 미소를 띄우며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혜란아."

"보고싶었어."



그가 훔쳐낸 눈물은 도로 뺨 위로 떨어졌다. 그러나 태욱은 여전히 다정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며 웃고 있었다. 어느 새 울상이 되어버린 혜란은 간신히 목소리를 내며 그동안 태욱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들을 모두 쏟아냈다.



"너무 보고싶었어.미치도록 그리웠어."

"……"

"당신만 생각하면 미안한것 투성인데 사과도 못하고 보내야해서 얼마나 후회했는지 몰라.꿈에서라도 만나면 내가 그동안 모질게 굴었던거 다 용서 구하고 싶었는데 그마저도 잘…되질 않아서…"

"혜란아."

"미안해.정말 미안해, 태욱 씨.미안해…내가 다 잘못했어.내가 너무 못됐어.내가 나빴어.그니까 태욱 씨 가지마...어디 가지마.내 옆에 있어.나 두고 가지마.제발 가지마...가지마..."



끝내 태욱을 끌어안고 울음을 터트리는 혜란. 저를 안고 엄마를 잃어버린 아이처럼 서럽게 우는 혜란을 천천히 감싸안은 태욱은 저며오는 가슴에 눈을 질끈 감았다.



"괜찮아.다 괜찮아."



드디어 기나긴 우기(雨期)가 끝이 났다. 먹구름에 가리웠던 해가 다시 빛을 내기 시작했고 축축히 젖었던 땅은 더욱 더 단단히 말라갔다.

-

태욱이 돌아왔다는걸 알게 된 사람들은 하나같이 경악했지만 금방 거짓말 같았던 기적을 받아들였다. 태욱을 놓지 못해 사망신고를 차일피일 미뤘던 혜란 덕에 별 다른 복잡한 절차 없이 일상으로 돌아온 태욱은 혜란과 행복한 추억을 쌓기도 전에 기준과 원치 않은 재회를 해야했다.



"오랜만입니다, 강태욱 변호사님."

"강 형사님."



어찌 안건지 기준은 태욱이 사건 정리를 위해 사무실에 출근했을 때 찾아왔다. 수첩을 손에 쥐고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서있는 기준을 못마땅하게 쳐다본 태욱은 정리하던 파일을 그대로 두고 기준에게 다가가 섰다.



"영정으로 뵙던 분을 이렇게 다시 뵈니 기분이 묘하네요.마치 제 실수를 다시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기분이랄까요?아주 좋습니다."

"강 형사님이 좋다고 하시니 유감이네요.근데 어쩌죠?이제 더이상 우리가 마주칠 일은 없을 것 같은데."

"너무 단정짓진 마시죠.사람 일은 아무도 모른다고 또 볼지 누가 알겠습니까."



멀쩡히 살아숨쉬는 태욱을 위아래로 훑어 보는 기준과 달리 날선 눈빛으로 기준을 경계하던 태욱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되지 않는 한가지를 그에게 물었다.



"왜 그렇게 케빈 리 사건에 집착하시는 겁니까?범인도 자수했잖아요."

"강태욱 변호사님.전 경찰입니다.경찰이 사건의 진실을 쫓는건 당연한 일이죠."

"사건의 진실이 궁금해서다?"

"꼭 그렇기보단 제가 죄짓고 아무일도 없던것처럼 사는 사람들을 싫어라해서요."



허허실실 사람 좋은 웃음으로 맞받아치던 기준의 말 속엔 날카로운 가시가 박혀있었다. 순간 기억하기 싫은 장면을 떠올린 태욱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어갔고 허허실실 여유있게 태욱을 대하던 기준의 표정도 차갑게 식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강태욱 변호사님."



