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오늘 오전 중 천안함 선체 뒷부분(함미·艦尾)을 완전히 물 위로 끌어낼 계획이다. 공개 여부로 논란을 빚었던 절단면은 "선체와 300야드(273m)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언론에 공개하겠다"고 한다.

선체 인양 다음의 과제는 선체 절단면 분석과 함께, 바다를 샅샅이 뒤져서라도 천안함을 가라앉게 만든 폭발물의 직접적인 \'물증(物證)\'을 찾아내 사고 원인을 규명해 내는 것이다. 군 당국과 전문가들은 폭발의 \'주범(主犯)\'이 어뢰나 기뢰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군은 그 파편의 일부분이라도 찾아내, 그것이 누가 언제 만들어 사용하고 있는 것인가를 밝혀내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 해역에서 대한민국 군함을 두동강 낸 불법 공격 책임자의 책임을 추궁할 수 있다.

1946년 영국 군함이 알바니아영해인 코르푸 해협을 지나다가 침몰해 수십명이 죽었다. 영국은 함체에 박혀 있던 알바니아의 기뢰 파편 두 조각을 찾아내 이를 근거로 국제사법재판소에 소(訴)를 제기해 이겼다. 1988년 미국팬암 항공기가 스코틀랜드 로커비마을 상공에서 폭발해 270명이 숨진 \'로커비 테러사건\'이 벌어지자 미국과 영국은 추락 현장의 파편 수만 개를 일일이 검사, 리비아 정보요원들이 쓰던 폭발물 타이머장치 조각을 밝혀내 범인들을 법정에 세웠고 리비아 정부는 배상금 27억달러 지급을 약속했다.

천안함이 기뢰나 어뢰로 침몰됐을 경우 산산조각 난 기뢰·어뢰의 파편이 이미 조류에 떠내려갔거나 펄에 깊이 잠겨 있어 찾아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해저를 정밀탐색할 수 있는 소해함(掃海艦) 4척과 한국해양연구원 연구선 등이 사고해역을 수색해 수십 점의 금속 파편을 거뒀으나 이번 폭발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렇더라도 군은 세계를 뒤져서라도 금속파편을 찾아내는 데 쓰는 최고 성능의 음파탐지기를 구해 물증 찾기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사고 원인 조사도 시작 단계부터 국제 공조 체제를 갖춰 해양 선진국들이 갖고 있는 해저 탐색기술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물증이 확보될 경우 유엔 등을 통해 \'범인\'을 응징하기 위한 국제적 협력의 그물망을 미리 촘촘히 짜놓아야 한다. 미국·영국도 \'로커비 사건\' 수사 과정부터 50여 개국의 도움을 받아 결국 리비아에 대한 유엔 제재를 관철시켰다.

미국·영국·호주·스웨덴이 천안함 조사단에 대표를 보내는 것은 \'어뢰 테러\'나 \'기뢰 테러\'가 새로운 국제 테러 방식으로 번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고 조사단은 엄밀한 채증(採證) 작업을 벌여 \'폭파범들\'에게 "대한민국이 무섭게 진상을 규명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대한민국은 그 결과에 따라 단호한 응징을 할 결연한 각오를 다져야만 \'제2의 천안함 사태\'를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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