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보기엔 멀쩡히, 일상을 살고 있어도,
49회 내내 지거니에게 보인 건, 처진 어깨.
티 내지 않으려 해도, 보이더라. 아부지나 아들이랑 있을 때도, 전처남과 있을 때도.
배역이 가진 감정을, 배우가 고스란히 머금고 있는 순간은,
생각보다 많이 귀해서,
나는 분량과 상관없이, 지거니를 안 볼 수가 없네.

행복을 알아가는, ㄱㅁ이랑 다르게,
지거니의 눈은 공허한.
무언가 눈앞에서 생생하게 잃어버리고 있는 게 있는 듯이.
이 바 나오면서,
배경음악으로 'Desperado'가 나오더라.
음악에 성별이 있는 건 아니어도,
이 노래는, 늘 남자의 노래라는 생각이 들었던 터라.
무법자란 뜻의 'Desperado'는 '무모한, 자포자기의,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는'이란 뜻의 'Desperate'에서 나온 말이라던데.
지거니의 사랑이 어쩌면 저 단어와 닮았다는 생각이 좀 들었어.

이 샷을 굳이 위에서 잡은 이유가 뭘까. 궁금했는데.
내 맘대로의 해석은,
시청자에게도 분명하게 보이는, 축 가라앉은 지거니의 저 어깨. 저 느낌.
ㅈㅈ도 살리고 싶어서가 아니었을까.
부쩍 마르긴 했어도, 원체 넓은 ㅇㅅㅇ의 어깨가 안쓰럽게 보여. 지거니라서.

자기 맘 상태는 황폐해도, ㄱㅁ이의 행복에 미소지어주다가,
다시 마주한 분명한 현실.
이별이 그대로 인장처럼 찍혀 있는 지거니 얼굴.

초점은 ㄱㅁ이에게 갔는데, 일렁이는 지거니가 보여.
그의 사랑이 산산조각 났던 그때 이후로,
지거닌, 좀처럼 눈물을 보이지 않는데,
슬픔은 그대로 머문. 그래서, 순간순간 지거니 표정을 볼 때마다 덜컥, 심장이 내려가곤 하는.

그래, 그의 사랑은 미련해.
ㅎㄹ이 엄마가 안타깝게 했던 그 말을,
차마, ㄱㅁ이는 형에겐 못하겠지.
근데, 그가 ㅎㄹ이를 사랑하는 지금 이 순간까지,
그래서 그녀를 변호하는 이 말들은 미련하다는 말로는 감히 설명할 수 없더라.
드라마 내내, 지거니가, ㅇㅅㅇ가 담은 감정은, 그런 말들로 설명할 수 없는.
그리고, 내가 가장 이 신에서 좋았던 연기.
지거니가 ㄱㅁ이에게 대답한 두 번의 "아니."
확실히 끝낸 거냐는 물음 끝나자마자 나오던 "아니."
내가 ㅇㅅㅇ의 연기 중에 좋아하는 부분 중 하나가 대사를 치는 타이밍이야.
잘 설명은 안 되지만, 상대의 대사와, 자신의 대사 사이에서 순간 호흡을 끌고 오는 거.
설마 아직 기다리고 있냐는 물음에 다시 나오던 "아니."
이땐, ㅇㅅㅇ의 목소리. 그리고 톤.
나는 저 두 번의 "아니"가 짜릿했어. 배우의 연기에.

"그럼 뭔데?"
오늘 전처남은 나름 사이다이긴 했어.
지거니가, 지거니 심정이 궁금했으니까.
그리고, 내내 지거니 편 해주고 싶었는데, 그걸 대신해준 거 같아서. 지거니 옆에 있는 사람들은 옳다. ㅎㅎ
지거니 어깨가 축 내려앉듯이,
술잔도 그렇게 지거니 손길로 내려앉더라.

"그냥, 사랑하는 거야."
'사랑하는'과 '거야' 사이의 지거니 목소리는 카세트테이프가 늘어질 때 같은 느낌이 있더라. 좋았어. 더 바랄 것 없을 정도로.
지거니의 사랑이, 이 쉽지 않은 사랑법이, 이해가 가는 건,
지거니가 설득해준 덕분이겠지. 내내.
배우의 표정도, 음성도, 다채로워서,
이 짧은 신에도, 좋은 건 무수히 눈에 밟히는.
만찢남이 만화를 찢고 나올 만큼 잘생긴 남자라면,
지거니는, 브라운관을 찢고 나와서 생생하게 구현되는데, 그게 너무 입체적이라 좋음.
나는, 오늘 지거니에게 준 대사, 좋았어.
이 캐릭터에 맞는 대사였다고 생각해.
배우의 연기가, 그걸 제대로 구현했고
요즘, 예술 할 일 없었던 ㅈㅈ도 마냥 쉬고 있지 않는구나 싶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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