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명왕, 비로자나불, 절대자

*본편 중간*

데바 신족의 한 신격 자격으로 부동명왕은 혼신족과의 전쟁에 참전했다. 혼신족들은 아내를 얻고자 계속 전쟁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벌어진 일이었다.

부동명왕의 억세고 어마어마한 근육질 몸엔 업화가 둘러쳐져 온갖 더러운 것들을 태워버리려는 기세가 대단했다. 부동명왕은 데바 신족과 주로 함께 다녔지만 데바 신족에게 조금도 휘둘리지 않았다. 부동명왕은 데바신족이 벌이는 온갖 일들 중 그 싸움이 정의로워 마음에 드는 것에만 참여했다.

물인간 은하영은 부동명왕을 감시했다. 은하영은 없음이 절대악이라고 생각했고, 악은 없음으로 가려는 경향성이라고 생각했고, 선은 거의 대부분 상대적이라고 보았는데 이는 은하영이 속한 종족인 인신족의 평범한 생각이기도 했다. 때문에 은하영은 부동명왕을 원망하지 않았는데 없음은 없앨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인신족의 창녀 물인간 은하영과 부동명왕은 전쟁 도중에 성교했다.

절세미녀인 은하영은 잠자리에서 부동명왕과 껴안은 채 달콤하게 말했다.

“부동명왕님, 비로자나불을 버리고 부동명왕이 되신 이유가 뭡니까?”

“내가 다시 그것을 말해주리다. 난 괴우주 전체의 감각을 느낄 수 있고 두루 은혜를 베풀 수 있는 비로자나불이었지만 생각해보니 결코 절대자 즉 하느님 즉 하나님일 수는 없겠더군요. 난 어디까지나 연기설에 메인 몸이지만, 절대자는 스스로 존재하는 분이시겠지요. 존재 자체가 이상한 일이고 따라서 존재 자체는 인과와 연기를 벗어난 것이겠지요. 그래서 난 나 또한 제한되어 있는 존재임을 깨닫고 스스로 비로자나불이란 호칭을 벗고 부동명왕으로 만족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극락정토 주군 자리를 아미타불님께 선양하셨군요. 괴우주의 정보를 검색해보니 비로자나불일 때 보다 지금의 부동명왕이실 때가 더욱 강력하시군요.”

“본좌 또한 하나의 아한카라(개별자)일 뿐입니다. 순수한 전투력으로만 따진다면 은하영님의 종족인 인신족의 무량인간이 괴우주 최강의 존재이지요. 하지만 그 어떤 힘도 하나님에겐 작은 것일지니 진정으로 두려워해야 할 분은 오직 하나님뿐임을 이성적으로라도 새겨야 할 것입니다.”

부동명왕은 매우 강대한 초존재였고 괴우주의 무수한 분쟁을 선의로 해결하는데 앞장서는 수많은 이들 중 하나였다. 은하영이 말했다.

“우리 인신족과 함께 싸우실 의향은 있으신지요.”

“인신족은 매우 깊은 마음을 갖고 있고 현세를 중시하지요. 난 다만 뚜렷하게 갈릴 때에만 제한적으로 개입하고 있을 뿐이니 인신족이 주도하는 뮤뉴하렌 연합의 이번 야심찬 전쟁에 참여하지도 방해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부동명왕님.”

물인간 은하영은 그렇게 부동명왕을 품어 설법을 들어 인신족의 힘을 강화시켰다.

[2017.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