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으로 어느 퍼즐북인지 언급은 넘기고

그냥 뭐 스도쿠 모음집 같은 종류의 퍼즐북만 보다가 "규칙을 안 알려주는 퍼즐북" 들을 보니까 되게 신선하고 미궁같은 느낌도 많이 드네요

공통적으로는 제시되는 문제와 예시문제/답안들을 통해서 "어떤 규칙이길래 이 퍼즐이 해를/유일해를 가진다는 걸까?" 라는 식으로 추리하는게 메인 컨텐츠입니다

규칙 자체도 신선한 규칙이 많이 보이지만 그것보다도 진행하면서 점점 새로운 규칙을 추가하고 그걸 누적해서 복잡한 퍼즐을 주는 방식이 재밌군요

퍼즐과 미궁문제 사이의 경계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톺아보게 됩니다

퍼즐게임 중에서는 The Witness, UNDERSTAND, INSIGHT, Taiji 같은 애들이 이런 종류인데, 해보신 적 있다면 무슨 말인지 감 잡으실 듯

다만 이 퍼즐북들 중 일부는 그냥 퍼즐 규칙을 추론해서 풀어봐라 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일부러 교묘하게 디자인된 문제를 줘서 잘못된 규칙을 추론하도록 유도한 뒤, 잘못 추론한 규칙으로는 풀리지 않는 문제를 내서 통수를 친다든지 ← 이런 경우가 엄청 많음

최종장에서 앞서 푼 퍼즐들을 사용한 메타문제가 나온다든지 ← 픽셀님 미궁이 이런 종류의 메타문제가 많던 걸로 기억함

혹은 앞서 푼 퍼즐뿐만 아니라 페이지에 미궁처럼 숨겨져 있던 여러 암호문이나 표식 등등을 사용한 메타문제가 나오기도 하고요

잘못된 규칙을 추론하도록 유도했거나 메타문제가 제시된 경우, 비명을 지르면서 앞 문제들 일부를 다시 풀어야 하는 경우도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이런게 너무 재밌음

당연히 이 퍼즐북들은 분류부터가 퍼즐북인 만큼 퍼즐성이 매우 강합니다

규칙을 추론했다 하더라도 실제로 그 퍼즐을 푸는 게 어느정도 난이도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게 또 제 취향에도 맞고 해서 재밌게 즐기고 있습니다

저도 이렇게 규칙을 추론해낸 뒤 그 후 실제로 정답 배치를 알아내는 게 퍼즐이 되도록 짜여 있는 미궁문제를 많이 냈었기도 하고 말이죠

사실 "제시된 문제가 해를/유일해를 가진다는 점을 통해 규칙을 추론하는" 종류의 문제가 방탈출은 물론이고 미궁에조차 거의 유입이 안 되어 있는 것 같아요

현 시점의 미궁문제들은 "난 이 규칙이 맞다고 생각했는데 입력해 보니 오답 취급당하는 경험"을 주는 경우가 상당수 있죠

그런데 이런 규칙을 안 알려주는 퍼즐북 형식의 문제들은 "일단 네가 마음속으로 생각한 규칙이 통했다면 그건 정답으로 쳐주겠다" 라는 철학이 느껴져서 여타 미궁문제들과 다르다는 느낌이 많이 드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규칙을 잘못 추론하면 언젠가는 진행이 막히도록 디자인되어 있어서 최종적으로는 제작자가 의도한 방향으로 흘러가기야 하겠지만

그 전까지는 "네가 맞다면 맞는 거겠지, 다음 퍼즐을 주겠다" 여서 제작자 마인드를 못 찍어맞추면 진행이 안 되는 미궁이랑은 다르다는 점이 흥미롭네요

유일해라는 단어가 내포하는 의미와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사실 많은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전에 만든 Sleeping Snake 같은 퍼즐도 유일해가 주요 퍼즐 요소고, 유일해 스도쿠라고 퍼즐이 유일해를 갖도록 만드는 퍼즐도 낸 적이 있고 그렇습니다

그 외에도 제가 만든 퍼즐이 한 40개쯤 되는데 대부분은 유일해를 가집니다

유일해에 대한 얘기는 이 글에서 다루기에는 너무 길어질 것 같으니 패스

아무튼 언젠가는 이런 것도 하나 만들어 보고 싶네요

물론 TRE5 출시 후에 말이죠

어제도 문제 하나 코딩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