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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있던 고갤 자살소동 신고자의 썰이랑 주절주절.txt앱에서 작성

ㅇㅇ(175.223) 2016.09.01 12:09:02
조회 86964 추천 1,869 댓글 919

어제 10시 40분인가 사무실에서 일 하다가 똥 마려워서 싸러 감. 대변기에 앉아서 시간 때울라고 폰으로 고갤 켜고 늘 습관으로 개념글 누름. 근데 누가(이하 N)자살한다는 글 올림. N이 쓴 글 시간 보니까 10시 25분인가 그렇더라고. 글 보니까 장난은 아닌 거 같아서 조마조마 하며 몇몇 글 캡쳐하고 112에 문자 보내고 신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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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닦고 사무실에서 다시 일 보고 있는데 경찰에서 전화 옴. 그 때가 10시 53분임. 뭐지 하고 받으니까 경찰이 말함.
신고하셨죠?
예. 인터넷에 누가 자살한다고 해서 문자로 신고했어요.
아는 사람이에요?
아뇨 모르는 사람이에요.
그랬더니 시발 갑자기 나 찾아온다고 함. N은 글에서 11시에 자살예고를 한 상황이고 난 그거도 캡쳐해서 신고한 상태임. 근데도 왜 온다는지 노이해였음. 054 112에서 보듯 난 경북 사람임. 내가 아니 이 사람 지금 종로 쪽에서 곧 뛰어내린다는데 저한테 올 시간 없다니깐요 그러니까 확인할게 있다 그럼. 그래서 내 일자리 주소 말해주고 기다리니까 ㄹㅇ 경찰 옴.




경찰 도착 시간이 10시 58분인가 아무튼 11시 근처였음. 난 속으로 시발 시발 걍 망설이지 말고 신고할걸 이러고 있었고. 암튼 경찰 두 분 내리더니 나한테 이거저거 물어봄 .
디시인사이드가 뭐 하는 덴데요?
말하자면 회원가입 필요없는 인터넷 카페요.
고전게임 갤러리는 뭔데요?
여기는 그러니까 옛날 컴퓨터 게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인 데에요
이 사람 아는 사람이에요?
아뇨 제가 서울 사람을 어떻게 알아요?
이 사람 자살한다는 증거 있어요?
여기서 뭔가 잘못된걸 느낌. 시발 사진 보냈는데 이걸 나한테 왜 물어봄? 그래도 하란대로 사진 캡쳐한 거 보여줌. 아 그리고 디시 관리자야 아오 내가 캡쳐해놓은거 아니었으면 나 장난전화 현행범 각이었다 ㅡㅡ 글 왜 다 지웠냐 내가 시발 장난전화로 고소 당하면 변호사 선임해줄거였냐 존나 개빡치네 지금 생각해보니 ㅡㅡ 암튼 캡쳐한거에 N 여권 있어서 그거로 신상조회하대. 경찰 폰으로도 신상조회함 ㅇㄱㄹㅇ 존나 신기함. 뜨는 사진 보니 동일인인거 같아서 경찰들이 알겠다 하고는 캡쳐한거 자기 폰으로 문자로 달라 하더라. 사진도 내가 112로 보냈다 그러니까 자기들은 받은거 없대. 문자로 신고할 고붕이들은 사진은 신고 안 되는거 참고하도록.
그리고 경찰들이 내 신상이랑 연락처 파악하고 돌아간게 11시 10분임. 이미 자살예고시각 10분 지남. 눈물이 핑 돌더라.

사무실 드가니까 상사랑 같이 일하는 분들이랑 다 나한테 경찰 왜 왔냐고 묻길래 이러저러해서 경찰에 신고했다고 함. 그 뒤로는 일이 손에 안 잡혀서 네이버에 종로4가 자살(N이 밝힌 자기 위치)이라고 계속 검색 새로고침 해서 기사 뜨나 봤는데 안 뜨더라. 그래서 제발 N이 맘 고쳐먹고 돌아갔기를 바람.




신문기사 볼라고 인터넷 새로고침 존나 하다보니 폰에 문자가 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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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이미 18분 지남 씨팔.. 진짜 제발 살아있기를 바라면서 일도 제대로 못 하고 있었음. 차라리 집에서 모닝똥 누고 왔으면 고갤 안 켜고 신고도 안 해서 맘 편하지 않았을까 생각도 해보고 진짜 별생각 다 듬. 그리고 112 문자신고로는 왜 사진이 전송 안 되는지 원망하기도 하고. 그리고 이 날은 그냥 지나감. 보통 경찰이 신고사건 완료되면 알려주지 않냐? 근데 이 날 하루종일 안 와서 이미 뛰어내려서 차마 나한테 말 못해주는거구나 생각이 들어서 퇴근하고 씁쓸해서 술 한 잔 하고 잠.




내가 이거에 집착했던 이유가 뭐냐면 나도 자살 하려 한 적 있었거든. 구체적인 얘기는 프라이버시고 부끄러워서 말 못해주겠지만.. 암튼 도로에 뛰어들려했음. 근데 차 달리는 거 보니까 존나 무섭더라. 또 내 시체는 누가 치우고 운전자는 무슨 죄 지었다고 트라우마 겪어야 되냐. 그리고 부모님 생각이 드니까 차마 실행엔 못 옮겨서 살아서 지금 이 글 쓰고 있는 거겠지만 결국엔 잘 살고 있음. 당시에 종교 하나 믿고 자살하려 했던 날 잊으려고 미친듯이 다른 일에 열중하면서 근근히 버팀. 결국 시간이 흘러서 상처가 아물고 어찌저찌 잘 살고 있음.

내 고해성사는 여기까지 하고 뭐..




오늘도 일 하고 있는데 문자가 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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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사건이 마무리됨. 이 문자 보고 N 닉네임으로 글 검색해보니까 간밤에 글 썼대. 어머니랑 경찰 같이 와서 구조되었다더라. 살아있어서 다행이다. 진짜. N 말로는 11시 30분경에 경찰이랑 어머니 왔다던데 내 문자는 봐서 알겠지만 11시 18분에 경찰이 출동함. 10분만에 어머니랑 연락하고 현장 찾아서 구조한 갓-한민국의 경찰에게 놀랄 따름. 혹은 나보다 먼저 신고해준 다른 착한 고붕이가 있다면 감사를 표한다.





뭐.. 솔직히 나도 그렇지만 우리 고붕이들 우리 스스로 자학하고 그러잖아. 그래도 우리 자살은 하지 말자. 생각보다 사는 거 재미있음. 하루하루는 좆같더라도 그래도 재밌을거야.

혼자 하는 생각인데, 불교에서는 모든 생명이 윤회한다고 하잖아. 그러면 우리는 지금 생으로부터 과거에도 한 생명체였고 미래에도 한 생명체일거야. 근데 우리는 과거의 삶을 기억하지 못하고 미래에 어떤 삶을 살지도 몰라. 오직 우리가 겪는 건 바로 지금의 삶인데 왜 부처는 하필 지금의 삶을 우리에게 겪게 할까? 나는 지금 삶이 가장 가치 있는 삶이기 때문이라 생각함. 그러니까 우리 고붕이들 모두 열심히 살자. 언젠간 쥐구멍에도 볕 들겠지.

다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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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고전게임 갤러리 [원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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