승기를 잡은 듯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 기준은 더 이상 태욱을 자극하지 않고 물러났다. 기준의 그림자가 사라질 때까지 싸늘한 눈빛으로 하던 태욱은 주먹을 움켜쥐며 마음을 다잡았다. 더 이상 기준에게 휘둘려선 안된다. 또 다시 혜란을 무너지게 할순 없었다. 점차 주변이 정리되자 태욱은 아버지를 통해 기준의 정년 퇴임을 앞당겼다. 케빈 리 사건에 대한 무리한 수사 진행과 범인을 자수할 때까지 못잡고 증거조차 제대로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압박을 가해 자진 퇴사하게 만들었다. 처음엔 경찰 내부에서 부당하다며 반발이 일었지만 그 사이 터진 비리경찰 사건으로 인해 여론의 우호를 받지 못하고 있어 조용히 기준을 퇴사 처리 했다. 기준의 압박이 정리되자 태욱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명우를 찾아갔다. 무작정 면회 신청을 했지만 명우가 저와 만나줄거란 확신은 없었던 태욱은 흔쾌히 면회를 허락한 명우에게 감사했다. 사건 종결 이후 처음 마주한 두 사람은 미안함과 감사함이 복잡하게 뒤엉킨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다 면회가 끝나기 직전 가장 하고 싶었던 말만 서로에게 남겼다.



"기회는 또 오지 않습니다.반드시 혜란이 곁을 끝까지 지켜주세요, 강태욱 변호사님."

"정말...고맙습니다, 하명우 씨."



면회 종료 알림이 흘러나오고 아무 미련도 남아있지 않은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난 명우는 어느 새 눈에 고인 눈물과 달리 가벼운 발걸음으로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갔고 아직 남아있는 미안함에 쉽게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던 태욱은 명우가 남긴 마지막 당부를 새기며 혜란에게 돌아갔다.

-

일상에 완벽히 적응한 태욱은 아직 그 시간을 벗어나지 못한 혜란을 위해 함께 시간을 보내고자 잠시 변호 일을 미뤘다. 그리고 혜란 또한 그러했다. 아직 풀리지 않은 그리움과 미안함을 위해 그동안 쓰지 않았던 휴직계를 몰아 썼다.



"당분간 집에서 쉬려구요."

"그래.편히 쉬다 와."

"감사합니다, 국장님."

"고혜란."

"네."

"웃어.웃는게 더 낫다."

"네."



갑자기 나타나 휴직계를 던지는 혜란에게 자세한 내용을 묻지 않은 규석은 전과는 달리 많이 밝아진 혜란의 얼굴에 다행이라 여겼다. 국장실을 나와 보도국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방송국을 나선 혜란은 자신을 이해해주는 규석이 고마웠다. 이후, 두 사람은 처음으로 오롯이 둘만 있는 일상을 가졌다. 익숙하고 편안한, 그러나 설레는 일상들을. 그 속에서 뚜렷이 변한건 혜란의 태도였다.



"태욱 씨."

"……"

"태욱 씨, 어딨어?"

"……"

"여보."

"…응, 혜란아.나 여깄어."



마음 속 깊이 자리잡은 두려움 때문인지 혜란은 태욱이 눈 앞에 보이지 않으면 불안에 떨며 자꾸 그를 찾아냈다.



"미안.서재 정리하느라 빨리 못들었어."

"아니야.괜찮아."



그런 혜란의 마음을 모를 리 없는 태욱은 당황하거나 귀찮아하지 않고 따스히 혜란을 안아주며 그녀가 평온해질 때까지 다독여주었다.



"우리 차 한잔 할까?"



그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같이 커피를 마시거나 서로 기대어 책을 읽거나 그 순간들이 지루해지면 소파에 나란히 누워 서로를 담아내는데 썼다. 손가락을 연필 삼아 굵직하게 뻗은 태욱의 얼굴 선을 따라 그려내던 혜란은 유독 붉은 색을 뽐내는 입술을 톡톡 가볍게 튕기다 먼저 다가가 잠시 입을 맞추고 떨어졌다.



