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글쓰는 거 맞나.. 난.. 식스핏 언더에 대한 별반 정보 없이
이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어.

남들처럼 힘들게 본 것도 아니고, 고문 당하면서 본것도 아니야.
내가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이 드라마를 따뜻하다고 느꼈던건지...
잘은 모르겠지만... 마지막 엔딩을 본 후에... 어디에라도 내가 느낀 감정을
말하고 싶어졌어.

가슴이 먹먹하다... 잘 표현이 안돼. 알런 볼의 섬세한 통찰력과 인간애에 놀랐어.
이런 대작을 쓸 수 있다니...
화려한 그래픽이나, 놀라운 영상미. 독특하고 감각적인 라이팅으로는
이런 드라마 만들 수 없어.

사람에 대한 애정이 이런 드라마를 만들어낼 수 있는 힘을 발휘한 것 같다.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게이, 근친상간, 비정상적인 남자들에게만 끌리는
클레어, 바람난 엄마, 하루가 멀다하고 죽음을 목도해야 하는 장의사  집안을
이해로 이끌었어.

즉 다양한 삶이 곧 죽음에 대한 오해라는 거야.

나는 마지막 엔딩을 제대로 못보겠어... 보고 있으면. 아주 오래전, 무작정 서울 떠나
살자 싶어서. 마음에 드는 역마다 내려서 5분도 못 있고 다시 기차칸에 올라탔던
기억이 떠올라서. 그때 나는 길이 시작이지만, 엄청난 고통이라는 걸 알았거든.

마지막 엔딩이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해서, 나는 울지도 못했어. 눈물이 안나오더라.

온 몸에 소름이 돋는데, 숨도 잘 못쉬겠더라.

이렇게 후유증이 큰 드라마였으면 보지 말걸 그랬나 싶기도 했어.

다른 드라마에 집중을 못하겠다. 다른 걸 보고 있어도 엔딩 장면이 생각나서
막상 엔딩 장면은 제대로 보질 못하겠는데, ...

인간이 시간과 함께 흐른다는 것을. 그토록 거부하고 싶던 장면을
식스핏언더에서는 최후의 통첩 처럼 날려줬어. 날벼락을 맞은 기분이랄까..

이 드라마 본 사람들은 알거야....... 이 드라마는 드라마를 넘어 섰어.. 드라마가 아니야.
삶 그 자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