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초반에 나오는 무진년 이야기는 이한우 저, 태종 조선의 길을 열다+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개국편을 참고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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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년(1388년) 하정사로 당시 문하시중이었던 목은 이색이 직접 간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정국이 요동쳤다.
그가 직접 가겠다고 나선 이유가 있었는데 국왕이나 이성계같은 실세가 직접 남경에 가서 설명해야
겨우 오해가 풀릴까 말까 할만큼 심각했었다.
그래서 목은 이색은 창왕과 같이 명나라에 가려고 했지만 창왕의 어머니 근비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그리고 목은 이색은 자신이 없을때 일이 생길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방원을 지목해 함께 데리고 가겠다고 제안했다.
이성계로서는 거부하기 곤란한 제의였다.
이성계는 미안한 마음에 이방원에게 말했고 그는 당연히 수락했다.
아버지 그리고 '스승'에게 인정받기 위해 기회를 기다렸는데 저절로 찾아오니 이방원 입장에서는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었던 것이었다.
서장관은 사신단에 포함되는 직책으로 주로 공식적인 사신 활동의 기록을 담당하는 자리다.
예로 들면 임자년(1372년) 정몽주, 갑자년(1384년) 정도전이 서장관으로 있었다.
황제 주원장에게 유창한 말로 말하는 이색.
그러나 주원장은 그런 이색의 노력을 비웃었다.
"그대는 원나라에서 벼슬을 지냈으니 중국말을 할 줄 알겠구나?"
당황한 이색은 친조를 청한다는 뜻의 중국말을 했지만 주원장은 못 알아 들었다.
아니 일부로 못알아 듣는 척했다.
그리고 이색에게 핀잔을 주는 주원장.
"네 발음은 나하추와 같다!"
고개를 숙인 이색, 그의 입술은 서서히 떨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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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을 지켜보고있던 서장관 이방원은 자신의 마음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아무리 고려가 쓰려져가는 나라였지만 일국의 문하시중을 저렇게 모욕을 주다니!'
자신의 마음 깊은 곳에 분노를 숨기는 이방원.
조선건국이후 그의 소식을 듣게되었고 결국 그의 죽음까지 듣게되었다.
세자 이방원은 눈을 감고 애도한다.
"편히 쉬십시오, 한산백 대감."
한편, 그시각.
판삼사사 정도전은 집무실에서 표전문을 검토하고 있었다.
"이글 그대로 황제에게 바치면 될것 같소이다."
"알겠습니다."
"저대신 고생하시는 것 같아서 송구할 따름입니다."
그러자, 정총은 정도전의 손을 잡아주면서 말했다.
"아닙니다, 삼봉대감.
잘될것입니다. 제아무리 명황제가 설마 상대국 사신을 죽이기야 하겠습니까?"
정도전은 아무 말도 할수 없었다.
첩자에 대한 변론을 보내기도 하면서 진법훈련도 하면서 명나라를 상대로 강온책을 보여주었다.
"대감은 무사히 돌아오실 것입니다."
정도전은 정총의 손을 잡아준다.
시간이 지나고 자신의 집무실에서 다시 한번 스승 이색의 사망소식을 떠올린다.
그러자 정도전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면서 그의 손에 눈물이 한두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대업을 구상했을때부터 각오했던 일이었다.
처음에는 스승님과 여러 동문들하고 새로운 나라에서 같이 하고싶었다.
그래서 그들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매몰차게 거절했고 결국 자신이 앞장서서 그들을 밀어내고 내칠 수밖에 없었다.
밀어내고 내칠때마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잔혹한 사람이라 손가락질을 했다.
그러나 그들은 알고 있을까?
그때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자신은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는 것을...
그래서 목은 이색의 죽음은 다른 사람들의 죽음과 다를바가 없었다.
'그런데 흐르고 있는 이 눈물은 대체 무엇이라는 말인가?
나 정도전에게 감정이 남아있었다는 말인가?'
그렇게 한참동안 정도전은 한참동안 흐느끼면서 오래동안 마음 깊은 곳에 있는 모든 감정을 쏟아내고 있었다.
집무실 입구에서 묵묵히 모든 것을 듣고 지켜보던 세자 이방원은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그날 밤, 정도전의 집무실에 정몽주가 들어와서 표전문을 확인한다.
정몽주는 정도전과 똑같은 필체로 내용이 다른 표전문을 쓰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고 정몽주는 표전문을 다 읽고나서 잠시 눈을 감으면서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다.
갑자년(1384년) 7월에 모두가 말리고 위험한 길에 벗 정도전과 같이 명나라에 갔었다.
목숨을 잃을뻔했던 큰 위기를 여러번 겪으면서 더욱 그를 의지하게 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가차없이 자신의 후배들과 스승님을 유배를 보내버리는 벗을 보면서 자신도 변하게되었고
싸우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 자신에게 남은 것은...
과거를 회상하던 정몽주는 인기척을 느끼게 된다.
서서히 발걸음 소리가 커지면서 정몽주는 회상을 끝내고 일어서서 입구에서 한남자를 기다린다.
'이제 삼봉 자네를 만나게 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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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사 : 신년 축하 인사차 가는 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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