"뭐하는거야?"

"글쎄."



갑작스런 입맞춤에 태욱은 입술이 휘었다. 그리고 이내 장난스레 웃으며 한번 더 입을 맞춰오는 혜란을 지그시 바라보다 뒷목을 감싸안고 벌어진 입술 사이로 좀 더 깊숙히 파고 들었다. 짙은 키스를 나누고 거칠어진 숨을 뱉으며 몽롱해진 눈빛으로 태욱을 바라보던 혜란은 고개를 내밀어 태욱의 입술을 머금고 서서히 미소 지었다. 혜란은 태욱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낼수록 빠르게 생기를 되찾았다. 앙상하게 말라버려 볼품없던 몸도 보기좋을 정도로 살이 올랐고 푸석하던 피부 역시 다시 매끈매끈 해졌다. 그러나 혜란은 아직 일을 하고 싶진 않았다. 조금만 더 태욱과 함께 하고 싶었다.



"혜란아."

"응, 태욱 씨."

"당신 일…이렇게 오래 안해도 괜찮은거야?"

"응.괜찮아."

"그래도 당신 승진하는데 문제 생기거나 그러면..."

"이제 그런거 신경 안써."

"뭐?"



혜란이 모든 것에 우선 순위로 두는 것이 일이란걸 알기에 장기간 휴가가 걱정되었던 태욱은 조심스레 복귀를 권하려했지만 의외의 대답을 내놓는 혜란으로 인해 삼켜야했다.



"아직은 당신이랑 이러고 싶어.일보다 태욱 씨랑 이러고 노는게 더 좋아."



단호하지만 처음 보는 편안한 미소에 태욱은 더 이상 묻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신 아무 말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혜란을 품 안 가득 안아주었다. 평화로운 나날이 계속 될수록 혜란은 태욱과 하지 못해 후회했던 것들을 리스트로 작성했다. 그 중 가장 우위에 있는건 바로 여행(旅行)이었다. 태욱에게 사건의 진실을 추궁할 때도 맥없이 흔들리면서도 간절히 소원하던 여행(旅行)이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어느 날, 바람을 쐬고 싶다는 혜란의 말에 당장 차키를 집어든 태욱은 저를 말리며 비행기 티켓을 내미는 혜란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태욱 씨, 우리 여행 가자."

"응?"

"그때 못 간 여행, 지금이라도 가자."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티켓을 확인한 태욱은 옆에 앉아 손가락으로 목적지를 짚어준 혜란을 놀란 눈으로 바라봤고 태연하게 미안함이 담긴 미소로 태욱의 어깨를 감싸안으며 단단한 그의 등을 천천히 쓸어내린 혜란은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앞으로 태욱 씨가 하자는건 다 할거야.그동안 못한것들 모두 다."

"혜란아."

"일단 우리 여행 가면 뭐할까?우리 알아보는 사람은 없고 바다 소리가 잘 들리는 곳인데."

"글쎄.난 그냥 당신이랑 같이 있기만 해도 괜찮아."



혜란은 앞으로 태욱이 그랬던것 처럼 태욱의 배경이 되고, 그가 하고 싶어 하는건 뭐든 해줄 요량이었다. 기적처럼 제게 돌아온 태욱을 다시 아프게 할 순 없었다. 그러나 태욱은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로 인해 불안해 하는 혜란이 저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안쓰러워 애써 그러지 않아도 된다며 혜란을 말리려 했지만 한편으론 또 다른 상처를 안겨주게 될까봐 걱정되어 그러하지 못하고 그녀에게 동의했다. 그럼에도 결혼 하고 여행이라곤 신혼여행, (그마저도 혜란의 일이 바빠 여유롭게 즐기지 못했다.) 뿐이기에 처음 떠나는 둘만의 여행에 태욱은 조금 들떴다. 좋지 못한 일로 인해 계획했던 여행과는 사뭇 다르기에 더 그러했다.



"태욱 씨."

"어?"

"그만 좀 웃어.입 찢어지겠어."



비행하는 내내 관광지 안내책자를 보면서 혼자서 싱글벙글 웃어대는 태욱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혜란은 소풍 가는 아이처럼 좋아하는 태욱이 마냥 귀여우면서도 한편으론 진작 같이 여행 갈껄하는 미안함이 뒤섞인 씁쓸한 생각을 하다 좀 더 밝은 미소를 지으며 태욱을 진정시켰다. 혜란에게 지적을 받고 머쓱해진 태욱은 입술을 꾹 다물며 슬쩍 고개를 내리다 눈 앞에 펼쳐진 혜란의 손바닥을 보고 말간 눈빛으로 혜란을 바라봤다.



"손 잡게 손 줘."



당당하게 요구하는 혜란의 태도에 피식 웃음을 터트린 태욱은 살포시 그녀의 손을 잡고 마른 손등 위에 가벼이 입을 맞췄다. 도착한 숙소에 짐을 풀고 샤워를 한 뒤 옷을 갈아입은 두 사람은 늦은 저녁거리와 내일 아침에 먹을 식재료를 구하기 위해 근처 가까운 시장에 나갔다. 편한 옷차림에 손을 잡고 거리를 거닐어도 알아보는 이 없자 혜란과 태욱은 아이 같은 해맑은 웃음을 띄우며 이것저것 장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편하다.아무도 못 알아보니까 너무 편해."

"나도."



숙소로 돌아와 짐을 정리하던 혜란의 목소리가 조금 들떴다. 국내에선 워낙 유명한 공인인지라 사람들 이목을 끌고 다녔던 혜란은 그런 시선들로부터 자유로워진 기분에 조금 신이 났다. 두 사람은 더 늦기 전에 간단히 저녁을 만들어 허기를 지우고 숙소 앞, 바다를 볼 수 있게 놓인 썬베드에 각각 나란히 누워 별이 총총하게 박힌 하늘 바라보며 잠시 여유를 만끽했다.



"이럴줄 알았으면 진작 올걸.그치, 태욱 씨?"



어느 새 곁에 다가와 허벅지 위에 앉은 혜란이 태욱의 배를 짚으며 물었다.



"그러게.진작 올걸 그랬어."



상체를 일으켜 혜란의 허리를 감싸안은 태욱은 따스한 미소를 지으며 별빛에 빛나는 그녀를 조심히 어루만지다 목덜미를 감싸쥐고 천천히 끌어당겨 입을 맞췄다. 분위기가 달아오르자 진득한 키스를 나누며 침실로 향한 두 사람은 조심스런 손길로 서로를 어루만졌다. 천천히 혜란의 셔츠를 벗겨낸 태욱은 하얀 살결 위에 붉어진 입술을 한번 마주대보고 그녀의 반듯한 이마부터 허벅지 안쪽까지 차근히 입을 맞추며 내려갔다. 역시 태욱의 셔츠 단추를 풀어내고 단단하고 굴곡진 그의 몸을 쓸어내리던 혜란은 태욱의 온기가 저에게 파고 들수록 짜릿해지는 쾌감에 손을 뻗어 태욱의 머리를 감싸안고서 그를 달래듯 머리를 쓸어내렸다. 이른 새벽, 문득 잠에서 깬 혜란은 나른한 눈빛으로 차분히 숨을 내쉬다 제게 팔을 내주고 곤히 잠들어 있는 태욱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조심히 손을 뻗어 태욱의 얼굴을 만지려 했지만 괜히 태욱이 잠에서 깰 것 같아 애써 참아낸 혜란은 조금 몸을 움직여 태욱에게 다가갔다. 잠결에도 혜란의 움직임을 느껴 그녀를 감싸안는 태욱의 손길에 순간 흠칫 놀란 혜란은 이내 입술 사이로 낮은 웃음을 흘리며 태욱의 허리를 힘껏 감싸안았다. 그리고 그의 단정한 얼굴을 바라보며 나지막히 속삭였다.



"강태욱."



빗 속에서 다시 제게 돌아온 태욱을 떠올리는 혜란의 눈가가 금새 촉촉해지고 낮고 단조롭던 목소리엔 잔잔한 파도가 일었다.



"고마워.그리고 사랑해."



허리에 얹은 손에 힘을 주며 그의 가슴에 귀를 대어 처음으로 사랑을 속삭인 혜란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이 빠르게 뛰는 태욱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다시 잠을 청했다. 시간이 지나 모든게, 아니 거의 모든게 괜찮아진 혜란은 그동안 고되었던 삶에서 처음으로 행복(幸福)이란걸 느꼈다. 단지 곁에서 온기를 품은 태욱이 숨을 쉰다는 것만으로도 행복(幸福)했다. 다음 날 아침, 잘게 부서지는 파도 소리에 먼저 잠에서 깬 혜란은 조금도 뒤척이지 않고 곤히 자는 태욱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생각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빗 속에서 우산을 씌워주던 태욱을. 그리고 후회로 점철된 지난 날들을. 생각없이 욕심을 채우기 위해 태욱에게 쏟아냈던 모진 말과 행동들은 여과없이 혜란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고 더한 고통을 주어 풀 수 없는 죄책감에 갇혀 허덕이던 순간들의 연속이었다. 반듯한 태욱의 얼굴을 눈으로 쓸어내리며 온전히 담아내고하는 혜란의 두 눈가엔 뇌리에 박히는 처절한 순간들에 빠르게 눈물이 고였다.



"혜란아..."



꿈을 꾸는지 잠꼬대로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태욱 때문에 남몰래 그를 담아내던 혜란이 나지막히 들리는 자신의 이름에 흠칫 놀라 눈썹을 들썩였다. 잠시 후, 고요한 침묵이 그들을 감싸고 천천히 눈을 뜬 태욱은 빙그레 웃으며 놀란 눈으로 저를 보는 혜란에게 장난스런 말투로 말했다.



"내 얼굴 뚫어지는 줄 알았어."



순간 정신이 멍해진 혜란은 바보처럼 눈을 깜박이다 빠르게 파도처럼 밀려드는 민망함에 푸스스 웃으며 고개 숙여 태욱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해결되지 않은 상처는 시간에 씻겨나가 아픔을 지우고 벌어진 곳을 아물게 한다. 그러나 쉽게 지워지지 않을 흉터를 남겨 이상한 습관을 갖게 한다. 바로 태욱이 어딜가든 쫓아다니는 혜란의 시선처럼. 더 이상 혜란에게 견디기 힘든 아픔 같은건 없었지만 꿈에서도 쫓아오는 기억은 지울 수 없는 불안을 만들었다.



"계속 그렇게 볼거야?"



등 뒤로 느껴지는 혜란의 시선을 농담처럼 받아쳤지만 태욱은 알고 있었다. 저의 부재로 인해 생긴 불안 때문이란걸. 먹음직한 과일을 깎아 가지런히 담은 접시를 들고 혜란과 마주 보며 앉은 태욱은 포크로 과일 한 조각을 찍어 혜란에게 건넸다.



"아까 슬쩍 먹어봤는데 맛있어.달아."

"…그래.고마워."



하고싶은 말이 있는건지 잠시 머뭇거리던 혜란은 애써 쓴 웃음을 지으며 아무렇지 않은 척 포크를 건네받았다. 태욱은 그녀가 가진 상처가 얼마나 깊은지 알 지 못했다. 다만 순간적으로 스쳐지나가는 아픔과 불안을 보며 짐작할 뿐이었다. 그러나 태욱은 혜란의 아픔을 아는 척 하지 않았다. 일부러 들춰내고 비추며 해결하거나 어설픈 위로를 건네려 들지 않았다. 그저 곁에서 머물며 가끔은 실없는 농담과 특별하지 않은 순간들을 선물하여 새로운 기억으로나마 혜란이 지니고 있는 불안이 사라지길 바랬다.



"오늘 우리 뭐 할까?햇살도 좋은데 수영이나 할까?"

"당신 수영할줄 알아?"

"뭐...아마 그럴걸?"



질문에 질문으로 받아치는 혜란에 순간 당황한 태욱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끝을 흐렸다. 태욱이 쩔쩔매는걸 처음 본 혜란은 환하게 웃으며 빨갛게 달아오른 태욱의 귀를 매만졌다. 수영 대신 가벼운 산책을 택한 그들은 여전히 잔잔하게 부숴지는 파도를 바라보며 걸음을 맞춰 걸었다. 맞잡은 두 손을 바라보다 혜란에게 시선을 옮긴 태욱은 싱긋 웃으며 그녀의 손등에 짧게 입맞췄다. 그리고 별 일 아닌것 처럼, 스쳐 지나는 말 처럼 그녀에게 묻어두었던 마음 하나를 던졌다.



"여전히 아직이지?"

"뭘?"

"나한테 사랑한다고 말하는거 아직 못하는거지?"

"태욱 씨."

"뭐, 괜찮아.말은 안해도 나 사랑하고 있다는거 다 알아."

"……"

"그래도 한번은 말해주면 안되니?"

"……"



혜란은 자기 감정을 깨닫고 표현하는데 인색한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인걸 태욱은 잘 알고 있기에 혜란이 대답을 머뭇거려도 그저 웃을 뿐이다. 그러다 문득 뇌리를 스치는 한 장면에 걸음을 멈춰서 진지하고도 슬픈 빛으로 혜란을 바라보며 물었다.



"혜란아, 아직도 내가 필요하기만 하니?"

"태욱 씨...!"

"난 아직 모르겠어.당신이 날…사랑하긴 하는지, 여전히 내 배경만 필요로 하는건 아닌지…확신이 안서.그래서 궁금해."

"그건..."

"당신이 솔직하게 얘기해준다면 나도 약속(約束) 하나 할게."

"……"



태욱의 단호한 눈빛에 잠시 머뭇거리던 혜란은 이내 미소를 머금고 떨리는 마음으로 진솔한 대답을 내놓았다.



"나…아직도 당신이 필요해.당신 집안,배경,출신이 아닌 사랑이…사랑이 필요해.절실하게.내가 사랑해.날 사랑해주는 당신을 사랑해."



태욱은 대답을 들을수록 그 안에 쏟아지는 그녀의 온전한 마음에 가슴이 벅차오르는 기분을 주체할 수 없어 배시시 웃음을 흘렸다. 한편, 혜란은 본인이 전부 가감없이 말해놓고선 쑥쓰러운지 애써 먼 곳을 바라보았다. 그런 혜란을 입이 귀에 걸린 듯 환하게 웃으며 바라보던 태욱은 조심히 그녀의 얼굴을 감싸쥐고 굳은 다짐을 담은 눈빛으로 바라봤다.



"이제 앞으로 더 이상 당신 힘들게 하는 일 없을거야.나약하게 흔들리지도 않을거고 비겁하게 도망치지도 않을거야.나로 인해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어.그렇게 만들 수 있어.약속(約束)해.나, 더 이상 당신 곁에서 조금도 멀어지지 않을거야.이게 내 마지막 약속(約束)이야."



마지막 약속(約束)이었다. 평생 잊지 못할 흉터를 지니고 살아갈 혜란을 위한 유일한 약속(約束)이었다. 혜란에게서 사랑을 전해 들은 태욱은 이제 모든게 완벽해졌음을 느꼈다. 그리고 약속(約束)을 지켜낼 힘도. 조심히 그녀에게 입을 맞춘 태욱은 또 다시 다짐했다. 이번엔 반드시 지치지 않고 그녀만 사랑하겠노라. 한달 후, 평소 퇴근 시간보다 늦게 귀가하는 혜란을 기다리며 불안한듯 식탁에 앉아 위스키를 마시던 태욱은 고요하던 집 안에 현관 잠금장치 풀리는 소리가 울리자 반자동으로 일어나 거실로 나와 현관 쪽을 바라봤다.



"혜란아.이제 오니?"

"어.여보.아직 안잤어?"

"응.기다렸어."



어딘가 피곤해 보이는 혜란의 얼굴에 수 많은 질문을 삼킨 태욱은 가방을 내려놓고 식탁에 앉아 무언가 심란한듯 미간을 찡그리며 짧은 한숨을 내쉬는 혜란에게 아직 잔에 남아있는 위스키를 권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혜란은 술잔을 거절했고 태욱 역시 마저 마시지 않고 식탁 한쪽에 술잔을 내려놓았다.



"무슨 일이야, 혜란아?"

"……"



심란해 보이는 혜란을 위해 위스키 대신 따뜻한 커피를 건네는 태욱.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혜란은 그마저도 사양했고 짧은 한숨만 내쉬었다. 어느 새 걱정이 그득해진 눈망울로 혜란을 바라보며 마주 앉은 태욱과 달리 혼자만의 상념을 즐기다 무언갈 결심한 듯 굳은 눈빛으로 잠시 태욱을 바라보던 혜란이 가방에서 사진 한장을 꺼내 그에게 건넸다.



"태욱 씨, 나…임신 4주래."

"아…임신…뭐?임신?"



사진을 건네받고 아무생각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혜란의 말을 곱씹던 태욱은 순간 번쩍이는 정신에 놀라며 손에 들린 사진을 다시 확인했다. 처음 보는 초음파 사진. 그 속에 점처럼 찍힌 두 사람의 아이. 태욱은 말로 못할 기쁨에 감격했지만 불현듯 떠오르는 트라우마에 서서히 표정을 굳히며 조심스레 혜란을 바라봤다.



"키울거야."

"어?"

"우리 아이, 낳아서 키울거라고."

"혜란아."

"미안해, 태욱 씨.그땐…내가 잘못했어."



단호한 눈빛이지만 편안한 미소를 지으며 태욱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건네는 혜란의 태도에 다시금 초음파 사진을 보며 점처럼 찍힌 아이를 소중히 쓸어내리는 태욱의 얼굴엔 애틋한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 지금껏 봐왔던 혜란의 모습 중에 가장 편안해 보이는 미소로 자신을 봐주는 그녀 곁으로 다가가 따스히 안아주었다.



"고마워.정말...고마워, 혜란아."



포근히 감싸안아주는 태욱에게 기대어 깊은 숨을 내쉰 그녀는 나직히 들려오는 그의 음성에 옷깃을 잡은 손에 힘을 주며 지그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조용히 혼잣말 처럼 중얼 거렸다.



"미안해…"



오래 전에 했어야 할 말이지만 그때 혜란은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는 태욱을 설득하는데에만 급급하여 그의 마음 따위 돌볼 생각을 못했다. 그래서 지금 더욱 마음이 저리고 쓰렸다. 너무 늦은 사과에도 되려 고맙다고 말해주는 태욱이 고맙고 안쓰러워서. 그의 허리를 힘껏 감싸안은 혜란은 금방이라도 울고 싶어졌다.



















-














전에 올렸던 통합본에서도 수정할 내용이 있어서 삭제했다 다시 올려.촉촉박사를 그냥 둘수가 없어서...좀 처리하느라 삭제했던거니까 이해해줘.
통합본이 너무 길어서 두편으로 나눴어.다음편은 '행복(幸福)' 이란 제목으로 올라갈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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